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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천하, 나의 검 너의 노래-117화 (117/168)

117화. 진정한 삼대재액

“네 이놈! 감히!”

도광효가 소리쳤다.

사도명은 물끄러미 도광효를 보더니, 오른손을 들어 튕겼다.

금강의 기운을 담은 지풍이 날아가 도광효의 이마를 노렸다.

금강은 응축이며 정화!

빠르고 더 없이 강했다.

사도명의 지풍은 천하무림을 호령하는 십구성좌의 장문이라도 막아내지 못할 위력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도광효가 양손을 들어 사도명의 지풍을 옆으로 쳐낸 것이다.

터-엉!

“지옥문을 이끌던 도광효의 무공은 제법 강하다 알려졌지만!”

사도명은 옆으로 튕겨난 자신의 지풍을 허공에서 제압하여 다시 도광효에게로 되돌렸다.

“내 금강지를 튕길 수 있을 수준은 아니었다.”

지풍이 허공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도광효의 전신 혈도 네 군데를 동시에 내렸다.

타타타-탕!

하지만 도광효는 그 네 갈래 금강지도 마찬가지로 쳐내면서, 좀 전 자신이 보여준 무공 수위가 요행이 아님을 증명했다.

“백산 장군을 만나고 왔다면 이미 상황을 들었을 터!”

도광효가 소리쳤다.

“내가 누군지 이야기 듣지 못하였소, 조화무제?”

“그래. 들었다.”

사도명은 손을 내렸다.

“숨겨 놓은 무공. 숨겨 놓은 신분! 그러니까 도광효, 네가 회천객들의 대형이라 불리는 자, 라는 얘기가 맞지?”

“맞소. 그러니까… 헉!”

도광효는 사도명이 일 장의 거리를 건너뛰어 곧바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헛바람을 삼켰다.

사도명의 주먹이 도광효의 가슴을 곧바로 쳤다.

꽈-앙!

“크헉!”

도광효는 입으로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강력한 충격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도광효는 황제의 발 아래에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숨겨진 신분이 있다고, 네가 죽게 만든 그 수 많은 죽음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응?”

도광효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가까스로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사정이 있으니 들어주어야만….”

“저 자식이 한 마디라도 더 떠들면 황제를 베어, 교교!”

사도명의 두 눈이 살기를 머금은 채 번들거렸다.

놀란 도광효는 몸을 돌렸고, 거기서 황제의 뒤에 어느새 나타나 있는 은교교를 볼 수 있었다.

은교교의 손에 들린 청상검이 황제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도광효는 입을 다물었다.

감히 한 마디라도 더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황제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좋아! 내 목을 가져가서 배화교주와 협상할 수 있다면, 기꺼이 주지. 가져가라.”

사도명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황제의 눈을 물끄러미 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진심이다. 그만해.”

은교교가 검을 내렸다.

긴장이 풀린 황제가 용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도광효가 달려가서 황제를 부축했다.

“폐하!”

은교교는 사도명의 옆으로 걸어와서 섰다.

사도명은 은교교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도광효에게 보여주었다.

“무엇인지 알지?”

도광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화령! 명교의 신물로 차기 교주의 자격을 나타내지.”

“교교는 이걸 회천연합의 총수로부터 받았다. 그 사람이 이걸 왜 교교에게 전했는지, 회천객들의 대형인 당신이라면 설명해 줄 수 있지?”

“그건 은령선자에게 전달됐지만, 그녀의 것이 아니오.”

은교교가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내 것이 아니에요. 이건 대체 누구의 것이죠?”

도광효는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사도명을 보았다.

무언의 대답을 알아들은 사도명이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헛소리?”

“헛소리가 아니라 진실이오. 모든 것을 이해하려면, 많은 이들이 예언한 삼대재액의 진짜 내용을 알아야 하오, 조화무제.”

도광효는 입가에 묻은 피를 마지막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먼 길을 달려왔을 테니, 우선은 차 한잔 합시다. 모두 이야기해 드리겠소.”

**

궁녀 한 명이 차를 가져왔다.

젊고 아름다운 궁녀였다.

그녀는 황제의 앞에 놓은 차를 은수저로 찍어 먼저 맛을 보았다.

