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화. 끔찍한 음식
마을은 작았다.
하지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객점은 하나 있었다.
네댓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 한 명이 객점 앞에서 놀고 있었다.
사도명과 은교교는 아이를 지나쳐, 객점으로 들어갔다.
은교교가 충분한 은자를 갖고 있기에, 돈 걱정은 없었다.
“가장 좋은 요리를 세 가지 주세요. 이 돈이면 되나요?”
“물론이지요.”
안주인이 환하게 웃었다.
은교교가 탁자 위에 올린 은자는 안주인을 만족시킬 정도로 많았다.
객점은 간판을 대신하는 표기조차 제대로 세워놓지 않았지만, 음식은 무척 좋았다.
간이 강하지 않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주방에서 계속 칼질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만 듣고도, 주방에 있는 바깥주인의 요리 솜씨가 일품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요리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맛있네요.”
은교교는 음식을 먹는 내내 객점의 요리를 칭찬했다.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쓰임새에 딱 맞는 크기로 잘려있어요. 국물을 머금어야 하는 재료의 단면은 충분히 거칠고, 입에 매끈하게 넘어가야 하는 재료의 단면은 단정하기 그지없네요.”
“그렇소?”
“손님을 맞이하는 안주인의 행동도 야무져요. 저는 많은 객점을 다녔지만, 여기처럼 깔끔하고 단정한 곳은 보지 못했어요.”
“그렇군!”
안주인은 시골에 있기에는 아까운 미모였다.
말간 이마가 그녀의 성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은교교는 혹시나 싶어 요리마다 일일이 은방울로 조사하다가, 태연히 음식을 먹는 사도명을 보고, 자신도 편안히 음식을 먹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은교교는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신이 가르쳐 준 선과 점의 가르침에 대한 건데요….”
“그걸 계속 생각 중이오? 당신은 매우 좋은 제자군.”
“선이 아니라 하나의 점에 집중하니까, 제가 서 있는 점이 오히려 흔들려요. 왜 그렇죠?”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의 차이 때문이오. 사람은 자신이 움직이는 것을 타인이 움직인다 착각하기도 하고, 세상이 움직이는 것을 내가 움직인다 착각하기도 하오.”
“음. 혹시 점과 점의 연결을 흐름과 이동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저는 지금 아까 청상검을 쏘아낸 수법을, 신법과 보법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어요.”
“좋은 질문이군.”
사도명이 빙그레 웃었다.
“당신은 내가 탁호강과 싸울 때, 갑작스럽게 그의 바로 옆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을 거요.”
“네, 봤어요.”
“그 모습이 대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오.”
은교교가 미간을 찡그렸다.
“쳇.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면 안 되나요?”
“설명하기 싫어서가 아니오.”
사도명은 다시 한번 웃었다.
“깨달음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기 때문이오.”
“개성?”
“제일해 와와 제이해 출의 무공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오. 내가 깨닫는 것과 당신이 깨닫는 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안다고 해도 가르쳐 줄 방법이 없소.”
“아!”
은교교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알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하기 전엔 모르고, 막상 시작해야 알게 되는 일들이 있소.”
사도명은 음식을 이것저것 먹으면서 웃었다.
“먹어보기 전에는 진짜 맛을 알 수 없는 이 음식들처럼.”
은교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로 모든 요리가 마음에 쏙 드는 객점이에요.”
“그럴 줄 알았소.”
사도명이 웃었다.
은교교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 와 본 적이 있나요?”
“어떻게 없겠소?”
사도명이 되물었다.
“이 마을은 외부와 고립되어 있소. 지하수로를 나오면 거치면 반드시 와야 하지만, 다른 방법으론 쉽게 오지 못하오.”
“아!”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좋소. 그들은 외부 사람을 반겨주고, 자신들이 가진 특별한 음식을 마음껏 대접하오.”
“특별한 음식? 지금까지 먹은 요리도 충분히 특별했어요.”
“다만 좋은 요리일 뿐, 특별하지는 않았소. 특별 요리는 이제부터 겨우 시작이지.”
주방에서 또다시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이제 곧 나오겠군.”
과연 주방의 문이 열리고 안주인이 새로운 요리를 들고 나왔다.
“자아. 손님을 환영하는 우리 마을의 특별 요리. 반드시 모두 먹어주세요, 손님들. 돈은 받지 않습니다. 호호호.”
안주인이 커다란 접시에 담긴 요리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은교교는 그 요리를 보고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악!”
요리는 요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꿈틀거리는 뱀과 지렁이, 전갈들이 일부는 굽고 튀겨지고, 일부는 살아 있는 채로 놓여 있었다.
