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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36화 (136/206)

<기적의 이혼대법 136화>

다섯 명의 흑의 괴인.

그들은 흑랑대 칠 조였다.

흑살방을 떠난 그들은 곧바로 적사결과 당연희가 머물고 있는 객잔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조장님.”

“왜 그러느냐?”

“방금 들렀던 마을 사람들이 말하길 상당한 수의 흑도인들이 죽은 건 사실인 듯합니다. 그곳 말고도 인근의 흑도 문파들이 씨가 말랐다 합니다.”

“후후, 그래서 일만 명이나 된다 하더냐?”

흑랑대 칠조장 섭천이 피식 웃었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거지요.”

“이십만 냥이나 되는 의뢰니 제법 뛰어난 건 사실이겠지. 하나, 죽은 놈들이야 떠돌이 낭인만도 못한 어중이떠중이들이지 않느냐. 하루살이 몇 천을 베었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아니다. 상관이 못나서 너희들에게 살수 짓이나 시키는데 내가 미안하지.”

“그런 말씀 마십시오. 모두 교의 형제들을 위함이지 않습니까.”

“그래, 조금만 고생하자꾸나. 일월의 말로는 교주님께서 해남으로 오고 계시다 했으니 조만간 모두 해결이 될 것이야.”

섭천의 말에 조원들의 얼굴에는 신실한 믿음이 떠올랐다.

그들은 아직 천마신교의 충직한 교도인 것이었다.

“한데 교주님을 생각하면 좀 어이없지 않습니까? 그분께서 중놈의 암계에 빠져 옥체를 잃으셨다는 것이요.”

“맞아. 그때의 교주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리는데 그 후로 십 수 년이 흐른 그분을 함정에 빠트리다니 말이야.”

“그래, 그때 진짜 무서웠지. 인간 같지 않았다니까.”

흑랑대원들은 교주쟁패전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그때를 마지막으로 그들은 교를 떠났으니 당시의 적사결이 그들이 기억하는 교주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단신으로 자신들 흑랑대는 물론 주군인 흑사광까지 패퇴시킨 압도적인 역량.

기습이든 정면 승부든 그때의 교주는 거칠 것이 없었다.

특히 사무련과의 비밀회동 사건으로 암계나 함정 같은 수법에 대해서는 초인적인 육감을 발휘했었다.

“전임 일조장께서 함정을 파셨다가 도리어 머리통이 박살났었지, 아마?”

“그랬지. 네놈은 패도를 추구할 자격이 없다 이 비겁한 새끼야! 라며 일장에 터진 수박으로 만들었지.”

“크, 네놈은 자격이 없다. 개멋있었지.”

조원들이 신나서 떠들자 섭천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분은 대주님을 위해 오욕을 감수하신 것이다. 너희들도 알지 않느냐.”

“알죠. 하나 당시 흑랑대 모두가 반대했던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교주쟁패전 당시 수세에 몰렸던 흑사광과 흑랑대.

그때 흑랑대 일조장은 조원들과 함정을 파, 적사결을 유인했었다.

어떻게든 교주의 혈육인 흑사광을 차기 교주의 위에 올리기 위한 충정에서 그런 것.

물론 암습은 실패했고 흑사광은 그 사건을 계기로 패배를 시인하는 결과가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무진호, 그분을 욕하지 말자. 같은 한솥밥을 먹은 형제였지 않느냐.”

섭천의 얼굴에 드리웠던 씁쓸함은 처연한 표정이 되었다.

전임 일조장 무진호가 그리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나서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당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살행 의뢰도 대주에게 보고도 없이 자신의 선에서 처리하는 중이었다.

‘휴우, 이 녀석들은 의뢰 대상이 쓰레기 같은 사파 놈으로 알고 있는데…….’

섭천은 조원들을 돌아보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딴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당장 형제들의 밥줄이 달린 문제였다.

천마신교 총본산의 명으로 강호 전역에 내려진 배교도 척살.

그렇게 전후 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교도들의 배교도 사냥을 피해 모여드는 신교의 형제들.

그들은 구양 장로 일행을 따르는 이들이었고 나아가 신교의 진정한 지존을 받들 수하들이었다.

하니 목숨을 걸고 해남에 도착한 자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   *   *

“크아악! 제기랄!”

갑작스런 고성에 당연희는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기에 곧바로 방문을 열어 재꼈다.

“무슨 일이에요?”

침상 위에는 적사결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씨발! 안 생겨!”

“뭐가요?”

“그거!”

