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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08화 (108/206)

<기적의 이혼대법 108화>

사무련 놈들과의 회의가 끝난 후.

적사결은 사월과 삼월을 불러 하오문의 음모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리고 천령마기에 대한 것까지 들은 두 사람은 침음을 삼켰다.

계획만으로 본다면 거의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천령마기의 공능이 어느 정도냐는 것인데. 만일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처럼 만마앙복의 이적이라면 무허는 저항할 수 없을 것이야.”

적사결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주군. 과거의 마교와 지금의 천마신교는 마기의 근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수라진결을 바탕으로 한 마기는 당시의 체계를 따르지 않으니 주군의 혈마기라면 천령마기를 이겨 낼 수 있을 겁니다.”

사월의 의견에 적사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결국 뿌리는 같으니 태초의 마에 가깝다는 천령마기는 쉬이 이겨 낼 수 없을 것이야. 다만 변수가 있다면 신마결이겠지.”

“무허가 신마결을 완성했다고 보십니까?”

“아직 일월에게서 소식이 없지 않느냐. 본 좌는 그것이 본 교에 변고가 생겼다는 징조인 것 같구나. 그리고 그 변고는 신마결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야.”

삼월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하면 완성된 신마결로 천령마기를 이겨 낼 수 있을까요?”

“나도 단언할 수는 없다. 하나 어느 쪽이 더 깊은 어둠을 품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깊고 깊은 무저갱과 같은 심상의 어둠.

결국 판가름은 내면에 존재하는 마의 근원에 달려 있었다.

“흑사광에 대한 것은 어찌 되었느냐?”

혹시나 하여 물었지만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지역은 중경. 시기는 삼 년 전입니다. 이후로는 행적이 묘연한 상황입니다.”

“흑랑대도 마찬가지더냐?”

“네. 전혀 드러난 행적이 없습니다.”

“휴, 그때 억지를 부려서라도 부교주에 앉혔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았을 텐데.”

적사결은 신교의 상황이 불안한 나머지 다시금 흑사광이 떠올랐다.

하나 지금으로서는 장로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눈앞의 엽주평과 도중문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   *   *

그곳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마치 거대한 토룡이 땅을 뚫고 움직인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이곳을 정말 혼자 힘으로 되살린 것이오? 노사께서는 도대체 누구시오?”

구양패는 천마신궁의 비밀 통로를 재가동한 배불뚝이 노인을 감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족히 수백 명의 기관진식가들이 달려들어야 되살릴 수 있다는 비밀 통로였다.

한데 그는 그것을 홀로 해낸 것이다.

“내세울 이름이나 별호는 없소. 그냥 묘 선생이라 부르시구랴. 그리고 노사가 뭐요? 연배도 비슷한 거 같은데…… 나 그렇게 나이 많은 늙은이 아니오.”

묘 선생은 손을 휘저으면서 말했다.

“허허, 어쨌든 대단하십니다그려.”

“어떤 싸가지가 폐쇄된 개구멍을 쥐구멍으로도 못 살리느냐고 빈정거리길래 고생 좀 했지요.”

“싸가지라니요?”

“그런 놈이 있소. 열두 번째 달덩이라고.”

그 말에 일월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십이월이 그랬군요. 녀석이 우리들 중에 성격이 좀 모났으니까 이해하십시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모났지. 이봐, 그 자식 꼴등이라서 십이월 맞지? 적월은 열두 명이잖아.”

“그건 아닙니다. 실력으로 따지면 십이월은 적월 중에 상위권입니다.”

묘 선생은 얼굴을 팍 구기고 툴툴거렸다.

“어이구, 융통성 없기는 다 마찬가지구먼. 그냥 그렇다고 맞장구쳐 주면 될 걸.”

“그랬다간 그걸로 십이월을 놀리실 것 아닙니까. 그럼 제가 곤란해지죠. 하하.”

두 사람을 보고 있던 관패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지존께서는 대단하시다는 걸 새삼 느끼오.”

“자네도 그리 생각하는가?”

구양패가 같은 웃음을 한 채 물었다.

“아무렴. 적월이라는 직속 특무대를 아무도 모르게 운용하시고 저렇게 대단한 은거기인과 맺은 인연도 있으시고 말이오.”

“나는 지존께서 저분이 본 교에 입교하지 않았음에도 주종 관계를 맺으신 것이 더욱 대단하시네. 나라면 어떻게 해서든 교도가 되도록 했을 터. 그렇게 못 만들었다면 그런 관계도 맺지 않았을 것이고 말이네.”

