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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07화 (107/206)

<기적의 이혼대법 107화>

“송만이라고 하오문의 고위층입니다. 하오문주의 오른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백류혼의 말에 적사결은 눈을 치켜떴다.

“그럼 이놈에게서 반선주를 얻은 거야?”

“네.”

“씨팔. 하오문주 그 개새끼는 어디 있는지 알아냈어?”

“그건 이자도 모르더군요. 얼마 전까지 함께했는데 지금은 따로 움직이고 있답니다.”

“빌어먹을 점조직 같으니…….”

꼬리를 잡으면 뭐 하는가.

몸통의 향방은 여전히 알 길이 없는데.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래도 황실을 대상으로 한 음모는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파악할 게 있나? 엽주평 그놈이 황제와 몸을 바꾸려는 거 아냐.”

“아니었습니다.”

“뭐?”

“이들이 노린 것은 황상이 아니라 다른 황족입니다.”

“다른 황족이라니? 혹시 황자?”

“아니요. 황상도, 그리고 그 아들인 황자도 별의 기운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아니라고? 황제는 곧 자미성 아니었어?”

“그건 그냥 세간의 속설일 뿐이죠. 별의 기운이 용상에 오르면 딱딱 들어선답니까.”

“그것도 그렇군. 황제와 연루되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었나…….”

막연히 황제가 자금성을 상징하고 엽주평이 황제를 노리기에 그런 것일 거라고 짐작만 했다.

황제란 특별한 존재라 여기고 있었기에 앞뒤 관계를 따지지 않은 것이다.

“하면 놈은 황제를 죽이고 별의 기운을 가진 황족을 황제로 만들겠다는 건가? 이후에 그자와 몸을 바꾸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요.”

“그럼 도대체 뭐야?”

적사결은 빙글거리는 백류혼을 보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엽주평. 그는 오래전 역모라는 죄를 뒤집어쓰고 멸문한 가문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자였습니다. 천운으로 목숨을 건졌고 무림에 숨어들어 엽주평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죠.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하오문이 그것으로 그를 이용했고요. 엽주평은 그저 지금의 황상을 죽이고 싶은 겁니다.”

“쯧, 복수심에 눈이 먼 게로군.”

아무리 그가 뛰어난 고수라 하나 자금성에 침입해 황제를 암살할 수는 없었을 터.

황궁은 외성 금군의 철통같은 경계와 내성 어림군에 속하는 금의위 위사들, 그리고 숨은 경호부대인 동창의 창위들이 있었다.

무공만 높다 하여 죽일 수 있는 인물이 아닌 것이다.

하나 반선주로 몸을 바꾸고 황제 가까이 접근한다면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면 놈들이 차지하려는 황족은 누군데?”

“황자인 유왕의 아이입니다. 아직 태중에 있습니다.”

“다다음대를 노린다는 건가. 한데 태중 아기라면 아직 성별을 모를 텐데, 그리고 황위를 물려받으려면 오래 걸릴 거 아냐.”

“도중문이라는 술사가 별의 기운을 지닌 남아라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그리고 황실이야 무림을 일통하고 난 후에 얻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건 또 그렇군. 그럼 그 아기와 몸을 바꿀 사람은? 그 도중문인가 뭔가 하는 술사인가?”

“아니요. 소민이라는 여인이라 합니다. 수백 명의 고아들 중에 찾아낸 별의 기운을 지닌 사람으로 하오문주가 직접 키웠답니다.”

“치밀하게도 준비했군.”

적사결은 송만을 쳐다보다 갑자기 배를 걷어찼다.

“커헉.”

“야. 대가리 들어.”

“쿨럭. 쿨럭.”

송만이 기침을 뱉으며 고개를 올리자 적사결이 목을 틀어쥐었다.

“무허와는 무슨 관계냐? 그놈은 분명 하오문도가 아닐 텐데 놈을 이용해서 어찌 신교를 손에 넣으려는 거지?”

“크윽…….”

송만은 적사결과 백류혼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보았다.

“그분이 신교의 교주이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아까 같은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백류혼의 말에 송만은 턱을 부르르 떨더니 말을 이었다.

“당신이 광혈존이었다니…….”

“그래 본 좌가 신교의 지존이다. 네놈들의 좆같은 음모에 당해 빌어먹을 중놈의 몸에 들어와 이 꼴이 되었지. 말해라. 신교 쪽에서 획책하는 음모가 뭔지.”

“본 문에서는 교주와 접촉할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워낙 폐쇄적인 탓에 시비 하나도 신궁에 들어갈 수 없었소.”