도광효가 설명했다.

“효경은 황상을 지근에서 모시며, 모든 음식의 기미를 보는 임무까지 맡고 있소.”

궁녀 효경은 고개를 조아린 후, 황제의 옆에 벽을 보고 섰다.

“명하실 일이 더 있으시면, 어깨를 두드려 주소서.”

“효경은 늘 황상의 옆에 있지만 대화를 나눌 때 주의할 필요는 없소. 왜냐하면, 효경아!”

도광효가 궁녀 효경의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

효경은 돌아보지 않았다.

도광효가 사도명에게 말했다.

“그녀는 나면서부터 귀가 들리지 않으니까.”

사도명은 단숨에 차를 비운 후, 도광효를 보았다.

“좋소. 그 진짜 삼대재액이라는 것에 대해 이제 말해보시오.”

도광효는 천천히 차를 마셨다.

“예견되는 위험은 사실 큰 위험이 아닐세.”

그는 이미 차를 모두 비운 사도명과,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은교교를 번갈아 보았다.

“검성을 비롯하여 수많은 영웅들이 대비하였기에, 아수라혈황을 비롯한 팔대마문의 재앙이란 사실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지.”

“말을 돌리는 걸 좋아하지 않소. 빨리 본론으로!”

“삼대재액이란 사실, 모두가 배화교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네.”

도광효도 남은 찻물을 모두 비웠다.

“그 첫 번째는 이미 자네도 경험한 성화산인들! 천하에 퍼진 일천 명의 성화산인은, 배화교의 명령에 의해 모두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자들이네.”

사도명은 이미 성화산인 한 명이 일으킨 폭발의 참사를 경험해 보았었다.

“확실히 재액이 맞군. 하지만 회천객이 있지 않소.”

사도명이 말했다.

“회천객이 성화산인의 굉천환을 제거할 수 있으니, 그 재액은 예방할 수 있을 거요.”

“쉬운 일이 아니었지.”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황제가, 자신의 앞에 있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도 차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있었다.

“제왕검형의 천자결이 응용된 기술이지. 회천연합의 총수는 정말로 그 일에 공을 들였어.”

사도명이 미간을 찡그렸다

“회천연합을 알고 있소?”

“어찌 모를까? 그는 나라를 세운 후, 천하를 위해서라도 건국공신인 명교를 제거해야 한다고 황실에 건의했던 사람인데.”

사도명은 회천연합의 총수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은교교가 머릿속의 기억을 통해 전달한 총수의 모습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총수가 황실의 인물? 그런 거요?”

“황실의 사람은 아니지만, 자, 아무튼 계속 들어라, 조화무제.”

도광효가 설명을 이어갔다.

“삼대재액 중의 두 번째 역시 무제가 이미 만나본 바가 있는 존재들이오. 무제가 천사를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소.”

사도명이 미간을 찡그렸다.

율천의 강함!

그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었고, 사도명의 성취조차 뛰어넘는 것이었다.

“혈화천사 율천! 그가 사용한 공간을 뛰어넘는 검술은 확실히 경악할 만했소. 하지만 그것만으로 삼대재액 중 하나라는 건?”

“천사들은 본래 각각 팔대마문을 상대할 수 있기 위하여, 명교에 의해 키워졌소.”

도광효가 찻잔에 조금 남은 찻물로, 탁자 위에 작은 동그라미 여덟 개를 그렸다.

“검성 등과 마찬가지로 명교 역시 팔대마문이 일으킬 겁난을 대비했던 것이지.”

사도명과 은교교의 눈은 잔뜩 커져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도광효가 그린 여덟 개의 작은 동그라미를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천사…들?”

사도명이 묻자 도광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무제가 이미 상대한 천사가 도합 여덟 명이나 된다면, 그들 각각이 모두 혈화천사만큼이나 강하다면, 그들은 충분히 진(眞) 삼대재액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겠소?”

배화교는 전래되어 오던 팔대마문을 상대하려고 여덟 명의 초인을 키워냈다.

그러나 배화교는 세상에 배신당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키운 초인을 복수에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터였다.

