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록-25화 (25/158)

백골문3

삐윳!

공기를 가르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상문객의 눈에 상대의 손에 들린 철판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크악!

악!

철판이 짧게 사선을 그려내고....

상대를 향해 덮쳐가던 수하들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다닌다.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 사이로 잘려진 팔 다리도....

무슨 고기라도 자르는 칼처럼 생긴 무식한 철판에는 도기도.... 도강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투박한 철판에 무처럼 잘려져 나가는 수하들의 목과 팔 다리.

저럴수가....

놀라는 상문객의 눈에 둘러싼 수하들을 향해 몸을 돌리는 상대의 모습이 보인다.

빈틈!

하지만....

상문객은 무적의 빈틈을 보고도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자신이 없다....

몇 번의 칼질에서 상대가 도저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수라는 확신이 들었다.

도망가야 해....

어쨌던 상대를 피해 도망가서 자신의 문주에게 알려야한다는 생각에 몸을 돌리려는 자신의 눈에 또렷히 들어오는 또 다른 빈틈.

철판을 휘두르는 상대의 옆구리에 커다란 빈틈이 보였다.

수하들의 목을 자르는 칼질에 모든 힘을 쏫는지 강하게 휘두른 칼질에 옆구리가 무방비로 비는 것이 보인다.

저 빈틈이라면 설령 자신의 암습이 실패해도 상대가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전에 발을 뺄 수가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해보자....

유혹을 이기지 못한 상문객이 자신의 검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빠르게 몸을 날리며 무적의 옆구리에 보이는 빈틈을 한 점으로 자신의 모든 공력을 실은 검을 강하게 찔러넣었다.

쩡!

윽....?

손아귀를 울리는 충격.

언제....?

자신의 검을 막고있는 상대의 칼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인다.

빈틈이 아니라.... 유인?

그리고 분명히 도기도 도강도 보이지 않던 상대의 칼이....?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 충격이 느껴졌다.

무형도강無形刀强....?

아니 전사력인가....?

전신을 울리는 충격에 손을 벗어나려는 검을 움켜쥐며 빠르게 뒤로 몸을 날리는 눈에 자신을 향하는 상대의 철판이 보이고....

삐윳!

크윽....!

무릎 아래로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닥을 구르는 자신의 몸.

힘겹게 고개를 들자 상대의 철판이 작은 두 개의 원을 그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삐윳!

삐윳!

스윽....!

서걱....!

고기 자르는 소리와 함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수십 조각으로 잘려 날아가는 수하들.

으으으....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옹알이 같은 신음과 함께 일어나려하자....

윽!

생살을 헤집는 고통과 함께....

자신의 두 무릎 아래에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

끄아악~~!

잘려나간 두 다리를 인식하자 고통이 몰려오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의 눈에 가볍게 움직이는 상대의 철판이 보인다.

크악!

어디를 잘린 건가....?

화끈한 느낌과 함께 전신의 피가 아래로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기 위해 벌린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이물질.

퉤....

크아악~~!

입안을 가득 채운 이물질을 뱉어내려는 순간 또 다시 몰려오는 고통.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자 입속의 이물질이 목구멍을 막는다.

쿨럭!

쿨럭!

기도가 막혀 심한 헛기침을 하며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 하지만....

팔이.... 없다?

설마 조금 전 그 고통이....?

바닥을 짚고 일어설 두 손도 디디고 설 두 발도 없이 몸뚱이만으로 바닥을 꿈틀거리며 입속의 이물질을 뱉어냈다.

아....?

눈에 익은 물건.

피가 빠져 줄어든 체 흐물흐물해진 자신의 양물이 보인다.

이.... 이....!

억지로 기를 끌어올려보지만....

하물이 잘릴 때 단전도 건드린 것인가?

단 한점의 기운도 끌어올리지 못하고....

사지를 통해 빠져나가는 자신의 피가 느껴진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전신의 피와 함께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들리는 상대의 목소리.

"길 평의 빚이야...."

길 평....?

누구....

아!

자신이 양물을 잘랐던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전설 속의 반안이나 송옥을 연상시키던 수려한 외모와....

그 뚱뚱한 여인의 곁을 지키게 해 달라며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사정하던 사내.

"지금 네 목을 치면 너무 편하겠지...."

조용한 중얼거림과 함께 무적의 발이 올라간다.

그리고....

빠드득....!

끄아악~~~!

어디를 밟는 것인가?

상문객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의 비명이 새어 나온다.

잘 다져진 고기덩이로 변한 상문객의 모습을 보며 무적이 등을 돌렸다.

만신창이로 변해가던 상문객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야릇한 쾌감도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잔인했었나....?

어쨌던 길 평.... 네게 한 약속은 지켰다.

천천히 앞을 보자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역겨운 냄새.

주저앉은 상대의 바지가 엉망으로 젖어있는 것이 보였다.

"이름이 뭐지?"

"장.... 오. 장 오라고 합니다."

장 오는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입을 열어 말하는지 의식하지도 못했다.

전신을 짓누르는 공포에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체....

반사적으로 상대의 물음에 입을 열어 답하는 장 오.