“나 역시 마찬가지요. 교도가 아닌 자와 그런 긴밀한 관계를 맺을 리가 없으니 말이오.”

“신교가 그분을 품은 것이 아니라 그분이 신교를 품은 것이지. 그릇이 큰 분이야.”

관패가 고개를 끄덕이는 그때였다.

콰아앙. 콰콰콰쾅.

동굴이 내려앉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의 굉음과 진동이 쩌렁쩌렁 울렸다.

공동 안이다 보니 내력이 약한 교도들은 귀를 막고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였다.

“크윽. 무슨 일이지?”

구양패는 인상을 쓰며 소리의 진원지인 뒷방향을 보며 중얼거렸다.

“침입자요. 섣불리 이곳에 진입하려다 기관을 건드린 것이오.”

묘 선생이 바닥에 귀를 대고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기관은 다 해제된 것이 아니었소?”

“내가 손이 백 개도 아닌데 어찌 다 해제하겠소? 그저 몇 가지는 무력화시키고 몇 가지는 기관의 방향을 바꿔서 탈출로를 만들었을 뿐이오.”

“그…… 그게 더 어려운 거 아니오?”

“나한텐 그게 더 쉽소.”

묘 선생은 한쪽 벽으로 다가가 손을 대고 톡톡거리고 때론 쓰다듬기도 했다.

그러자 특이한 문자가 떠올랐다 사라지고 기관이 움직이는 조작음이 들렸다.

“뭐 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지나온 길에 몇 개의 기관을 손본 것이오. 놈들의 추격을 조금이라도 늦춰 줄 거요.”

쿠구구궁.

기관이 움직이는 듯한 진동음이 한 차례 울렸고 묘 선생은 그제야 사람들을 재촉했다.

“지금부턴 빠르게 이동할 테니 수하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두시오.”

고개를 끄덕인 후 구양패는 뒤를 보며 소리쳤다.

“추격이 붙었다. 다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 붙거라.”

“예!”

오천 명에 이르는 인원이 답하니 쩌렁쩌렁하게 공동 안이 울렸다.

묘 선생은 일사불란한 교도들의 움직임에 혀를 내둘렀다.

‘역시 단일 집단으로는 당할 곳이 없다는 천마신교인가. 무림인이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이라니 대단하구나.’

연수합격이라는 협력의 개념도 있다지만 무림인은 기본적으로 개인적이다.

집단전이 벌어지더라도 군대처럼 수천 수만의 대군이 통일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수천 명이 붙더라도 많아야 백 단위의 난전이 수십 군데에서 벌어지는 정도랄까.

그것은 대문파라도 정예 고수의 수가 기백을 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데 묘 선생의 눈에 보이는 오천 교도들의 움직임은 마치 군의 그것처럼 보였다.

*   *   *

“헉. 헉. 다들 괜찮으시오?”

사마독의 물음에 완안지와 상관중이 헐떡이며 고개를 저었다.

“죽겠소. 허억. 허억.”

자존심 때문에라도 괜찮다고 할 법한데 그들은 죽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다.

신궁의 비밀 통로는 거의 천 년에 가까울 정도로 방치된 곳이었다.

한데 기관은 독니를 드러낸 뱀처럼 시시때때로 자신들을 노렸고, 진법은 환영부터 시작해 불벼락과 물폭탄으로 수백 교도들의 생명을 앗아 갔다.

그 때문에 초고수인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겨우 비밀 통로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럼 휴식을 좀 취하고 사상자를 파악한 후 움직입시다.”

“그럽시다.”

세 장로들은 각 가문의 피해 상황을 살피고 무사들을 독려했다.

비밀 통로를 빠져나오며 발생한 사상자는 약 오백.

그 때문에 떨어진 사기를 북돋는 것이었다.

“총 병력 일만 중 오백 명이 전투 불능이니 그리 큰 피해는 아니오. 우리가 앞장선 보람이 있었던 것 같소. 슬슬 추격에 나서는 것이 어떠하오?”

완안지가 현 상황을 설명한 후 의견을 말했다.

운기조식과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니 더 거리가 벌어지기 전에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한데 여기 위치는 짐작들 가시오?”

상관중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두 개의 바윗돌이 기댄 사이에 난 비밀 통로의 출구를 나오자 드러난 곳은 황야였다.

황야는 돌과 흙만 펼쳐져 있기에 지형적 특징이 없어 평생을 신강에서 보낸 그도 현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등활평 아니면 적릉일 것 같은데…….”

