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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15화 (115/206)

<기적의 이혼대법 115화>

대태감 풍보.

그는 수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환관의 정점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리고 여공공은 그가 이 자리까지 오르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해 주었다.

황궁최고수인 그가 자신에게 힘을 실어 주었기에 누구보다 강대한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고, 정적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도 제멋대로 암살 음모의 용의자를 죽여 버린 후에.

“아직도 못 찾은 것이냐!”

풍보는 신경질적으로 태사의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아…… 아직 황도를 벗어나진 않으셨습니다.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어떻게 알아? 그가 황도를 나가려고 마음먹으면 네깟 놈들 수천 명이 지키고 있어도 그림자도 확인 못 할 텐데!”

“고, 공공께서 비밀리에 사용하시던 안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뭐? 그 사냥터로 쓴다는 거기?”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전투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공공께서는 지금 사냥 중이신 것이니 곧 돌아오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황궁에서 피를 볼 수 없으니 여공공은 북경 내 곳곳에 안가를 마련해 놓았었다.

그리고 그곳은 그가 살심을 다스리기 위한 인간사냥터로 쓰였다.

“또 누구야? 누가 그의 살심을 자극한 거야?”

“직속 창위의 말에 따르면 공주님의 초대로 황궁에 입성한 적운이라는 자라 합니다. 소림의 제자로 상당한 실력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소림? 끄응…… 그래, 그만한 곳의 제자면 그를 자극할 만하겠군. 그자도 지금 행방불명인가?”

“아닙니다. 지금 영안궁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냥감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사냥꾼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 그것이 그 부분은 아직 파악 중에 있습니다.”

“이런 병신 같은 것들! 그럼 그 소림 제자라는 놈은 미끼라는 거 아냐! 니들을 따돌리고 다른 놈을 죽이러 간 거였네!”

풍보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창위들을 따돌리고 죽이러 갈 정도면 보통 인물이 아닌 것이다.

설마 이 미친놈이 황족에게 손을 대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들었다.

“나가! 나가서 황족, 아니 고관대작들 중에서도 최근에 그와 만난 모든 사람을 감시, 아니 보호해! 빌어먹을! 또 대형 사고를 치다니!”

오 년 전, 군부 소속인 장군가의 첩을 죽였던 여공공이었다.

너무 자신의 취향이라 하고 싶은데 좆이 없어 못한다는 이유로 때려죽인 것이었다.

풍보는 그 일을 덮기 위해 동창의 힘을 총동원.

그 장군가에 온갖 죄를 뒤집어씌우고 증거를 조작해 가문을 멸문시켰었다.

그 사건으로 군부와는 지금까지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엔 어디지…… 설마 또 군부는 아니겠지…….’

오 년 전과 달리 지금의 군부는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는 유룡척호라 불리는 유대유와 척계광, 두 명장 때문이었다.

그들이 북로남왜라 불리는 두 가지 골칫거리 중 남왜라 불리는 왜구를 섬멸 직전까지 몰아넣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처럼 모함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뭐, 하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군부와 완전히 척을 져서 좋을 것은 없다.

만약 군부가 동창 때문에 금의위에 손을 내밀고 그들이 연합한다면 동창의 권세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금의위는 황궁 세력 구도의 핵심이나 마찬가지다. 절대 그들이 우리 손을 놓게 만들어선 안 돼.’

본래 황궁의 세력은 신하들을 대표하는 문관과 무관, 황제를 대표하는 금의위와 동창.

이렇게 네 개의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며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한데 황제가 정사를 등한시하며 문관 대표인 수보 엄숭에게 권력을 몰아 버린 것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황제의 오른팔인 환관이 득세하건만 이례적으로 신하가 권세를 가져 버린 것.

그 때문에 풍보는 천지연원공을 제공하면서까지 금의위와 관계를 돈독히 할 수밖에 없었다.

감찰 기관의 힘을 한데 모아 그들의 세를 과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엄숭 측도 자신들에게는 갑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태감 어른!”

그때 한 환관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무슨 소란이냐? 그의 소재라도 알아낸 것이냐?”

“예…… 예. 그것이 여공공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뭐? 돌아와?”

“네. 지금 막…….”

