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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61화 (161/206)

<기적의 이혼대법 161화>

“현자의 돌? 그게 운철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이지?”

“듣기에 현자의 돌이란 연금술사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는 신비의 돌이라 합니다. 만약 연금술과 이혼대법이 일맥상통한다면 연관이 있지 않겠습니까?”

적사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혼대법은 운철이 필요하고 연금술에서 현자의 돌이 특별하다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 여기 추려 낸 회족 마을에 대한 정보입니다.”

자료를 검토하던 사내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수고했네. 자네들은 모두 나가 있게.”

“예, 어르신.”

수하들이 나가자 노백은 종이를 적사결에게 내밀었다.

“꽤 많군.”

“예. 회교(回敎 : 이슬람교)신자들이 생각보다 신앙심이 깊은 듯합니다. 중원에서 활동하는 자들 외에는 거의 대부분 전통을 지키고 있군요.”

“이중 가장 큰 마을이 어디지?”

노백은 가장 첫 줄을 짚었다.

“영하, 그곳에 있는 마가집성촌이 가장 큽니다. 회족에게 있어서는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이기도 하지요.”

“영하면 섬서성과 감숙성 사이로군.”

“그곳은 건조한 평야와 사막기후라 찾아가기 힘드실 겁니다. 본문에서 길잡이를 붙여드리지요.”

“아니. 신강에서 나고 자란 우리다. 신세는 운철을 구해 온 후 지도록 하지.”

“하긴 신강도 영하 못지않은 곳이지요.”

적사결은 종이를 품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드시 운철을 구해 올 테니 자네는 반선주 제조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주게.”

“염려 마십시오. 련주의 부탁도 있었으니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그 말에 적사결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물었다.

“한데 말이야. 본좌가 몸을 되찾고 백천악과 생사결을 벌인다면 둘 중 하나는 죽게 될 텐데 그대는 어째서 이렇게 협조적인 것인가? 설마 그가 무조건 이길 것이라 여기고 그런 것인가?”

“허허허, 사람 일에 무조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광혈존께서는 그 취불을 상대로도 용호상박의 실력을 보인 분이지 않습니까. 정보를 다루는 자로서 말하건대 두 분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다 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돕는다? 본좌가 파악하기로 하오문은 사무련을 위해 존재하는 문파라 알고 있는데 그가 죽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그것이 사신으로부터 내려온 본문의 근본이념입니다. 오직 사무련을 위하고 사무련주께서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는 것. 설사 그것이 그분의 파멸일지라도 그분께서 부탁한 이상 저희는 따를 것입니다.”

“백천악의 파멸이라도 따를 것이다라…… 그대가 후회하지 않길 빌지.”

적사결은 비릿하게 웃으며 별채를 나섰다.

‘백천악, 네 무덤을 네가 팠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때의 빚은 배로 갚아 주마.’

*   *   *

영하.

전체 인구의 삼분지 일 이상이 회족을 차지하는 곳이다.

그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과거 비단길이 있었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교역을 위해 머나먼 서역에서 넘어온 그들이 영하에 뿌리내린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들을 뜻하는 회족이라는 명칭도 중화와 서역을 오고가는 의미로 떠났다 다시 돌아온 자들이라 하여 회(回)를 붙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 후예들은 비단길이 사라진 지금까지 영하를 고향으로 삼아 살아오고 있었다.

“지존을 뵙습니다. 신교출세! 만마앙복!”

섬서성을 담당하는 적월, 구월이 부복하며 포권의 예를 올렸다.

적사결은 영하에 대해 해박한 그를 불러 길잡이로 삼으려 한 것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느냐?”

“다 지존의 거룩하신 은혜 덕분입니다.”

여느 적월이나 다름없이 구월도 충성심 하나만큼은 끝을 알 수 없었다.

“그래, 섬서성의 분위기는 요즘 어떠하냐?”

“전시나 마찬가지로 흉흉한 상황입니다. 섬서성의 군소 방파들은 화산파를 중심으로 서쪽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혈교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하여 의천맹에서도 군웅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정사대전에 이어 정마대전이 연이어 터진다고 여기고 있겠구나.”

