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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32화 (132/206)

<기적의 이혼대법 132화>

-가르릉. 크릉.

이백이 돌연 낮게 그르렁거리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사월은 오랜 시간 이두한백과 함께 했기에 대략적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뭔가 있어?”

사월의 물음에 이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보와 한유, 그리고 백거이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긴장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들이 그만큼 경계한다는 것은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었다.

-크아앙.

이백이 신호하자 그들은 동시에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가오는 위험을 막고자 움직인 것이었다.

“괜찮을까요?”

소민이 이두한백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말했다.

사월은 피식 웃었다.

“천하의 창궁검대를 패퇴시킨 아이들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녀는 소민을 존칭으로 대했다.

비록 첫 만남에서 자신을 찔렀으나 상황이 바뀐 것.

교주의 결정이 있었으니 그녀를 신교의 은인으로 예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서 가시죠. 해남까지 갈 길이 멉니다.”

사월은 소민을 비롯해 그녀의 형제자매인 고아들을 보며 말했다.

*   *   *

처처척.

사대금강은 길을 막아선 자들을 발견하곤 신형을 멈추었다.

한데 그 정체를 알아보고는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마리의 거대 원숭이.

하나같이 은은하면서도 강대한 불가기공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저 영물들이 원인이었던 것 같군.”

공허가 이두한백을 살피며 말했다.

“아무리 영물이라지만 짐승이 상승 무공을 익혔다? 허허…… 이것 참…….”

공령이 어이가 없는 듯 혀를 찼다.

이두한백의 기운은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괴짜 사백께서 말도 안 되는 실험을 하신 모양이네. 휴우…… 언제나 상상 이상을 보여 주시는군 그래.”

공벽도 한 마디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은 사대금강인 공극은 그들 모두의 생각을 확인하듯 말을 내뱉었다.

“한데 저놈들 우리와 같은 무공을 익힌 것 맞지?”

그랬다.

사대금강 자신들이 익힌 칠십이종절예, 그중 가장 윗줄에 위치한 네 개의 절학.

반야신공, 무상대능력, 금강나한기공, 아라한신공.

그 기운이 네 마리 영물들에게서 그대로 느껴지고 있던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

이두한백 역시 동일한 기운이 공명하는 느낌에 포효했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만 같기에 기분 나쁜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군. 내공만으로는 우리들 이상이겠는데?”

공허가 긴장하며 주먹을 살짝 쥐었다.

“사백이 훔쳐 간 영약이 얼마였는가. 그 정도 양이면 능히 그렇겠지.”

공령이 노기를 띠며 말했다.

약왕전 지하비고에 비치된 수많은 영약들.

그것은 소림이 천 년 동안 모은 보물들이었다.

더구나 그중 가장 최상등품의 영약들만 골라서 빼돌린 자가 그들의 사백이었다.

“그럼 각자 한 마리씩 맡도록 하세. 어떤 녀석을 맡을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공벽이 천천히 걸으며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상대 측 이두한백 중 한유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나도 그럼 가 보겠네. 이곳에서 다시 모이도록 함세.”

그 말을 끝으로 공극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동시에 백거이 역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신법으로만 보면 둘의 실력이 가장 뛰어날 정도로 그 속도가 남달랐다.

아라한신공의 힘이었다.

“공허, 괜찮겠는가?”

공령이 이백을 주시하며 말했다.

네 마리 영물 중 가장 강한 기운을 풍기는 이백이 바로 공허가 상대해야 할 적이었다.

“걱정 말고 가보게. 무허 사백을 제외하면 소림 최고수가 바로 나인 걸 잊었는가?”

공허가 호기롭게 웃으며 공령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긴 자네도 누구 못지않은 무공의 천재인데 걱정이 과했군. 이따 보세.”

사대금강의 수장이자 차기 소림의 무맥을 이을 공허.

그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공령은 누구보다 공허의 저력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백의 기운이 워낙 대단하여 불안한 것뿐이었다.

“우리 둘만 남았구나. 아! 말은 알아듣는 것이냐?”

공허의 물음에 이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 내 울었다.

