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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18화 (118/206)

<기적의 이혼대법 118화>

천하십대고수.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무인으로 어느 시대든 보편적으로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

물론 그들이 진정 가장 강한 열 명에 속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세상은 넓었고 강호에는 알려지지 않은 은거기인이 장강의 모래알만큼 많았으니까.

하나 그들이 별호가 알려진 유명인들 중에 가장 강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럼 그들의 무위는 동등할까?

혹자는 비슷할 거라고 여기지만 무공에도 상성이 존재하고 사람의 기질에도 그러한 부분이 있었다.

직접 부딪치고 비교해 보지 않는 한 줄을 세울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의 고하를 나누는 자들.

그들은 떠드는 걸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호사가였다.

암묵적으로 그들은 천하십대고수를 반으로 나누어 상위에 다섯 명을 올린 적이 있었다.

취불 무허대사

창궁검제 남궁건

파황무존 백천악

광혈존 적사결

암룡신존 당백산

물론 이들은 정파 양대 세력의 대표 격인 인물 두 명과 흑도, 마도, 정사지간을 대표하는 세 절대자까지 다섯이었다.

즉, 그들은 천하사대세력의 주축들이라 고평가를 받은 부분도 있다.

하면 나머지 다섯은 어떨까?

독패존 연무흔

마령존 흑사광

단천도제 팽도극

철탑권왕 황보겸

북천대제 모용학

이들 중 앞의 두 사람은 세력에 속하지 않고 독보강호하는 인물들이기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다.

뒤의 세 명은 든든한 배경이 있었으나 파황무존에게 한 차례 패배한 전적이 있었다.

하나 그것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이었다.

파바바밧.

팽도극이 휘두르는 도수가 잔영을 남기며 날아들었다.

그의 투박한 손날은 전가의 보도나 마찬가지였다.

후우웅웅.

황보겸의 태산 같은 일권은 공기를 부르르 떨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두 사람이 맨손인 것은 이곳이 황성이기 때문.

자금성의 문턱은 병장기를 지낸 채 넘지 못하기에 그런 것이었다.

이는 적사결도 마찬가지였다.

사왕은 황성 바깥에 보관 중이기에 그 역시 적수공권으로 상대해야 했다.

파라라락. 휘리릭.

극상의 수라천랑보.

심기체 모두 무결점을 되찾은 적사결이 드디어 보법을 펼쳤다.

이전까지의 움직임이 절름발이였다면 지금의 보보는 걸음 하나하나가 신묘하고 현란할 정도였다.

“왜 그래? 겨우 이 정도는 아니잖아?”

오랜만의 해방감.

그에 걸맞은 격을 가진 상대.

적사결은 전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껴 먹었던 당과도 이처럼 달콤하진 않았어.’

절대 고수의 합격에도 적사결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온다지만 족쇄의 해방과 동시에 실전에서 경험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절대지경에 오르고서는 명상과 참오를 통해서만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나불대는지 보자꾸나! 애송아!”

팽도극의 일격에 마치 하늘이 둘로 쪼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별호인 단천도제가 어울리는 일초였다.

적사결이 몸을 비틀어 도수를 흘려 내는 그때였다.

도수에서 장법으로 변화한 초식에 방향이 급전하며 손등이 가슴을 강타했다.

떠어엉.

“크윽.”

한 차례 신음과 함께 바닥을 긁으며 밀려나자 이번엔 위에서 가공할 기운이 느껴졌다.

‘황보겸!’

꽈아아아앙.

두 손을 교차하며 들어 올렸건만 팔뚝이 부러질 듯 떨렸다.

황보겸이 깍지를 끼고 내려친 위력은 그 정도였다.

쩌저저저적.

연무장의 청석이 박살났고, 그래도 남은 경력에 파편이 튀어 올랐다.

“곰탱이 주먹이 제법 무겁군.”

“본 가주에게 그런 말을 하고 주둥이가 무사한 놈들은 없지. 네놈도 그 입을 뭉개 주마.”

황보겸이 내지른 일권이 얼굴로 날아들자 고개를 비틀며 흘려 냈다.

그러고는 금나수로 팔을 휘감으며 옆구리에 끼고 힘을 주었다.

“이대로 부러뜨려…… 응?”

무쇠로 만든 것도 아닐진대 팔꿈치를 역으로 눌러도 끄떡없었다.

“본 좌가 바로 철탑권왕이닷!”

반대쪽 철권이 다시 날아들었다.

한 손을 붙잡고 있었기에 적사결도 다른 손의 장심으로 그 주먹을 받았다.

