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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87화 (187/206)

<기적의 이혼대법 187화>

마검 적령.

적사결에 이르러 천마신교를 상징하는 신물이 된 검이다.

암혼쇄를 만든 마도제일 야장인 귀철장 소마의 유작으로 저주받은 귀검이라 불려 신교의 창고에 잠들어 있던 것을 적사결이 애검으로 삼은 것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소마가 남은 목숨을 바쳐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적령.

그 가장 큰 특징인 귀곡성은 듣는 이의 심혼을 뒤흔드는 마력이 있었다.

“호오, 이 소리는 적령검?”

남궁건은 단번에 알아보고 물었다.

천하 십대기병의 하나로 풍문으로 그 특징은 들었으나 그도 처음 대하는 터라 확인차 묻는 것이었다.

“맞소. 지존의 신물이오.”

“그러고 보니 북경에서 그는 이형의 도를 썼는데 검에서 도로 무기를 바꾼 것인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주군께서는 검으로 일대종사에 이르신 분. 그분 정도의 검사가 도로 바꿀 이유가 무에 있단 말이오.”

“후후, 시치미를 떼다니. 언제부터 마인들이 이렇게 뻔뻔해졌는지 모르겠군.”

남궁건은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있으나 그 몸에서 풍기는 살기는 섬뜩할 정도였다.

“나야말로 증거도 없이 이 무슨 핍박인지 모르겠소. 남궁세가가 안하무인인 것은 천하가 다 안다더니 이제 보니 소문이 오히려 못한 감이 있군.”

“큭큭큭, 참으로 속이 시커먼 놈이로다. 좋다, 내 너의 더러운 속내를 네 입으로 직접 말하게 해 주마.”

쇄애액.

벼락같이 출수한 제왕무적검의 일초가 공간을 갈랐다.

성취가 더 올라간 듯, 영검의 속도는 이전보다 더욱 빨라져 있었다.

‘또 무형검인가. 이런.’

염마천은 혀를 차며 본능적으로 고개를 젖혔다.

그러자 영검이 뺨을 스쳤고 곧이어 엄청난 통증이 잇따랐다.

혼백에 가하는 충격은 스친다 하여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크으윽.”

일순간 정신이 날아가는 듯한 충격.

염마천은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차린 후 적령검을 고쳐잡았다.

그러자 체내의 기운이 물밀 듯이 검신으로 스며 들어갔다.

그것은 내공이 아니었다.

심법으로 쌓은 후천지기가 아닌 타고난 생명력인 선천지기.

그 기운을 받아들여 주인의 수명을 깎아먹기에 적령검이 저주받은 마검이라 불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내공을 뛰어넘는 위력을 선사했다.

끼아아아악. 슈가가가각.

염마천의 검격은 남궁건이 아닌 자신의 발아래로 향했다.

혈룡멸악검, 중혼일절의 초수.

사선으로 휘두르는 검초는 염마천의 발끝 바로 앞에서 시작해 폭포가 위치한 절벽까지 통째로 베어 버렸다.

한 마디로 남궁건이 밟고 서 있는 절벽 끝을 잘라 버린 것이었다.

그그그긍.

잘라진 절벽이 기음을 내며 미끄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남궁건은 그 패도적인 위력에 황당해하며 다급히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놔둘 것 같으냐.”

염마천이 다시금 초식을 펼쳤다.

혈룡멸악검의 범위 공격초인 적린광풍살이었다.

이 역시 선천지기를 사용한 탓에 본래 위력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였다.

파파파팟.

남궁건은 허공답보를 펼치며 곡예 같은 움직임으로 공세를 피해 다녔다.

영체화를 하면 회피가 필요 없을 테지만 신법을 펼치고 있던지라 제왕무적검을 사용할 여력이 없었다.

그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선택한 공격이 뜻하지 않게 무공과의 동시운용이 불가능하다는 또 다른 약점을 공략하게 된 것이었다.

“건방진.”

염마천의 공세가 끊이지 않자 결국 남궁건이 맞대응으로 응수했다.

창궁무애검법, 풍인뇌절의 초수가 적린광풍살을 받아쳤고 그 충격파에 남궁건의 신형이 폭포너머의 절벽에 부딪혔다.

