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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43화 (143/206)

<기적의 이혼대법 143화>

*   *   *

“흑랑대주, 몸은 좀 어때?”

적사결이 내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아, 교주님.”

흑사광은 상의를 챙겨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으니 일어나지 말고 편히 쉬어. 자네들도 앉아 있게.”

적사결의 제지에 흑사광을 비롯해 구양패와 관패, 염마천까지 자리에 앉았다.

“그래, 독기는 다 몰아내었나?”

“예. 지독한 독이더군요. 장로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흑사광은 장력 대결 직후 빈사 상태였기에 마도쌍패 장로들의 도움을 받았다.

암경이 침투하며 자칫 골수에 독이 미칠 수 있었기에 위험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었다.

물론 모두 적사결의 지시였다.

“지존께선 괜찮으십니까? 분명 팔이…….”

“응? 이거?”

적사결은 오른팔을 들고 씨익 웃었다.

“……으음. 중독된 탓에 환각을 봤나 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적사결의 팔을 보며 어리둥절해했다.

분명 초마천살장에 의해 팔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적사결은 웃으며 그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아니, 잘 봤어. 분명 이 팔이 작살났었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잘린 팔을 이어붙이는 것도 아니고 산산조각 난 신체를 회복하다니?

대라신선이 와도 불가능한 의술이었다.

“뭐, 대충 재생했다 생각해. 도마뱀 꼬리처럼 말이야.”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본좌니까, 그 어려운 걸 해냈지.”

“하긴…… 그렇군요.”

흑사광은 아무 의심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데 중독 말고는 다친데 없나?”

“예. 불완전했지만 묵혼마신체의 기운이 남은 덕분에 겉으로는 가벼운 타박상이 전부입니다.”

“……그렇군.”

한껏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흑사광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심려되시는 부분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이 몸의 내공이 생각보다 형편없어 그렇다.”

일갑자 반. 무려 이백 년의 내공 수위였다.

하나 적사결은 형편없다 여기고 있었다.

“파괴력 때문에 그러십니까?”

흑사광의 물음에 적사결은 나직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내공의 양보다 성질의 문제인 것이다.

본래 지니고 있던 혈마기는 천하에서 으뜸가는 강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몸이 바뀌었던 무허의 보리연화공 역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위력이 있었으니 그간 기시감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하나 당연희의 내공은 독기라는 성질을 지니게 되었지만 파괴력 자체는 본래의 위력 그대로였다.

만약 혈마기나 보리연화공의 내공이었다면 불완전한 묵혼마신체를 꿰뚫었을 것이 분명했다.

즉, 비무의 결과는 최후까지 서 있던 적사결이 승자이긴 했으나 약간 애매했다.

힘 대 힘, 패력으로 결정짓는 싸움에서 이긴 것은 흑사광이었기 때문이었다.

적사결은 팔이 터져 버렸고, 그는 멀쩡했으니까.

이는 초식의 위력보다 내공의 성질 자체가 지닌 파괴력의 차이가 워낙 큰 탓이었다.

“제가 몸으로 느껴 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내공만으로는 광혈수라공 본래의 위력에서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일 듯합니다.”

“역시 그렇지?”

“예. 다만 지존께서는 외공의 수준이 더 높아지신 것 같으니 전체적으로는 삼분지 일 정도 위력의 하락이 있다 봅니다.”

십대고수인 만큼 마령존의 계산은 정확했다.

적랑의태로 신체 외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기에 박빙의 승부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도 독성을 띠는 내공이 주는 장점도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흑사광은 적사결을 위로하듯 조언했다.

“그래. 단점도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이니까.”

적사결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내기는 본좌가 이겼지?”

“끄응…… 장력 대결은 제가 이겼으니 비긴 것으로 하시지요.”

“패도에 그런 애매한 승패가 어디 있나. 이겼으면 이겼고 진 거면 진 거지.”

자신도 애매하다고 여기고 있었으나 내기에 건 것이 교주직이었으니 우겨야 했다.

“마침 대장로와 이장로, 호교대법사도 있으니 잘되었어. 세 사람 다 잘 듣게. 본좌를 이어 다음 교주에 오를 이는 여기 있는 흑사광이네. 아직 대주이기도 하니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소교주로 공표하도록 하지.”

