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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97화 (197/206)

<기적의 이혼대법 197화>

파아아앗.

삼지안이 환하게 빛나자 어깨부터 누에고치의 실타래와 같은 물질이 흘러나왔다.

떨어져 나간 왼팔의 재생이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약 일각.

적사결은 의지를 집중하며 그때까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언제 봐도 신기하네요.”

당연희는 몇 번이나 보았음에도 팔의 형상을 한 고치를 손으로 콕콕 찔러 댔다.

“장난하지 말고. 위험하게 여긴 왜 왔느냐?”

“참, 여기 이거 받으세요.”

그녀는 적령검과 반선주의 옥병을 적사결에게 건넸다.

“이건! 염마천이 돌아온 것이냐!?”

“네. 역천환시대진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제가 대신 받아오는 길이에요.”

뽕.

마개를 열고 맡은 반선주의 냄새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것과 일치했다.

하나 적사결은 당장 그것을 당연희와 사용하지 않고 다시 마개를 닫았다.

“왜 그러세요? 지금이 기회잖아요. 어서 몸을 바꿔요.”

자신의 공격에 땅속 깊이 파묻힌 것인지 무허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당연희는 자신의 본래 신체보다는 지금의 몸, 무허의 내공이 그를 상대하기 나을 것이라 생각해 반선주를 마시자 권한 것이었다.

“지금은 안 돼.”

“왜요?”

“이 팔은 어쩌고? 지금 몸을 바꾸면 넌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텐데. 내 마누라를 외팔이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 몸을 바꾸더라도 재생이 끝난 후에 할 것이야.”

“…….”

당연희는 자신을 생각해 주는 적사결의 마음에 볼이 발그레해졌다.

“그 얼굴로 그딴 볼따구를 하지 말거라. 보기 흉하다.”

“……윽!”

홍조가 올랐던 얼굴과 마음이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그때 적사결이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

그러자 다시 볼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또…… 왜,애액!”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누르자 그 위로 서늘한 경력이 지나갔다.

경력이 쏘아진 곳에서는 무허가 핏빛 안광을 흘리며 땅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팔이 떨어진 적사결과 달리 그는 승복이 지저분해졌을 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거 네 몸뚱아리잖아, 이 미친놈아!”

적사결은 무허를 보며 욕지거리를 해 댔다.

아무리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영혼을 옮겼기로서니 자신의 몸을 상대로 살수를 펼치다니.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놈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지금의 이 몸이 본좌의 몸이다! 내 몸이란 말이다! 크하하하!”

“저 빌어먹을 새끼.”

적사결은 적혈검을 입에 물고 오른손에 적령검을 뽑아 든 채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나직이 당연희에게 명했다.

“넌 지금 당장 염마천이 있는 곳까지 물러나 있거라. 본좌가 저놈 산 채로 잡아갈 테니까.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도록 해.”

“싫어요.”

“…….”

하아, 정말 지독하게 말 안 듣네.

“재생이 끝나면 기회를 봐서 저랑 몸을 바꿔요. 그 몸, 아까부터 독 기운도 안 느껴지잖아요.”

“……후.”

그래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었다.

자신이 그나마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독공을 못 쓴다면 무허를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서 말이다.

적사결은 이유를 알고 나니 막연히 떠나라 강요할 수 없었다.

뭐, 들을 여자도 아니고.

“멀찍이 떨어져 있거라.”

한 마디 남기고 적사결의 신형이 쾌속하게 쏘아져나갔다.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적령의 검파는 익숙함과 더불어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었다.

끼아아아아악.

귀곡성과 함께 격혈경혼의 연계기가 쏟아졌다.

비취색 검강은 마치 반딧불 수백 마리가 무허에게 날아드는 듯한 환상을 일으켰다.

그때 적사결에게도 무언가가 날아왔다.

피눈물을 흘리는 마흔여덟 개의 해골들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공세가 부딪치고 튕겨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때 삼지안에 감지된 기운의 이동이 있었다.

‘음? 기운이 명문, 옥천, 염천, 전중에서 장심……?’

무허의 내공이 도인되는 운기의 결과였다.

한데 마지막 장심에서 꺼지듯 사라진 공력.

그것을 보자마자 적사결은 튕기듯 신형을 뒤집었다.