“지존의 말씀대로 그 때문에 이번 의천맹의 대응은 예전보다 빠릅니다. 지존께서 감숙성을 정벌하실 때 워낙 빨랐기에 반면교사가 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감숙대전이라 불린 천마신교의 정벌.

당시 적사결은 소수정예로 감숙성의 대문파, 공동파를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멸문시켰다.

덕분에 전선을 섬서성 서쪽 지방까지 밀어붙였었고 감숙은 완전히 천마신교의 영역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혈교에게 홀라당 넘어가 버렸지만 말이다.

“의천맹 놈들이 아무리 맹추라지만 그만큼 당했으니 배운 게 있겠지. 한데 소림은? 그들도 움직이고 있느냐?”

화산파가 있다지만 역시 소림이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

과거 자신의 행보를 막은 것도 절반은 소림의 힘이었으니 말이다.

“소림은 사대금강의 죽음으로 초상집이나 다름없다 합니다. 십계승들이 그들의 시신을 거두었고 방장 무산대사는 무허대사에 대한 파문과 무림 공적 공표를 준비 중이라 합니다. 그 때문에 당장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입니다.”

“큭큭큭, 파문? 무림 공적? 크하하하.”

이렇게 고소할 수가 있다니.

놈은 이제 사문에게 버림받고 사제의 손에 의해 천하의 악적으로 낙인찍히게 생긴 것이다.

신교의 이름을 바꾸고 혈마라 칭한 놈에게 당하기만 한 것 같아 울화통이 터졌는데 이제야 심화가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흐흐, 여하튼 소림이 그 꼴이라면 좀 더 서둘러야겠구나. 어서 출발하자꾸나.”

“예.”

사월은 준비해 온 낙타들을 끌고 왔다.

영하는 대부분 황야지만 그들이 가는 곳만큼은 사막인 사파두를 가로질러야 하기에 말보다 낙타가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   *   *

사파두 여정 일주일째.

“헥, 헥. 죽을 것 같아.”

당연희는 낙타 등에서 혀를 길게 빼고 있었다.

뜨겁게 내려쬐는 햇볕은 내가고수라 하여 예외가 아니었다.

“뭘 벌써부터 덥다고 그러느냐. 그렇게 혀를 내밀고 있으면 수분을 더 빨리 빼앗기니 집어넣거라.”

적사결의 말에 그녀는 혀로 마른 입술을 훔치고는 물었다.

“한데 천하 십대고수 정도 되면 수화불침 아닌가요?”

“거기까지 갈 필요 없이 절정의 끝자락인 융통무애의 경지에만 올라도 가능하지.”

온몸에 의도하지 않아도 기가 절로 충만해지는 경지.

그 경지에 이르면 더위도 추위도 타지 않을 수 있었다.

“한데 난 왜 이렇게 덥죠?”

명색이 무허의 몸인데……

“무허의 몸이니까 그렇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녀석의 내공은 응집력이 강해 의지가 발현되지 않으면 단전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네 정신이 융통무애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이 이유이기도 하고.”

“결국 의지가 약하다 이 말이네요.”

“그렇지.”

당연희는 고개를 푹 숙이다 못해 낙타 위에 엎어져 버렸다.

적사결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그 말에 곧바로 풀이 죽다니.’

그녀는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강해지고자 했다면 벌써 융통무애의 경지를 넘어서게 해 주었을 터.

고작 삼류였던 백리황을 절정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그녀의 몸은 절정 고수 따위가 아닌 천하 십대고수의 것이었으니까.

하나 적사결이 가르침을 내리는 기준은 오직 하나.

강자존에 걸맞은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의지가 없었다.

일례로 해남에서 체력 단련을 할 때 종아리에 알이 박혔다고 난리를 친 것부터가 그랬다.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했으니까.

“물이라도 좀 줘요. 목말라 죽을 거 같아요.”

“거 참. 그놈의 죽겠다는 말 좀 그만하거라.”

“빨리요오오.”

한숨을 쉬며 수통을 건네주자 그녀는 미친 듯이 쪽쪽 빨아 댔다.

