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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86화 (186/206)

<기적의 이혼대법 186화>

적사결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말해 보거라.”

“먼저 무허는 왜 소림을 공격했을까요? 자신의 사문인데 말이에요.”

“미친놈이라 그렇겠지.”

“아, 쫌! 진지하게 대답해 주세요.”

“진지한데? 미쳤으니까 감히 소림 본산을 소수 정예로 친 것이지. 본좌가 공동파를 상대로 같은 전략을 써 봤으니 잘 알아.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한데 한물간 공동파도 아니고 소림을 상대로 그 일을 벌였다는 건 미치지 않고서는 못 해.”

“한데 그걸 성공했잖아요. 그것도 별다른 피해도 없이. 그는 자신이 있었다는 거라고요.”

그 말에 적사결의 눈썹이 크게 휘었다.

“뭐? 별다른 피해가 없어? 십계승이 그러더냐?”

“네. 놈들은 단 한 명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고 해요. 심지어 백팔나한진은 무허 혼자 파훼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였단 말인가.”

신마결을 익혔다는 것은 알지만 단신으로 무패의 백팔나한진을 파훼하다니.

아무리 놈이 소림 출신이라 진의 약점을 꿰고 있더라도 믿기 힘들었다.

‘예상보다 무위가 더 높구나.’

전신이 경직되고 긴장이 쉬이 해소되지 않았다.

불안한 것이다.

아무리 독인이 되었고 삼지안이 있다지만 당연희의 신체는 외공과 내공이 아직 부족했다.

무공을 발휘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 떨어지니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염마천. 빨리 와라. 시간이 많지 않구나.’

적사결은 한숨을 쉬고는 손을 저었다.

계속하라는 의미였다.

“무허가 소림을 멸문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예요. 바로 정체성이죠.”

“소림승이었던 과거를 끊는다는 말이냐?”

“그래요. 그로 인해 그는 진정한 혈마로 거듭나는 거죠.”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 놈은 정신이 불완전하기에 본능적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한 것일지도 몰라.”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비록 십계승을 놓치기는 했지만 그는 소림 방장과 백팔나한을 비롯한 소림의 주요 인사를 죽였어요. 전각을 불태워 소림의 유산을 없애기도 했고요. 한데 여기서 십계승이 녹옥불장의 권위로 임시 방장을 세우고 소림이 건재함을 알린다면 어떨까요?”

“놈이 이곳으로 오겠군.”

“맞아요. 한데 임시 방장과 녹옥불장, 그리고 십계승만으로는 소림의 건재함을 보여 주기엔 부족해요.”

당연희는 한 손을 뻗어 내놓으라는 태도를 취했다.

“뭘 원하는 거냐?”

“칠십이종절예, 가지고 있죠? 그거 내주세요. 소림 무학의 근간까지 있다고 소문내면 그는 이곳으로 와요. 이것이 교주께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이에요.”

당연희는 칠십이종절예를 십계승에게 내주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하려 했다.

동시에 무허를 끌어들일 미끼로 쓰면서.

“놈은 의천맹의 영역인 하남성 깊숙이 들어와 있다. 굳이 이곳으로 유인할 필요 없이 하남성을 뒤져서 찾은 후 처리해도 되지 않느냐.”

“못 잡아요. 그들이 숭산에 당도할 때까지 각 세력의 첩보원들이 그림자도 잡지 못했어요. 소수 정예로 은밀히 기동하는 그들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고요. 막말로 소림을 무너뜨렸는데 어딘들 쳐들어가지 못하겠어요?”

소림을 무너뜨리며 얻은 반사 이익이다.

의천맹에 속한 문파들의 본진도 언제든 털릴 수 있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걱정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결국 탈주하는 이들이 속출할지도 몰랐다.

“하여튼 잔머리 하나는 알아줘야 해. 즉석에서 떠올린 것치고는 쓸 만하군.”

“그럼 들어주는 거죠?”

“필사도 따로 해 뒀으니 돌려줘도 상관없겠지. 그리하거라.”

어차피 소림이 다시 일어나려면 백 년은 걸릴 것이다.

그 안에 마도천하가 이루어질 것이니 문제 될 건 없었다.

“고마워요, 교주님.”

당연희는 포권하며 싱그럽게 웃었다.

적사결은 그녀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중놈들 위하는 일에 그렇게 웃지 말거라.”

“설마요. 다 본 교와 교주님을 위한 거잖아요. 헤헤.”