-가르릉

“허어…… 생각보다 더 대단하구나. 안타까운지고…… 아미타불…….”

동물들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허의 눈에는 이백의 등 뒤로 쌓인 살업이 보였다.

짐승이라 하나 소림의 무공으로 살행을 일삼았으니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크아아아앙!

개소리 말고 덤벼라.

이백이 공허를 향해 흉포한 살기를 발했다.

호쾌하게 발도한 두 자루 쌍도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는 듯 섬뜩한 기세까지 느껴졌다.

“오냐. 내 얼마든지 상대해 줄 터이니 그리 재촉하지 말거라.”

스으윽.

공허는 부드럽게 반야신공의 기수식을 취했다.

두 손을 가슴까지 끌어모아 왼손의 손바닥은 하늘을 향해,

오른손은 그 위에 올려 반장을 취한 모습이었다.

이백의 기수식도 그와 유사했다.

왼손의 도는 수평, 오른손의 도는 수직이었으니까.

스파앗.

선공을 취한 것은 이백이었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두 자루 도의 초식은 변화무쌍, 그 자체였다.

애초에 정형화된 초식이 아닌 이백의 본능에 의지한 움직임.

거칠지만 자유롭고 그렇기에 위력적이었다.

파팡. 파파팡.

공허는 부드러운 장법으로 쌍도의 도배를 쓰다듬듯 기세를 흘렸다.

강공을 택한 이백과 정반대되는 유려한 움직임.

본능이 아닌 차가운 이성의 무학, 화경의 묘리로 대응하는 것이다.

촤좌좌좌작.

이백은 마치 바람을 상대로 베는 것만 같았다.

폭풍처럼 휘두르는 쌍도는 공허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의 화경이었다면 이미 썰어 버렸을 것이다.

남궁세가의 정예인 창궁검수들도 화경을 쓰지 못하는 하수들은 아니었으니.

하나 공허의 반야신공은 이백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듯 허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서거거걱. 쿵. 쿵.

도기의 폭풍은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나무며 바위며 모조리 파괴했다.

이백은 지치는 것도 모르고 그만한 공세를 일다경이나 이어 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체력과 내공이라니…….’

조금만 버티면 제풀에 지칠 것이라 여겼건만 공세가 끊이지 않았다.

공허는 점차 수세에 몰리자 결단을 내렸다.

영특하게도 이백이 점차 화경에 익숙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터텅.

쌍도를 발경과 함께 쳐 낸 공허는 그대로 회전하며 쌍장을 떨쳤다.

쩌어엉.

그대로 적중한 장세에 이백이, 십여 걸음이나 물러섰다.

가슴에는 화인처럼 두 개의 손바닥 자국이 있었다.

-크르륵.

이백은 가슴을 먼지 털 듯 툭툭 털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터무니없이 강맹한 내력에 공허의 내기가 제대로 침투하지 못한 것이었다.

“허허허. 이거 목숨을 각오하고 싸워야겠구나.”

공허는 단전에서 십성 공력을 끌어올렸다.

승복이 황금빛 기운의 강맹함에 펄럭이고 팔뚝에는 혈맥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투웅.

진각과 함께 공허의 신형이 쏘아졌다.

이백도 현란하게 쌍도를 움직였다.

좌우에서 베어 오는 움직임.

공허는 좌측의 공세를 장법으로 흘리고 우측의 공세를 금나수로 붙잡았다.

그러자 힘의 방향에 의해 이백이 제자리에서 회전했다.

왼손의 손목을 붙잡힌 채로.

꾸우웅.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이백.

그 위로 공허의 팔꿈치가 떨어졌다.

떠어어엉.

-크아아아앙!

이백의 입에서 피가 튀며 비명이 내질러졌다.

한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백의 내공이 지닌 반탄력에 튀어 오른 공허가 속사포 같은 연환장법을 퍼부었다.

반야신공의 일초, 반야금강장이었다.

쩌저저저정.

바닥이 터져 나가고 먼지가 하늘높이 비산했다.

그때 그 먼지구름이 걷히기도 전에 거대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백이 반격을 취한 것이었다.

