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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88화 (188/206)

<기적의 이혼대법 188화>

“장로님. 놈들이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마검귀면대의 대주인 막소천이 말했다.

“제길! 잘 쫓아오다가 빠지는구나.”

“유인하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겠지요. 어찌하시겠습니까?”

“푸닥거리 해야지 어쩌겠느냐. 따라붙자꾸나.”

관패의 명에 막소천은 수하들을 돌려 탈마동의 마인들을 뒤쫓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을 때였다.

파사삭. 쇄애애액.

수풀 속에서 무수한 강기 다발이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그 공격은 대부분 선두, 정확히는 관패와 막소천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퍼퍼퍼퍼펑.

비산한 먼지로 시야가 가리자 기습을 펼친 세 명의 인영이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천둥 같은 굉음이 이어지고 쇠붙이가 부딪치며 발생하는 불꽃이 번쩍거렸다.

쩌저저정. 카카캉. 꽈광.

얼마나 거친 공방을 주고받는지 마검귀면대의 대원들이 차마 다가서지 못하고 주춤거릴 정도였다.

그러기를 일각 정도 지났을까.

흙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장면은 세 노인이 관패와 막소천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중 막소천은 중상을 입었는지 한쪽 무릎을 꿇고 연신 각혈을 하고 있었다.

“쿨럭. 전 대원 개진!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크웁. 쿨럭. 쿨럭.”

막소천이 쥐어짜듯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 모습에 백혈귀마 진화천이 산책 나온 노인네처럼 끌끌거렸다.

“제법 기개가 있는 아이로구나. 우리 실력을 보고도 사로잡을 생각을 하다니.”

오천에 이르는 병력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진화천은 여유가 넘쳤다.

반면 관패는 검파를 연신 고쳐 잡으며 긴장감을 다스렸다.

직접 검을 대면한 직후부터 전신이 뻣뻣해지고 심장을 죄는 듯한 압박감이 떨쳐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 분 선배께서는 자신이 있으신가 봅니다. 기습도 실패한 마당에 말입니다.”

“끌끌끌. 아이야 네 실력이 생각보다 제법이다만 그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너희들이야말로 자신 있느냐? 본교의 교도들이 선회해 이곳으로 오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혈교도들이 당도하기 전에 자신들 세 명을 쓰러트릴 자신이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진화천과 선우강, 그리고 초혼. 그들 셋이서 기습을 한 것은 합격진을 펼칠 수 있는 가장 적은 규모가 세 명이기 때문이었다.

삼재의 방위를 점한 채, 그들은 서릿발 같은 기세를 발하고 있었다.

오천에 이르는 병력이 있다지만 쉽사리 깨트릴 수 없을 것 같은 철벽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광오하지만 실력이 뒷받침해 주니 무척이나 껄끄럽구나. 이대로 놓아 주었다간 같은 수법을 연이어 펼치겠지…….’

관패는 미간을 좁히고 고민을 거듭했다.

유인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더구나 방금 전의 기습으로 막소천이 중상을 입은 것처럼 계속해서 고수들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선배께 제안 하나 할까 합니다.”

“말해 보거라.”

“아까의 기습으로 짐작컨대 제 목을 노린 것이라 생각됩니다. 맞습니까?”

“부정할 수 없구나. 맞느니라.”

“삼 초를 양보하겠습니다. 그 안에 제 목이 떨어진다면 이대로 철수하십시오.”

“네가 삼 초를 버틴다면?”

“얌전히 포로가 되십시오. 저희들은 세 분 선배들의 목숨을 거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에 백혈귀마 진화천이 앙천광소했다.

엄청난 내력이 실린 웃음소리에 주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크하하하하. 재미있구나. 노부의 삼 초를 받는 것도 우스울진대 목숨을 거두고 싶지 않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오늘처럼 유쾌했던 적이 없구나, 흐흐흐흐.”

“받아 주시겠습니까?”

“좋다. 네 녀석이 노부의 삼 초를 받아 낸다면 포로가 됨은 물론 네놈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 주지. 어디로 우릴 유인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단, 네가 삼 초를 받아 내지 못한다면 조건을 바꿀 것이다.”

“……?”