타악. 부르르르. 뿌득. 뿌득.

양팔이 서로 구속된 채 겨루는 힘은 호각이었다.

아니, 적사결은 잠재 근력을 사용하고 있기에 순수한 근력으로만 따지만 황보겸이 한 수 위였다.

‘이 곰 새끼…… 무슨 놈의 힘이…… 윽.’

이대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회피를 하기 위해 힘을 푸는 순간 땅바닥에 처박힐 것이다.

그 사실을 또 다른 적수도 잘 알고 있었다.

‘씨발, 팽도극.”

눈앞에는 어느새 놈의 손날이 다가왔다.

그대로 목을 날려 버릴 요량인 듯 보였다.

한데 팽도극의 손날은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적사결이 머리를 젖히다 못해 등 뒤로 넘겨 버린 것이었다.

인간이 보일 수 없는 유연함에 두 절대 고수가 기함했다.

“무슨 이런!”

한데 넘어갔던 머리가 휘릭 움직이더니 팽도극에게 날아들었다.

목을 늘이며 박치기로 공격한 것이었다.

뻐억.

“끄억.”

이어서 노린 것은 황보겸.

하나 그의 대응은 달랐다.

똑같이 박치기로 응대한 것.

생긴 것과 달리 개싸움도 익숙하다는 방증이었다.

“새끼가! 그럼 이건 어떠냐?”

수십 번에 이르도록 배배 꼬인 목.

그것이 풀려나며 회전력이 실린 박치기가 황보겸의 안면에 직격했다.

광풍폭살을 응용한 철두공이었다.

“크허억.”

황보겸이 손을 풀고 물러나며 팽도극처럼 안면을 감싸 쥐었다.

두 사람은 아프다기보다는 시정잡배 같은 공격을 당했다는 것에 수치심이 더 들었다.

“아우, 세상이 핑핑 도네.”

적사결은 머리를 짚으며 한쪽 눈살을 찡그렸다.

자신이라고 어지럽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놈. 누가 사파의 잡졸이 아니랄까 봐 기이한 사술을 쓰는구나.”

팽도극이 이를 갈며 코뼈를 매만졌다.

“풋. 그 잡졸에게 처맞고 코를 만지는 누구는 팽가의 고귀한 누구셨더라?”

“걱정 마라. 그 고귀한 분이 누구신지 이제부터 톡톡히 알려 줄 터이니.”

팽도극이 손을 뻗자 연무대 옆에 비치된 무기대에서 도 하나가 날아왔다.

허공섭물의 기예였다.

“헹. 호랑이가 드디어 이빨을 드러내는구먼. 그러고 보면 말이야, 호랑이와 곰은 사이가 안 좋다는데 네놈들은 왜 붙어 다니는 거냐?”

적사결 역시 허공섭물로 끌어온 검을 손에 쥐며 말했다.

강호에서 팽가는 호랑이, 황보가는 곰을 연상시킨다 하여 맹호팽도가, 패웅황보가라고 불릴 정도였다.

“흥, 맹수가 토끼나 사슴과 어울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

황보겸이 두 손을 마주 대고 꺾으며 대꾸했다.

권공이 주공인 그는 따로 병기를 소지하지 않고 강기를 두 손에 두르고 있었다.

“그래, 늙었으면 무리를 지어야지. 혼자서는 사냥도 제대로 못할 텐데.”

“오냐. 해서 둘이서 네놈을 사냥하는 것이니 우리 손이 맵다 하여 후회하지 말거라.”

세 사람이 거리를 좁히며 다시금 맞붙었다.

따다다다당.

검초와 도초가 어우러지자 연무대 위에 불꽃이 튀었다.

그 사이로 권강이 맹렬한 위세를 발하며 날아들었다.

수라천랑보와 수라천살검의 상승작용이 아니었다면 십초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두 사람의 연수합격은 고절한 수준이었다.

‘이 새끼들. 한두 번 맞춰 본 솜씨가 아니잖아.’

절대 고수들은 합격진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자신과 비슷한 실력자가 드물뿐더러 혼자서도 웬만한 적수는 거꾸러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사결이 놀라는 만큼 두 사람도 경악하고 있었다.

그들이 펼치는 합격진은 애초에 파황무존 백천악을 상정하고 창안한 것.

한데 백천악도 아니고 한참 젊은 사파의 신진 고수를 상대로 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나왔단 말인가.’

‘괴상막측한 사술에 불가기공, 거기다 이토록 패도적이고 거침없는 검초와 보법이라니. 분명 파황십결도 아닌데 누가 이런 무공을 창안한 거지?’

