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령천하, 나의 검 너의 노래-64화 (64/168)

064화. 그리고 일 년(1)

사도명은 장가계에서 은교교를 구했고, 연자강 일행을 합류시키면서 조화결사대를 정비했다.

일로종횡이 마침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제갈세가의 제갈평이 <십자천하록>을 보완하기 위해 집필한 <조화실록>은 이후의 상황을 아래와 같이 전한다.

<일로종횡은 이어졌다.

호남을 떠난 후 조화무제는 강서성으로 향했다.

천하에는 연판장에 참여하고 명패를 소지함으로써 극락문에 충성했던 무림인이 많았다.

그들은 수라겁황에 맞서 천하를 구한 것이 극락문이라 믿었다.

장가계의 상황이 터진 후, 많은 이들이 극락문에 물었다.

극락문이 염라마인을 만들어 온 것이 사실이냐고?

극락문은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진짜 극락문주가 나타났고, 그는 스스로를 태황이라 칭했다.

여태껏 무림에 수많은 왕이 나타났으나, 오직 자신만이 무림왕들의 위에 군림하는 무림의 태상황제라는 의미였다.

태황은 극락문의 이름을 지옥문이라 바꿈으로써, 무림인들이 던진 의문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우내 삼대마문이 극락문의 뿌리임을 공언했다.

지옥문 제1호 포고!

태황의 존명을 말할 때, 극도의 경의를 표하는 일은 의무이다.

지옥문 제2호 포고!

지옥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이유 불문 주살한다.

지옥문 제3호 포고!

모든 무림인은 지옥문이 발행하는 명패를 가져야 하며, 명패를 가지지 않는 자는 주살한다.

사람들은 극락문의 포고가 본래는 지옥문과 그 문주인 태황의 의지였음을 비로소 알았다.

극락문주로 알려졌던 연자강!

그는 검성이 환란의 시대를 대비해 세상에 남긴 무릉촌의 수호인이었음도 알려졌다.

연자강은 서왕모와 함께 극락문을 이끌었지만, 진실을 알고 보니 지옥문의 출현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옥문은 삼대마문 출신의 마두들을 내세워, 천하를 피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잠시 자신이 무림인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던, 수많은 강호의 의협들이 일어섰다.

그 선봉에는 조화결사대와 그 대장인 연자강이 있었다.

자칫 지옥문의 염라마인이 될 뻔했던 사람들의 분노는 컸다.>

지옥문과 조화무제 일행의 첫 번째 대규모 전투는 강서성 포양호에서 일어났다.

적마교가 강서성 여강 인근에 자리 잡은 호심각의 일흔세 명의 목숨으로 조화무제를 협박했다.

호심각은 무림맹의 강서성 지부이며, 전통 있는 명문이었다.

조화무제가 달려갔을 때, 호심각 제자들의 목숨은 모두 처참하게 끊긴 후였다.

그리고 숨어 기다리던 열두 구의 혈강시가 나타났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여강에서부터 시작된 혈전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마침내 포양호에서 마무리되었다.

그 전투에서 조화무제보다 더 유명한 영웅이 탄생했다.

은령선자 은교교.

적암의 마녀라 불릴 수도 있었던 그녀는, 삼대마문을 무너뜨리는 싸움에 자신을 힘을 사용했다.

선자는 신녀로 높아졌다.

강호인들이 그녀에게 열광했다.

은령신녀는 열두 구의 혈강시 중, 다섯 구를 혼자의 힘만으로 박살냈다.

나머지 일곱 구를 처리한 사람도 조화무제가 아니었다.

조화결사대장 연자강.

그는 검성의 우주오검 중 우주홍몽을 펼쳐 단숨에 일곱 구의 혈강시를 먼지로 만들었다.

정파는 강했다.

오랜 평화에 취해 있는 것 같았지만, 이미 대환란을 대비하고 있던 영웅들이 많았다.

강소성에서 무림연합군은 자신의 힘을 증명했다.

그들은 조화무제가 나서지 않고도 지옥문과 싸울 수 있었다.

무림연합군이 보여준 강력한 무력은 안휘성에서 강호인들이 빠르게 무림연합군에 합류하기 시작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조화무제는 장강을 따라 강소성에서 안휘성으로 이동했다.

무림연합군은 태호에서 적마교의 두 번째 공격을 받았다.

이번엔 조화무제가 친히 나서, 단 일검에 적마교의 배 다섯 척을 단숨에 침몰시킨 후 외쳤다.

“우린 계속 강해질 것이다.”

정작 무림연합군이 곤란을 겪었던 것은 구화산 아래였다.