진화천은 귀기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일 초에 천명! 네가 일 초도 받아 내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서 삼천 명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어떠하냐?”

“……역시 백혈귀마라는 별호를 받으실 만했군요.”

관패는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백혈귀마라는 별호는 매년 백 명의 피를 반드시 본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붙은 것이었다.

삼 일에 한 번은 살수를 펼칠 정도로 진화천은 타고난 살성이었다.

“해 보겠느냐? 끌끌.”

“좋습니다. 시작하시지요.”

관패는 수하들을 물리고 기수식을 취했다.

선우강과 초혼 역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관전하기 위해 물러섰다.

빠직. 빠지직.

진화천과 관패의 기세가 격돌하자 두 사람의 제공권 내에 존재하는 나무들이 비틀리며 비명을 질렀다.

두 고수의 살기는 유형의 기운이 되어 물리력을 행사할 정도였다.

“엄청난 살기…… 관패, 저놈의 살기도 귀마님 못지않군.”

광마겸 초혼은 감탄 어린 시선으로 관패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의 별호가 흑마검귀라지. ‘귀(鬼)’라는 글자를 붙인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수라장을 헤쳐 왔을지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배교도가 된 것이 안타깝군. 본 혈교에 더 어울리는 아이인 것이 분명한데 말이야.”

극신도마 선우강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렇게 그의 말이 끝난 순간 진화천의 일 초가 시작되었다.

퀴우우우웅.

귀혼탈명조, 초살기.

다섯 줄기의 붉은 조강이 땅거죽을 헤집으며 아래에서 위로 솟구쳤다.

위로 향하는 방향 탓에 공중으로 피할 수도, 그렇다고 좌우로 회피할 수도 없었다.

다섯 개의 거대한 강기가 부채꼴로 뿌려진 탓에 광범위한 공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꽈과과광.

강기의 충격파가 터져 나가고 드러난 관패는 오롯이 서 있었다.

검을 앞으로 내지른 모습은 그가 움직이지 않고 일점집중으로 다섯 중 하나의 강기만 파훼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하나 그의 입가에서는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일초에 내부가 진탕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강격이었다는 의미였다.

“제법이구나. 대부분은 초살기를 직면하면 회피하려 신법을 펼치다 당하는데 말이다.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방어를 굳건히 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진화천이 칭찬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공격 범위가 넓어 위력이 이토록 강맹한지 알아차리기 힘들었습니다. 실초 속에 또 다른 살초를 숨기다니 선배께서도 짓궂으시군요.”

“끌끌. 무인이 그 정도도 파악하지 못하면 죽어야지.”

“갑작스레 그만한 위력을 뽑아낸다는 것이 사기지요. 이제 보니 아까의 기습은 봐준 것이었군요.”

그 말에 진화천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아니니라. 노부는 다른 이와 손발을 맞추는 것이 영 익숙지 않으니 말이다. 생사투는 역시 일대일이 제 맛 아니겠느냐.”

“동의합니다. 그럼 이 초 받겠습니다.”

관패는 늘어트렸던 검을 들어 올리며 안광을 빛냈다.

“호오, 그새 들끓는 내기를 다스렸느냐.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자만이 가지는 침착함과 회복력. 그래, 너도 노부와 같은 부류의 무인이었구나.”

“영광이군요. 한때나마 선배께서는 제 우상이었으니까요.”

“끌끌, 하면 지금은 아니다? 너와 노부가 가는 길이 달라서 그런 것이냐?”

그 물음에 관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우상이 바뀌었으니까요.”

“바뀌었다? 그럼 너의 현 우상은 누구란 말이냐?”

“당대의 천마이신 광혈존 적사결. 그분이 저의 주군이시자 우상이지요.”

진화천은 혀를 차며 말했다.

“너 정도의 무인이 영혼이 바뀌었다는 헛소문을 믿는 것이냐, 쯧쯧. 그분은 혈마로 거듭나셨고 본 혈교를 이끄는 지존이시다. 어찌 그리 우매하느냐.”

“휴우,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초, 시작하십시오.”

관패는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고 검을 고쳐 잡았다.

“오냐. 자고로 멍청한 놈에게는 매가 약이지.”

파팟.