“당연하지. 신궁에서도 내원은 신도들 중에서도 엄선된 자들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해서 우리들은 교주와 접점을 가질 만한 인물로 무허대사를 선택한 것이었소. 이혼대법을 반선주라는 술의 형태로 만든 것은 그 때문이었지.”

“그 반선주를 만든 자는 누구지? 하오문주 혼자 만든 것인가?”

“……문주님과 도중문 술사가 함께 만든 것이오.”

“그럼 천하에 반선주의 제조법을 아는 자는 그 두 놈인가?”

“제가 알기에는…….”

기적과도 같은 효능을 일으키는 반선주였다.

적사결이 생각하기에도 그런 물건의 제조법을 아는 자는 한두 명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계속 말해 봐. 무허가 본 좌와 몸을 바꾼 후에는 어찌하려 했지?”

“소민처럼 키워진 자가 또 있소. 소청이라고. 그와 다시 몸을 바꾸려 한 것이오.”

“그런 놈들이 몇이나 있는 거지?”

“그 두 사람이 전부요. 십 년 동안 천하의 고아를 뒤져 겨우 찾아내었으니 더는 없소.”

“확실한 것이냐. 조금의 거짓이 있다면 뼈째 갈아 버릴 것이다.”

“저…… 정말이오. 내가 그 일을 전담한 책임자였으니. 한 치의 거짓도 없소.”

송만은 벌벌 떨며 말했지만 눈치는 백류혼 쪽을 보았다.

어지간히 심하게 당한 모양이었다.

“야 이 새끼야. 저 새끼보다 본좌가 더 무서워! 아까부터 누구 눈치를 보는 거야!? 확씨! 눈깔을 뽑아 버릴까!”

“이…… 이거 좀 풀고. 컥컥.”

적사결은 힘이 들어간 손을 풀고 송만의 목줄기를 쥔 손을 뗐다.

“그거 좀 힘 줬다고 컥컥거리긴. 약해 빠진 새끼.”

“콜록. 콜록…… 콜록.”

“그래서 무허와 그 소청이라는 놈의 몸은 어떻게 바꿀 셈이었지? 무허가 반선주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강제로 하기엔 본 좌의 몸을 지닌 놈인데.”

광혈수라공의 비급이 있으니 자신의 몸을 다루는 데 문제없을 터.

더구나 신마결까지 손을 대었다 들었으니 하오문에 천하십대고수 이상 가는 실력자가 없다면 놈에게 반선주를 강제로 먹일 순 없었다.

“교주의 몸을 지니고 있으니 무위가 얼마나 높든 상관없소. 말 한마디면 똥이라도 먹을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똥이라도 먹을 거라니?”

“천마의 유산이 본 문에 있었소. 마기를 지닌 자는 그에 거부할 수 없다 들었고. 그것을 그대들은 만마앙복이라 칭한다지…….”

“뭐?!”

적사결은 놀란 눈으로 움찔거렸다.

천마 조사의 유산이라니.

더구나 만마앙복이라면 분명 암흑천마공의 진체가 분명했다.

“그…… 그걸 어찌 네놈들이 지니고 있었던 것이냐? 어디서 얻은 것이야?!”

적사결은 다시금 송만의 멱살을 틀어쥐며 소리쳤다.

천마신교의 개파 이후 이백 년 동안 찾아다닌 암흑천마공의 진체.

그것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게 되다니……

“나…… 나도 모르오. 그저 본 문에 전해 내려왔다는 것만 문주에게 들었소.”

“지랄하네! 그런 중요한 것의 출처를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이 새끼가 뒈지려고!”

적사결이 일장을 들어 올리자 백류혼이 만류하며 말했다.

“그는 모를 겁니다. 그 사실은 문주만이 알 수 있는 정보니까요.”

“뭐? 넌 그걸 어떻게 알아?”

“천마의 유산인 천령마기. 천하에서 흑천백가의 가주와 하오문주만 아는 특급 정보죠. 그가 하오문주의 오른팔이긴 한가 봅니다. 천령마기를 알고 있다니.”

“천령마기…….”

어이가 없었다.

사파 놈들이 자신들은 이름도 모르고 있던 천마의 유산을 쥐고 있었다니.

“그걸 어찌 하오문이 지니고 있었지? 아는 게 있으면 말해 봐.”

“별건 없습니다. 이백 년 전 초대 련주이신 투신께서 마교와 한바탕하신 건 알죠?”

“그래. 그 사건을 계기로 마교는 천마신교로 다시 태어났으니까.”

“그때 얻은 겁니다. 마교의 신녀가 줬다더군요.”

“뭐? 줬다고?”

신녀는 교주와 함께 마교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한데 그런 그녀가 적에게 천마의 유산을 넘겼다니.

“주긴 개뿔! 힘으로 빼앗았겠지!”

