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령천하, 나의 검 너의 노래-76화 (76/168)

076화. 밀소림

불화가 움직였다.

호흡이 없고 심장도 여전히 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손을 움직여서 대방 선사를 붙잡았다.

“나와 내기하자, 친구여.”

불화는 대방 선사를 보며, 아득한 옛날에 그가 육조 혜능을 보며 했던 말을 반복했다.

대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으! 크으윽!”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대방 선사가 소리쳤다.

“나, 나가시오, 맹주! 여긴 빈승이 감당하겠소. 크으. 지금 불화 사조는 빈승을 육조로 차, 착각하고 있는 것 같소.”

불화는 반야대능력을 역으로 바꾸어 역천반야대능력을 만들었다.

역천반야대능력은 소림사에 전해오는 모든 정종 무공과 그 내공을 무력화시킨다.

대방은 지독한 고통을 느꼈다.

역천반야대능력이 그의 내공을 소멸시키기에 나타나는 결과였다.

“힘과 힘을 소멸시키는 역방향의 흐름! 그 소멸의 확산!”

사도명은 뒤로 물러나거나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걸어가서 대방 선사의 손목을 쥐고 있는 불화의 손목을 다시 잡았다.

“순리와 역리! 둘 사이의 모순을 이용해 육체가 죽었음에도 의지가 살아 있게 한 것인가?”

대방이 소리쳤다.

“맹주! 물러나시라니까요!”

“이 불귀옥을 만든 게 이 사람이라 했습니까? 그렇다면 불귀의 진짜 의미를 비로소 알겠군요.”

사도명의 차분한 말이 끝나자, 대방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소림 내공을 소멸시키고 있던 불화의 기운!

한데 사도명의 왼손이 불화의 손목을 쥐자, 그 기운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게 어찌 된 겁니까?”

“이해하기 실로 힘듭니다.”

사도명이 장심에서 뿜는 기운이, 불화의 기운을 흐트러뜨렸다.

불화의 역천대반야능력이 대방에게 작용하는 방식과 똑같은 일이, 사도명과 불화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천사해! 검성께서 제 사문에 전한 네 가지 깨달음은 흘러가는 시간과 끝이 없는 세월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사도명의 오른손이, 대방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세월이란 돌이킬 수 없는 흐름. 창천사해는 때로는 세월과 맞서고, 때로는 순응합니다.”

대방의 안색이 편안해졌다.

고통이 빠르게 가라앉는 것을 느낀 대방은 사도명에게 물었다.

“수, 순리를 거스르는 역천반야대능력을 다시 한번 거스르신 겁니까? 매, 맹주께서는 역천반야대능력을 알고 계십니까?”

“그래서 기이합니다.”

사도명은 오른손으로는 대방의 몸에 들어온 불화의 역천대반야능력에 간접적으로 간섭하고, 왼손으로는 직접적으로 간섭했다.

그의 몸이 뿜어내는 기운과 그 기운이 흐르는 모습은, 불화의 역천대반야능력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하나의 흐름에서 정반대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와! 집중한 마음을 쏟아내는 출, 뒤바꾸는 역과 같은 흐름은 다른 곳에 적용함으로써, 서로 다른 것을 같도록 이을 수 있는 전! 이것이 창천사해!”

사도명은 왼손에서 뻗은 기운과 오른손에서 뻗어 대방의 몸을 통과시킨 기운을 불화의 몸속에서 충돌시켰다.

꽈드-등!

폭음이 일어나며, 불화의 몸이 뒤로 멀리 밀려났다.

불화의 제압에서 풀려난 대방을 향해 사도명이 말했다.

“창천사해를 한꺼번에 시전하면, 역천대반야능력과 신기하도록 닮은 결과를 낳습니다. 그러므로 밖으로 나가서야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장문인 같습니다.”

쿠오오오오오오!

불화 주변의 공기가 돌았다.

거센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모습은, 흡사 공간 그 자체가 세월과 더불어 회전하는 듯이 보였다.

불화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사도명을 향했다.

그는 분명히 죽었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뛰지 않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멈추었던 호흡이 마침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사, 살아나시는 건가?”

대방 선사가 합장하며 불호를 읊었다.

“아아. 열반하신 것이 아니라 가사 상태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계셨던 것입니까, 불화 사조?”

불화는 육조 혜능의 제자이니, 배분으로 보면 대방 선사의 까마득한 사조임이 분명했다.

불화의 눈에 마침내 빛이 다시 돌아왔다.

“나는 저 아래에 묻힌다. 불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불화가 사도명을 보며 말했다.

“이겨 봐라. 네가 날 버리면서까지 따르는 그 부처의 힘으로, 날 끄집어내 보아라.”

