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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11화 (111/206)

<기적의 이혼대법 111화>

“가주님, 얘기가 잘 안 되셨습니까?”

팽호운이 금의위 지휘사의 사가를 나오는 팽도극에게 물었다.

그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썩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구나.”

무림맹 시절부터 교류가 있었던 금의위였다.

그 전신인 의천맹과 밀약을 이어 오고 있었지만 현 의천맹의 중심인 오대세가는 금의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천관무도회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고 무공의 교류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는 불가와 도가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천맹 내부의 정치적인 이유로 적극 협조하지 않은 탓이 컸다.

금의위로서는 동창보다 세가 줄고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태도를 취하는 오대세가를 좋게 보지 않고 있었다.

“하나 다행히 금의위가 사무련과 손을 잡은 건 아닌 것 같다.”

“하면 어찌 위사들이 그놈들을 황성에서 맞이한 것일까요?”

“지휘사의 말로는 그들이 황제 시해 음모를 고변했다 하더구나. 너도 얼마 전 추살된 엽주평의 얘기를 듣지 않았느냐.”

“……예.”

백주 대낮에 북경 한복판이나 다름없는 천금루에서 죽은 살협 엽주평.

금의위 위사들과 동창의 창위들이 모인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팽호운을 적잖게 놀라게 했다.

북경에 입성한 무림인들의 동향을 세세히 파악하고 있다 여겼던 팽가였다.

한데 그들이 몰랐던 것을 황궁에서 알고 있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 정보의 출처가 사무련인 것이었다.

“아무래도 비선들의 조직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팽도극의 말에 팽호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직접 확인하고 보고토록 하겠습니다.”

“그리하거라. 그리고 철갑기린대에 군부 쪽과 관련된 아이들이 있다 했었지?”

“예. 철갑기린대는 소가주의 개인 사조직이나 마찬가지라 외부에서 유입된 아이들 중 다수가 군부 인사의 자식입니다. 몇몇은 장군가의 후예도 있습니다.”

“허어, 장군가까지?”

“예. 적장자는 아니지만 인사 기록을 확인했으니 분명합니다. 소가주가 사람을 끌어들이고 이끄는 데 자질이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허허. 치기 어린 생각이라 치부했었는데 장군가도 끌어들였다면 인정해야겠구나.”

세가 내에서 팽천기는 줄곧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주장했었다.

나라가 어지러워질수록 군부의 힘이 강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더구나 팽가가 황도인 북경에 터를 잡은 이상 황실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는 수순임을 강조했다.

“군부와 접선하실 생각이십니까?”

“금의위가 저리 냉담하니 군부의 힘이라도 빌려서 황성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검제가 재수 없는 놈이지만 어쨌든 오대세가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놈이 그 꼴이 되었으니 가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더구나 앞으로 천기에게 힘을 실어 주려면 연을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을 듯하고.”

어떻게 해서든 황성의 담벼락을 넘어가 놈을 만나야 했다.

그래야 정체를 파악하든 경을 치든 할 수 있으니까.

“외람된 말이지만 검제를 그렇게 만든 놈입니다…….”

“왜? 나 혼자서 상대하다 같은 꼴이 될까 걱정되느냐?”

“…….”

팽호운은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하하하. 녀석. 나도 알고 있느니라. 나와 검제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하면…….”

“마침 권왕, 그 친구가 연통을 보내왔다. 조만간 손녀와 북경 유람을 올 것이라 하더구나.”

“권왕께서 말입니까?”

철탑권왕 황보겸.

황보세가의 가주이자 의천오무제의 일인이었다.

오대세가의 가주 중에서는 팽도극과 가장 마음이 맞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마음이 놓이느냐?”

“두 분께서 함께하시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팽호운이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두 사람이 연수합격을 한다면 설사 파황무존이라도 명부에 이름이 적히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   *   *

“그래서 놈은 건청궁에서 나오지 않는다?”

적사결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예. 듣기로 황상과 함께 지낸답니다. 그곳에 드나들 수 있는 자는 귀비들과 동창제독, 그리고 금의위 지휘사와 천호 진평이라는 위삽니다.”

백류혼이 그간 조사한 도중문의 소재지에 대해 말했다.

그는 황궁에서도 내전, 그것도 황제의 거처인 건청궁에 머무르고 있었다.