“그거라뇨?”

“물건 말이야 물건!”

그는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짜증을 내비쳤다.

“물건? 설마 거시기?”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 몸에 거시기가 왜 생겨요? 아니, 설마 거시기를 만들려고 한 거예요? 그런 마공도 있어요?”

“없으니까 불편하잖아.”

“이런 씨, 진짜 만들려고 했나 보네! 미쳤어욧!”

“안 생겨서 미칠 지경이다.”

없어서 허전한 것은 둘째였다.

가장 미칠 노릇은 작든 크든 모든 볼일을 앉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남자인 자신에겐 생각보다 귀찮고 짜증나는 행위였다.

“미쳤나 봐, 진짜! 꿈도 꾸지 마요! 그거 내 몸이야, 내 몸!”

“어차피 안 돼. 백 번이나 시도했는데 안 생겨.”

삼지안의 능력 강화로 팔다리도 재생시킬 수 있지만 원래부터 없는 것을 만들 순 없는 모양이었다.

“없는 게 뭐가 어때서요. 나는 가운데서 그게 달랑거려서 걸을 때마다 신경 쓰여 죽겠는데.”

“아침엔 괜찮고?”

“아침? 아…….”

흐흐. 젊어진 몸뚱아리가 새벽의 정기를 받고 가만있을 리 없지.

“그래. 그거 어떻게 줄여요. 계속 천막을 쳐서 미치겠다고요.”

“큭큭, 알고 싶어?”

“뭐예요, 그 음흉한 웃음은? 설마 아침마다 해야 하는 거? 그런 거였어요? 간단하네.”

당연희는 왼손을 살짝 말아 쥐며 만든 구멍을 오른손바닥으로 팡팡 쳤다.

적사결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저 여자라면 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만약 그리 된다면 저 몸에 내공은 한 줌도 남지 않을 터.

차후 자신의 몸을 지닌 무허를 상대하려면 저 몸이 있어야 했다. 그것도 온존하게.

“어휴, 넌 정말 규격 외구나. 본좌가 살다 살다 너 같은 여인은 처음 보는구나.”

“흐음…… 설마 이 몸이 무허대사의 것이라고 동정을 지켜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죠?”

적사결은 뜨끔했다.

부지불식간에 핵심을 찔려 버린 것이다.

“진짠가 보네요. 와아, 두 분께서 생사대적이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남자들 간에 있다는 호적수에 대한 존중, 뭐 그런 건가요?”

존중은 니기미.

“네 멋대로 생각해. 하나 네 말대로 동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사실이니 괜히 춘약 같은 거 집어 먹고 탈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저 당가의 직계잖아요. 지금 제가 중독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걱정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이니 당부하는 것이다.”

“염려 놓으세요. 당가의 사람은 외인에게 중독당하면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할 수도 있어요.”

사천당가라는 수식어 외에도 독수당가로 불리는 자부심.

독수당가란 천하에서 독에 관한한 당가가 제일이라는 평가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렇기에 당가는 후손들이 독에 대한 공부에 나태하지 않도록 그런 규율을 정했다.

독이란 천 가지, 만 가지를 넘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한데 천막 치는 건 어떻게 해결해요? 아직 말해 주지 않았잖아요.”

“천막? 참아. 참다 보면 사그라들 거다.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적응도 될 거고.”

소변을 보면 해결되지만 뭐가 예쁘다고 그걸 가르쳐 주겠냐.

“진짜예요?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매일 아침 그 짓을 할 수 있다 보느냐? 건장한 사내도 그러다간 십 년도 못 살고 뒈질걸.”

“……하긴. 그렇긴 하네요.”

그녀는 곧바로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의 상식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

*   *   *

적사결과 당연희는 객잔을 나섰다.

최소한의 정비를 끝냈으니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당장 해남으로 가고 싶지만 일단 처리할 일이 있으니 소요현으로 가자꾸나.”

“소요현? 처리할 일이라니요?”

“우리가 이 꼴이 되게 만든 개새끼들을 가만 놔둘 참이냐?”

“아, 그러네요. 그 자식들을 그냥 둘 순 없죠.”

그만한 인원을 동원했으니 배후가 있는 것은 당연할 터.

그리고 그 일은 조가장과 혈화문의 여식과 그 수하들을 죽인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었다.

“광동성에서 가장 큰 흑살방이라는 곳이 소요현에 있다니 일단 거기로 가 보자. 근방에서 명성 꽤 있는 놈들이니 그만한 인원이 움직인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있겠지.”

