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이혼대법 199화>
쿠콰콰콰콰쾅.
버섯구름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정도로 남운적이 발출한 기운은 경이적이었다.
“꼬맹이! 으하하하!”
묘 선생이 달려와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남운적의 머리를 비벼 댔다.
“잘했다, 잘했어!”
“……하하.”
어색하게 웃는 그를 보며 묘 선생은 등을 철썩 때렸다.
“천하의 창궁검제를 죽인 놈이 표정이 그게 뭐냐? 얼굴 펴 이놈아!”
“운이 좋았는 걸요.”
“운이든 뭐든 나도 그런 놈 쳐죽여 봤으면 좋겠다, 인마! 운은 무슨!”
묘 선생이 남운적과 콩닥거리는 그 순간.
“끄아아아악! 제기라아알!”
먼지구름이 걷히며 피투성이가 된 남궁건이 비틀거리는 모습이 드러났다.
오른쪽 반신은 피부가 벗겨지고 지팡이를 쥐고 있던 오른팔은 짓이겨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검막과 호신강기, 거기에 화경까지 동시에 펼쳐 목숨은 건졌지만 피해를 입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저, 저…… 지독한 놈…….”
묘 선생은 질린 눈으로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다.
반대로 남운적은 전의를 불태우며 앞으로 나섰다.
그때 남궁건이 한 됫박은 됨직한 피를 왈칵 토하며 다시 한 번 발광했다.
“끄으아아악. 끄르륵.”
왼팔에 묶어 두었던 당백산의 독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어깨를 지나 심장까지 자색의 핏줄이 도드라져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크웨에엑.”
또다시 토혈을 뱉어 내자 핏물에서 자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기가 장기까지 침투했다는 방증이었다.
목숨이 풍전등화에 처하자 남궁건은 지독한 허무함이 찾아왔다.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 끝났구나. 아…… 조사님.’
그런 그의 눈앞에 다시금 절륜창을 겨누는 남운적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마귀! 그래…… 네놈이라도 저승으로 끌고 가야겠다!’
허연 안광에서 피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남궁건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뻗어 나왔다.
동시에 마지막 심력을 쥐어짜 영체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엉망이 된 신체를 뒤로한 채 남궁건의 혼백이 스르륵 빠져나왔다.
전과 다르게 형체가 무척이나 일그러져 있었고 중상을 입은 본신처럼 오른팔도 없었다.
[죽. 여. 주. 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이 귀신의 울음처럼 울려 퍼졌다.
남궁건은 자신의 영체가 완전히 흩어질 새라 빠르게 남운적을 향해 쇄도했다.
‘허억!’
남운적이 발작적으로 창을 휘두르자 창기가 궤적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용맥의 기운이 그 짧은 사이 다시금 신체를 가득 채운 것이었다.
펑. 퍼퍼펑. 퍼펑.
하나 앞서의 일격과 달리 절륜창의 공능을 살리지 못하고 다급히 내지르는 공격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더구나 물리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영체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남궁건은 창기에 구애받지 않고 공격을 투과하며 점점 더 다가왔다.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남운적은 당황해서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자문하는 그에게 답하는 이가 있었다.
-꼬마. 마음을 비우고 나를 받아들여라.
사왕이었다.
‘뭐? 무슨 말이야?’
-당황하지 말고 머리를 비우란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무언가가 속에서 쑥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부터 시작해 번져 나오는 이질적인 느낌은 본능적으로 위축될 정도였다.
하나 사왕의 말이 있었기에 남운적은 최대한 그 느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러자 한순간에 눈앞이 시커멓게 바뀌며 칠흑 같은 공간에 던져진 자신이 느껴졌다.
‘뭐지, 이건?’
-내가 잠시 네 몸을 빌리는 거다.
사왕이 신체를 장악한 것.
남운적의 허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 앞! 앞을 봐!’
둥글고 작은 창을 통해 지척까지 접근한 남궁건의 영체가 보였다.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남운적은 마치 자신의 몸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에 기분이 묘했다.
-걱정 마라, 꼬마.
사왕은 침착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갈색 빛을 띠는 독특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콰악.
사왕의 오른손은 영체를 통과하지 않고 실체를 붙잡듯 움켜쥐었다.
