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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33화 (133/206)

<기적의 이혼대법 133화>

격체전공.

타인에게 자신의 내공을 전수하는 수법을 이르는 말이었다.

보통 스승이 죽기 전 제자에게 자신이 쌓은 평생의 내공을 전이하는 대법.

다만 같은 심법을 익힌 사제지간이라도 그 내공의 성질이 완전히 똑같진 않기에 효율이 좋진 못했다.

스승의 내공 십분지 일이라도 전이되면 성공이라 일컬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더구나 내공을 전해 준 스승은 비어 버린 단전이 바스러지며 발생하는 부작용에 죽을 때까지 극심한 격통에 시달려야 하는 단점도 있었다.

때문에 강호에서 격체전공이 시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나 극히 드물다는 것은 사용하는 곳이 있다는 의미.

소림은 그중 한 곳이었고, 사대금강이라 불린 승들은 대를 거듭해 꾸준히 격체전공을 사용해 온 이들이었다.

그것은 백 년 전, 무신불 법륜대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법륜대사는 보리연화공을 창안하기 전 내공전이의 효율을 절반 이상 유지하는 격체전공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대금강의 등에 새겨진 문신이었다.

이는 물리적으로 새긴 문신이 아니라 격체전공에 의해 전이된 내공이 응집하여 형성된 것이었다.

공허와 이백, 그리고 공령과 두보.

그들이 싸우고 있던 장소 인근에 또 다른 싸움이 있었다.

바로 공벽과 한유였다.

콰우우우우.

공벽의 몸에서 기운이 솟구치자 등의 문신이 옅어졌다.

문신의 봉인이 풀려나며 기운으로 대체되기 때문이었다.

“나 증장천왕 공벽. 지금부터 제대로 상대해 주마.”

공벽이 한 걸음을 내딛자 한유가 그르렁거리며 극도의 경계심을 비쳤다.

금강나한기공을 익힌 둘은 방어를 도외시한 일전을 벌였었다.

금강의 방호기공은 그것만으로도 금강불괴.

둘은 미친 듯이 박투를 벌이며 싸운 것이었다.

오죽하면 한유의 필가차 끝이 뭉툭하게 변할 정도였다.

파파팟.

공벽이 움직이자 한유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둘은 팔 하나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공방을 주고받았다.

쩌어엉.

한유의 필가차가 공벽의 명치를 찌르자 몸이 크게 들썩였다.

하나 그뿐.

숙였던 상체를 들어 올리며 공벽의 주먹이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졌다.

투콰아아앙.

강렬한 일권은 턱에 깔끔하게 명중.

앞전과 다르게 봉인을 푼 힘은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다.

한유는 머리가 핑 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

때문에 이어서 날아온 주먹에 무방비로 얻어맞았다.

콰아앙. 콰앙.

세 방에 침몰된 한유.

맹수의 맷집과 금강나한기공의 방어력을 생각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주저앉은 것이었다.

하나.

-크르르릉.

입가의 선혈을 손등으로 닦은 한유는 거침없이 일어섰다.

“휴우, 정말 대단하구나. 그걸 맞고 일어서다니.”

공벽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선대의 내공 봉인을 풀고 사용한 금강나한권이었다.

그 위력은 주먹에 남은 감촉으로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방이면 만근거암도 박살 낼 수 있음을.

한데 그걸 세 번이나 얻어맞고 일어선 것이었다.

-크아아아아!

대기를 찌르르 울리는 맹수의 포효.

자존심에 울부짖는 분노의 일갈이었다.

텅그렁. 텅그렁.

필가차를 바닥에 버린 한유는 팔뚝에 묶인 붉은 천잠사를 풀어 오른손에 감았다.

똑같이 주먹으로 상대해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참으로 안타깝구나 살업을 쌓지만 않았어도 좋은 친구가 되었을 텐데.”

-그르릉, 크릉!

개소리 말고 덤벼!

순식간에 접근한 한유의 일권이 허공을 갈랐다.

스치기만 해도 만년고목이 두 동강이 날 듯한 패력이었다.

꽈아아앙.

그걸 막아 낸 공벽의 팔이 부르르 떨리며 경련했다.

‘내력이 더욱 커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응당 약해져야 정상일 텐데 더욱 강해진 힘에 공벽은 어이가 없었다.

