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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04화 (104/206)

<기적의 이혼대법 104화>

천금루의 위치는 자금성에서 멀지 않은 북경 중심가에 있었다.

진무백의 안내를 받고 도착한 그곳은 위사들과 창위들로 주변이 물샐틈없이 포위된 상황이었다.

“오셨소?”

백호 왕욱이 적사결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도 이번 임무에 차출된 모양이었다.

“왜 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이오?”

적사결의 물음에 왕욱이 고개짓을 하며 창위들을 가리켰다.

“동창에서 먼저 진입하겠다 조건을 걸어서 우리는 대기 중이오. 여공공께서 들어가셨으니 문제없을 것이오.”

“혼자 갔소?”

“그렇소. 고수들 간의 생사결에 하수는 방해만 된다 하여 홀로 가셨소.”

“…….”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나 건물 내와 같이 좁은 장소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혼자가 편하다.

하나 왕욱의 말을 들으니 더 꺼림칙했다.

그 변태의 첫인상은 굳이 혼자서 일을 도맡을 만큼 부지런한 놈이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아랫것들이 처리하지 못한 일로 난감해할 때 귀찮은 듯 나서서 해결하는 부류랄까.

적사결은 왕욱에게 자신도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왕욱은 북진무사의 허락을 받은 후 적사결을 들여보내 주었다.

이미 여공공이 들어간 지 일다경이 다 되도록 아무런 소란이 없었기에 쉽게 허락이 된 것이었다.

천금루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위사와 창위들이 손님들을 내보낸 탓이었다.

적사결은 인기척이 있는 삼 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삐걱. 삐걱.

꽤 연식이 있는 주루인지라 발걸음과 함께 나무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그런데 위층으로 향하던 적사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건…… 피 냄새잖아. 벌써 한바탕한 건가?’

분명 바깥의 놈들은 소란이 없었다 했었다.

그렇다면 압도적으로 한쪽이 상대를 제압했거나 누군가 상처를 입고 대치 중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 의문은 삼 층에 오르면 알게 되리라.

적사결은 기척을 숨기지도 않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삼 층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엽주평으로 보이는 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고 가슴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일격에 절명한 듯 보였다.

‘씨발…….’

설마 심문도 하지 않고 바로 죽이다니.

적사결은 찝찝했던 기분의 정체를 목도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일을 저지른 놈에게 시선을 옮겼다.

여공공이란 놈은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다 적사결을 발견했다.

“어? 그때 그 공주의 귀빈이로군요. 여긴 어쩐 일인가요?”

여공공은 가느다란 눈으로 웃으면서 적사결을 바라보았다.

하나 이내 박수를 치고는 다시 말했다.

“아하! 그러고 보니 그대가 황제 암살 계획을 금의위에 알렸다 했지요. 그래서 황궁에 들었고 말이에요.”

창위를 시켜 알아본 적사결의 신상 내역.

여공공은 금의위가 알고 있는 정보는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듣자 하니 정도제일인 무허대사의 제자라던데 맞나요?”

“맞아.”

“흐음…… 말이 짧군요. 이래 보여도 동창제독 바로 밑의 태감인데 말이에요.”

“존댓말을 까먹어서 말이야. 하도 오래전에 써 봐서 기억도 안 나는데 어쩌지?”

“어쩌긴요. 모른다는 걸 지금 가르쳐서 쓰게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죠. 킥킥.”

여공공은 적사결이 재밌다는 듯 웃어댔다.

“그런 그렇고 이 녀석 왜 죽인 거지? 당신 실력이면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었을 텐데.”

“한 방에 죽을 줄 몰랐죠. 설마 인사차 펼친 공격에 죽을 줄 알았겠어요? 그래도 살협이라면 산서성을 주름잡던 초고수라 들었는데 나도 놀랐다니까요, 호호.”

“일격?”

그래도 그렇지 일격이라니!