이형환위로 공간을 접은 진화천의 공세가 관패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그의 조강은 닿는 것만으로도 살을 찢고 뼈를 부숴 버릴 정도였다.

귀혼탈명조, 연혼기의 초식은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잔인함이 있었다.

‘크으…… 지독하구나.’

관패는 검강으로 묵빛 검막을 연이어 펼쳤지만 연신 뒤로 밀려났다.

핏빛을 띠는 시뻘건 조강은 그의 방어를 종잇장처럼 찢어발겼기 때문이었다.

쫘아아악.

결국 반사적으로 관패의 사각으로 파고든 진화천의 조강이 가로로 피를 뿌렸다.

스쳤음에도 옆구리의 살이 한 움큼 패여 핏줄기가 비산한 것이었다.

“장로님!”

마검귀면대의 대원들이 관패를 부르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들은 모두 관패라는 무인을 동경하며 모인 자들.

비록 칠대마가의 마인들과 달리 가문이라는 틀에 속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관패가 있어 칠대마가에 뒤지지 않는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목숨이 위태로우니 당장이라도 뛰쳐 나갈듯 눈이 시뻘게진 것이었다.

“괜찮다! 아직 일 초가 남았으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지켜보거라!”

관패는 끙 소리를 내며 검을 지지대 삼아 일어섰다.

진화천의 일격을 예측하고 묵성칠보의 보법을 펼쳤기에 이 정도 상처로 그친 것이다.

“허허, 이거 노부가 오래 갇혀 있다 보니 솜씨가 녹슨 건지 네가 뛰어난 건지 모르겠구나. 분명 단전을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거늘.”

“경험 덕분입니다.”

관패는 점혈로 상처를 지혈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경험이라? 노부는 어디 경험이 적은지 아느냐?”

“후후, 세인들이 저에게 흑마검귀라는 별호 말고 부르는 호칭이 또 있습니다. 뭔지 아십니까?”

“별호 외에 호칭이 있다? 무엇이냐?”

“마도쌍패. 저와 대장로인 잔혼마수 구양패를 일컬어 마도쌍패라 부르지요. 그 친구와 제가 워낙 합이 좋다 보니 우리 두 사람의 합격진은 천하 십대고수이신 지존마저 자웅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그와 지겨울 정도로 호흡을 맞춰 본 덕분에, 저는 적수공권의 적을 상대할 때면 비교적 수월하게 판세를 이끌어 갈 수 있었지요.”

진화천은 혀를 차며 손을 털었다.

“허어! 하면 마지막 초수 직전에 사각을 만든 것은 노부를 유인한 것이었구나.”

“빈틈만으로는 공격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을 알았으니까요. 한데 그런 것치고는 큰 낭패를 보았군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는 관패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지혈이 되었다지만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상처는 당장 치료해야 할 정도로 깊었다.

“껄껄껄. 뛰어난 벗이 있었기에 목숨을 한 번 건졌구나. 한데 어찌할 것이냐? 아직 한 초식이 남았거늘.”

진화천이 십 성 공력을 끌어올리며 악귀 같은 표정을 드러냈다.

전성기 시절 천하를 경동시키며 귀마라 불린 그때의 얼굴이었다.

“흐흐, 이젠 기다려 주지 않는 겁니까?”

“방심할 수 없는 놈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최선을 다할 참이다. 전력을 다해 받아 보거라.”

“오십시오.”

관패의 전신에서 칠흑의 마기가 넘실거리며 투지를 발했다.

역경에 처할수록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머리는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상태.

극한의 집중 속에서 관패는 무아지경에 들어서 있었다.

“내 너를 죽인 후 그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씹어 네놈이 지닌 무의 혼을 받아가리라.”

희번덕한 흰자에 귀기 어린 혈광.

진화천은 귀화를 피워 올린 양손을 떨치며 날아올랐다.

귀혼탈명조 최후절초인 신살기를 펼친 것이었다.

‘암천여운. 마령수라. 흑운일섬. 구유무계…….’

관패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구결을 중얼거렸다.

신살기가 코앞까지 덮쳐 왔지만 그는 기수식만 취한 채 꼼짝하지 않았다.

꽈르르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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