하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꽈앙. 콰아앙.

한유가 미친 듯이 양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봉인이 풀리며 얻은 힘과 본래의 내력을 합치면 거의 삼갑자에 육박했다.

한데 그런 내공을 지니고도 공벽은 점차 두려움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놈의 기운이 강력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도 없이.

-크아아아앙.

분노에 눈이 돌아간 한유는 무의식적으로 초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당한 금강나한권.

금강나한기공은 익혔지만 초식은 익히지 못하고 본능적인 움직임만 고수했던 한유가 공벽이 펼친 것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었다.

투콰아아앙.

공벽의 고개가 돌아가고.

콰아아앙.

턱을 뽑아버리는 듯한 거력에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커어어억.”

한순간 정신이 날아가는 듯하고 눈앞의 하늘이 빙빙 돌았다.

으득.

이를 부서져라 깨문 공벽이 두 다리에 내공을 잔뜩 밀어 넣으며 천근추를 가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균형을 바로잡고 고개를 바로 세웠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회전하며 다가오는 거대한 주먹이었다.

“젠자앙!”

콰아앙. 우지끈. 우지직.

강기가 소용돌이치는 일권은 그를 삼십 장이나 날려 버렸다.

거목을 십여 그루 부러뜨리고 바위를 뚫고 날아간 공벽이 처박힌 곳은 이름 모를 연못이었다.

부그르르르.

차가운 물에 빠진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벽은 서둘러 수면 밖으로 올라왔다.

한데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점점 커져 갔다.

“헉!”

풍더어어엉.

한유가 그를 찍어 누르며 물속으로 다시 처박았다.

공벽은 필사적으로 떨쳐 내려 했지만 한유도 목숨을 걸고 있었다.

“그르르르륵.”

한유는 공벽에게 딱 달라붙어 왼팔로 목을 조르고 오른손의 천잠사를 풀어 자신과 그를 서로 묶었다.

여기가 승패의 갈림길이라는 것을 한유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크아아악. 이 짐승 따위가!’

공벽은 모든 내력을 쥐어짜 발버둥쳤다.

하나 지금의 한유는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심폐기능.

덩치만 자신의 두 배이니 호흡을 멈출 수 있는 시간도 더욱 길 것은 자명했다.

부그르륵. 부르륵-

벌써 조짐이 왔다.

공벽은 호흡이 곧 달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더욱 조급해졌다.

하나 끈질기게 들러붙는 한유를 떼어 내지는 못했다.

일다경 후.

촤아악.

거대한 몸이 수면을 뚫고 올라왔다.

그 어깨에는 공벽이 축 늘어져 있었다.

*   *   *

다시 공령과 두보의 싸움.

쩌저저저정.

봉인을 푼 공령은 강력하게 두보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의 제미곤은 기존의 현란한 초식에 더해 강맹한 내력을 동반한 힘으로 찍어누르는 듯한 형세였다.

두보로서는 기술과 힘. 그 어느 것에도 우위를 점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여유가 없으니 흉내 내기를 하기도 힘들었다.

휘우웅.

제미곤의 한쪽 끝이 두보의 눈앞을 지나가자 눈길이 반사적으로 그 끝을 따라갔다.

동시에 시야 밖, 제미곤의 반대쪽이 발밑을 훑었다.

투우웅.

두 발을 가격당한 두보의 몸이 순간, 공중에 떴다.

두보는 강철봉을 바닥에 찍으며 그 반동으로 사정권을 벗어나려 했다.

하나 공령의 움직임이 한 수 위였다.

눈앞을 지나갔던 제미곤의 끝이 호선을 그리며 되돌아와 두보를 내려친 것이었다.

콰아앙.

두보는 고통을 참으며 나려타곤의 수법처럼 옆으로 굴렀다.

이어지는 공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하나 공령의 각법이 옆구리에 꽂힌 것이 더 빨랐다.

떠어어엉.

-카르륵.

오 장 가까이 날아간 두보는 거친 숨을 내쉬며 벌떡 일어서 봉 끝을 내밀었다.

상대를 경계하기 위한 자세.

하나 공령은 거침없이 다가왔다.

“왜 그러느냐? 벌써 재주가 바닥난 것이냐?”

저벅. 저벅.

그 발걸음이 가슴을 짓누르고 두보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공령은 서두르지 않고 걸음을 내디뎠다.