적사결의 결정에 당연희는 군말 없이 따랐다.

하나 그들의 걸음은 얼마 못 가 멈추고 말았다.

다섯 명의 흑의괴인들이 길을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휴우, 다행히 길이 엇갈리진 않았구나.”

섭천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두 사람이 묵었던 객잔을 확인하고 그들이 떠났다는 것을 알고 급히 뒤쫓은 것이었다.

“조장님.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생포하는 것 맞습니까?”

확인 차 묻는 마휴의 물음에 섭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빨리 처리하거라.”

섭천의 명에 마휴는 마기를 흘리며 검을 뽑았다.

사위를 무겁게 짓누르는 기운은 짙고 뚜렷한 먹색을 띠고 있었다.

그는 당연희를 직시하며 음산하게 말했다.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목을 내놓거라. 하면 고통 없이 죽여 줄 것이니.”

그 말에 당연희는 적사결의 눈치를 보았다.

한눈에도 드러나는 마기.

천마신교의 교도라는 확실한 증거였다.

하니 지금 상황은 그들의 지존인 그가 해결할 일이다.

“계집을 걱정하는 것이냐? 걱정 마라. 여자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침묵하던 적사결이 나섰다.

“하는 짓이 아주 가관이구나.”

“계집이 나설 자리가 아니니 닥치고 있거라.”

“이 새끼가 미쳤나.”

쉬익.

쾌속하게 휘두른 손속.

하나 상대는 그 움직임을 눈치 채고 허리를 뒤로 젖혔다.

한 끗 차이로 피하는 그때였다.

짜아악.

고개가 홱 돌아가며 그의 얼굴에는 시뻘건 손자국이 남았다.

천축유가신공으로 팔이 늘어나며 가격한 것이다.

“본좌에게 계집? 아주 뒈질려고 작정을 했구나, 마휴.”

“……!”

마휴는 뺨을 붙잡은 채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이름을 어찌 알았냐는 눈이었다.

“야, 섭천. 너 이 새끼 교를 떠났다고 마도인의 긍지까지 똥통에 처박은 것이냐. 구양 장로 일행을 구했다기에 흑랑대를 아직 신교의 일원으로 여겼는데 아니었던 게야!”

적사결의 호통에 흑랑대 칠조장 섭천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어찌 오늘 처음 보는 여인이 그 사실을 아는지 그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적사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흑사광도 네놈들이 이따위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아느냐!? 아니면 그때, 무진호 그놈처럼 독단적으로 개짓거리를 하는 것이야!?”

“소저는 도대체 누구요? 그리고 어찌 무진호란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오?”

“소저는 니미럴. 누가 소저야!”

“……혹시 남자? 그 얼굴에?”

섭천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천하제일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녀인데 소저가 아니라니.

아니라면 말도 안 되는 미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본좌가 남자지 그럼 여자냐! 이런…… 멍청…….”

적사결은 화를 내다말고 아차 싶었다.

자신은 당연희의 몸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휴, 시발. 이게 도대체 뭔 개 같은…….”

적사결은 당연희를 날카롭게 쏘아본 후 격앙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다시 섭천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흠, 본좌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이리된 것이다.”

“귀…… 귀하는 누구십니까?”

“신교의 지존이자 마도의 하늘. 천마의 현신이 바로 이 몸이다.”

“교주님? 교주님이시란 말입니까? 하나 교주님께선 여인과 몸이 바뀐 것인 아닌데…….”

섭천은 놀란 눈으로 말했다.

교주의 영혼이 바뀌었다는 말은 익히 들은 상태였다.

하나 그 대상은 취불 무허. 즉, 남자라고 했기에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적월에게 듣기로는 현재 교주는 과거 젊었을 때의 외모로 해남에 도착할 것이라 했었다.

“본좌가 너에게 구질구질하게 설명할 것 같으냐. 네놈이야말로 말해 보거라. 뭐?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데려가?”

적사결은 한심한 나머지 혀를 차고는 말을 이었다.

“설명이 안 된다면 다 여기서 칼을 물고 뒈질 줄 알아라. 이런 살수 짓이나 하는 비겁한 새끼들은 패도를 추구할 자격이 없으니까.”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흑랑대원들은 부복하며 외쳤다.

“흑랑대 제칠조. 신교의 지존을 뵙습니다. 신교출세 만마앙복!”

전임 일조장 무진호를 죽이고 했던 교주의 말은 그들의 가슴속에 화인처럼 남아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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