끔찍한 요리 사이사이에는 꿈틀거리는 애벌레들이 섞여 있었다.
“요리는 일종의 시험이오.”
사도명이 말했다.
“옛날 한 사람이, 먼 미래, 장백산의 난리를 예언했소.”
“난리? 어떤 난리죠?”
“많은 사람들이 죽을 난리. 그는 그 난리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려 지하수로를 개척했소.”
“아!”
“지하수로를 따라 난리를 피한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이 마을도 만들었지. 한데 난리가 나면, 먹을 것이 부족할 것은 당연하잖소?”
사도명이 접시 위의 꿈틀거리는 벌레를 한 마리 집더니, 입에 넣고 으적거리며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악식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요. 이건,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이오.”
벌레가 이에 의해 부서지는 소리가 끔찍하게 울려 퍼졌다.
사도명이 다시 다른 종류의 벌레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은교교는 사도명을 보았다.
“그럼 이, 이곳의 사람들은 평소에 그와 같은 벌레를 먹나요?”
“그렇소. 아까 우리가 먹은 음식은, 이곳의 사람들은 평소에는 먹지 않는 것이오.”
“하지만 우린 이곳의 사람이 아니잖아요. 왜 굳이 벌레를 주면서 우리를 시험하죠?”
사도명이 한숨을 쉬었다.
“벌레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게 될 것 아니오?”
은교교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꿈틀거리는 벌레를 보더니, 심호흡했다.
“이 마을 주민들이 모두 이런 걸 먹는다면, 나 역시 먹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거네요.”
은교교가 벌레를 집었다.
자신의 입 가까이 꿈틀거리는 벌레를 가져가는 은교교를 보며, 사도명이 물었다.
“자신이 있소?”
“솔직히 없어요. 처음에는 나를 놀리려 끔찍한 음식을 내놓았다 생각해 화가 났어요. 그런데, 마을 주민들 입장에서는 난리가 났을 때 사람들을 구하려 준비하는 것이라 하니….”
은교교는 두 눈을 꾹 감은 채로 벌레 한 마리를 입에 넣었다.
“시도는 해 봐야겠지요?”
으적! 으저적!
벌레의 껍질 씹히는 소리가 은교교의 입속에서 그녀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잔뜩 일그러졌던 은교교의 얼굴이 차츰 펴졌다.
그녀는 놀랍다는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사도명을 보았다.
“이건, 놀랍게도, 심지어 먹을 만하군요.”
사도명이 빙그레 웃었다.
“벌레만 먹고도 건강한 부족들이 세상에는 꽤나 많이 있소.”
“나를 놀라게 하려고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벌레는 별 것 아니지. 이번의 음식에는 더욱 크게 놀랄 거요.”
주방의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악!”
은교교는 정말로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청상검을 빼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객점의 안주인이 매우 큰 접시를 들고 나왔다.
그 접시 위에 놓인 것은 네댓 살가량의 여자아이였다.
들어올 때 보았던 꼬마!
여자아이가 푹 삶아진 모습으로 접시 위에 놓여 있었다.
안주인은 은교교가 겁을 빼들었건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은령선자 님은 사도명으로부터 우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나요?”
안주인의 말에 은교교는 청상검을 그 목에 겨누며 소리쳤다.
“나를 안단 거냐?”
“우리는 언제나 무림에 대해서 조사를 해요.”
안주인이 방긋 웃으며 사도명을 보았다.
“그리고 고민하죠? 난리가 닥쳐 벌레조차 먹지 못하게 되면 어찌 할까? 이건 유일한 대책이에요. 사 공자는 드실 거죠?”
사도명이 접시 옆으로 말없이 걸어왔다.
접시 위 아이의 손가락 하나를 뜯어내더니,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에요?”
은교교가 고함을 질렀다.
“이곳 마을이 건네는 시험은 모두 세 가지요.”
사도명이 태연히 대답했다.
“벌레를 먹는 시험 외에 남은 두 가지가 어떤 것인지, 은령선자! 혹 아시겠소?”
은교교를 으드득 이를 갈았다.
“시험이라고요, 이딴 것이?”
“당신은 먹어야 해요.”
안주인이 웃었다.
“미리 먹은 음식에 독을 섞어 뒀거든요. 해독약은 이 마지막 음식에 넣어 놓았어요.”
“그 입 다물어!”
은교교가 고함을 질렀다.
“정말 독이 있었다면 나의 은령이 반응했을 거다.”
“은령선자시라는 걸 이미 아는데, 호호 은령에 감지될 독을 넣었을 것 같나요?”