무공의 연원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의 수법은 난해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이런 특색이 다른 무공들을 한데 엮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파치이잉.

적사결의 검이 회전하며 팽도극의 도를 튕겨 냈다.

남궁건에게도 사용했던 광풍폭살이었다.

하나 꼬인 검이 풀리며 공격한 대상은 황보겸이었다.

팽도극을 공격하기 전에 틈을 노린 놈이 먼저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쩌어어어엉.

사왕과 달리 검은 곧기 때문에 일점 집중의 효과를 보였다.

하나 그걸로도 황보겸의 주먹을 뚫지는 못했다.

강기를 두른 그의 철권은 만년한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사왕이나 적령이라면 뚫지 않았을까…… 쩝.’

적사결은 거리를 벌리고 아쉬운 듯 손안의 검을 바라보았다.

무기에 구애받지 않는 경지라지만 명품만 쓰다 싸구려를 쓰니 감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거기다 신경 쓰이는 문제는 또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황궁 연무장.

비무를 빙자했다지만 어쨌든 황제가 거하는 궁 안에서 전력을 다하긴 부담스러웠다.

그 때문에 세 사람은 은연중에 진신내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특히.

‘둘이서 합격진을 쓰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팽도극과 황보겸은 더 난감했다.

여기서 십성 공력까지 끌어올리면 연무장을 넘어 주변이 초토화될 것이었다.

하면 구경 중인 황군 외에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황궁수비대가 몰려올 터.

‘그렇다고 다 무시하고 전력을 다하기엔 자존심도 상하고…….’

이런저런 계륵 같은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때 연무장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관복을 입은 자들 중 선두에 선 젊은 사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러자 훈련군장 중 한 사람이 다가가 그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뭐라? 궁에 무림인을 들여서 비무를 해? 해서 이렇게 황궁의 기물을 부수고 난리 법석이었던 겐가? 쯧쯧. 이게 다 백성들의 혈세를 들여 만든 것이건만. 하여간 무관이란 작자들은 세금 아까운 줄 모른단 말이야.”

사내는 주변을 슥 둘러보다 말했다.

“쓸데없이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어서 정리해! 그리고 거기 야인들. 이리들 와 봐!”

그의 말에 적사결과 두 가주는 연무장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 사람의 얼굴엔 웬 망나니 같은 애송이가 지랄을 부리니 어이가 없었다.

그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하자 망나니 옆의 쥐새끼 같은 놈이 소리쳤다.

“이놈들 예를 갖추지 못할까! 이분이 바로 내각수보 엄숭 재상 어른의 자제이신 엄…… 세…… 번…… 님…….”

쥐새끼는 말을 하다 말고 풀썩 주저앉았다.

그자뿐만이 아니라 무리의 다른 사내들도 다리에 힘이 풀려 하나둘씩 주저앉기 시작했다.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투기에 위축된 나머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엄세번은 그래도 젊은 문관들의 우두머리인지라 가장 오래 버텼다.

자존심이 그를 버티게 해 준 것이었다.

하나 끝내 주저앉아 오줌을 지리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눈앞에 집채만 한 대호 세 마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한바탕 땀을 흘린 세 절대 고수의 투기는 딱히 발산하지 않아도 그만한 중압감을 보였다.

‘이놈의 다리가 갑자기 미쳤나. 이익!’

엄세번은 아비의 후광을 등에 업은 황실 최고 권력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 삐뚤어진 자존심이 비틀거릴지언정 그를 일어서게 했다.

하나.

“끄르르륵.”

엄세번은 무릎을 다 펴지 못하고 거품을 문 채 기절해 버렸다.

억지로 기세를 거스르다 탈이 난 것이다.

“여봐라, 어서 태의원에 연락하거라. 어서!”

훈련군장들이 사색이 되어 엄세번에게 달라붙었다.

그가 잘못된다면 재상이 자신들에게 경을 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나 그 모습을 보는 세 무인은 혀를 찼다.

“저런 새가슴들이 이 나라를 이끄는 놈들이라니. 나라가 어찌 될는지…… 쯧쯧.”

팽도극이 한심하다는 듯 말하자 황보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에 기름만 낀 작자들이니 어쩌겠는가. 민초들만 죽어나는 거지…….”

적사결은 그런 그들을 보며 이죽거렸다.

“꼰대 소리 그만하고 나갈까? 이만하면 준비운동은 끝난 것 같은데?”

황궁은 거치적거리는 게 너무 많았다.

쓰레기 같은 놈들이 다행히 흐름을 끊어 주었으니 장소를 옮기기엔 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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