하나.

스스슥.

금강부동신법.

예비동작 없이 미끄러지듯 이백의 손을 피해 공허가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어지는 나한권, 그리고 항마연환신퇴가 다시금 이백을 바닥으로 처박았다.

공허는 반야신공뿐이 아니라 칠십이종절예 중 삼분지 일이나 익혀낸 천재였던 것이었다.

콰아앙.

이백은 다시 바닥에 드러눕고 공허는 충격파를 등에 없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자 벼락같이 오른손을 내질렀다.

백보신권.

일보에서의 위력보다 백보에서 위력이 더욱 강맹한 신공절학이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발출된 기공이 증폭되는 무공.

꽈과과광.

엄청난 경파가 터져 나가고 이백이 있던 자리는 마치 운석이 떨어진 듯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크르르르. 크웩.

이백은 구덩이 가운데 드러누운 채 연신 피를 토했다.

그만큼 엄청난 공격을 몸으로 받아 낸 것이었다.

‘허어,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내구력이 엄청나구나…… 그만한 공격에도 죽지 않다니.’

공허는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연이어 절학을 펼쳐 일시적으로 기력이 쇠한 것이다.

투두둑.

그때 이백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안광에서는 흉성이 가득했고 전신에서는 투기가 끓어올랐다.

상처 입은 짐승이 더 위험하다 했던가.

이백은 목숨이 위협받자 더욱 강한 기도를 흘리고 있었다.

‘무슨…… 이런…… 내공이 무한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공허는 줄줄 흐르던 땀이 식고 전신에 오한이 드는 것만 같았다.

*   *   *

터터터텅. 타타탕.

두 개의 봉이 허공에서 연신 격돌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원을 그리며 부딪치는 두 개의 인영은 발놀림도 현란하기 그지없었다.

휘리리릭.

공령의 신형이 회전하며 그 힘에 더해 제미곤이 쑥하고 튀어 나갔다.

그에 마주하는 것은 두보의 강철봉이었다.

두 지르기가 합이라도 맞춘 듯 절묘하게 맞붙은 것이었다.

떠어어어엉.

두보와 공령은 그렇게 다섯 보씩 물러났다.

‘무슨 이런 영물이 다 있단 말인가.’

공령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처음엔 단순하고 직선적이었던 봉의 움직임이 점차 현묘해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이유는 영물이 자신의 초식을 흉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솜이 물을 흡수하는 듯 거대원숭이는 무상대능력의 초식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크라라락. 크릉.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면 더 꺼내 봐.

두보는 마치 그리 말하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내 보였다.

마치 원숭이의 탈을 쓴 사람이 이죽거리는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네가, 네 마리 중 가장 영특한 모양이구나.”

초식을 흉내 내는 것도 그렇고 다른 원숭이들과 달리 그 무기가 봉이라는 것도 그랬다.

무상대능력은 무기에 구애받지 않는 신공이었지만 가장 적합한 무기를 고른다면 곤봉이었다.

그것은 이 무공이 소림방장에게 허락되는 무공이기 때문.

그리고 무상대능력은 방장의 신물, 녹옥불장과 함께 할 때 가장 그 힘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

하니 무상대능력을 익힌 공령은 현 방장인 무산대사의 사후 차기 방장으로 내정 받은 승이나 다름없었다.

“말귀도 알아듣는 듯하니 잘 듣거라.”

공령은 제미곤을 바닥에 찍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들 사대금강은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의 화신. 소림을 지키는 수호승이다. 본래 소림에 화가 닥칠 시 허락되는 힘이나 내 오늘 그 봉인을 해금하려 한다.”

그러고는 상의를 벗었다.

드러난 그의 상체, 등에는 커다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수미산 서쪽을 수호하는 광목천의 형상이었다.

“광목천왕 공령. 사백이 남긴 죄업을 남김없이 말살해 소림의 정기를 수호할 것이다.”

맹세를 하듯 내뱉은 일갈에 광명정대한 기운이 하늘로 솟았다.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멀지 않은 곳에서 세 줄기의 기운이 더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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