끝도 없이 펼쳐진 차밭에서, 그들은 심마문의 공격을 받게 된다.

심마문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문파로, 마음의 약점을 파고들어 사람을 조종한다.

마음에 악의 씨앗을 심어 심정을 악하게 변화시킨다.

염라탈혼은 사람을 염라마인으로 만드는 술법이었고, 탈혼이 여의치 않을 때는 어기전혼을 이용해 타인을 빙의체로 만든다.

구화산에서 그러했다.

차밭에서 일하는 팔백여 명의 인부들!

그들이 모두 심마문이 조종하는 빙의체가 되어 무림연합군에게 달려들었다.

인부들은 적이 아니었다.

무림연합군은 죄 없는 사람들을 해칠 수가 없었다.

혈강시를 물리쳤던 무림연합군이건만, 쟁기와 농기구를 든 인부들에게는 쫓겨 후퇴했다.

그때 남궁세가가 무림연합군에 합세한다.

무림세가는 검의 명문이다.

창궁무애검법과 제왕검형은 정파 검법의 정점에 있었다.

하지만 구화산에서 남궁세가가 보여준 것은 검법이 아니었다.

남궁세가의 천뢰제왕신공이 일으키는 천뢰기!

그 뇌전의 기운을 이용한 천뢰타명이, 남궁세가가 마문의 준동을 대비해 준비한 것이었다.

천뢰타명은 좌우 양손에 나눠 든 한 쌍의 검을 이용한다.

검과 검의 부딪침.

천뢰기를 가득 담은 두 검이 부딪치면, 뇌음(雷音)이 발사되어 심마문의 어기전혼을 몸속에서 깨뜨리는 것이었다.

남궁세가의 합류와, 그로 인한 심마문의 빙의체 퇴치는 조화무제의 일로종횡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삼대마문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 중의 하나인 심마문.

사람의 마음을 감염시켜 마음대로 조종하는 심마문의 빙의체가 더 이상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함을 증명하였던 것이다.

연합군은 강소성으로 향한다.

조화무제는 최종의 목적지를 하남성 소림사로 정했으면서도 안휘성을 거친 후 강소성으로 우회하는 먼 길을 선택하였다.

무림연합군이 강소성의 남경과 진강, 소주를 거쳐 태호를 건너 절강성으로 넘어갈 때까지 맞서 싸운 염라마인의 숫자는 가히 삼천 여 명에 달했다.

모든 염라마인을 죽인 것은 아니었다.

조화결사대는 염라마인들 중에서 선별하여, 조화심을 전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

아픔의 공유!

본래 염라마인이 될 운명에서 벗어난 조화결사대원들이기에 염라마인을 죽여야 할 적이 아니라 구조해야 할 동료라 인식했다.

적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조화심을 전달받는 조화결사대원의 숫자도 늘어났다.

애초 스무 명 남짓에서 시작된 조화결사대원은 절강성의 항주에 도착했을 때 그 숫자가 삼백 명에 달하고 있었다.

절강성 주산군도 중의 한 섬인 보타산에서 벌어졌던 전투는 흉험하면서도 끔찍했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지옥문은 보타산에서 나오는 차에 마기를 머금은 독기를 심어 천하 곳곳에 유통시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적마교는 염라마인 제작에 사용하는 적혼혈기를 차에 담는 방법을 이미 개발해 놓았었다.

감염된 차를 마시면, 몸속에 차츰 적혼혈기가 쌓인다.

그래서 죽은 자가 아님에도 혈강시 제조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사술이었다.

조화결사대원 일백 여 명이 그 전투에서 죽었다.

결사대의 부대장이 된 왕삼도 왼쪽 팔을 잃었다.

하지만 덕분에 지옥문의 사악한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었다.

천하에 무림연합군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차츰 퍼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의 일이었다.

내용은 대부분 동일했다.

극락문이 세상을 다스릴 때가 오히려 좋았다는 것!

“무림연합군이 전쟁을 일으켰잖아. 그 덕분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거라고.”

무이산에서 다시 한 차례의 전투를 더 치르고 해안을 향해 남하하다가, 사도명은 소문을 들었다.

“어쩌면 세상이란 노력하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 건지도!”

병에 걸리면 낫기 위해 쓴맛의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병보다 약의 쓰디씀을 경계한다.

사도명은 절강성의 해안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면서도 슬퍼했다.

그가 대륙의 바깥을 멀리 도는 이유는, 지옥문의 힘이 과거 무림맹의 힘이 미치지 않았던 곳에서 더욱 커짐을 알기 때문이었다.

“슬퍼 말아요. 조화결사대원은 싸울수록 늘어나고 있잖아요.”

