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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60화 (160/206)

<기적의 이혼대법 160화>

장사에 도착한 일행은 곧장 노백의 거처로 향했다.

그곳은 장사의 중심에 위치한 곳으로 꽤 이름 있는 술도가였다.

장사뿐만 아니라 호남성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가장 많은 기루 및 주루와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달구지를 끌고 오고 가는 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못 보던 분들이신데 무슨 술을 사러 오셨는지요?”

술을 빚는 장인으로 보이는 자들 중 한 사람이 다가오며 물었다.

적사결은 준비한 암어로 그에 답했다.

“무릉주 중에 검은 빛깔을 띠는 술을 찾고 있소.”

“죄송하지만 그런 술은 저희 술도가에는 없습니다. 보통 무릉주는 맑고 투명해 깔끔한 맛이 그 장점인데 특이한 술을 찾으시는군요.”

“하면 검은 잔에 담으면 그런 빛깔을 띠지 않겠소. 맑고 투명하니 말이오.”

“허허, 그런 수가 있었군요. 마침 손님의 마음에 들 만한 잔이 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잔도 구비가 되어 있는 것이오?”

“주종에 따라 그에 맞는 잔이 따로 있지요. 손님들께 최고의 술맛을 제공하려면 잔뿐만이 아니라 그에 맞는 안주도 준비해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사내는 적사결 일행을 별채로 안내했다.

그곳은 지나온 본채와 달리 한적한 장소였다.

하나 그와 달리, 그 가운데 있는 노인의 모습은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바빠 보였다.

“어르신, 검은 잔을 찾는 손님을 모셔 왔습니다.”

“그래? 벌써 도착했나 보군. 내 손님을 맞이할 테니 너는 여기 분류해 놓은 것을 악양루와 금산루에 보내도록 하거라.”

“예, 어르신.”

노인은 허리를 툭툭 두드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여인의 몸을 한 적사결의 앞으로 다가가 포권했다.

그는 백류혼에게 이미 제반 사정을 들었는지 자연스럽게 응대했다.

“어서들 오십시오. 천마신교의 지존을 이리 뵙다니 본문의 영광입니다.”

“그대가 전대 하오문주 노백이라는 자인가?”

“그렇습니다. 지금은 임시 하오문주이지요. 허허.”

노백은 자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일단 앉으시지요.”

노백과 적사결이 마주 앉았고, 그의 옆에 당연희가 앉았다.

염마천과 강산은 호위를 위해 뒤쪽에 시립한 채 날카롭게 안광을 빛냈다.

“거두절미하고 묻겠다. 반선주의 제조법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습니다.”

“정말인가?!”

이렇게 간단하게 답을 얻게 되다니.

적사결은 제갈세가니 회족이니 하는 단초들을 떠올렸던 것이 다 부질없게 여겨졌다.

“뉘시라고 감히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분명 반선주의 제조법은 알고 있습니다. 하나 한 가지 아셔야 될 점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본디 이혼대법의 이론과 반선주의 제조법은 제가 은소령에게 전해 준 것이었습니다. 하나 그것은 그저 종잇조각에 써 놓은 글자일 뿐이었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 낸 이는 그녀가 유일하지요. 즉, 그녀가 제조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고 어찌 개선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적사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학문이든 무공이든 이론과 실전은 다른 법이니까.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자보다는 낫겠지. 어차피 그년도 그 이론을 토대로 반선주를 만들었을 테니까.”

“그렇겠지요. 한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무엇인가?”

“반선주의 재료 중에 구하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실상 그것 때문에 본문에서는 반선주를 만들 시도조차 못했었지요.”

“그게 뭔가? 설마 하늘의 별이라도 따 달라는 건 아니겠지?”

적사결의 물음에 노백은 담담한 표정으로 허리춤의 곰방대를 꺼냈다.

그리고는 연초를 구겨 넣으며 말했다.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맘대로 해. 한데 왜 답을 안 하는 건가? 진짜 하늘의 별을 따 달라는 말인가?”

그는 곰방대에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쭉 빨았다.

적사결은 그의 느긋한 행동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 말씀대로 하늘의 별이 필요합니다.”

