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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56화 (156/206)

<기적의 이혼대법 156화>

당백산을 비롯한 당가의 일원들은 황당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보게 의선각주.”

“예, 가주님.”

의선각주 당의건 역시 같은 표정으로 답했다.

“저게 가능한 건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도 모르겠다? 천하 오대명의 중 한 명인 자네가?”

은거기인인 생사신의 서환을 필두로 천하에는 이름난 명의가 다섯 있다.

사무련의 요의 신휘강, 천마신교의 마의 능소보,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은 귀수 규흘.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가의 약성 당의건이었다.

“저는 외상보다 내상이 전문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자의 치료법은 외상이 전문인 귀수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세상에 침을 바르고 조금 문질러 주면 낫는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치료가 어디 있습니까?”

당의건은 강산의 양 손목을 붙잡고 문지르는 적사결을 보며 말했다.

당백산은 강산의 근맥을 자른 후 곧바로 당의건을 호출했었다.

그를 치료해 본래의 몸 상태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비록 회주로서 근맥을 자르는 중벌을 내렸으나 그는 당의건을 믿기에 그렇게 판결한 것이었다.

한데 그때 적사결이 나선 상황.

그것도 ‘본교의 교인은 교주인 자신이 직접 치료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마의가 개발한 것은 아닐까?”

당백산은 마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 당의건은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닙니다. 생사신의라면 모를까 마의의 처치를 제가 못 알아볼 리 없습니다.”

생사신의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의원의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하면 생사신의와 인연이 있는 건가?”

“설마요. 그분은 이십 년째 강호에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우화등선하셨을 겁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그때였다.

“자, 다 끝났느니라.”

적사결이 강산의 손목에서 자신의 손을 떼고 환부를 보여 주었다.

상처는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이럴 수가!”

당의건은 한달음에 달려와 강산의 손목을 살폈다.

근맥이 잘린 상처는 봉합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봉합을 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흉터가 남는다.

한데 흔적조차 없다니.

“설마 천의무봉!?”

생사신의의 독문 봉합시술 천의무봉이라면 가능하다.

하나 적사결은 바늘과 실을 이용한 봉합이 아닌 침을 바르고 문지르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천의무봉의 새로운 경지라는 생각이 당의건의 뇌리에 떠올랐다.

“교주께서는 생사신의와 연이 있구려? 그렇지 않소?”

“……거참.”

“천의무봉이 강호에 나타난 것이 이십 년 전이오. 하니 신의께서 천의무봉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셨고 그것을 교주께서 전수받은 것이라 추측되오만. 아니오?”

“헛다리짚었군. 이건 천의무봉이 아닌데.”

“하면 설마 무공입니까? 하나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회복기공인 파황십결의 공능도 이 정도 외상은 어찌할 수가 없는데…….”

“흐흐, 본좌가 누군지 알고도 그런 소린가?”

“설마 창안 무공…… 입니까?”

천하에서 무공 창안에 가장 뛰어난 천마신교.

그 정점에 있는 절대자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그쪽으로 생각이 미칠 수밖에 없었다.

“허허…… 외상을 감쪽같이 회복하는 무공을 창안하다니. 어찌 그럴 수가. 이거 앞으로 교주로 인해 의원이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소.”

당의건은 허탈한 심정으로 그리 말했다.

물론 진심이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룬 무인에게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이었다.

의원이 사라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강산, 너는 언제 신교에 입교했느냐?”

당백산이 강산의 앞에 서며 물었다.

사천회와 협약을 맺은 강족, 그 전대 부족장의 아들이 천마신교의 교인이 되다니.

그가 족장이 아니라지만 강족 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입교했습니다.”

“네 개인의 판단이냐?”

“그렇습니다. 강족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하면 너는 다음 족장이 될 생각이 없는 게로구나.”

“사천회의 무인들과 피를 흘린 그때부터 족장이 될 생각을 버렸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강족을 지키며 살아갈 것입니다.”

강산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담담했다.

“왜 하필 천마신교더냐? 너라면 본가가 받아줄 수도 있었다. 어찌 그리 가벼이 결정한 것이야?”