이번엔 교주쟁패전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미 천하 십대고수인 흑사광에게 도전할 대주급이 있을 리 만무했으니 말이다.

“교주님 진정 이번 사건이 해결되면 하야하실 것입니까?”

구양패가 착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구양 장로. 본좌의 결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야. 막지 말게.”

“휴우…… 알겠습니다. 대장로로서 교주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흑랑대주는 거의 완성된 무인입니다. 그가 극마결을 익힐 수 있겠습니까?”

수라진결 중 교주에게 허락되는 극마결.

그것은 극마결을 익혀야 천마신교의 교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게 그렇게 문제인가?”

“마도에도 명분이란 것이 있으니까요. 극마결은 새로운 창안 무공의 단초를 주지만 익히는 자의 화후가 높을수록 더욱 어려운 난제를 던져 주지 않습니까? 지금의 흑랑대주라면 십중팔구 극마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분명 광인이 될 터.

한마디로 탈마동의 마인들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의미였다.

“한데 말이야, 구양 장로.”

“예, 말씀하시지요.”

“꼭 수라진결을 익혀야, 본교의 지존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적사결은 흑사광을 돌아보며 말했다.

“암흑천마공, 흑랑대주는 천마조사의 무공인 암흑천마공을 익히고 있지 않나.”

“하나 암흑천마공은 아시다시피 불완전한 무공이지 않습니까. 그걸 모르는 교도가 없으니 그것만으로 자격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흐흐흐.”

갑작스레 적사결이 낮은 웃음을 흘렸다.

“교주님? 왜 그러시는지요?”

“아니, 기분 좋아서 말이야. 새삼 본좌는 참 위대한 지존이구나 싶어.”

“예?”

구양패의 되물음에 적사결은 또박또박 말해 주었다.

“암흑천마공의 진체, 천령마기를 찾았네. 그것으로 암흑천마공은 완전한 천마신공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야.”

완전한 천마신공.

그 말에 구양패는 물론 관패와 염마천도 석상처럼 굳었다.

실전된 암흑천마공의 반쪽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처…… 천령마기라니요? 지…… 지존께서 그것을 얻으셨습니까? 아니, 그것이 정말 암흑천마공의 진체입니까?”

구양패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신공의 복원은 거의 포기하고 있던 신교의 대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구양 장로. 본좌가 언제 허언을 한 적이 있던가?”

“없었습니다. 암요. 단 한 번도 없었지요.”

“그래. 없었지. 하니 믿어. 천령마기는 암흑천마공의 진체가 확실하다.”

적사결의 확언에 네 사람은 부복한 채 교호를 읊조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감격에 젖어 어쩔 줄을 몰랐다.

“자자, 다들 진정해. 지금 당장 천령마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걸 지닌 자가 이리로 오고 있으니까.”

“예. 지존이시어. 백 날, 천 날이라도 못 기다리겠습니까.”

구양패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천마신공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더없이 벅차오르는 중이었다.

“거참. 구양 장로 늙으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정말이로군그래.”

“지존을 보필한 것이 이 늙은이 내세의 영광이었습니다. 역시 지존이시옵니다.”

“알았으니 뚝 그쳐. 대장로의 이런 모습을 외인이 보면 본교 마인들이 모두 울보라고 소문내겠어.”

그런 그때.

적사결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

그곳엔 언제 왔는지 당연희가 멀뚱히 서 있었다.

“야! 기척 좀 흘려!”

저놈의 돌부처 단전은 기운을 감추는 게 특급 살수보다 더하다.

젠장.

*   *   *

“도련님. 곧 해남도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청령의 보고에 백류혼은 선상 갑판에 올랐다.

과연 해안선에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걸친 것이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류혼이 탄 대장선을 필두로 뒤편에는 약 백여 척의 범선이 따르는 중이었다.

한 척당 약 이백 명의 무인들이 탑승한 상황.

이만 명에 이르는 사무련의 무인들은 광동혈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해남도로 향하고 있었다.

“청령, 선장에게 해안으로부터 백 장 거리를 두고 닻을 내리라고 해.”