“힘이면 뭐든 된다고 생각하는 건 신교겠죠. 분명 줬다고 들었어요.”

“누구한테 들었는데? 이백 년 전으로 날아가서 들었냐?”

“할아버지한테 들었죠.”

“와전된 거네. 옛날이야기잖아. 그럼 할애비가 손자한테 우리 조상님이 남의 물건 빼앗았다 하겠냐? 줬다고 하겠지.”

“아닌데…….”

백류혼은 입을 삐죽 내밀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됐어, 새꺄. 그런 거야.”

적사결은 다시 송만을 걷어차며 말했다.

“야, 하오문주 그놈은 신강으로 간 거지? 그 소청이라는 놈하고. 맞지?”

“모…… 모르오. 문주님의 행보는…….”

쿠직. 우드득.

적사결은 그대로 송만의 목을 부러뜨려 버렸다.

“모르긴, 씨발. 딱 견적 나오는구먼.”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백류혼이 놀라서 소리쳤다.

“뭐가? 감히 본 좌에게 거짓을 아뢰었으니 뒈져야지.”

“그렇다고 그렇게 바로 죽이면 어떡해요?”

“반선주도 얻었고 신강에서 진행되는 음모도 대충 알았는데 뭐 하러 살려 둬?”

“그래도 아직 엽주평의 소재도 모르는 데다 도중문이라는 그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건 다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거야. 저렇게 뒷공작이나 일삼는 놈들은 살려 두면 화근이 되니까 죽일 수 있을 때 죽이는 게 나아.”

“끙…….”

그가 골치 아픈 표정으로 송만을 내려다보자 적사결이 물었다.

“야. 네가 바라고 바라던 금개 새끼도 원래대로 돌아갔는데 설마 엽주평 그놈의 암살 음모를 막을 생각이냐?”

“그럼 황제 암살 계획을 알고도 가만히 있습니까? 교주께선 애국심도 없나요?”

“애국심? 고아로 가진 거 없이 자라서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올랐는데 내가 그걸 왜 가져? 국가가 나한테 밥 먹여 줬냐?”

“그래도 황상이 죽으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끝없는 내란에 접어들 겁니다. 외란으로도 위태로운데 내란까지 벌어지면 이 나라는 끝이란 말입니다.”

“그렇게 나라가 걱정되면 무림을 떠나 군부에 투신하지 그래? 아직 풋내기지만 네 주먹도 제법 맵잖아?”

“왜 또 그렇게 확대 해석하십니까?”

백류혼이 툴툴거리며 묻자 돌아온 대답은 쌀쌀맞았다.

“애국한다고 지랄발광하면서 나라 망치는 놈이 한둘이어야지. 백성들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 새끼들도 지놈들은 나라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하고 다니는 세상이잖아.”

“그런 놈들과 제가 같다는 겁니까?”

“같다고 한 적 없거든. 그냥 네 위치에서 네 할 일이나 하란 거야.”

“그게 모른 척하는 거고요?”

“새끼. 눈빛 오지네. 누가 모른 척 하랬느냐? 그리고 엽주평이든 도중문이든 어차피 둘 다 뒈질 놈들인데 뭘 그렇게 도끼눈을 뜨냐?”

“네?”

“넌 그럼 본 좌가 그 두 놈을 그냥 놔둘 거라 생각했느냐? 엽주평 놈은 무허를 꼬드겨서 날 이 꼴로 만들었고, 도중문이라는 놈은 반선주의 제조법을 알고 있는 놈인데.”

“그럼?”

“당연히 잡아 죽여야지.”

적사결의 대답에 백류혼은 피식 웃었다.

“교주께서도 좀 짓궂으시네요.”

“다시 말하지만 이건 애국이 아냐. 본좌의 사적인 용무일 뿐이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먼저 도중문 그놈부터 잡아 족쳐야지. 그놈은 엽주평처럼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그때였다.

벌컥.

“도련님! 련주님으로부터 연통이 도착했습니다.”

청령이 들어오며 다급하게 외쳤다.

“청령. 왜 그래? 영감이 뭐 급한 소식이라도 보냈어?”

“네. 주군께서 지급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청령은 붉은 띠가 매인 연통을 백류혼에게 건넸다.

긴급한 정보라는 의미였다.

백류혼은 연통을 열어 암호로 된 서신을 읽고 피식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 영감이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한발 늦었네.”

그가 웃으며 말하자 적사결이 궁금증을 못 참고 물었다.

“야, 백천악이 뭘 보낸 거야? 뭔데 그래?”

“엽주평이 황제와 몸을 바꾸는 게 아니라 죽이려 들 테니 대비하라네요.”

적사결이 실소를 흘렸다.

“뒷북 한번 기가 막히게 치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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