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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12화 (112/206)

<기적의 이혼대법 112화>

적사결은 불이 꺼진 방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사법에 근간을 둔 금의위의 비전.

정공과 사공을 이을 수 있는 비전을 명상을 하며 분석 중인 것이었다.

‘확실히 이 두 가지를 체득한다면 보리연화공의 구결이 없더라도 내공의 수발이 자연스러워지겠구나.’

비전, 그 첫 번째. 천지연원공.

이 수법은 규화보전에서 기인한 것으로 상반된 기운의 이끌림을 이용한 묘리를 그 기반으로 했다.

무릇 음은 양을, 양은 음을 배척하면서도 또 서로에 이끌리는 법.

그에 근원을 두었기에 어울리지 않는 정공과 사공을 섞을 수 있는 것이었다.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야. 광혈수라공의 초식에 내공이 이끌리도록 하는 것이다.’

천지연원공의 구결을 외며 초식과 내공의 움직임을 명상 속에서 구현해 보았다.

심상 속에 검을 든 자신이 있었다.

수라천살검의 검초에 따라 움직이는 내공.

단전에서 시작된 보리연화공이 광혈수라공의 운기 경로를 따라 자연스레 이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거부반응은 없었다.

맞지 않은 움직임에 반발하기도 했지만 대맥에서 갈라진 내공이 자연스럽게 세맥으로 나뉘어져 다시 대맥으로 합쳐지며 길이 없으면 개척하듯 움직임이 계속되어 갔다.

머릿속으로 모든 초식을 행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적사결은 눈을 번쩍 떴다.

“후우. 대단하군. 운공요결이 없이도 기를 도인할 길을 만들 수 있다니. 사술이라 치부하기엔 말도 안 될 정도로 수준 높은 절학이야.”

새삼 천지연원공의 뿌리, 규화보전을 창안했다는 봉황무후라는 여인에게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사무련의 부흥을 이끈 고금제일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함이 없었다.

“그 변태 새끼가 규화보전을 조금만 깊게 파고들었다면 위험했겠어.”

비틀린 마음을 지녔던 여공공.

놈은 그 인성 탓에 규화보전을 대성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타인의 피로 마음을 다스리는 놈들은 그만한 한계에 부딪치기 마련이니까.

적사결은 천지연원공이 효과를 거두자 다음으로 넘어갔다.

비전, 그 두 번째. 귀령운신공.

그것은 평범한 귀식대법이 아니었다.

귀식대법이라 하면 움직임을 멈추고 호흡을 늦추고 신진대사를 극도로 저하시켜 기척을 완전히 감추는 기예였다.

흔히 살수들이 잠복할 경우에 사용하는 은신술의 일종이라 할 수 있었다.

즉, 귀식대법은 시전 중에 움직일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하나 귀령운신공은 그러한 단점이 없었다.

생명체라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호흡을 하지 않고 운신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이는 호흡과 신체 움직임의 일체라는 필수적인 무공의 요체를 불필요하게 해 주는 공능이 있었다.

“요는 무호흡이 아니라 전신 호흡이오.”

왕욱은 그렇게 비전의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전신 호흡?”

“사람은 태어나 백 일이 지나기 전에는 천문으로도 호흡하는 걸 아시오?”

“알지. 설마 아기처럼 정수리로 숨을 쉬라는 말이야?”

“맞소. 귀령운신공을 운용하면 천문 호흡으로 폐 호흡을 보조하오. 실상 천문뿐만 아니라 피부의 모공을 통해서도 숨을 쉬지. 그 때문에 귀식대법임에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오.”

“폐 호흡이 아니다라…… 흐음.”

왕욱이 설명한 이론을 들었을 때는 당장 와 닿지 않았었다.

땀이나 배출할 모공으로 호흡을 하라니.

하나 천축유가신공으로 전신의 피부와 모공을 관조한 결과 그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극도로 미미하지만 분명 모공은 호흡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귀령운신공은 피부 호흡과 관련된 경혈을 자극하고 그 경로로 기를 도인하는 귀식대법임이 분명했다.

금의위는 그 운공요결을 알려 주지 않은 상황.

하나 원리를 듣고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자 구결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축유가신공.

몸속에 존재하는 피 한 방울조차 의지 아래 두는 절세무학이다.