예상보다 염마천이 펼친 초식의 위력이 더 뛰어났던 것이었다.

“이 쳐죽일 놈이!”

남궁건의 분노가 서릿발처럼 뿜어져 나왔다.

적사결도 아니고 고작 호위에게 밀린 것에 수치심이 든 것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음? 이런!”

그 순간 심안에 잡힌 염마천의 움직임.

망설이지 않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모습에 남궁건이 반사적으로 제왕무적검을 펼쳤다.

의지로 조절하는 영검은 궤도가 휘어지며 염마천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운무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적중시켰음을 알 수 있었다.

“영검을 맞고 저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터. 하나 확인은 필요하겠지.”

남궁건은 한 번의 도약으로 절벽 위로 내려선 후 창궁비연대에게 명을 내렸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열 명의 대원들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 폭포의 격랑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하여튼 마교도놈들은 하나같이 독종이라니까, 쯧!”

남궁건은 폭포의 물줄기가 이어진 강물을 보며 혀를 찼다.

좁은 협곡으로 통하는 것으로 보아 세찬 격류는 놈을 찾는데 큰 장애물이 될 것 같았다.

*   *   *

“어르신, 이쪽입니다요.”

나무꾼으로 보이는 사내가 뒤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망태기를 짊어진 노인이 있었다.

“잘 따르고 있으니 내 걱정 말고 길을 서두르게.”

노인의 말에 나무꾼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산을 탔다.

인근 나무꾼 중에서도 그의 걸음은 빠른 편에 속했으나 그를 따르는 노인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한데 자네가 발견한 그자. 무림인은 아니겠지?”

“헉, 헉. 잘 모르겠습니다.”

나무꾼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나 그 모습에 노인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자네 얼굴에 다 써 있네. 예까지 왔으니 말해 보게. 내 책하지 않을 것이니.”

사내는 입술로 혀를 훔치고는 답했다.

“헤헤. 사실은 복색도 범상치 않고 검을 지니고 있는 걸 보면 무림인이 맞는 것 같습니다. 헉, 헉.”

“내 자네들에게 무림인과 연관되지 말라 단단히 이르지 않았는가. 깊은 산속에서 살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자들은 구명지은을 입고 도리어 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네.”

“어휴,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요. 한데 어쩌겠습니까?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데…….”

“알았네, 알았어. 내 더 잔소리하지 않을 테니 앞장서시게.”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산골마을에 살다 보니 사내를 비롯한 대부분은 보기 드물게 순박했다.

해서 그들이 혹시나 무림인을 만나 해코지를 당하지 않도록 멀리하라 가르쳤었다.

노인은 그렇게 사내의 안내로 물가에 도착했다.

“여기 이 사람입니다.”

그곳에는 의식을 잃은 염마천이 창백한 얼굴로 쓰러져 있었다.

그는 한 손에는 적령검을, 다른 한 손에는 반선주의 옥병을 쥔 모습이었다.

두 가지 물건을 잃으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의지가 엿보일 정도였다.

“허어, 이건…….”

노인은 적령검을 보며 장탄식을 내뱉었다.

“어르신, 아시는 분입니까요?”

“아니. 하지만 이자의 주인과는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네. 이거 자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판이로구먼.”

“아닙니다. 어르신이 저희 마을에 베풀어 주신 것이 얼만데요. 가당찮습니다.”

“아니네. 고맙네, 정말 고마워.”

“한데 어르신 같은 분께서도 모시는 분이 있습니까요?”

“있다네. 하늘이 보살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지.”

노인. 아니, 서 선생은 염마천의 상세를 살피기 시작했다.

‘물살에 휩쓸리며 생긴 찰과상이 전부다. 특별히 상처가 깊은 것은 아니구나. 하나 어찌 된 일인지 혼과 백이 상단전에 자리 잡지 못하고 위태로운 상황이로구나. 더구나 선천지기가 무척이나 약해져 있다. 이는 아마 적령검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겠지. 흠…….’

진맥을 끝낸 서 선생은 당장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닌 바 내공이 워낙 고강해 그의 명줄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보게, 자네가 이 친구 좀 마을로 옮겨 주게.”