“야, 진가 애송아. 진평이라는 자는 누군데 그곳에 드나들 수 있는 거냐? 천호라면 그 위충이라는 별거 아닌 놈과 같은 직급 아니야?”

진무백은 천호가 별거 아니라는 말에 얼굴을 팍 구겼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답했다.

인상을 쓰자 적사결이 도끼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금의위 최고수로 황제 폐하의 개인 호위를 맡으신 분입니다.”

“황궁최고수도 아닌데 거기다 최고수는 쓸데없이 왜 갖다 붙이냐? 가만…… 진가? 혹시?”

“흠흠, 예. 제 아버지 되십니다.”

“그래? 너 영 끗발 없는 놈은 아니었구나?”

“어휴, 그놈의 끗발 타령 좀 그만하십시오.”

“흐음. 욱하는 걸 보니 네 아버지 꽤 꼰대로구나? 맞지? 융통성 없고 임무에만 충실한. 그치?”

조직이라 하면 그런 자들도 으레 있었다.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고하기에 타협할 줄 모르고 주변과 섞이지 못하는 자들.

능력이 없다면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상관에게 배척받는다.

하나 일신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상관의 인정을 받아 중책을 맡는 자들이 그들이었다.

진평은 아무래도 후자인 모양이었다.

“가족은 건드리지 마시죠?”

“효자 났네, 효자 났어. 약해 빠진 효자. 아비는 호랑인데 아들은 효자지만 강아지라니 안타깝네, 안타까워.”

적사결이 또 놀리기 시작하자 진무백은 대응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울컥할수록 더 심하게 놀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분에 대해서는 왜 조사하는 겁니까?”

“도중문? 그야 그놈이 엽주평 그 새끼하고 관련이 있으니 그렇지.”

“예? 하면 그분께서 암살에 가담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도중문은 황제와 늘 함께하는 자였다.

그라면 황제가 복용하는 연단에 수작을 가해 얼마든지 암살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진 위사,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백류혼이 진무백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술사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읽고 그 힘을 구현하는 자들. 때문에 하늘의 아들, 천자라는 호칭을 지닌 황제에게는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으니까요.”

진명천자라 일컫고 그 말을 수백 수천만의 백성들이 믿고 있었다.

그 거대한 의지가 하늘에 닿은 황제라는 자리는 술사들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방관하겠지요. 어쩌면 황제를 쇠약하게 만들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하나 직접적으로 숨통을 끊는 짓은 할 수 없을 겁니다. 해서 엽주평이란 놈이 필요했을 것이고요.”

“음? 엽주평은 죽었지 않소?”

여공공에게 심장이 꿰뚫려 죽은 것을 직접 확인했었다.

한데 마치 그가 살아 있다는 듯 말하자 진무백은 의아했다.

“죽지 않았다.”

적사결이 확신하듯 말했다.

“예? 그럼 천금루에서 죽은 자가 가짜라는 말입니까?”

“그래. 그 시체가 가짜라고 생각해. 아니, 가짜 맞아.”

설명해도 믿기 힘들 것이다.

그러는 편이 이해시키기 편하기에 백류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큰일이군요. 그분에 대한 폐하의 신뢰는 누구도 깨트릴 수 없습니다.”

정무를 등한시하고 도술에 빠진 황제를 그렇게 만든 것이 도중문이다.

당금 황실에서는 누구도 그자에 대해 험담을 할 수 없었다.

“너 다른 사람한테는 이 사실을 말하지 마라. 또 불알 뗀 병신들이 꼬이는 건 딱 질색이니까. 다 그 새끼들 때문에 이렇게 일이 꼬인 거야. 알았어?”

“지휘사께 보고하지 말라고요?”

“그래, 하지 마. 우리끼리 해결할 거니까. 그래서 그러는데 네 아비 좀 만날 수 있게 주선 좀 해라. 아무래도 그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음…… 알겠습니다.”

진무백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자는 백호 왕욱이었다.

“적 대협.”

“백호 양반. 웬일이시오?”

“천룡심법에 대한 본 위의 재가를 받았소.”

“이제 끝난 거요? 일 처리 한번 엄청 빠르네, 엄청 빨라.”

반어법으로 빈정대는 적사결에게 왕욱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래서 이제 그 비전에 대한 것을 나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것이오?”

“물론이오. 한데…….”