반면 남궁건은 경악한 얼굴로 발버둥을 쳤다.
[어, 어떻게! 어찌 나를!]
남궁건은 발악을 하며 사왕의 손을 떨치려 했다.
하나 멱살을 쥔 손은 굳건한 바위라도 되는 듯 끄떡도 하지 않았다.
“정말 이곳의 인간들도 대단하단 말이야. 육신을 지닌 채로 영계에 발을 들이다니.”
사왕은 감탄 어린 표정으로 남궁건을 쳐다보았다.
[이, 이놈! 무슨 사술을 썼기에…… 헉!]
말을 잇다 말고 남궁건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영안에 들어오는 것은 어린아이가 아닌 갈색 피풍의를 뒤집어쓴 거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꺼져라, 이곳은 네놈이 발을 디딜 영역이 아니니.”
사왕이 나직이 읊조리자 갈색 빛의 기운이 남궁건에게 옮겨 갔다.
그러자 영체가 점점 먼지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크아아악!]
남궁건은 도저히 사왕의 손을 벗어나지 못하자 영체를 나누었다.
그러자 영체의 일부가 영검으로 화해 진법의 핵을 공격했다.
상대를 어찌하지 못함을 알기에 진법의 파훼라도 노린 것이었다.
그러자.
쿠구구구궁
지면 위로 튀어나온 돌기둥들이 하나둘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역천환시대진이 와해되는 전조현상이었다.
“헛! 저런 집요한 놈이 있나.”
사왕은 입을 떡 벌렸다.
그가 한 행위는 산 채로 몸이 찢기는 것보다 몇 배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것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놈은 그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의 혼백을 소멸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의미를 알기에 사왕은 남궁건의 집념에 오한이 들 정도였다.
‘가만있지 말고 어떻게 해 봐!’
멍하니 있는 사왕을 향해 남운적이 소리쳤다.
-소용없다. 이미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어서 내 몸 돌려줘!’
남운적이 외치자 그 즉시 눈앞이 변해 갔다.
의지가 거부하자 신체 통제력이 그에게 되돌아온 것이었다.
“묘 선생님!”
남운적이 한 달음에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주저앉은 채 처연한 표정으로 무너지는 돌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이면 막을 수 있죠!? 어떻게 좀 해 보세요!”
“그만 포기하거라. 꼬맹이 넌 최선을 다했다.”
묘 선생은 시선을 돌기둥에 고정한 채 말했다.
자신의 역작이 보이는 마지막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그런 것이었다.
‘……사부님.’
남운적은 안타까운 얼굴을 한 채 적사결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무너지는 돌기둥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역천환시대진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지닌 채.
* * *
쉬쉬쉬쉬쉭.
오른손의 적령검, 왼손의 적혈검.
분주하게 연환검을 뿌리는 적사결의 검세는 가볍기 그지없었다.
오직 스치기만 하면 되기에 속도에 주력한 것이다.
요혈을 공격할 필요도 없고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한 위력 또한 필요 없는 독공.
그 덕분에 적사결은 상대적인 우위에 서서 무허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치이익.
적령검이 승포자락을 스치자마자 그 부분이 녹아 들어갔다.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강력한 독기.
하나 무허는 그것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쉬쉬쉭.
스쳤기 때문일까.
더욱 빨라진 보보는 잔영 아홉 개를 남기며 공간을 어지럽혔다.
‘미친!’
반면 적사결은 그 보법을 보며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아홉 번의 연속적인 이형환위.
그것은 소림의 초상승 경신공인 연대구품이었다.
한데 다른 점은 그 거리의 조절에 있었다.
이형환위라는 것은 일순간 내공을 폭발시켜 일정 거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뛰어넘는 기예.
때문에 최소 일 장이상의 거리는 이형환위를 펼침에 있어 필수적이었고 연대구품도 다르지 않았다.
한데 무허는 일보. 아니, 심지어 반보의 거리에서도 연속적으로 이형환위를 펼친 것이었다.
그야말로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 자식…… 아직 여유가 있다. 독공과 삼지안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밀어붙이지 못했을 거야. 제길!’
운기의 방향을 꿰뚫어 보고 예측에 가깝게 대응하고 있음에도 고작 이 정도에 그친 것이다.