사도명이 아니라 그 옛날 육조 혜능을 보며 했던 말이었다.

대방 선사가 불호를 읊었다.

“아미타불. 오직 한 마음만을 남겨 영원히 육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 불화 사조?”

“대리국에서 금강의 깨달음을 깨쳤습니다.”

사도명이 오른손을 저었다.

대방 선사는 자신에게로 날아온 무상반야대능력의 비급을 받았다.

“집중하여 하나로 모으는 마음. 금강의 깨우침 덕에, 노선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도명은 불화를 보며 말했다.

동시에 대방 선사의 귀에 전음을 보냈다.

[비급을 들고 나가세요. 나가신 후, 여길 무너뜨리세요. 제가 불화를 막지 못하면 불화가 소림사를 없애는 거라도 막으세요.]

“아, 아미타불.”

대방 선사가 통로를 달려갔다.

사도명은 불화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았다.

불화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마침내 안정을 찾았다.

물끄러미 사도명을 보던 불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혜능의 후예냐?”

불화의 눈빛은 또렷했다.

조금 전까지, 과거의 말만을 반복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사도명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소림과 관계없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묻으며, 역천반야대능력으로 세월을 동결시켰다.”

불화가 미간을 찡그렸다.

“모든 것은 친구의 진전을 이은 후예만이, 나의 긴 잠을 깨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역천반야대능력이 무너질 때, 깨어나시도록 안배하신 거죠?”

“이제 나의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흐른다. 나는 죽어간다. 죽기 전에, 나는 누가 옳았는지를 결론 내고 싶었다. 아아! 그런데 아무 관계 없는 네가 나를 깨우다니.”

불화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그의 몸에서 강력한 기세가 피어올랐다.

쿠오오오오-!

불화 발아래의 땅이 움푹 꺼지고, 기세가 닿는 곳에서는 돌조각이 저절로 먼지로 변했다.

퍽! 퍼퍼퍽!

“너를 증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용서도 않겠다. 너는 내 꿈을 부쉈으니, 나도 너를 부순다.”

“창천사해의 깨달음은 검성께서 전하신 겁니다. 그 모습이 반야대능력과 닮은 이유를, 저로서는 알지 못합니다.”

사도명이 오른손을 들었다.

후우-우우웅!

장심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주변 모든 것을 부수던 불화의 기운이 놀랍게도 사도명의 장심에 미치자 중화되기 시작했다.

“진정한 도란 끝에 이르러 서로 닮는 것일까요? 노선배는 혹시 무상반야대능력이 구대기보에 속함을 아십니까?”

“네가 나의 역천반야대능력을 어떤 수단으로 막아내고 있는지, 그것부터 설명하라.”

“막고 있지 않습니다.”

사도명이 힘겹게 웃었다.

“저는 반격하고 있는데, 오히려 노선배가 막아내고 계십니다.”

“정과 반. 모순의 조화! 그런 의미냐?”

불화가 오른손을 들었다.

사도명도 따라서 왼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을 힘을 뻗어내고 막았으며, 막고 다시 뻗어냈다.

“노선배의 말이 옳습니다.”

“더 이상 말해 무엇할까? 깨어났으니 이제 알아볼 거이다. 나의 선택과 내 친구의 선택.”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불화의 몸이 점점 떠올랐다.

처음에는 팽팽해 보였던 불화와 사도명의 대치는, 차츰 우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더 옳은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입니다. 그 세월 동안 키운 힘을 제가 당해낼 순 없습니다.”

“그럼 널 죽일 것이다. 밖으로 나가 소림을 불태우마.”

“제 이름은 사도명입니다. 제 삶을 스스로의 의지로 이끈다는 이름이죠.”

“갑자기 무슨… 소리냐?”

“노선배는 왜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무너뜨리십니까?”

사도명의 몸도 떠올랐다.

“순리를 따르는 창천사해가 노선배의 무공과 닮았습니다. 왜 스스로의 무공을 역천이라 부르죠?”

열세로 보였던 사도명의 몸에서 피어나는 힘이 갑자기 강해졌다.

콰아아아아-!

“세상의 일에 우연이란 없습니다. 두 무공이 서로 닮고, 제가 노선배의 앞에 서 있는 지금이 우연이 아니라면…”

“더 이상 말하지 마라.”

불화가 달려들었다.

사도명은 양손을 들어 불화의 양손을 깍지 끼어 잡았다.

서로 밀고 서로를 당기는 힘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 놈도 똑같이 말했다. 자신과 나, 둘 사이 인연에는 부처의 뜻이 있을 거라 말했다.”

“없다 생각하십니까?”