“설마…… 운…… 철?”

“예. 운철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요.”

이럴 수가.

하늘에서 제멋대로 떨어지는 운석에 포함된 철 금속이 있어야 하다니.

드넓은 천하에서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것을 어찌 찾는단 말인가.

“처, 천하의 광물 거래상과 암시장을 뒤지면 있지 않을까?”

“없습니다. 본문에서 이백 년 동안 눈에 불을 켜고 찾았으나 시중에 나오는 것들은 다 가짜 운철이었습니다. 실상 그것이 세상에 나와도 노리는 자들은 한둘이 아닐 테고 말입니다.”

운철은 희귀하다 못해 전설로 불리는 금속이다.

그것으로 무구를 만들면 현철이나 만년한철도 견줄 수 없는 신기가 된다고 알려질 정도였다.

더구나 하늘이 내렸다 하여 그것을 지니고 있으면 행운이 깃든다 하니 그걸 얻은 자가 세상에 내놓을 리도 만무했다.

“이런 제기랄!”

적사결은 탁자를 내려치며 분개했다.

기껏 반선주의 제조법을 아는 자를 만났음에도 재료가 없어 만들지 못하다니.

그렇다고 당장 혈교의 준동이 코앞인데 언제까지 운철을 찾아 천하를 헤맬 수도 없었다.

“한데 죽은 은소령은 그걸 어떻게 손에 넣은 거죠?”

당연희가 침착한 얼굴로 노백에게 물었다.

“허허, 아가씨도 몸이 바뀐 당사자면서 꽤나 담담하군. 당가인들은 심지가 강하고 굳건하다더니 허명이 아니었군 그래.”

“과찬이에요. 저도 화가 나는 걸 억지로 참는 거거든요.”

“그 나이에 그리 참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게지. 그리고 대답을 해 주자면 그걸 은소령에게 구해 준 자가 있었네.”

“그가 누구죠?”

“도중문. 얼마 전까지 황제의 직속 방술사였던 자라네. 그가 황궁에 들기 전 운철을 수소문하던 은소령을 만났고 운철을 건넴과 동시에 하오문도가 되었지. 이후는 그대들이 알고 있을 테고 말이야.”

당연희는 적사결을 돌아보았다.

“그자…… 교주께서 죽였다고 했죠?”

“그래. 본좌가 죽였다.”

“앞으로는 좀 성질도 죽이고 용서도 하고 하세요. 과격하게 다 죽여 버리니까 이런 일이 생기잖아요.”

“지금 본좌를 가르치는 거냐?”

“답답해서 그래요. 답답해서.”

“쯧, 너보다 본좌가 더 답답하니까 성질 긁지 말거라.”

적사결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노백에게 물었다.

“그 도중문이라는 놈에 대해 아는 게 있는가?”

“예, 오신다는 전갈을 받고 조사를 해 놓았습니다.”

“어떤 놈이지?”

“은소령을 만날 때까지 강호에 알려진 적이 없는 자였습니다. 일단 그녀를 만났을 당시 그는 상당히 위중한 상처를 입었다고 합니다. 정체불명의 무인들에게 쫓기고 있었고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하오문을 찾은 것으로 보였고 말입니다. 본문이 사람 하나 숨기는 데는 천하제일이니 그리한 것이었겠지요.”

“한데 정체불명의 무인이라니?”

“당시 본문에서도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도중문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작업하는 사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려 쫓을 수도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연기처럼 사라졌다면 상승의 신법을 펼친 고수이거나 도중문 그놈처럼 술사라는 말이겠군.”

“그럴 것입니다.”

“도중문의 사문이나 사부에 대한 것은 모르는가? 상대해 보니 꽤 상당한 실력의 술사던데 그만한 능력이면 독학으로 익힌 것은 아닐 텐데 말이야.”

노백은 곰방대를 탈탈 털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기를 꺼려했다고 합니다. 본문에서도 오직 문주와 단둘이서만 만났다고 하고 말입니다.”

“미치겠군. 하면 아무런 단서가 없는 건가…….”

적사결이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고민에 빠졌다.

당연희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그에게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제갈세가나 회족 말고는 방법이 없겠어요.”