직접적으로 모공을 조절하면 되니 굳이 운기를 통해 그 효과를 발휘할 이유가 없었다.

‘되는구나.’

전신의 모공 하나하나가 뻐끔뻐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 어렵지 않게 귀령운신공의 공능을 구현한 것이었다.

‘이것으로 초식, 호흡, 운기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내력을 조율하고 호흡을 일치시켜 초식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공의 근간.

무공은 그렇게나 섬세하고 예술적인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드디어 약점이 사라졌다.’

적사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   *   *

“이…… 이게 무슨?”

황보겸은 침상에 누워 있는 사내를 보며 경악했다.

전신에 붕대를 감은 그는 두 눈에도 약초를 덮고 있었다.

“진정하게.”

“지금 진정하게 생겼는가! 누가 검제를 이 꼴로 만든 것인가?”

남궁건은 오대세가의 상징이었다.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오대세가에 대한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황보겸은 남궁건이 중상을 입은 것보다 그 사실에 분노한 것이었다.

그도 남궁건이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아직 정체를 정확히 모르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북경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자네가 흉수의 정체를 모르다니?”

“일단 사무련의 숨겨진 고수로 추정되지만 확실하진 않은 상황이네.”

“답답하군. 자세히 좀 말해 주게.”

팽도극은 한숨을 쉬며 남궁건과 싸운 젊은 무인에 대해 말해 주었다.

불가기공을 사용하여 소림의 속가제자로 추정했으나 사무련의 후계자를 구하고 함께 황성으로 들어간 것까지.

모든 정황을 들은 황보겸은 자신도 놈의 정체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여겼다.

“지금으로서는 외부로 유출된 소림의 무학을 사무련이 얻었고, 그것으로 고수를 키웠다는 가설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군.”

“그러네. 나도 그것이 가장 유력하다 여기고 있네.”

“검제는 괜찮은 건가?”

“근맥이 크게 상하고 단전도 위태로운 상태네. 더구나…… 두 눈을 잃었으니 예전의 무위를 되찾긴 어렵다 봐야겠지…….”

“흠…….”

황보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지도, 그렇다고 슬픈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팽도극과 마찬가지로 오대세가의 상징이라는 명성을 어떻게 얻을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보게들.”

두 사람의 상념을 깨트린 말은 남궁건에게서 나왔다.

“자네 깨어났군. 몸은 좀 괜찮은가?”

황보겸이 남궁건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난 괜찮네. 오랜만에 만났건만 이런 꼴이라니. 자네들을 볼 면목이 없네.”

“아니네. 그런 말 마시게. 후계자를 미끼로 한 사무련의 음모였지 않은가.”

“음모라…… 그래, 그런 고수가 있는지 알았다면 도제 자네와 함께 움직였겠지. 하나 젊은 놈과 일대일에서 패한 것도 사실이네.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지.”

패배를 인정하는 남궁건의 모습에서 두 사람은 침음을 삼켰다.

그 자존심 강하던 그가 마음이 꺾이자 한없이 초라해진 것이다.

“한데 진이 그 아이와 창궁검대 아이들은 어찌 되었는가? 부디…… 말해 주게.”

남궁건은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피신시키고 그 괴물의 앞을 막아선 수하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 분명했다.

“모두 명을 달리했네. 자네를 지키기 위해 초개같이 목숨을 던졌다 하더군.”

“그래…… 역시 그랬군.”

약초가 덮인 남궁건의 눈두덩이 사이로 조용히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수하들을 모두 잃은 것은 물론 심령으로 연결되어 있던 뇌조도 죽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데 자신은 뇌기를 과도하게 사용해 신체 내부가 엉망이 되었고, 설상가상 두 눈과 신룡검까지 잃었다.

지닌 전부를 남김없이 잃은 것이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게. 그들은 진정한 무인의 표상이었네.”

팽도극이 무거운 분위기에 이끌려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를 본가로 보내 줄 수 있겠는가?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군.”

“이를 말인가. 내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줌세.”

“그리고 자네들에게 해 줄 말이 있네.”

“말하시게.”

남궁건은 호흡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말리더라도 자네들은 그놈을 잡으려 하겠지. 해서 내 조언을 좀 해 줄까 하네. 그놈이 젊다고 방심해서는 내 꼴이 될 테니까.”