“한데라니? 왜 사족이 붙지?”

“두 가지 중 하나만 알려 드리라는데…… 어찌하시겠소?”

“뭐요? 이런 썅!”

하여간 나랏일 하는 놈들은 다 탐관오리다.

하나를 알려 줬다고 지들도 하나만 주겠다고 협상 짓거리라니.

탐욕이 가득한 놈들이 아닐 수 없다.

“대…… 대신 본 위의 귀식대법이 어찌 기능하는 것인지 원리는 알려 드리리다. 구결은 알려 줄 수 없지만…….”

왕욱이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적사결은 창궁검제와 여공공과의 전투를 통해 그 비전에 대해 목이 마른 상황.

어쩔 수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씨발. 눈 뜨고 코 베이는 기분인데…… 아오…… 썅.”

“며…… 면목 없소. 나로서는 이게 최선이오.”

천룡심법이 뛰어나다는 것은 진작 판별이 났다.

한데 협상 조건을 논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금의위는 무림에 속한 인물에게 자신들의 비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금의위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는 작금의 상황 때문에 천룡심법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해서 적사결의 조건 중 한 가지만 수용하는 쪽으로 협상을 하게 된 것이다.

“알았소. 내 백호 양반 얼굴을 봐서 승낙하지.”

일단 원리만 알면 어떻게든 창안하면 된다.

적사결은 무공 창안에 있어서는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가였다.

*   *   *

“할아버지! 저길 봐요! 저기가 북경제일루라는 곳인가 봐요! 우와아!”

여섯 살 남짓한 여아가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하하, 우리 윤아가 신이 났구나, 신이 났어. 그리 좋으냐?”

“네. 황도잖아요, 황도.”

황보윤은 두 팔을 활짝 펼치고 빙글빙글 돌았다.

“어허, 조심하거라. 넘어지겠구나.”

황보겸은 팔을 뻗은 채 안절부절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황보철이 피식 웃었다.

“난 가주님의 저런 모습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돼. 철탑권왕으로 불리는 천하제일권사가 윤이라면 끔벅 죽잖아.”

“뭐 윤이 애교에 녹지 않는 사람이 본가에 있나? 까탈스러운 너도 윤이 앞에서는 무장해제잖아.”

황보성이 낄낄거리며 황보철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황보가의 권호쌍협이라 불리는 고수들이었다.

황보겸은 그들만을 호위로 대동한 채 북경에 유람을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철아.”

“그래.”

황보철과 황보성이 눈짓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섰다.

“괜찮다. 물러나거라.”

황보겸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는 접근하는 자가 누군지 알아챈 것이었다.

두 사람이 안심하며 물러나자 기운의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자루 보도와 같은 기세. 그는 무호십객의 일인 이극이었다.

“황보가주님을 뵙습니다. 이극이라 합니다.”

“허허, 무호십객이 직접 마중을 나온 것인가?”

“가주님께서 소홀함이 없이 모시라 이르셨습니다.”

“그 친구도 참 불같은 성정은 여전하군. 북경에 발 디딘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근자에 불미스러운 일이 많아 그렇습니다. 가주님께서 도착하시길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라? 팽가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북경에서 말인가?”

“네. 자세한 것은 가주님께서 말씀드린다 하셨습니다.”

“흐음…….”

황보겸은 수염을 쓰다듬고 잠시 생각하더니 황보윤을 내려다보았다.

“윤아, 이거 팽씨 할아버지 댁을 먼저 가 봐야겠구나.”

“피, 또 일하시려는 거예요? 이번엔 놀러 온 거잖아요.”

“미안하구나. 대신 윤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아비가 사 주도록 약속하마. 어떠하냐?”

“진짜죠?”

“그럼. 못 믿겠으면 여기 도장도 찍자꾸나.”

황보겸은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펴 앞으로 내밀었다.

황보윤은 조막만 한 손으로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고 엄지손가락 도장을 찍었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예요. 히히.”

그 모습을 보며 황보철과 황보성은 생각했다.

‘뭘 사 달라고 할 줄 알고 저런 약속을…… 어휴.’

‘젠장, 영물을 사 달라고 할 것 같은데. 골치 아프게 됐구먼…….’

원하는 영물이 시중에 나와 있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시중에 없으면 그들이 첩첩산중을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그 영물을 잡아 와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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