치욕적이지만 무허는 아직 진짜 실력을 내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아압!”
기합성과 함께 적사결이 적령검을 바닥에 꽂았다.
동시에 선천지기가 쑥하고 빨려 나갔다.
적령검의 공능을 사용한 것이었다.
거기에 삼지안이 환한 빛을 발했다.
그러자 적령검을 중심으로 서릿발 같은 한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발 때문에 도처에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한데 삼지안으로 변환시킨 막대한 한기가 더해지니 순식간에 절대영도가 된 것처럼 온도가 내려갔다.
그러자 무허가 남기던 아홉 개의 잔영이 점차 줄어 갔다.
아무리 공력으로 보호한다 한들 극한의 추위에 신체 기능이 저하된 것이다.
“잡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적사결이 양손의 보검을 동시에 휘둘렀다.
한데 경악할 만한 광경이 벌어졌다.
터텁.
두 검첨을 무허가 양손가락 끝으로 잡아챈 것이었다.
공수입백인이라 하여 양손바닥으로 날붙이의 무기를 붙잡는 기예가 있다지만 손가락이라니!
그것도 자신을 상대로!
“그래, 잡았구나. 본좌가 말이다, 흐흐흐!”
무허는 한차례 이죽거리고는 검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적사결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딸려 갔다.
뻐어억.
“크윽!”
이런 시정잡배 같은 공격이라니.
단순한 박치기였으나 효과는 지대했다.
“어떠냐? 이러면 아까처럼 개대가리로 변하지 못하겠지!?”
뻐어어억.
또다시 박치기.
그 말대로 공격을 연이어 당하고 있으니 변할 새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당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검을 놓은 적사결이 벼락같이 쌍장을 떨쳤다.
쩌어어어어엉.
수라멸천장의 장력에 무허의 상의가 터져 나가고 독기가 장력을 타고 몸속으로 침투했다.
“크웨에엑!”
무허는 피를 토하면서 입꼬리를 귀까지 걸었다.
그러고는 양손에 쥐고 있던 적혈검과 적령검을 땅속 깊숙이 박아 넣었다.
“크흐흐흐. 검사가 검을 쓰지 못하는데 이제 어쩔 것이냐?”
적사결은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이봐, 방금 쏟아부은 독기면 장기가 녹아내릴 텐데 웃음이 나오나?”
“크크크크. 독기 말이더냐.”
무허는 비릿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자신의 이마로 가져갔다.
그곳에는 박치기로 인한 적사결의 코피가 묻어 있었다.
“본좌가 혈미륵신공을 대성하며 각성한 권능이 있지. 그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권능? 뭐 네놈이 신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큭큭, 핏속에 담겨 있는 주인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지. 이 해골의 경우 특별한 힘이 없는 버러지들이었기에 그들의 생명을 담아 필요할 때마다 흡수하고 있지. 자, 여기 네 피에는 어떤 힘이 담겨 있을 것 같으냐? 너는 특별하지 않느냐.”
“……설마.”
“그래. 독공이라 했느냐. 내 이제 그것을 얻는 것을 보여 주마.”
할짝.
무허가 손가락에 묻은 피를 핥자 눈에서 혈광과 함께 녹광이 언뜻 드러났다.
한데 그 빛은 곧 사그라졌다.
과거 당백산이 적사결에게 조언한 것처럼 후천적인 독인이 가지는 맹점.
심장에 자리 잡는 독주머니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만 독인이 되며 얻는 이점은 있었다.
바로 만독불침.
무허는 그 덕분에 곧바로 중독을 해결할 수 있었다.
비록 독공은 얻지 못했지만.
“어라?”
무허는 자신의 손을 잠시 쳐다보고는 오른편으로 장심을 뻗었다.
그러자 격공장이 펑하고 주변을 박살냈다.
하나 독기는 발현하지 않았다.
“칫, 뭔가 모종의 비술이 필요한가 보구나. 짜증나는군.”
무허는 한껏 자랑하고도 결과가 시원찮으니 이를 뿌드득 갈았다.
적사결은 그 모습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 네놈은 남의 몸을 빼앗은 걸로 모자라 이제는 남의 능력까지 빼앗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