“있다면 그 부처를 내게 데려오라. 녀석이 내 친구를 데려갔다. 내가 사랑했던 녀석을 훔쳐갔어.”

사도명의 눈이 빛났다.

“스스로를 역천이라 부르신 건, 절박했기 때문이군요. 역천반야대능력을 누군가 나타나서 깨뜨려 주기를 바랐던 겁니까?”

불화는 부들부들 떨었다.

잊고 있었던 한 마디를, 그는 돌연 떠올렸다.

- 불성은 어디에나 있네. 그러니 내가 오지 못해도 누군가 올 거야. 그는 내가 아니겠지만 또한 나일세, 노심. 왜냐하면 모든 것은 돌고 순환하니까!

“나, 나는 윤회전생 따위는 믿지 않겠다, 혜능!”

불화가 버럭 소리쳤다.

“이놈이 정말로 너의 화신이라면, 가장 잔인하게 죽여주마! 너는 나를 배신했잖느냐, 혜능!!”

**

밤이 왔다.

법허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가부좌를 한 채로 금강경을 암송하던 참이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금강경을 외웠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큰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자, 잘못 들은 것인가?”

눈앞에 보이는 검은 구멍.

그곳 지하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었다.

‘변하고 있다. 소림 전체를 둘러싼 기운이, 운명이 변한다.’

하늘에는 별이 떴다.

법허는 서쪽 하늘에서 빛나던 별 하나가 흐려지는 것을 보았다.

“소림을 상징하는 별이 빛을 잃고 있다. 소림의 명운이 다하였다는 뜻인가? 아니면….”

- 혹은 소림의 운명이 새롭게 열린다는 의미일 수도요!

놀란 법허가 옆을 보았다.

대방 선사가 그의 옆에 서서, 소림 특유의 반장을 했다.

“법허 사숙!”

“여, 열반한 것이 아니셨나, 장문 사질?”

“아수라혈교와 삼대마문을 속이고자 가짜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다행이야. 살아 계시니 정말 다행일세, 장문 사질. 대체 어디에 계셨던 건가?”

대방 선사는 법허 뒤의 암벽 구멍을 보았다.

“저곳입니다.”

“아미타불. 맹주의 짐작이 맞았군. 불귀옥은 불귀가 아니었어. 돌아올 방법이 있는 거였군.”

“불화 사조가 깨어났습니다.”

“불화?”

법허는 불화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몰랐기에 미간을 찡그렸다.

“소림의 선배십니다. 무상반야대능력을 깨치신 분이고, 그 비급을 숨기셨던 분입니다.”

대방 선사는 지하에서의 일을 빠르게 설명했다.

“역시나 밀소림은 존재했군.”

법허의 말에 대방 선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깨어났습니다. 불화 사조는 그 자체로 밀소림입니다.”

“이토록 험난한 때에 내부의 혼란마저 깨어나다니! 아미타불.”

“맹주께서 막고 계십니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대방 선사가 자신이 방금 나온 암벽의 구멍을 보았다.

“지금 무엇을 하려고… 아, 아니 되네. 하지 마!”

대방 선사의 의도를 깨달은 법허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대방 선사는 이미 소림의 백보신권을 암벽의 입구에 쏟아낸 후였다.

꽈-앙!

암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법허가 고함을 질렀다.

“맹주가 저 아래에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맹주께서 원하셨던 일입니다. 만약을 대비하여, 쿨럭쿨럭!”

대방 선사가 피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토했다.

“장문 사질!”

“내상이 큽니다.”

쿠르르르릉!

암벽이 무너져서 작은 구멍을 완전히 막았다.

대방 선사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힘없이 말했다.

“지금과 같은 때에 밀소림이 밖으로 나오게 두면 안 됩니다. 맹주의 뜻에 저 또한 동의했습니다.”

법허의 안색은 창백했다.

“하, 하필이면 이럴 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저는… 오래 견디진 못할 것 같습니다.”

법허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별빛은 아까보다 더 흐렸다.

법허는 시선을 내려 대방 선사가 들고 있는 녹옥불장을 보았다.

“그것으로, 살아남을 제자들을 모을 수 있나, 장문 사질?”

“당연합니다.”

“당장 하게.”

“당장요? 시간이 걸립니다.”

대방 선사가 미간을 찡그렸다.

“다급한 일이 있습니까?”

법허는 기묘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산 아래를 가리켰다.

“우리가 결정한 최후 결전의 날은 닷새 후. 지옥문이 우리 결정을 순순히 따라줄 리 없겠지?”

법허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대방 선사는 법허의 시선이 바라보는 산 아래를 보았다.

그 강함을 감지하기 어려운 수십 명이 사방 모든 방향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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