“그럼 빨리 들어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환관이 나가고 잠시 후.

여공공, 아니 그의 모습을 한 적사결이 풍보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휴우…… 일단 앉게.”

풍보는 적사결에게서 혈흔이나 피 냄새가 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보고도 없이 어딜 다녀온 것인가?”

잠시 머뭇거리던 적사결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 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요.”

연습을 하고 왔음에도 막상 변태 같은 말투를 따라 하려니 입이 거부를 했다.

적사결은 구역질이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급한 일이라니? 멋대로 용의자를 죽이고 말도 없이 사라질 정도로 큰일이 있었다는 건가?”

질책이 섞인 풍보의 질문에 적사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새끼…… 엽주평이 아닌 건가? 왜 이렇게 사무적이지…….’

눈앞의 놈이 엽주평이라면 동창의 일에 별 관심이 없어야 했다.

어디까지나 놈의 목적은 황제를 죽이는 것일 뿐이니까.

한데 이놈은 마치 업무를 보는 것처럼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씨발. 모르겠다.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

적사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제독께 긴히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다들 백 보 바깥으로 물러나라.”

명이 내려지자 주변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이 자리를 비워 주었다.

평소 여공공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 주는 듯했다.

“무슨 일인가? 자네가 긴히 할 말이라니?”

적사결은 씨익 웃더니 손가락을 들었다.

퓩. 퓨퓩.

지풍으로 그를 제압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쉬웠다.

풍보는 무공이 아니라 잔머리로 대태감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무…… 무슨…… 설마 질책 좀 했다고 열 받은 건가?’

점혈이 짚힌 풍보는 입을 열지 못하기에 불안한 눈으로 적사결을 바라보았다.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수족이었기에 깜박하고 있었다.

저놈은 제 마음 가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미친 살인광이라는 것을 말이다.

“눈 감아, 새끼야.”

적사결은 풍보의 눈을 감기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풍보는 기겁할 노릇이었다.

‘이익! 이 미친 새끼! 설마…….’

환관이 환관의 옷을 벗기는 행위.

이는 성관계를 못 하는 환관이 성욕을 채우기 위해 힘  없는 환관을 대상으로 욕망을 분출하기 위함이었다.

모형 기구로 마치 성교를 하듯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행위를 가하는 것이다.

그 역시 젊은 시절 그렇게 태감의 눈에 들어 몸을 주는 대신 권세를 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지금의 위치에 오른 풍보였다.

‘없잖아. 이 새끼가 아니었어!’

적사결은 풍보의 옷을 다 벗기고 신체 구석구석 붉은 점이 있는지 살폈으나 허탕을 쳤다.

별의 기운을 지닌 신체가 아니니 그는 절대 엽주평이 아니다.

‘근데 이 새끼 똥구멍은 왜 벌렁거려, 재수 없게.’

빠아악.

적사결은 엉덩이를 힘껏 걷어찬 뒤 집무실을 나섰다.

풍보는 골반이 부러지는 듯한 통증에 그대로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그날 이후 여공공은 전국에 수배령이 내렸고, 영원히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   *   *

“아니었어. 동창제독 그놈이 아니라 귀비들 중에 섞여 들어간 것이 분명해.”

적사결은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짜증을 부렸다.

괜히 볼 것도 없는 늙은 환관의 몸뚱아리만 자세히 들여다봤기 때문이었다.

재수 없는 똥구멍도 그렇고.

“벌써 확인하고 온 겁니까?”

백류혼이 먹고 있던 찐빵을 내려놓고 되물었다.

“넌 왜 여기 와 있느냐?”

“쩝쩝. 못 올 데 온 거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세요? 뭐 못 볼 거라도 본 거 같은 얼굴이네요.”

“못 볼 거 봤지. 아주 재수 없는 거. 근데 네 능글맞은 얼굴 보니까 만만치 않게 짜증이 나네. 왜 왔냐고 물어봤으면 대답이나 할 것이지 쩝쩝거리며 말대답이나 하고 말이야.”

적사결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백류혼은 입 안의 찐빵을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다름 아니라 하오문주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서 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뭐? 하오문주? 무슨 정본데?”