은교교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사도명을 보았고, 사도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독 얘기는 사실이오. 그래서 나도 손가락을 먹었잖소.?
은교교는 청상검을 내려 다시 검집 속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이 앉았던 의자에 털썩 다시 앉았다.
“이미 독을 먹었다면 하는 수 없죠. 그래도 나는 먹지 않겠어요.”
안주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독약을 먹지 않을 거라면서, 왜 독을 사용한 나를 해치지 않고 검을 내리나요?”
“당신은 그렇게 하도록 배웠을 뿐이잖아.”
“!”
“난리가 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하라 배웠다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죽이나?”
은교교가 고개를 저었다.
“다만, 말하겠는데 잘못된 일이야. 앞으로는 그러지 마. 절대로 사람을 해치지는 마.”
은교교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마치 자신이 죽음으로써 안주인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사람 같았다.
안주인이 길게 한숨을 쉬더니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평생 여자를 만나지 않을 것 같던 사 공자가 갑자기 왜 은령선자를 데리고 왔는지 알겠어요.”
사도명이 빙그레 웃었다.
“나도 내가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소.”
안주인이 다시 한번 은교교에게 요리를 권했다.
“그만하면 충분하니 드세요.”
은교교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두 개나 한꺼번에 뜯어서 입속에 넣었다.
꽈득! 꽈드득!
뼈를 함께 씹어 먹는 소리를 내면서, 은교교가 외쳤다.
“황당하게도 맛있네요.”
“그럴 수 밖에 없지.”
사도명이 웃었다.
“뼈는 딱딱해 보이도록 당고를 곡물가루와 섞어 굳혔고, 살점은 단단한 두부를 썼으니까.”
“피는 과일을 조린 건가요? 하도 맛이 있어서 화가 나요.”
은교교가 의자에 앉은 채로 소리쳤다.
“그 전의 음식에 독을 넣었다는 것도 거짓말이죠?”
문이 열리고, 여자아이가 쪼르르 들어왔다.
식탁 위에 놓인 기묘한 요리를 보더니, 귀 하나를 뚝 꺾어 가면서 은교교에게 말했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 우리 엄마는 정말 장난을 좋아하지만, 요리 솜씨는 아주 좋아요.”
여자아이가 말랑말랑한 귀를 씹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은교교는 기운이 완전히 빠진 모습으로 힘없이 물었다.
“하핫. 딸이라고요?”
안주인이 빙그레 웃었다.
“귀엽지요? 나는 딸아이의 모습을 눈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어서 요리를 할 때마다 도움이 돼요.”
주방의 문이 열렸다.
체격이 크고, 인심 좋게 생긴 남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그는 소매에 묻은 기름을 털면서 크게 웃었다.
“하하하. 제발 주아의 모습으로 장난치지 마시오, 여보. 손님이 너무 많이 놀라시잖아.”
“하지만 시험은 되잖아요.”
안주인이 빙그레 웃었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아무리 큰일이 닥쳐도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선량한 사람을 가려낼 수가 없다고요.”
은교교는 안주인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누군가를 닮았다 싶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은, 시체가 거짓임을 간파하는 것이었나요?”
“맞소. 은령선자께서는 결국 속임수를 구분해 냈군. 모든 시험의 통과를 축하드리오.”
사도명이 일어섰다.
그는 주방에서 나온 바깥주인에게로 걸어가 그를 얼싸안았다.
“잘 지내나, 자강!”
“하하하. 잘 지냈네. 친구!”
사도명과 바깥주인이 서로의 어깨를 쳤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은교교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부터 상황을 말해줬다면, 나는 놀라지 않았을 거잖아요.”
그녀는 안주인을 보았다.
“하마터면 당신의 목을 벨 뻔했는데 두렵지 않았나요?”
“사 공자가 데려온 분이, 호호 남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는 사람일 리가 없잖아요.”
안주인은 환하게 웃었다.
“날 해치기 전에 진짜 상황을 깨달을 거라 판단했어요.”
“당신은 사도명 공자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군요.”
“오래전부터 알았죠. 사 공자는 내 아버지의, 아주 오랜 단골손님이에요.”
“아!”
은교교는 비로소 안주인이 누구를 닮았는지 깨달았다.
“다, 당신의 이름은?”
“소혜. 곽소혜예요. 아버지가 지혜를 가지라고 혜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었죠.”
곽소혜가 빙그레 웃었다.
“아버지도 멀리 장백산에서 작은 객점을 하셔요. 저의 요리 실력은 모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죠. 음식은 어땠어요? 정말로 입에 맞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