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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록-26화 (26/158)

백골문4

뭐.... 야?

눈앞에 해골이 하나 보인다.

뼈밖에 남지 않은 해골에 옷을 입히면 저런 모습이 될까?

헐렁한 옷소매를 통해 보이는 앙상한 손과 살이라고는 한점도 보이지 않는 얼굴.

그리고....

푸른 인광이 어리는 것 같은 피부색까지....

"네놈.... 누구냐?"

"정말 뼈다귀밖에 없네...."

약간은 당혹스러워하는 해골의 말에 무적이 중얼거리고....

움푹 파인 것처럼 구멍밖에 보이지 않는 해골의 두 눈에서 불길 같은 강한 빛이 반짝인다.

백골음마 동 태기는 살짝 진기를 돌려 오른손의 마비를 풀었다.

하지만 쉽게 풀리지않는 마비에 손이 아플 지경이다.

단 한 번 상대의 칼과 부딪친 충격에 오른손이 저리고 마비가 왔다.

자신이 익힌 백골마공은 대성하면 능히 도검불침의 경지에 들 수가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다소 고통스럽고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지만....

그리고 비록 자신의 화후가 아직 그 정도의 경지는 아니지만....

지금도 마음먹고 대비한 한다면 누구의 검에도 쉽게 베이지 않을 자신은 있다.

한데....

선수의 이득을 취하고도 상대의 칼을 뚫지 못했다.

아니 그것보다 이 충격은....

손이 저리고 마비가 오다니....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눈앞의 저 놈이다.

자신은 손이 저리고 마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는 별다른 충격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자신의 칼이 막힌 것에 약간은 놀라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리고 상대의 칼.

도대체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괴상한 모양의....

"넌 누구지? 우리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원한이 있느냐고....?

무적이 피식 웃었다.

네놈이....

흥분되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힌다.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뼈밖에 없는 해골 같은 네놈의 몸에 남아있는 뼈라는 뼈는 모두 잘게 부숴주마.

무적의 입이 조용히 열린다.

"그냥.... 해야 할 일이라서...."

담담하게 나오는 무적의 말에 백골음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해야 할 일은 해야만하지...."

백골음마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무적의 말에 대꾸를 해준다.

먼저 오른손의 마비를 푸는 것이 먼저다.

그동안은 네놈의 수작을....

오른손을 몇 번 쥐어보자 굳어있던 손이 조금씩 풀린다.

천천히 전신의 공력을 돋구며 양손에 백골조의 공력을 모았다.

다시 단단하게 고추서는 자신의 백골조.

됐다!

바로 그순간....

와아아~~!

커다란 함성과 함께 대청의 뒤를 돌아나오는 백골문도들.

백골음마가 재빠르게 뒤로 물러선다.

아....?

검과 도.... 그리고 각양각색의 무기들.

다양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백골문도들의 모습이 보이고....

빠르게 자신을 둘러싸는 백골문도들에게 막혀 물러서는 백골음마를 보고도 곧바로 따라가지 못하는 무적.

삐윳!

삐윳!

그냥 막아서는 상대를 향해 자신의 칼을 휘두를 뿐이다.

사선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이는 칼에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모든 것이 잘라져 나간다.

앞을 막아서는 자의 목이 잘리고....

뒤에서 덤비는 자의 허리가 끊겨 나간다.

하늘로 솟구치는 상대들의 목과 함께 머릿속에 도왕동부의 늙은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 네가 익힌 도법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 아마도 네가 세상에 나간다면 네 한 칼이라도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자는 드물 것이다. ---

도왕동부의 늙은이가 했던 말이라....

그냥 입만 열면 나오는 자랑질인줄 알았는데....

그래서 믿지도 신경쓰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강하다!

무적이 빠르게 자신을 막아서는 자들을 잘라내며 백골음마를 향했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머리위로 쏫아져 내려오는 석회가루.

지겨워....

이자들은 석회가루가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줄 아는가?

고작 상대의 눈을 가리기만 하는 것을....

언제 올라갔는지 지붕위로 올라간 상대들이 석회가루가 든 커다란 포대를 자신을 향해 붓고 통채로 던지고 난리를 친다.

하지만 무적의 손에 들린 칼이 둥근 원을 그리자 마치 벽에 막힌 것처럼 무적의 주위로 다가오지 못하고 허공에 날려 흩어지는 석회가루.

퍽!

퍽!

그리고 폭죽처럼 터지며 날리는 포대속의 석회.

귀찮게....

자신을 덮치는 석회가루와 석회가 들어있는 포대자루가 귀찮아진다.

무적은 자신의 몸을 덮어오는 석회를 무시한 체 칼의 방향을 앞을 막아서는 상대들에게로 돌렸다.

삐윳!

삐윳!

크아악~~!

아아악~~!

파공성과 비명....

앞을 막아서는 칼을 든 자의 팔이 잘라져 날아간다.

뒤에서 검을 밀어넣던 자의 목에 돌아나오는 무적의 철판이 닿고....

허공을 날아다니는 목.

뿌려지는 핏줄기와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음향만이 백골문의 넓은 마당안을 가득 채운다.