“그렇겠지. 그쪽을 파는 수밖에.”

그들의 대화에 노백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제갈세가면 모산파와 관련된 것을 말하는 것이오?”

그 물음에 당연희가 답했다.

“맞아요. 모산파가 남긴 서책 중에 이혼대법이 적힌 것이 있었고 그 모산파와 관계된 자가 과거 제갈세가의 초대 가주였다 들었어요.”

“아마 제갈세가에 가 봤자 별 소득은 없을 거요. 과거 본문의 조사이신 사신께서 제갈세가의 초대 가주 천기룡 제갈비를 반죽음으로 만들고 확인했는데 그도 아는 게 없었다고 했다 하오.”

“그럼 회족만이 유일한 단초겠네요. 휴우.”

“회족이 이혼대법과 관련이 있는 것이오?”

노백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적사결은 그의 눈빛을 읽고 되물었다.

“그대야말로 회족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있군?”

노백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도중문이 회족이었습니다.”

“아까는 그놈의 배경을 모른다더니 이제와 놈이 회족이었다고?”

“그가 소수민족인 것이 대단한 출신 배경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다.

회족이 소수민족이라지만 그 수가 많아 장족과 함께 흔히 볼 수 있는 소수민족 중에 하나였으니 말이다.

“놈이 회족이라 말해 주지 않았을 텐데 하오문에서는 어찌 알았지?”

“첫 만남 당시 그가 머리에 하얀 두건을 쓰고 있었다합니다.”

“하면 놈이 뼛속 깊이 목사림(穆斯林 : 무슬림)이라는 말이지 않은가?”

회족은 과거 대식국과 파사국에서 이주해 온 서역인들의 후예.

때문에 초창기엔 모두가 회교(回敎 : 이슬람교)의 전통인 하얀 두건을 쓰고 다녔다.

하나 세월이 흘러 중화에 동화된 이들은 그 전통을 따르지 않기도 했다.

지금은 특정 부족을 제외하고 중원에서 활동하는 회족들은 두건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원의 치하 당시 있었던 차별 때문이었다.

명나라 이전 원나라 시대에는 사람의 신분을 나누고 그에 맞는 차등을 두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몽고인으로 지배층으로 분류되었다.

두 번째는 색목인, 즉 이국의 사람들이었고 회족은 이들의 후예였기에 높은 신분을 지닐 수 있었다.

세 번째가 피지배층인 북송인, 그리고 네 번째는 몽고에 끝까지 저항했던 남송인으로 노예 취급을 받았다.

원나라가 멸망하고 명나라가 개국하자, 그 신분은 완전 뒤바뀌었다. 그래서 회족은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중원에서는 두건을 쓰지 않았다.

“하오문에 입문하고 그는 더 이상 두건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나 그가 목사림인 것은 분명하지요.”

“천하에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회족의 마을이 얼마나 있는지 아는가?”

노백은 곧바로 사람을 불러 자료를 갖고 오라 명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족이라 기술된 서책을 백 권이 넘도록 가져왔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회족의 전통을 유지하는 부족을 추리기 시작했다.

‘천하의 온갖 정보를 수집하는 하오문답구나. 무림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방대한 양을 조사해 놓다니.’

분류를 진행하는 동안 노백이 다시 회족에 대한 것을 물었다.

“이제 회족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혹시 서역의 연금술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연금술이라…….”

노백은 곰방대를 입에 물고 한참을 숙고했다.

그리고 그는 일다경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대략 금을 만드는 서역의 주술이라 기억합니다만 그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요?”

“그 연금술 중에 자연계의 영령을 물건에 옮겨 담는 비술이 있다 하더군. 그리고 그에 대한 내용을 저술한 서책의 저자가 회족이었고.”

“하면 그 연금술이 중원에 전해져 이혼대법이 된 것이라 추측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네.”

역시 정보꾼이라 그런지 이해가 빠르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노백의 말에 적사결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게 뭔가?”

“예전에 연금술에는 한 가지 특별한 재료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운철, 정확히는 운석과 관계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서 말해 보게!”

적사결의 재촉에 그는 담배 연기를 훅 뿜어내고는 말했다.

“현자의 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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