“우리도 놈을 동등한 수준이라 여기고 있네.”

“아니. 동등이 아니네. 반드시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네. 또한 놈이 늑대 괴물로 변하면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을 발휘하니 참고하시게. 그때는 목을, 반드시 목을 쳐야 죽일 수 있을 것이야.”

남궁건은 이어서 적사결이 지닌 초식의 허점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직접 상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약한 약점이었지만 그의 설명을 들은 황보겸과 팽도극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두 사람 중 놈의 목숨을 거두는 사람이 오대세가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내 힘을 실어 주겠네. 부디 놈을 죽여 창궁검대 아이들의 넋을 기려 주시게.”

“걱정 말게. 반드시 그놈의 머리통을 소금에 절여 남궁세가로 보낼 터이니.”

“고맙네. 이만 쉬고 싶군. 혼자 있게 해 주겠는가.”

“알겠네. 편히 쉬게나.”

팽도극과 황보겸은 남궁건의 어깨를 두드린 후 방을 나섰다.

‘진아…….’

남궁건은 죽은 남궁진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방계의 태생이었지만 지닌 재능이 뛰어나 직접 발탁하고 키운 제자나 다름없는 아이였다.

그런 녀석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죽었으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내 반드시 몸을 회복해 갈기갈기 찢어 죽이리라.’

놈의 무위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것?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나 권왕과 도제라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직접 검을 섞어 보고 느낀 것은 놈은 싸울수록 강해지는 부류.

마치 투쟁을 위해 태어났다고 볼 수 있는 자질을 지닌 자였다.

지금까지 겪어 본 바, 그런 자는 파황무존 백천악, 그자밖에 없었다.

‘놈은 나와의 싸움에서 더 강해졌을 것이야. 더구나 새끼 봉황 녀석도 만만찮았으니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

남궁건은 양패구상을 생각하고 있었다.

남궁가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두 늙은 범과 그 괴물의 상잔을 바란 것이다.

‘그래도 살아남는다면 내손으로 네놈의 명줄을 끊어 줄 것이다.’

일단 몸의 회복을 노린다.

다행히 단전이 부서지지 않아 희망의 끈을 놓을 정도는 아니다.

두 눈은 천하의 명의를 다 뒤져서라도, 전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치료하고 말 것이었다.

남궁건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   *   *

이른 아침.

영안궁을 방문한 손님이 있었다.

그는 금의위 위사복을 입고 산악과 같은 기도를 풍기는 자였다.

“진평이라 하오. 진 위사에게 듣기로 암살 음모에 대해 논의할 것이 있다 들었소만.”

그는 진평.

진무백의 아비이자 황제의 개인 호위 무사였다.

‘황궁 안이라지만 공적인 자리도 아닌데 아들에게 진 위사라니…… 겁나 깐깐하구먼.’

적사결은 웃으며 포권했다.

“적운이라 합니다.”

“얘기 많이 들었소. 그대가 본 위에 천룡심법을 제공한 인물이라고.”

“별거 아닙니다.”

“금의위를 대표해 감사드리오. 귀공의 선의는 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아닙니다. 그것보다 아까 말씀하신 암살 음모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어 뵙기를 청했습니다.”

“해서 나도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오. 용의자인 엽주평이 죽었는데 아직 음모가 끝나지 않은 것이오?”

“실은 저희들도 조사 중이라 확답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오늘은 위사님께 드릴 것이 있어 자리를 마련한 것이지요.”

“……?”

진평의 미간이 약간 좁혀졌다.

공직자에게 드릴 것이라 함은 곧 뇌물이다.

모종의 청탁인 것만 같아 반사적으로 미간을 좁힌 것이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생각하시는 그런 것이 아니니.”

“하면 무엇이오?”

“피독주입니다. 천호께서 지니고 계시면 건청궁 전체에 그 영향력이 미칠 겁니다. 한마디로 건청궁 내에서는 독으로 황상을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녹주독혈사의 내단.

적사결은 그걸로 독살을 원천 봉쇄할 생각이었다.

몸을 바꿔 무공을 잃은 엽주평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암살 도구가 독일 테니까.

독은 고금을 통틀어 가장 많은 황제를 시해한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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