십대고수 바로 아랫줄이라는 말은 어디 가서 한 방에 맞아죽을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이란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면.

‘바꾼 거구나. 벌써 누군가와 몸을 바꾼 거야.’

황제?

아니, 아니다. 금의위가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으니 그럴 기회는 없었다.

반선주를 사용하려면 만나서 함께 잔을 나누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누굴까?

적사결은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런 단서 없이 머리를 굴린다고 알아낼 리 만무했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는 생각에 불똥은 여공공에게로 튀었다.

“이런 씨! 좆같이 일이 꼬였잖아. 너 이 새끼 못 막을 걸 알고 있었지? 너 정도 되는 새끼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잖아! 알고도 그냥 쳐 죽였지? 맞지?!”

여공공은 적사결의 욕설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이처럼 막 대하는 사람은 생전 처음이었다.

할짝.

“어머, 박력 있으셔라. 난 박력 있는 남자가 좋던데.”

여공공은 입술을 핥으며 살기를 피워 올렸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황궁 서고에서 자극된 살심을 억누르기 위해 엽주평의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도 손에 피를 묻혔다.

한데 정작 아무런 희열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살심을 일으킨 당사자를 다시 만났고 저토록 자극적인 말로 다시금 자신을 흥분시켰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곳은 황궁이 아니다.

“맞나 보네. 이 개변태 새끼가 뒈질려고 아주 발악을 하는구나.”

“효효효. 아주 좋아요, 좋아.”

적사결은 이마에 혈관이 빠직 솟는 걸 느꼈다.

“여기서? 아니면 나가서?”

“어디든 좋긴 한데…… 귀찮은 것들이 주변에 널렸으니 장소를 옮길까요?”

“앞장서.”

적사결은 곧바로 금단을 생성해 삼켰다.

그렇게 삼킨 금단은 중단전에 자리 잡아 하단전을 대신해 전신에 공력을 충만하게 채워 주었다.

“그건 뭐죠?”

여공공은 신기한 눈으로 금단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단 같은 걸 만들어 꿀꺽하다니.

더구나 그걸 먹기 전과 먹은 후의 적사결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엄청난 기도야…… 영약 같은 걸 만든 건가? 아니면 아까의 현상은 눈속임이고 그저 소매 속에서 꺼낸 건가?’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인데 무슨 수법인지 파악이 안 되다니.

여공공은 적사결의 매력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안내나 해, 새끼야. 갈 생각 없으면 여기서 한판 붙든가.”

“아유, 이 마초 같은 남자. 알았어요, 알았어.”

여공공은 손사래를 치고는 삼 층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적사결도 그 뒤를 따라 신법을 발휘했다.

두 절대 고수는 수많은 위사와 창위들의 이목에 걸리지도 않고 천금루를 벗어났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텅 빈 장원이었다.

“여긴 어디지? 네놈 안가냐?”

“맞아요. 태감 정도되면 월봉이 세거든요. 돈 쓸 데가 없으니 이곳저곳에 장원이나 사 둔 거죠.”

“월봉? 지랄하네. 국고를 빼돌린 거겠지.”

봉록만으로 장원을 산다?

그것도 이곳저곳에? 천하에서 가장 땅값 비싼 북경에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나 정도되면 추가 수당 받아도 되죠. 혼자서 금의위 위사들과 동창 창위 전부를 도륙할 수도 있는데. 그놈들 전부를 합한 정도의 수당은 받아야죠. 호호.”

여공공은 미소와 함께 당당한 표정을 내보였다.

“네 좆대로 빼먹어…… 아니지 좆도 없는 새끼한테 좆대로라니. 말을 잘못했네. 네 멋대로 챙겨 놓고 수당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끄응. 그 좆 얘기 좀 그만하죠? 환관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좆까, 새끼야. 아, 미안. 이미 좆깐 새끼지.”

여공공은 처음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며 분노한 기색을 내비쳤다.