파파파파팟.

수십 개의 혈선이 사방으로 그어져나갔다.

마치 환영처럼 주변 사물을 스쳐 지나가는 선의 난무.

바닥으로 내려선 적사결은 식은땀을 흘리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무허의 진신 무공, 보리연화공 중 가장 은밀하고 상대하기 힘든 환허금혼수의 초수였기 때문이었다.

한데 결과는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과 달랐다.

서컹. 서거걱. 쫘악.

거목이든 바위든 혈선과 닿은 사물은 예외 없이 절단이 나 버린 것이었다.

본래 환허금혼수의 경우, 닿으면 마치 금제가 걸린 것처럼 일순간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였다.

“제법이구나. 혈라마선수를 눈치채고 피하다니.”

무허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백팔나한에 이어 이번에도 혈라마선수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디 이것도 한 번 피해 보거라.”

한껏 젖혀진 오른팔의 독특한 기수식.

그 위로 떠오른 혈룡이 섬뜩한 기운을 흘렸다.

‘광룡파천권!?’

한데 내질러진 무허의 손은 활짝 펼친 손바닥이었다.

그렇게 권법이 장법이 되자 초식의 형마저 달라졌다.

한 마리였던 혈룡이 다섯 마리로 갈라지더니 적사결의 사방을 움켜쥐듯 짓쳐 들었다.

무허가 변형시킨 진룡폭혈장이었다.

“빌어먹을!”

적령검이 처음엔 천천히, 그리고 점차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라천살검의 광역기, 혈겁멸세의 초식이었다.

사방을 찢어 버리는 폭발적인 검세에 혈룡들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꽈과과과광.

그리고 그 충격파를 뚫고 나오는 적사결이 번개처럼 고개를 휘저었다.

입에 문 적혈검으로 무허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었다.

피핏. 푸슈슈슉.

무허는 피분수를 뿜어내는 자신의 경동맥을 무심히 보고는 손으로 상처를 막았다.

그러고는 예의 해골을 하나 집어 들고 부순 뒤 그 피를 섭취했다.

“……제길.”

적사결은 인상을 찌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리를 한 탓인지 단전이 찌르르하고 울렸기 때문이었다.

“대단하구나. 방금 그 수법. 새로 창안한 무공이냐?”

무허는 상처를 회복한 후 승복에 피를 닦으며 물었다.

방금 전의 한 수, 그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충격파를 일으킨 당사자가 내상을 각오하고 그보다 더욱 빠르게 공격하는 것은 둘째 치고, 그 움직임.

다가와 입에 문 검을 휘두를 때 피했다 생각했지만 그 순간 공격 범위가 늘어난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갑자기 목이 늘어 났달까?

믿기 힘들었지만 자신의 안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분명 그랬다.

“네놈이 본교의 신마결을 익혔듯이 본좌도 소림에서 한 가지 신공을 얻었지.”

적사결은 무허의 호기심을 일으키기 위해 굳이 입을 열었다.

시간을 벌어 들끓는 내기를 다스리기 위함이었다.

“신공이라? 소림에 보리연화공 외에 신공이라 할 만한 것이 있었나?”

“천축유가신공. 달마가 남긴 천축의 무학이다.”

“흐음, 천축유가신공? 금시초문인데.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세수경과 역근경이 전부인 것으로 아는데…….”

무허는 턱을 긁적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와중에도 그 눈빛과 감각은 적사결의 기세에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의 의도를 알고도 시간을 주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달마동, 안 가 봤지?”

“그런 냄새나는 짐승굴을 뭐 하러 가 보겠느냐. 왜? 구질구질하게 거기 숨겨 두었더냐? 큭큭.”

“말본새하고는. 기사멸조는 아주 기본으로 깔고 가는구나.”

“크크, 쓸데없는 잡소리는 그만하고 움직일 만하면 들어오너라.”

무허는 손을 까딱이면서 이죽거렸다.

‘……씨벌놈. 언제부터 알았지.’

적사결은 회복이 끝나자마자 꺼낸 무허의 본심에 그렇게 쪽팔릴 수가 없었다.

하나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때를 맞춰 왼팔의 고치가 쩍 갈라지며 재생된 팔이 드러났다.