“첩보에 따르면 하오문주가 죽었답니다.”

“뭐라? 죽어? 그 개새끼가 죽었다고?”

“네.”

“왜? 갑자기 왜 죽어?”

백류혼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입수한 정보에 대해 알려 주었다.

무허를 노린 하오문주 은소령.

그리고 그 마수를 뿌리치고 도리어 은소령을 죽이려 한 무허.

그 순간 나타난 자신의 아비 백천악까지.

하나 상황이 어찌 되었든 결론은 은소령의 죽음이었다.

“씨바랄 년이 제멋대로 개판을 쳐 놓고 제멋대로 처죽어?!”

쿠르르릉.

적사결이 분노를 토하자 그 큰 영안궁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코앞에서 그 기세를 받은 백류혼은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오한을 느꼈다.

‘뭐…… 뭐야. 이전과는 완전 딴판이잖아.’

직접 손을 섞어 보기까지 했으니 대충 가늠하고 있다 여겼다.

한데 지금 흘러나온 기세는 백류혼의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야, 백가 애송이.”

“네.”

“그 정보, 하오문으로도 흘러 들어갔느냐?”

“아마도요. 하오문과 본 련은 우방이니 아버지께서 알렸을 겁니다. 문주가 죽은 일이니까요.”

적사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월에게 명했다.

“사월. 너는 지금 당장 유왕부로 가거라. 문주라는 년이 죽었으니 도중문이란 놈은 분명 건청궁에서 기어 나와 소민이란 년과 만날 것이야. 이두한백을 데려가고 놈이 나타나면 바로 알리거라.”

“지존의 명을 받듭니다.”

사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움직였다.

적사결은 백류혼을 돌아보며 말했다.

“엽주평 그놈은 귀비들 중에 있는 것이 확실하니 네가 찾아 죽여라.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예.”

무려 황제의 비를 죽이는 일이었으나 백류혼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황제라면 몰라도 귀비 정도라면 십이사령만으로도 충분했다.

더구나 엽주평은 몸을 바꾸며 내공을 잃었으니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었다.

“떠날 생각이십니까?”

백류혼은 적사결의 눈빛에서 그것을 읽었다.

“네놈과 함께한 것은 하오문주의 소재에 대한 정보, 그리고 반선주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지. 그 두 가지를 모두 얻었으니 각자 갈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

“아쉽네요. 교주와 조금 더 함께하지 못하다니.”

“하고 싶은 말을 해. 쓸데없이 형식상 하는 말은 빼고.”

“하하, 정말 단도직입적이시네요. 그럼 거두절미하고 묻겠습니다. 우리 영감과 한번 싸워 주시겠습니까? 신교니 사무련이니 이런 거 다 신경 쓰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적사결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왜? 백천악이 본 좌와 싸우고 싶다더냐?”

“네. 아버지는 비밀 회동 당시 교주께 빚을 졌다 생각하시거든요.”

“씨발, 처맞은 건 나였는데 지가 왜 빚을 져. 받을 사람은 나구먼.”

“이유는 대충 아시잖습니까.”

개인적인 승부는 백천악이 이겼지만 맡은 임무에서 패배한 것.

그것이 서로가 생각하는 빚이었다.

“본 좌도 그러고 싶으나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둘 다 몸담은 곳을 나 몰라라 할 순 없지. 아니면 사무련이 의천맹이나 사천회, 둘 중 하나를 밀어내고 신교로 쳐들어오던지.”

백천악은 무허와 경우가 달랐다.

무허와 수십 번이나 피 터지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천마신교와 의천맹이 영역을 맞대고 있기 때문.

집단의 대립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뒤를 생각하지 않고 생사비무를 치를 수 있었다.

하나 천마신교와 사무련은 서로의 영역이 정반대편에 위치했다.

어느 쪽이든 의천맹과 사천회가 완충지 역할을 하기에 전쟁이 일어나기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백천악에게는 네놈이 있으나 나에겐 후계가 없다. 해서 당장은 어렵겠구나.”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천마신교와 사무련이었다.

과거 비밀 회동 사건으로 양측의 수장이 죽고 엄청난 혼란에 빠졌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그런 일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것을 자신과 백천악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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