“성화산인들이 실패하면, 배화교는 팔대 천사를 폭주시킬 거요. 그들이라면 당연히 또 다른 재액이라 볼 수 있지.”

도광효의 말에 은교교가 한숨을 다시 쉬었다.

“그럼 세 번째의 재액은 그 두 가지보다 훨씬 위험한가요?”

“훨씬 위험하지. 너무너무 위험하며, 가히 진정한 재액이라고 할 수 있다오.”

“어떤 것이죠?”

도광효가 황제를 한 차례 본 후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명존강림!”

“명존이라면, 배화교가 받드는 최고신이잖아요. 그들이 스스로를 명교라 칭하는 이유기도 하고.”

은교교는 자신이 걸고 있는 목걸이를 보았다.

거기 달린 작은 돌에는 기묘한 문양이 박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명존을 뜻하는 기호였다.

“그래도 명존은 선한 신이라고 들었어요.”

은교교의 말은 사실이었다.

박해와 억울한 죽음으로 배화교가 사교화 되었지만, 그들이 모시는 명존은 본래 선하며, 세상에 빛을 전하는 신이었다.

도광효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존재하듯, 모든 존재에는 이면이 있소.”

사도명이 눈을 빛냈다.

“선한 신 명존의 어두운 모습이 존재한다는 거요?”

“명존의 인도를 받은 명교의 창시자께서는….”

도광효가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처참한 형벌을 받고 죽었지. 온몸의 살가죽이 산 채로 벗겨지는 벌이었소.”

“아!”

은교교가 놀라서 입을 막았다.

“자신의 분신이 처참히 죽자, 명존은 노했고 또 다른 모습인 파멸전륜왕의 모습을 드러냈지. 파로샤 제국은 그렇게 망했소.”

은교교는 단순히 놀랐지만, 사도명은 굳어버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도광효가 연 마음에서, 파멸전륜왕이 출현한 후 닥칠 미래의 상상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 타 사라진 세상.

사도명이 황제를 보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럼 나으리는 회천연합과 처음부터 손을 잡고, 진짜 삼대재액이 닥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다는 거요?”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명이 다시 소리쳤다.

“뜻이 좋다 해도 과정이 나쁘면 또한 악이라 불러야 할 거요. 세상을 위한단 핑계로 그 많은 사람의 희생을 무릅쓸 수 있소?”

“너라면 어찌했겠느냐?”

짧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사도명은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구패객으로 살았던 전대 황제의, 지친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은 황제도 그와 마찬가지로, 내심은 온통 지치고 무너져 있는 것이 아닐까?

차마 황제의 마음 깊은 곳을 읽기조차 두려웠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사도명은 결국 한숨만 쉬었다.

“사람은 자신의 삶조차 어쩔 수가 없구나. 설령 황제라 해도, 예외일 수가 없구나.”

사도명은 다시 황제를 보았다.

“내가 어찌해주길 바라오?”

“오대마문과 삼대마문에 의해, 무림의 힘은 오히려 강해졌다.”

황제가 말했다.

“가령, 조카를 죽이고 무림까지 핍박한 나의 죽음이면, 모두가 합심하여 뭉치지 않겠느냐?”

사도명이 미간을 찡그렸다.

“당신을 정말 죽이라고?”

“대업이다! 나의 선조가 그러했듯, 짐을 죽이고 네가 새로운 황제가 되는 거다, 무제.”

사도명은 회천연합의 총수가 은교교를 통해 성화령을 전달하려 한 진짜 의도를 깨달았다.

“새로운 황제! 배화교 차기 교주! 검몽의 신분이었던 내가 무림맹주가 되었듯, 그런 과정을 통해 배화교의 복수를 끝내겠다?”

“오래 준비했다. 완벽한 계획! 짐과, 도연이 함께 세웠다.”

황제의 선언은 폭탄이었다.

모두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사도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황제의 옆에 서 있는 궁녀 효경을 보았다.

“나으리의 저 선언에 대해서, 귀하는 어찌 생각하오?”

도광효가 고개를 흔들었다.

“소용없네. 효경은 선천적인 귀머거리고 말을 듣지 못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효경이 몸을 돌려 사도명을 보았다.

“당연히 어리석으며, 통할 리 없는 계획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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