흠흠, 이제는 말도 예쁘게 하는군.

*   *   *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숭산이 무너진 소식이 돌기도 전에 의천맹에 소림의 합류가 알려진 것.

의천맹이 소속 문파들의 동요를 생각해 발 빠르게 대처한 덕분이었다.

“제길! 녹옥불장과 비급들이 산문 밖에 있었다니!”

무허는 분개를 토하며 신경질적으로 앉아 있던 바위를 내리쳤다.

꾸웅. 쩌저적.

집채만 한 거암이 가벼운 일권에 쪼개지며 반으로 갈라졌다.

“그건 그렇고 보리연화공의 전수자라…….”

새롭게 소림의 방장이 되었다는 적운.

그는 보리연화공의 전수자로 알려졌다.

이 정보를 접한 무허는 그가 적사결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광혈존, 네놈이 직접 나서서 본좌를 부르는 것이냐…….”

무허는 서쪽 방향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음지에서 칼을 갈던 놈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으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하나 그는 단언할 수 있었다.

보리연화공의 구결을 모르는 이상 놈은 제대로 된 무공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흐흐, 내 몸의 숨통을 내 손으로 끊는 경험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짜릿하군. 좋다, 내 너와 소림을 함께 이 세상에서 지워 주마. 하여 새롭게 얻은 삶의 시작을 알리리라.”

무허는 자리에서 일어나 벼락같이 신법을 발휘했다.

그 뒤를 혈천지옥대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뒤따랐다.

*   *   *

휘릭. 타탓.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에 착지한 염마천은 진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남궁건이 있었다.

그로서는 전력을 다해 도주했으나 도저히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변에 퍼진 창궁비연대의 포위망 때문.

그들은 경공도 뛰어나지만 추적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마교의 호교대법사가 대단하긴 하군. 본좌의 검을 세 번이나 피해 달아나다니 말이야.”

남궁건이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염마천이 피하는 것에 주력한 것이 아닌 한 번이라도 막으려 했다면 그대로 끝났을 것이었다.

하나 뛰어난 신법을 바탕으로 오로지 도주에 목적을 둔 그는 쉽게 잡을 수 없었다.

“나를 이토록 끈질기게 쫓아올 이유가 있소? 정사대전이 한창인 것으로 아는데 검제, 당신은 꽤 한가한가보군.”

“정사대전을 일으킨 원흉인 놈들이 아주 뻔뻔하구나. 내 모든 사실을 알았으니 네놈들 마교도는 하늘 아래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버릴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네놈이 되겠지.”

우웅. 쇄애애액.

남궁건의 손에서 생성된 반투명한 검영이 번개처럼 날았다.

머리를 노린 공격은 마치 포탄을 쏘는 것처럼 빨랐다.

하나 염마천은 허리를 젖히며 피해 내었고 곧바로 선회해 날아든 공세를 나려타곤의 수법으로 피해 내었다.

쇄쇄쇄쇄쇅.

마치 전설상의 이기어검이 재현된 것만 같은 연환비검.

염마천은 정신없이 보법을 펼치며 공격을 피해 내고 있었다.

수라혈검대의 독문무공, 귀영수라보.

그것은 염마천이 적사결의 수라천랑보에서 착안해 창안한 보법이었다.

그만큼 그는 보법에 조예가 깊었다.

‘남궁건이 교주님의 정체를 알았구나. 어찌 안 것인지 모르나 저 뱀 같은 자가 그걸 알았으니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야. 속히 알려야 한다.’

염마천의 발끝이 바닥을 긋자 먼지가 점차 피어올랐다.

남궁건은 심안으로 그 모습을 보며 비웃었다.

“바닥을 긁어서 어쩌자는 것이냐? 맹인을 상대로 시야라도 가려 보겠다 이건가? 큭큭큭.”

그가 손을 휘젓자 검영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며 염마천을 압박해 갔다.

제왕무적검은 의지로 다루는 영혼의 검, 일명 영검이라 할 수 있었다.

상단전의 힘을 빌어 만들어 낸 이 검은 물리적인 타격이 아닌 혼백을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그 때문에 제왕무적검의 공격은 방어가 불가능하며 본인 스스로도 신체를 영체화해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한데 단 하나 약점이 있음이 염마천을 상대하며 드러나는 중이었다.

상대가 싸울 생각이 없이 회피에 주력할 경우 무적의 공격도, 절대적인 방어도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영검의 조절이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구나.’