"백골문에 저 자보다 강한 자가 몇이나 되지?"

"백골문에는.... 백골문에는 상문객보다 강한 자가 세 명이 있습니다."

세 명?

"누구지?"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상대의 물음에 장 오가 무적을 올려다봤다.

눈깜박할 사이에 저 많은 사람을 죽인 자 답지 않게 침착한 모습.

헝클어진 머리가 얼굴을 가린 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상대의 모습이 귀신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온다.

야차 같은....

하지만 상문객에게 했던 저 잔인한 짓을 자신에게는 하지 않는다.

살려주려는 것일까?

아니.... 죽여도 좋다.

단 칼에 목을 잘라 죽여만 준다면....

두려움에 장 오가 깊이 숨을 들이쉰다.

하지만....

진정되지 않고 떨리는 몸.

"문주님과 두 분 당주님이...."

무적의 눈이 반짝인다.

"백골문주는 얼마나 강하지.... 저 상문객이라는 자와 비교해서...."

"문주님은.... 문주님은 백대고수라는 강호의 잣대로는 잴 수가 없는 분이라.... 저는...."

그런가....?

하지만 나도 강하다.

"가자!"

횡설수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뱉어내는 장 오의 말 사이로 '가자!' 라는 무적의 말이 들리고....

가다니.... 어디로?

어리둥절한 장 오의 눈에 자신을 보는 상대의 눈동자가 보인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색의 차가운 눈동자.

"백골문으로!"

* * *

구유무적 백골문 九幽無適 白骨門.

대문의 처마아래에 걸린 현판의 문구와 함께 백골문의 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복수의 마지막이 보인다.

저 문안에 웅크리고 있을 탐욕스러운 인간 때문에 자신과 아내 그리고 친구와 동생들이....

"가서 내가 왔다고 전해라."

감정없이 나오는 담담한 말에 장 오가 흠칫 놀라 무적을 돌아본다.

"마음 변하기 전에 가라...."

후다닥!

장 오가 한마디 말도 못하고 백골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고....

꽝!

꽝!

꽝!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장 오를 잡아먹을 것처럼 열리는 백골문의 대문.

막아서는 동료들을 밀치며 장 오가 미친듯이 뛰어들어가며 외친다.

"그가.... 그가 왔습니다!"

누구를 향해 외치는 소리인가?

무적은 대문이 열리고 장 오가 뛰어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천천히 발을 뗐다.

저 문안에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던 반드시 오늘 모두 끝낸다.

그리고 동생들의 곁으로 간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한 걸음.... 두 걸음을 디디자 귀신의 입처럼 벌려진 대문을 통해 튀어나오는 자들이 보인다.

그리고....

상대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는 무적.

삐윳!

삐윳!

넓은 도신을 가진 얇은 도.

누가 봐도 상리를 벗어난 기이한 형태의 도가 만들어내는 묘한 파공성이 들리고....

맨 앞에서 달려오던 자의 머리가 날아간다.

그 뒤에서 놀라는 자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사선을 그리는 철판에서 나오는 파공성과 함께 떨어져 내리는 백골문도들의 수급.

막아서는 백골문도의 목을 자르며 무적이 빠르게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퍼억!

모래자루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적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는 하얀 가루.

정문의 양쪽 기둥에 매달아 둔 포대가 터지며 석회가루가 무적을 덮쳤다.

세상을 덮을 것처럼 밀려 내려오는 석회가루가 무적의 눈을 가리고....

삐윳!

삐윳!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선을 그리는 무적의 철판에 사방으로 날리며 비켜서는 석회가루.

그리고....

피융!

피융!

살이 나르는 소리가 들리고....

시야가 확보된 무적의 눈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십 개의 화살이 보인다.

대청 앞에 스무 명 남짓의 활을 든 자들이 자신을 향해 활을 쏘고....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무적의 칼이 살짝 흔들린다.

그리고....

삐윳!

칼이 만드는 파공성과 함께 무적의 전신을 감싸는 칼의 그림자가 나타나고....

타탕!

타타탕!

무거운 쇠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칼이 만든 그림자에 튕겨나가는 화살.

그리고 수레바퀴를 전신에 두른 것처럼 칼의 그림자를 두른 무적의 몸이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간다.

삐윳!

삐윳!

크악!

크아악~~!

놀라는 궁수들의 목에 철판이 떨어지고....

돌아져 나오는 철판이 석회를 뿌리는 자들의 허리를 가른다.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터져 나오는 비명과 사방으로 날리는 목과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는 몸뚱아리.

자욱한 피안개 속에서 더 이상 석회를 뿌리는 자들도 화살을 날리던 궁수들도 보이지 않자 칼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무적이 칼질을 멈추고 살짝 주위를 둘러보는 바로 그 순간....

무적의 옆구리를 향해 빠르게 밀려오는 한줄기 기운.

삐윳!

쩡!

쇠벽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무적의 칼이 사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힘과 부딪쳤다.

응?

처음으로 느껴지는 칼의 진로를 막는 뚜렷한 기운.

자신을 튕겨낼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저항감.

도왕동부를 나온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파천일식이 막혔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상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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