적사결은 눈살을 찌푸리며 순식간에 수통을 빼앗아 버렸다.

“아, 왜요! 줬다 뺏는 게 어디 있어요?”

“사막에 들어서기 전에 뭐라 했지?”

“이…… 입만 적실 정도로 마시라고요…….”

“한데 그게 입만 적시는 것이냐? 아주 코를 박고 죽을 기세던데.”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열사의 땅을 처음 접하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은 보기보다 드무니까.

아마도 혼이 반쯤 나간 상태이리라.

하나 앞으로도 갈 길이 구만 리다.

“구월.”

“예, 교주님.”

“쉴 만한 곳을 찾거라. 아무래도 대낮에 이동하긴 힘들 것 같구나.”

사막은 해 뜨기 전, 그리고 해가 지기 전 이동하는 것이 그나마 열기를 피하는 방법이다.

하나 태양빛은 피해도 어둠 때문에 방향을 잃는다거나 다른 문제도 얼마든지 산재해 있었다.

사막은 그만큼 살기 힘든 환경이었다.

구월은 사구 아래 약간의 수풀이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간이 천막을 쳤다.

일행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강 형제는 버틸 만한가?”

염마천이 강산에게 수통을 건네며 물었다.

“아직은 견딜 만합니다. 아버님과 사냥을 할 때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삼 일 밤낮을 사냥감을 쫓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 제법 대물이었나 보지?”

“귀주성에서 귀호로 불리던 대호였습니다. 사람을 여럿 해쳤던 놈이라 이를 악물고 쫓았었죠.”

“부친께서도 대단한 엽사였나 보군.”

“강족의 족장이자 사천성 엽사들의 우두머리셨습니다. 인근 운남과 귀주에서도 아버지를 따를 엽사는 없으셨고요.”

“……음. 훌륭한 분이셨군.”

염마천은 더 이상 강산의 아비에 대해 말을 붙이지 않았다.

과거형이라는 말은 지금은 아니라는 뜻.

더구나 그의 눈빛을 보아하니 돌아가신 것이 분명했다.

“한데 구월이라는 분은 대단하시군요. 사막에서 물을 저렇게 쉽게 찾으신다니 말입니다.”

구월은 한쪽에서 땅을 파고 있었다.

지난 칠 일 간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물을 확보했다.

준비한 가죽 수통의 물만으로는 사파두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떨 때는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보고 사구의 형태를 계산해 녹주의 위치를 찾아냈고, 큰 바위가 있으면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바위에 맺힌 새벽이슬을 모았다.

그리고 오늘은 사구 아래 덤불이 위치한 이곳에서도 가장 낮은 지대를 열심히 파고 있었다.

그 아래는 필히 물이 있으리라.

설사 물이 없더라도 물길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면 그곳에 남은 수분을 모아 물을 만들어 낼 능력자였다.

“구월은 신강에서도 가장 큰 사막인 대막에서 자랐거든.”

적사결의 대답이었다.

“사막에서 구월만큼 뛰어난 길잡이는 드물지.”

“숲에서는 저만 한 길잡이가 없으실 겁니다, 교주님.”

“오냐. 그런 패기 아주 좋구나.”

적사결은 강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후 구월에게 다가갔다.

“네가 수고가 많구나. 쉬엄쉬엄 하거라.”

“아닙니다. 지존을 위해서라면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하하하, 오냐. 그 마음 고맙구나.”

“한데 지존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라니?”

구월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제부터 사구의 형태가 바뀌고 있었습니다.”

“……흠. 본좌는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오늘 유심히 살펴보니 분명 달랐습니다.”

“어찌 다르더냐?”

“뾰족한 형태로 솟은 것이 높이도 이틀 전보다 분명히 높아져 있었습니다.”

사구마다 모양이 다르고 높낮이가 다르다.

뾰족한 형태라는 것은 바람에 쓸리며 생긴 일반적인 모양이기에 이상하다 여기기도 힘들었다.

한데 구월은 마치 비교라도 했다는 듯 다르다 주장하고 있었다.

“무슨 전조 현상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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