은교교의 위로에도 사도명은 남몰래 우울해했다.

“하지만 사기는 떨어지오.”

일로종횡하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문파의 무인들은 지옥문과 그들에 맞서 싸우는 무림연합군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복종하며 고개 숙이고 사는 일이, 고개 들어 마주 보며 싸우는 일보다 쉬웠다.

“그냥 세 가지의 포고만 지키면, 죽는 이 없고 무림이 평화로워질 거잖소? 왜 굳이 분란을 만드오?”

광동성은 더웠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의 마음은 스산했다.

그들은 광동성의 유명한 요리조차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간혹 음식점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야만 했다.

“대체 이 전쟁을 언제나 끝날 겁니까? 고생하는 사람들이 보이지도 않습니까?”

세상 사람들의 질문은, 사도명을 한숨 짓게 만들었다.

전쟁은 사도명이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싸우지 않으면 복종해야 한다는 설명은 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삼대마문을 마음 깊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림연합군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삼대마문에게는 아무 것도 말하지 못했고, 무림연합군에게만 계속 불만을 터뜨렸다.

광서성 계림에서 조화결사대원 두 명이 죽었다.

지옥문의 공격이 아니었다.

평민이 건네준 음식에 독이 들어 있었다.

“너희들 때문이다.”

범인은 소리쳤다.

“너희가 전쟁을 일으켜서 내 동생이 죽었어.”

그의 동생은 지옥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보타산 전투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던 지옥문은, 그 분노를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문파의 주변 주민들에게 풀었다.

“슬프냐? 원망을 하려거든, 무림연합군을 탓해라.”

마을 사람을 벤 후, 지옥문의 무사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독을 사용한 범인은 지옥문 무사의 말에 따랐다.

그는 염라마인과 싸우느라 지친 조화결사대원에게 독을 썼다.

사도명은 범인을 잡고 나서도 쉽사리 그를 단죄하지 못했다.

그는 죄를 지었지만, 이미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의 목을 벤 사람은 조화결사대장을 맡고 있는 연자강이었다.

“아픔은 이해한다. 하지만 너 때문에 죽은 두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너를 위해 악과 싸웠던 이들이다.”

슬픔이 있다 해서, 잘못된 행동까지 용서할 수는 없다.

연자강은 친구를 떠난 공적인 신분으로, 사도명에게 말했다.

“마음을 굳게 세우시오, 맹주. 아픔이 있다고 결사대원을 둘이나 죽인 잘못을 용서한다면, 천하인들은 지옥문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칼을 겨눌 겁니다.”

겁쟁이는 두려운 적을 베지 못한다. 오직 두렵지 않은 자신의 편에게만 고함을 지른다.

사도명은 연자강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귀주성에서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했다.

개양에서 귀양으로 넘어갈 때, 귀주성에 기반을 둔 일곱 개 문파가 무림연합군을 공격해 왔다.

염라마인과 혈강시가 뒤에서 그들을 도왔다.

“지옥문이 우리 가족들을 인질로 잡았소. 어쩔 수 없잖소?”

사흘 밤낮의 치열한 전투 끝에, 결국 항복한 금사방의 방주 허명회는 그렇게 물었다.

세상에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너희가 저지른 짓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지옥문이 정체를 드러냈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이름을 담은 명패를 착용했다.

선택된 신분이라는 특권을 사용했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혔다.

“염라마인 중 다섯이 조화심을 깨달아 결사대원이 되었다. 그런데 너희와 싸우며, 기존 결사대원은 일곱 명이 희생되었지.”

사도명은 직접 검을 뽑았다.

“싸움의 도중에 이미 네게 알렸다. 진정으로 인질이 잡혀 어쩔 수 없다면 물러나 있으라고! 그러나 허명회! 너는 내 말을 듣고도 결사 대원 두 명을 죽였지?”

사도명은 무림맹의 맹주의 자격으로 허명회를 벴다.

“나머지 생포한 자들도 죄를 따져서 벌해라. 허명회의 목은 세상에 보여라. 인질 작전은 통하지 않음을, 지옥문이 알게 해라.”

그날 사도명은 은교교의 무릎을 베고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나쁜 일만 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광서성에는 여러 부족이 살고 있었다.

묘족, 회족, 그리고 장족은 무림연합군에 오히려 협조적이었다.

그들은 적이 누구며, 적과 싸우는 이가 누군지를 구분했다.

오랫동안 소수 부족으로 핍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일들의 결과로, 귀주성을 벗어나 운남성으로 들어설 무렵, 조화무제 사도명의 이름은 세상에 더욱 널리 알려졌다.

그 이름은 이미 잔혹함의 대명사에 다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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