완안지가 흙을 손가락 사이에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십만대산 인근의 황야 중 이만한 규모는 그 두 곳 중 하나였다.

“하면 적릉일 것이오.”

사마독이 안광을 빛내며 말했다.

“사마 장로는 어찌 그리 확신하시오?”

“그 공동에서 움직인 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등활평까지 미치진 못하오. 하니 적릉이 분명하오.”

“아니, 그 정신없는 와중에 이동 거리를 계산했단 말이오?”

“출구의 위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그 정도는 필요하겠다 여겼소. 다행히 쓸모가 있었지만.”

사마독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갑시다. 적릉이면 갈림길이 나오는 대협곡이 멀지 않으니 서둘러야 하오.”

*   *   *

“가주님.”

“그래, 추격대는 어떻더냐?”

구양패의 물음에 척후병은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사마가, 상관가, 완안가. 세 가문의 정예 부대와 신교 타격대까지 도합 일만에 가까운 군세입니다.”

“세 가문? 야율가는 없었느냐?”

“예. 야율가는 빠진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 아무리 병력이 많더라도 나와 이장로, 수라혈검대주까지 제압하려면 네 장로가 모두 왔어야 하거늘. 확실히 살핀 것이 맞느냐?”

“그렇습니다. 설사 타 가문으로 위장하였더라도 알아볼 수 있었을 겁니다. 분명 야율가는 없었습니다.”

“……설마.”

아니겠지.

구양패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애써 지웠다.

‘아무리 그래도 평교도들을 인질로 삼지는 않겠지.’

지금 자신들이 이끄는 자들은 신궁 내원의 교도들이었다.

그리고 각 가문과 교도들은 내원뿐만 아니라 외원에도 가족들이 있었다.

병력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평교도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교주의 명이라도 그건 아니야. 우리 신교가 그렇게까지 눈먼 자들이 모인 곳은 아니니까.’

구양패는 상념을 털어 버리려는 듯 다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장로와 각 대의 대주급에 척후 상황을 알려라. 이각이면 추격대가 도착하니 계획대로 대비하라 이르고.”

“예.”

그들은 대협곡에 도착한 후 갈림길을 선택해 도주하는 쪽을 택하지 않았다.

이곳의 지형을 이용해 추격대를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었다.

‘이 방법이면 저들도 피를 덜 흘리겠지. 부디 양측의 사망자가 많지 않아야 할 텐데…….’

교주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일 따름이다.

진실을 보지 못한 것이 저들의 잘못만은 아니니 피를 보는 일은 최대한 없어야 했다.

그들도 신교의 형제들이었으니까.

*   *   *

대협곡.

적릉의 황야 끝에 위치한 곳으로, 이곳에서 어느 쪽으로 빠져나가느냐에 따라 목적지가 나뉠 정도로 큰 협곡이었다.

추격대가 대협곡의 입구에 도착하고 맞이한 것은 백 명으로 이루어진 타격대였다.

그것도 교주 직속 호위대라 불리는 최정예, 수라혈검대 말이다.

“염 대주. 교주님의 호위부대가 어찌 교주님을 배신하고 이곳에 있단 말이오? 그대는 정녕 신심을 저버리고 호교대법사의 지위를 더럽힐 셈인가?”

사마독의 물음에 수라혈검대의 대주이자 호교대법사로 불리는 염마천의 입이 열렸다.

“호교대법사는 본 교의 교주님을 지키고 나아가 천마신교를 지키는 자. 본 대주는 현 교주께서 음모에 당해 지금의 자리를 잃으신 것을 알고 있소. 해서 그분을 다시 모셔 오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오.”

“하! 영혼이 바뀌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는 것인가? 지존께선 신마결의 완성이라는 대업을 이루고자 잠시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일 뿐이네!”

“아니오. 내 십 수 년 동안 그분을 지척에서 모셨소. 그 정도 차이를 짐작하지 못할 만큼 내가 어리석다 보는 게요?”

“신마결이네! 극마결도 아니고 누구도 닿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지인 신마결이야! 어찌 자네 따위가 그 경지를 재단할 수 있다 여기는가!”

사마독의 외침에 염마천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은 피차 잘 알지 않소? 서로 자신이 믿는 패도를 걸으면 되는 것인즉. 오시오. 힘으로 우리들의 의지를 보여 줄 터이니.”

염마천은 검을 빼 들며 기수식을 취했다.

수라혈검대도 그를 따라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그래.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군.”

사마독이 일만 군세를 보며 명했다.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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