서 선생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염마천을 등에 업었다.

“당장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으니 내 거처로 데려가 젖은 옷이나 갈아입혀 주시게.”

“어르신께선 같이 가지 않으십니까?”

“치료에 필요한 약초가 있으니 금방 캐서 따라가겠네. 어서 가게.”

“예,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요.”

사내가 자리를 뜨자 서 선생은 뒷짐을 진 채 주변을 스윽 돌아보았다.

잠시 후, 그곳에는 열 명의 창궁비연대원들이 나타났다.

“그만들 돌아가게. 그대들이 찾는 자는 데려갈 수 없을 것이니.”

서 선생의 말에 열 중 한 명이 조용히 검을 꺼내 들었다.

“내가 저 노인을 붙잡아 두고 있을 테니 자네들은 서둘러 흔적을 추적하게.”

그 말에 서 선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호, 과연 남궁세가의 정예들이로군. 상황 판단이 이토록 빠르다니. 한데 노부는 그리 놔둘 수 없음을 이해하게.”

피피피피핑.

서 선생의 소매에서 열 개의 은빛이 허공을 날았다.

어찌나 빠르고 은밀한지 그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목덜미에 은침이 꽂힌 채 혼절하고 말았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한 명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새, 생사신의…… 서…… 환.”

서 선생의 한 수에서 그 정체를 짐작한 것이었다.

*   *   *

쉭. 쉬쉭. 쉭. 쉭.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수천 명의 혈포괴인들이 질주했다.

다섯 부대의 혈교도 중 백혈귀마 진화천을 필두로 한 탈마동의 마인들.

그들은 관패와 그 수하들을 쫓는 중이었다.

“귀마님. 속도를 더 올리시지요. 저놈들의 꽁무니만 뒤쫓자니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전대의 마인, 광마겸 초혼이 말했다.

활동할 당시 사신의 낫을 피해갈 수 있는 자는 천하를 통틀어도 스물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강의 고수였다.

“광마겸의 말이 맞습니다. 보아하니 우리를 유인하는 것 같은데 이쯤에서 전부 쳐죽이시지요.”

두 자루의 거대한 쌍도를 패용한 거한은 백혈귀마 진화천과 함께 전전대에 활동했던 극신도마 선우강이었다.

선우가를 칠대마가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불세출의 무인.

그는 마령존의 손에 죽은 야수권마 야율헌과 쌍벽을 이룬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초혼, 선우강. 지금 죽이면 재미없잖나. 무슨 준비를 해놓았든 무용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뒤에 죽이는 것이 더 재밌지 않겠나?”

진화천의 말에 초혼이 수긍했다.

“하긴 절망을 맛보게 한 그 표정은 실로 짜릿한 쾌락이 있지요, 흐흐.”

하나 선우강은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왜 그러는가, 선우강? 노부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대로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본 교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흠.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 자네 말대로 보이는 부분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우리들은 천하 정화 작업이라는 성전을 시행하는 중이니까.”

“맞습니다. 지존께서 일군의 중책을 맡겨 주신 이상 저희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 본 교의 명예와 직결되는 것입니다.”

“하면 자네에게 복안이 있는가? 놈들에게 절망을 안겨 주면서 본 교의 명예도 지키는 방법 말일세.”

그 물음에 선우강이 되물었다.

“두 가지 모두 얻으려다 둘 다 놓칠 수도 있음입니다. 한데도 그리하시겠습니까?”

“물론이네. 이 자리에는 노부와 자네가 있고 여기 초혼을 비롯해 기라성 같은 본 교의 고수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둘이든 셋이든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모두 얻어야지. 그럴만한 능력은 이미 지존께서 주셨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하면 여기서 진군 방향을 바꾸시지요.”

“그리고?”

“그리하면 도리어 놈들이 다시 공격을 가해 오지 않겠습니다. 저들의 목적은 저희를 유인하는 모양이니 말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하면 그때 반 정도 죽여 놓자?”

“아니오. 저희들이 노릴 자는 한 명입니다.”

선우강은 고개를 젓고는 날카로운 안광을 빛냈다.

“흑마검귀 관패. 그 아이의 목 정도면 끌려다니더라도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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