“한낱 짐……!”

그때 갑자기 눈앞이 위로 주욱 미끄러져 올라갔다.

발밑이 꺼지며 신형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었다.

‘이런 영악한 놈! 도대체 언제!’

땅속에 큰 바위가 있음을 알고 암경을 흘려 넣은 것이었다.

그것도 나려타곤을 시전하면서 자신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무상대능력의 파괴력이 그렇게 바위를 가루로 만들고 그 공간에 자신이 빠진 것.

짐승이 사람을 상대로 함정을 판 것이었다.

터턱.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다.

허리에도 못 미치는 정도.

하나 흐름을 빼앗기기에는 충분했다.

후우웅.

구덩이에서 나오려는 공령을 막기 위한 내려찍기.

꽈아아앙.

제미곤을 들어 막았으나 강철봉의 공세는 발목까지 땅속을 파고들 정도로 무거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철봉의 반대쪽 끝의 움직임.

뻐어억.

같은 지면 위였다면 두 다리를 가격당해 공중에 떴을 터.

하나 구덩이 속에 있기에 강철봉은 공령의 골반, 그것도 급소를 가격했다.

흉내 내기였으나 효과는 지대했다.

공령은 그 일격으로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콰콰콰콰콰쾅.

그 틈을 노려 두보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움직임이 제한된 공령은 쏟아지는 공격에 정신이 없었다.

이런 방식의 개싸움은 그로서는 처음 겪어 보는 경험이었다.

애초에 전투 중에 함정을 판다는 것 자체가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전법이었다.

“이런 괴물을 키우다니…… 사…… 백…….”

정신없이 두들겨 맞던 공령의 마지막 읊조림이었다.

*   *   *

빠바바바바박.

공허의 양손과 양발은 그야말로 소림 무학의 정수였다.

기본공인 나한권부터 시작해 칠십이종절예의 절반을 무자비로 쏟아 내는 것.

그것도 반야신공의 묘리를 담은 자신만의 무학으로 녹여냈기에 이백으로서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크하압! 내가 지국천왕 공허다!”

떠어어어엉.

반야금강장과 대력금강수.

그 두 가지를 절묘하게 섞은 기예가 이백에게 적중했다.

그 현묘함은 대적불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콰아아앙.

“허억. 허억.”

공허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지쳐 있었다.

등 뒤에는 지국천왕의 형상이 거의 지워진 상태.

그가 사용한 무공은 하나같이 뛰어난 절학인 반면 내공 소모가 컸다.

물론 봉인을 푼 대신 삼갑자에 가까운 내력을 얻었으나 문제는 상대였다.

-크르르륵. 크릉.

먼지 사이를 뚫고 모습을 보인 이백.

온몸에 피멍이 들고 상처투성이였지만 두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미친…….”

불제자인 공허의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그렇게나 얻어맞고도 놈은 불사신이라는 듯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크아아앙!

둥. 둥. 둥. 둥.

이백은 가슴을 두드리며 기백을 내 보였다.

왠지 알 수 없으나 얻어맞으면 맞을수록 기운이 용솟음쳤다.

그것은 그동안 혈맥에 쌓인 영약의 힘이었다.

푹.

이백은 쌍도 중 하나를 바닥에 박았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하나의 도를 부드럽게 쥐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마치 기수식을 취하는 듯한 움직임.

몸짓 하나하나는 오묘했고 범상치 않은 무리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릿속에는 적사결과 남궁건의 싸움.

정확히는 마지막에 보았던 최후의 일격인 극혈파천.

하늘을 쪼개는 듯한 일검무적의 초식을 흉내 내는 것이었다.

후와아악.

전신의 공력이 휘몰아치며 도에 집중되고 엄청난 기운이 폭사했다.

이전의 거칠고 투박한 투로가 아닌 정제되고 다듬어진 일도.

더구나 그것은 주인인 적사결의 초식 중에서도 무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예였다.

“아…… 미타불.”

그 불호를 끝으로 공허의 세상은 시커멓게 변했다.

쫘아아악.

엄청난 도강이 공허를 양단하고 뒤편의 절벽까지 쪼개버린 것이다.

-크륵. 크륵.

이백은 도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이 물먹은 숨처럼 무겁고 잠이 쏟아질 정도로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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