“가벼이 결정한 적 없습니다. 당가의 일원이 되려면 데릴사위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하고 싶지 정략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끙. 하면 연희는 어떠하냐? 지금이라도 입교를 철회한다면 연희를 너에게 주마.”

당연희와 강산, 두 사람은 동갑내기로 어린 시절 만난 적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 만남이 뜸해지며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얼굴도 모르는 여인과 정략결혼을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싫습니다. 사천 사람이 다 아는 말괄량이를 제가 왜 데리고 삽니까?”

강산이 단칼에 거절하자 옆에 있던 당연희가 빽 소리를 질렀다.

“야! 나도 싫어! 누가 할 말인데! 웃기시네, 진짜!”

“저거 보십시오. 얼굴이 예쁘면 뭐합니까. 아니지. 지금은 그나마 봐줄 만한 것도 없으니 완전 거절입니다.”

“이 자식이 어릴 땐 누나 누나하며 쫄쫄 따라다니더니 커서는 왜 이렇게 싸가지가 됐어!?”

“그거야 네가 한 살 많다고 거짓을 말해 그런 거지.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입에 거짓말을 달고 살았었군. 이제 기억났네.”

“장난이지, 인마! 치기 어린 장난도 모르냐!?”

“휴, 그렇게 매달리지 마라. 장난이든 진심이든 난 당가의 사람이 될 마음이 없어. 내 마음은 이미 패도를 걷기로 결심했다.”

강산은 단호하게 말한 후 적사결의 뒤에 자리를 잡고 섰다.

“와 씨, 무슨 세뇌도 아니고 하루 만에 광신도가 돼?”

“남자의 몸을 얻었어도 남자의 마음을 알 수야 없겠지. 목숨을 바쳐 모실 주군을 만난 기분, 넌 모를 거다.”

“알고 싶지도 않거든!”

당연희는 의자를 돌려 세워 앉고 코웃음을 쳤다.

당백산은 그녀의 모습에 골이 아픈지 태양혈을 꾹꾹 누르고는 입을 열었다.

“산이, 너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내 더는 관여치 않으마. 또한 사내로서 네가 주군을 만난 것을 축하한다. 광혈존은 분명 그럴만한 사내이니 충심을 다하거라.”

“감사합니다, 어르신.”

강산은 활짝 웃으며 포권했다.

“광혈존, 산이를 잘 부탁하네.”

“걱정 마시오. 그는 이제 본좌의 형제이자 천마조사님의 자녀이니.”

적사결은 등 뒤에 염마천과 강산을 두니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는 접근전의 고수, 다른 하나는 원거리전의 고수다.

특히 강산은 염마천과 달리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자 그리고 현상금은 받아야지.”

당백산은 십만 냥이라 적힌 전표를 스윽 내밀었다.

“잘 쓰겠소.”

적사결은 전표를 받아 염마천에게 넘겼다.

“그럼 첫 번째 조건이 일단락되었으니 두 번째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그리하지. 의선각주 준비한 것을 내어 오게.”

당의건은 품에서 작은 목함을 꺼내었다.

그것을 열자 안에는 검은색 애벌레가 한 마리 들어 있었다.

“이게 무엇이오?”

“마고라고 들어 보았는가?”

“……!”

어찌 모르겠는가.

마고는 과거 천마신교의 전신인 마교를 패망으로 이끈 저주받은 귀물이었다.

적사결도 이름만 들었을 뿐 실물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 마물이 어찌 당가에 있는 것이오?”

마고는 귀주성의 묘족, 그중에서도 특별한 일족이 마교와 함께 개발한 마물이었다.

그들에게는 온갖 독물을 항아리에 담아 싸우게 만들어 강력한 독물을 얻는 고독술이란 주술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금잠고라는 특수한 주술이 바로 마고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고를 심으면 그 대상을 뜻대로 다룰 수 있었다.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이든 죽은 시체든 말이다.