“정박하지 않는 겁니까?”

“이 많은 인원이 하선하면 그 자체로 무력시위야. 그렇지 않아도 호전적인 마인들인데 가벼운 충돌 하나 없겠어? 그리되면 그 성질 더러운 양반에게 바로 책잡힐 거라구.”

“하긴 그 사람에게 꼬투리 하나 줘서는 안 되겠지요.”

청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장에게 향했다.

백류혼은 곧바로 휘파람을 불어 붕아를 호출했다.

그러자 하늘에서 따라오던 화식조가 부드럽게 선회하며 선상에 내려앉았다.

“홍령. 혼자 다녀올 테니까. 다들 경거망동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해.”

“도련님. 저희 사령들이라도 모실 테니 허락해 주십시오.”

“아니. 혼자 가는 게 여차할 때 몸을 빼기도 쉬워.”

“하나 위험하십니다.”

“명령이야. 공식적인 행사인 만큼 항명은 허락하지 않겠어.”

백류혼의 단호한 명에 홍령을 비롯해 자령과 백령도 입을 열지 못했다.

“걱정 마. 잘 해결될 테니까. 교주가 그렇게 경우 없지는 않잖아.”

“하나 수십 개의 문파가 멸문당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홍령이 걱정스럽게 묻자 대답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당연히 그냥 넘어가면 안 될 일이지!”

단단한 체구의 중년인이었다.

강렬한 기세를 풍기는 그는 사무련의 호법가인 철혈철가, 그곳의 당대 가주 철비환이었다.

혹시나 있을 마인들과의 충돌을 대비해 철혈철가에서도 무인들을 파견한 것이다.

“철숙.”

철비환은 백천악의 의형제였기에 백류혼은 어린 시절부터 그를 숙부라 불렀다.

“류혼이 너. 확실하게 협상하거라. 이번 일의 책임자는 너이니 내 더는 잔소리하지 않으마.”

“걱정 마세요.”

“오냐. 다녀오거라. 두 시진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바로 쳐들어갈 터이니 그리 알고.”

패기 넘치는 기도와 살벌한 어조가 잘 어울리는 천상무인.

백류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젓고는 붕아의 등을 툭툭 쳤다.

사무련의 수호신조는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고 단숨에 허공으로 치솟았다.

‘허벌나게 멋지구먼. 의형도 저 나이 때는 붕아가 등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역시 난 놈이야.’

철비환은 흐뭇한 얼굴로 백류혼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런 그의 뒤로 홍령이 자리하며 말을 걸었다.

“호법사자님. 도련님 혼자 괜찮겠습니까? 저희라도 뒤를 따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서라. 류혼이 녀석이 꼬리가 붙은 걸 눈치채지 못할 것 같으냐? 더구나 첩보에 따르면 해남도에 모인 마인들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했다. 녀석 말대로 도주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혼자가 편할 것이야.”

철비환은 홍령을 안심시키며 대기하라 명했다.

그러고는 궁금한 점이 있다는 듯 물었다.

“한데 말이다. 정말 의형의 말대로 광혈존과 취불의 영혼이 뒤바뀐 것이냐?”

“그렇습니다. 저희 사령들도 직접 확인했으니 분명합니다.”

“허어…… 기사로구나.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저희들도 처음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한데 그의 무위는 어떠하더냐? 아무리 취불의 몸이라도 남의 것이니 본신의 무위와 차이가 있을 텐데.”

“흑야귀령대에서 보관 중이던 과거 자료와 현재 취불의 몸을 얻은 후 전투들을 분석한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홍령이 말끝을 흐리자 철비환은 재촉하듯 물었다.

“무엇이냐?”

“신체 회복력이 인간의 상리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것으로 창궁검제를 패퇴시켰을 정도니까요.”

“흐음…… 회복력이라. 혹시 파황십결의 요상결 이상이라 보느냐?”

“사령들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꽤 까다롭겠구나.”

철비환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조는 담담했다.

회복력이 얼마나 대단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나 홍령은 그걸 직접 목도했기에 불안했다.

‘부디 광혈존과 싸우지 않기를…… 그는 괴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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