마치 지옥의 귀곡성 같은 기분 나쁜....

"저 놈이 정말.... 전설속의 백골신마 같구나!"

백골음마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석회를 뒤짚어쓰고 하얀 설인처럼 변한 무적의 모습이 정말 백골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괜찮으십니까?"

언제 왔는지 두 명의 노인이 백골음마의 곁에서 걱정스럽게 묻는다.

"난 괜찮다. 그런데 저 자의 도법이 무엇인지 알아보겠느냐?"

"글쎄요....?"

두 노인 중 한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도대체가 저런 괴상한 모양의 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런데 저 자는 저 석회 속에서도 앞이 보이기는 한 건가....?"

중얼거리는 백골음마의 말에 두 노인이 쓴 웃음을 지었다.

자신들은 분명히 저 석회를 날려버리지 않는다면 눈을 뜨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저 자는....

눈을 가리는 석회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수하들의 목을 무 자르듯이 잘라낸다.

도대체 누굴까?

아니.... 왜 본적도 없는 저 자의 칼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일까?

백골음마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상대에 대한 감탄은 감탄일뿐....

누군지도 모르는 놈 하나 때문에 자신이 평생동안 이룩한 모든 것이....

그리고 몇 개의 포대에서 붉은 가루가 흩날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됐다!"

갑작스런 백골음마의 말에 두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사방을 덮은 석회가루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붉은 가루.

상대의 몸에도 눈처럼 내리는 붉은 가루가 보인다.

흰 눈 속에 점점이 찍히는 선혈 같은 붉은 가루.

세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머리를 끄덕이는 백골음마.

저런 놈에게 쓰려고 준비한 것이 아닌데....

갈오공鞨汚蚣이라는 지네가 있다.

오지의 깊은 산속에  자연이 만든 퇴적물과 죽은 짐승들의 시체가 썩어 이루어진 독지毒池에 사는 독물.

먼저 그 지독한 연못 속에서 이 갈오공을 잡는다.

그리고 독물과 썩은 짐승의 시체를 먹으며 쌓인 갈오공의 살과 피를 채취한다.

독물과 더러운 짐승의 사체를 먹으며 독성을 띤 살과 피에 다시 혈화분이라는 독과 산공독을 섞어 잘 버무린 후 단단하게 굳혀낸다.

세 가지 성분이 골고루 잘 섞여 단단하게 굳어진 독을 다시 가루로 잘게 부숴낸다.

이렇게 폐와 장기, 그리고 혈관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독이 만들어지고 이것을 갈오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독은 산공독의 성분 때문에 독공의 고수들도 체내에 갈무리하기가 부담스러워 그 뛰어난 독성에도 불구하고 별로 쓰이지는 않는다.

독공의 고수가 이 독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산공독에 중독되어 공력을 잃고 먼저 죽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공을 통해 쓸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는 직접 먹이거나 피부를 통해서 혹은 호흡기를 통해서 독을 풀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알고는 당하지 않기 때문에 분말로 쓰기도 난처하다.

이처럼 강한 독성에도 불구하고 독을 쓰는 것에 어려움이 있고....

또 이 독을 사용해서서 상대를 중독시킬 수는 있다고해도....

단시간 동안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는 있지만 상대가 바로 즉사하지는 않기에....

그래서 이 갈오독은 독문에서 잘 알고 있지만 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생사결生死決의 상황에서 이 독에 중독된다면....

내공을 흩어지게 하는 산공독의 효과와 더불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가 있다.

무적은 몰려드는 상대들의 목을 잘라나가는 중에 뭔가 모를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

진기가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법을 시전하는 중에 살짝 살짝 끊기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거워지는 몸과 호흡.

뭐지....?

설마 독인가?

바닥에 수북히 쌓인 석회와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석회.

그리고 그 속에서 희끗희끗 보이는 묘한 가루.

방심했구나....

자신도 상대조직과 싸울 때면 종종 석회를 사용했다.

뿌려진 석회가루에 눈을 뜨기 힘들어하는 상대를....

그렇게 다소 비겁하기는 했지만 이기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석회를 사용하고는 했다.

하지만 눈을 뜨기 힘들게 하는 그 곤혹스러움은 있어도 특별히 치명적이지는 않아 뿌려지는 석회를 무시했는데....

빌어먹을....

석회가루 속에 독이라니?

역시 세상에 우연은 없는가?

상대를 무시하고 방심한 그 순간에 꼭 이렇게....

무적이 손안에 들린 칼을 세게 움켜쥐었다.

진기가 돌지 않는다면 잠시라도 내 몸에 쌓인 근력으로....

삐윳!

삐윳!

계속 내부를 괴롭히는 독기운에 그나마 남아있는 진기를 몰아가며 빠르게 칼을 휘두른다.

스윽!

크악!

눈앞에서 잘려 올라가는 상대의 목뒤로 백골음마와 두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펑!

커다란 소리와 함께 자신의 칼과 부딛치는 백골음마의 오른손.

찌릿하게 울리는 손의 감각과 함께 자신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려난다.

내가 밀리다니....?

당황하는 자신의 눈에 뼈밖에 없는 얼굴을 찡그리며 따라붙는 백골음마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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