더구나 그렇게 조종당하는 숙주는 마인들의 전유물인 마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백 년 전 마교와 사천 무림연합의 전쟁인 사천겁란이 일어났을 때 선조께서 시체로부터 채취한 것이네.”

“하면 묘족은? 그들은 마고의 존재를 모르는 것이오?”

당시 마교의 부교주였던 흑마신은 패전에서 살아남은 수하들을 이끌고 천마신교를 세웠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행한 일은 마고와 금잠고의 주술을 아는 자들을 세상에서 없애는 일이었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마고가 패도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금잠고의 주술을 아는 묘족은 더 이상 없네. 본가가 이 마고를 깨우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니 확실하네.”

“마고를 깨우려 했다? 하면 지금은 가사상태인가 보군?”

“그러네.”

“한데 이유가 뭐요? 당신도 마고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독공 때문이지.”

당백산은 검지를 편 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손가락 끝에서 땀처럼 물방울이 맺히더니 뚝뚝 떨어졌다.

치이이이.

탁자에 닿자마자 발생하는 독연.

지독한 산성독이었다.

“화골산에 맞먹는 독이네. 노부의 몸에서 만들어 낸 것이지.”

“이걸 왜 보여 주는 거요?”

“그대도 알겠지만 독공은 당가에서도 오직 특이체질을 지닌 열 명만 사용할 수 있지. 한데 그 특이체질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네. 본가에서는 그것이 대를 거듭하며 피가 희석되어 그런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네. 해서 마고를 개량해 그 약점을 보완하려 하는 것이지.”

마고의 숙주가 된 자는 마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 마기를 독기로 대체하려는 것이었다.

“금잠고라는 주술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마고의 근원은 독물. 하니 마고를 깨운다면 다룰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오?”

“바로 그러네. 역시 통찰력이 뛰어나군.”

“하면 마고는 몇 마리나 있는 것이오?”

“약 서른 마리 정도 보관 중이네.”

“그렇게나 많소?”

“본래 백여 마리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죽거나 소실되었네. 그나마 도중에 방법을 찾아내었기에 서른 마리를 확보할 수 있었지.”

“하면 두 번째 조건이 이 마고를 깨워 달라는 것이겠군?”

“그러네. 묘족의 비술이 사라진 이상 마고를 깨울 수 있는 곳은 천마신교가 유일하겠지?”

적사결은 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한데 조건이 너무 사적인 거 아니오? 당가의 독공을 위한 것이 사천회를 위한 거라는 거요?”

“물론이네. 본가가 없다면 사천회가 유지될 것 같은가? 모르긴 몰라도 예전처럼 박쥐 취급받다가 와해되어 버릴 걸세.”

당백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사천에는 당가를 필두로 사천육대가라 불리는 다섯 개의 대가문이 더 있으나 그들을 모두 합쳐도 당가에 미치지 못하니까.

“좋소. 한데 마고는 마도인의 수치라 할 수 있으니 우리도 조건을 걸겠소.”

“말해 보게.”

“열 마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폐기하시오. 마고의 개량이 끝나면 물론 전량 폐기하고 말이오.”

“지금 열 마리만으로 연구를 완성시키란 말인가?”

“거절하면 동맹은 없던 일로 하겠소.”

적사결의 단호한 어조에 당백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나 그로서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의 예상이 맞다면 독공은 삼대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질 테니까.

“조건을 받아들이겠네. 열 마리만 남기고 폐기하도록 하지.”

적사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함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염마천에게 건넸다.

“본좌의 몸이 이러하니 자네가 마고에게 마기를 주입해 보게.”

“제 마기로 되겠습니까?”

“금잠고의 주술로 탄생한 마고는 마기를 먹고 자란다고 했네. 과거 마교의 마기와 다르다지만 마고에게는 그 밥에 그 나물일 게야. 더구나 이백 년을 굶은 녀석이니까.”

아마도 눈이 번쩍 띄일 것이다.

순수한 마기로 따지자면 염마천은 자신과 흑사광, 그리고 마도쌍패 두 장로 다음이었으니까.

천마신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맛집이다.

일어나 밥 먹어라, 이 벌레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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