“호오, 그것도 천축유가신공이란 것의 공능이더냐?”

“왜? 구질구질하다더니 이걸 보고 흥미가 도는 거냐?”

“역시 그랬어. 과연 내 예상이 맞았던 것이야.”

“뭔 소리야?”

“본좌가 과거 어리석은 인간이었던 시절. 그때도 나는 불제자는 금욕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거부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을 왜 쓰면 안 되냐고 말이지. 그때 사부라는 작자가 이런 말을 했었지.”

“……?”

적사결이 황당하게 한쪽 눈살을 찌푸릴 때 그는 하고 싶은 말을 이어 갔다.

“개파조사였던 달마께서는 스스로 거세하시고 타의 모범이 되셨다고 말이야. 해서 너도 물건을 자를 것인지 금욕을 지킬 것인지 택하라 했었지. 빌어먹을!”

“……지금 무슨 개소리를.”

“이제 보니 자기는 다시 재생시킬 수 있었던 게야! 요망한 노괴 같으니! 자기는 새로 만든 물건으로 실컷 즐기고 다른 이들은 금욕하는 것을 보며 비웃었던 것이지!”

“…….”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부라는 인간이 개파조사가 거세했었다는 거짓말을 얼마나 실감나게 했으면 그걸 아직까지 믿겠나.

“야이, 미친 새끼야!”

적사결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그때였다.

후우욱.

녹색의 독연이 몸에서 뿜어져 나가며 주변이 시커멓게 죽어 갔다.

“어라?”

그제야 바닥났던 독기가 회복된 것이었다.

“뒈질 시간이다, 무허!”

*   *   *

다시 당백산과 남궁건의 전투.

만천화우를 펼친 당백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절초를 사용하고도 상대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한 것에 질린 것이었다.

그가 쏟아 낸 암기는 남궁건의 발아래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허어, 그런 요상한 기예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니.”

역천환시대진부터 시작해 남궁건의 새로운 기예까지.

자신의 상식을 벗어나는 수법들이 줄지어 나오니 당백산으로서는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확실히 당신도 늙었나 보군. 이런 뻔한 유인에 넘어가다니 말이야.”

남궁건은 발로 바닥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진법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한 움직임은 은밀했으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미끼나 다름없었다.

“허허, 노부가 조금 승부를 서둘렀네. 그대를 상대로 뼈아픈 실책을 한 것이지. 쯧.”

당백산은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지만 여전히 여유가 느껴지는 말투였다.

관록이 있는 무인이란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위기 속에서 보이는 침착함은 범인의 그것을 넘어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당가의 자랑인 독기가 느껴지지 않는군. 방금 전의 한 수로 내공도 거의 바닥난 모양이고.”

“감각이 대단하군. 장님이 되고 더 민감해진 모양인가 보지?”

“심안을 개안했지. 그대의 몸에 난 솜털 하나까지 손에 잡힐 듯 느낀다고 해야 할까. 흐흐.”

스르르륵.

남궁건은 안전지대에 내려서고 상대도 무력화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일까 영체화를 풀었다.

심력의 힘으로 펼치는 제왕무적검도 유지 시간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이 당백산 정도의 무인이 생각하는 범주를 초월해 있었지만.

“한데 그 대단한 심안이라도 노부가 날린 암기들이 뭔지는 모르는 모양이군?”

“뭐라?”

남궁건은 한쪽 눈썹을 씰룩거렸다.

그의 말처럼 심안으로 대략적인 형태는 볼 수 있으나 입체감이 떨어지기에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더구나 심안의 세계에는 흑색의 배경과 백색의 선만이 존재했고 그렇기에 색채나 음영이 보이지 않았다.

“자네 발아래.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붉은 환이 서너 개 있네. 그 암기의 이름이 뭔지 아는가?”

“……붉은 환?”

강호에는 새롭게 제조되는 암기의 종류가 하루에도 수십 가지다.

한데 그것만으로 그 이름을 어찌 알까.

남궁건이 머뭇거릴 때 당백산이 손가락을 튕기며 답했다.

“염왕겁화탄. 정해진 제한 시간에 폭발하는 소형 벽력탄이지.”

그 순간 남궁건의 발아래에서 붉은 섬광이 번쩍였다.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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