차라리 검을 직접 손에 쥐고 초식을 발휘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

하나 지금의 그는 일반무공과 제왕무적검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취가 깊지 못한 상태였다.

하나 그는 제왕무적검을 고집했다.

‘제왕무적검, 초월진혼.’

남궁건의 검결지가 초식을 허공에 그리자 영검이 그 검로를 따라 움직였다.

현묘하기 이를 데 없는 투로의 끝은 심안이 노려보는 염마천의 심장에 닿아 있었다.

‘끝이다.’

남궁건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영검은 먼지구름 속으로 들어가 염마천의 지척에 도착해 있었다.

한데.

“뭐야! 사라졌잖아!?”

심안의 감지범위 내에 염마천의 존재는 더 이상 잡히지 않았다.

연기처럼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때 바닥에 남은 흔적이 심안에 들어왔다.

그것은 어떠한 문양, 이를테면 술식과 비슷한 것이었다.

“술진? 설마 술법을 쓴 것인가?”

먼지로 모습을 가리고자 한 것이 아닌 진을 그리느라 먼지가 발생한 것이었다.

영검에 집중하느라 남궁건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고 말이다.

-휘이이이익!

찢어지는 듯한 휘파람 소리가 동쪽으로부터 들려왔다.

창궁비연대가 놈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도망치는 것 하나는 천하일품이로구나.”

남궁건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인상을 썼다.

술도가에서부터 지금까지 영검의 사용이 과했기에 점점 두통이 심해져오는 것이었다.

*   *   *

“헉, 헉.”

염마천은 전신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리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궁건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 술법은 호교대법사에게 대대로 이어지는 비전이었다.

본래는 자신에게 쓰는 것이 아니라 호위대상인 교주에게 시행되는 전이술의 일종.

공간을 뛰어넘어 대상자의 위치를 다른 장소로 무작위로 이동시키는 수법이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지존을 지켜 내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었다.

‘무형검이라니. 남궁건이 말도 안 되는 경지에 올랐구나.’

염마천은 전신에 오한이 들 정도였다.

주변을 둘러싼 먼지를 가르면서 날아드는 것이 아닌 투과하는 모습.

그것은 전설로만 들었던 무형검이 분명했다.

방어 불능이라 일컫는 무적의 기예.

공격당하면 그것으로 승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절세 무학이었다.

“음?”

염마천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가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곳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남색무복의 무인이 거리를 두고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창궁비연대에게 다시금 위치가 노출된 것이었다.

‘설마 세가의 정보대 전체를 움직인 것인가? 정사대전이 진행 중인데…….’

그렇지 않고서는 이 정도로 많은 정보원의 숫자를 설명할 수 없었다.

‘생각해라. 놈들을 떨치고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남궁건을 죽이거나, 창궁비연대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

전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무위도 문제지만 지금 자신에겐 지켜야 할 반선주가 있었다.

무형검을 떠나 남궁건과 공방을 주고받다 자칫 옥병이 깨져 버릴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도주. 그렇다면 역시 그 수밖에 없겠군…….’

염마천의 눈이 서둘러 산세를 읽었다.

산의 지형을 꿰뚫어 보는 그의 눈에 원하는 장소가 들어왔다.

귀영수라보로 신형이 죽죽 늘어나며 빠르게 그곳에 접근해 갔다.

점차 그의 귀에 그 증거인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콰콰콰콰콰콰.

폭포였다.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한 채 떨어지더라도 전신이 박살날 정도로 큰 단애폭포.

하나 염마천은 살아날 자신이 있었다.

천마신교의 교도들은 절벽이나 폭포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밥 먹듯이 받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다!”

스르륵.

돌연 남궁건이 절벽을 등지고 유령처럼 나타났다.

창궁비연대 덕분에 미리 예측을 하고 움직인 모양이었다.

“제길!”

염마천은 발을 멈추고 이를 뿌드득 갈았다.

열 걸음이면 뛰어들어 폭포의 물길을 탔을 것을 그 짧은 차이로 제지당한 것이다.

‘교주님, 이번 한 번만 쓰겠습니다.’

허락이 있었다지만 지존의 애병이기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했었다.

하나 지금 눈앞의 상대는 맨손으로 돌파할 수 있는 무인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안광이 발하고, 등 뒤에 메여 있는 적령의 검파가 움켜쥐어졌다.

스르릉.

시린 검광을 발하는 천하십대기병.

끼아아아악.

적령검이 으스스한 귀곡성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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