“좆 얘기 그만하라고 했지!”

파밧.

이형환위로 지척에 자리한 후 내지르는 수강.

엽주평의 몸을 꿰뚫은 수법임이 분명했다.

적사결은 나려타곤의 수법처럼 몸을 수평으로 뒤집어 피했고 회전하며 발뒤축을 휘둘렀다.

하나 손바닥으로 퇴법을 막아 낸 여공공은 그대로 발을 붙잡고 힘껏 던져 버렸다.

방향은 장원 중앙에 위치한 돌탑이었다.

쉬익. 타탁.

적사결은 공중제비를 돌며 돌탑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치링.

사왕의 발도와 함께 이어지는 초식은 광역기인 혈겁멸세.

물결 무늬의 도강 수십 발이 연환포처럼 여공공을 덮쳤다.

“재밌어!”

여공공은 혈겁멸세의 압도적인 위력을 목도하고도 위축되지 않았다.

도리어.

쩌저저저저저정.

엄청난 속도로 펼친 수비초로 혈겁멸세의 초식 모두를 받아쳤다.

‘그걸 다 받아쳐?’

혈겁멸세는 광역기이다 보니 대상에게 집중되는 공격초가 아니다.

그저 목표한 일대 전부를 날려 버리기에 놈과 동떨어진 곳에 뿌린 도강도 있었다.

한데 놈은 그것마저 모두 대응한 것이었다.

“쓰잘데기 없는 짓 하고 있군. 황궁최고수라더니 무위가 높다고 자랑하고 싶은 거냐?”

“아니요. 이 장원 제 것이라고요. 부서지면 수리비는 어떡해요?”

적사결은 황당한 얼굴로 혀를 찼다.

“이런 미친 새끼.”

“현실적인 거죠.”

“그럼 여길 왜 왔어? 북경엔 야산이나 공터도 없냐?”

“그런 곳은 외곽까지 가야 하니까요. 여기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 공터가 있겠어요? 호호.”

“빌어먹을 새끼. 그럼 소림에 청구해.”

“네?”

“수리비 소림에 청구하라고!”

이번엔 적사결이 먼저 움직였다.

더 이상 눈앞의 미친놈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뿌득. 뿌득.

잠재 근력으로 높인 외공과 보리연화공의 충만한 내력을 실은 공격이 뻗어 나갔다.

근접전의 초식 대결로 승부를 보려는 의도였다.

사선으로 베어 올리는 신속의 도격.

하나 여공공은 허리를 젖혀 여유롭게 피해 냈다.

마치 그 정도 속도는 눈에 보인다는 듯 눈동자가 도첨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역시 이만한 고수는 적랑 의태를 하지 않으면 속도로 압도하기 힘들구나. 그렇다면…….’

적사결이 사왕을 뻗은 상태에서 어깨를 출렁였다.

그러자 어깨부터 손목까지 마치 채찍처럼 유연해진 오른팔이 춤을 췄다.

쾌가 아닌 변과 환의 묘리.

그것도 천축유가신공으로 관절 가동 범위를 넘어선 극한의 변환초였다.

촤좌좌좌좌좍.

허공이 난도질되고 여공공의 옷자락이 베여 조각조각 휘날렸다.

하나 핏방울 하나 튀지 않는 것으로 그의 보법이 얼마나 고절한지 알 수 있었다.

“이것도 받아 봐.”

변환초로 행동 범위를 묶어 놓고 내지른 좌장.

수라멸천장의 폭발적인 강기가 여공공에게 작렬했다.

쩌어……

하나 그는 팔을 십자로 교차해 그 짧은 순간에도 방어를 취하고 있었다.

콰콰콰쾅.

그래도 수라멸천장.

막혔다지만 여공공의 몸을 통째로 밀어내며 그를 장원 한 구석에 처박았다.

“크으…… 짜릿하네요.”

여공공은 너덜너덜해진 옷자락과 장흔이 남은 두 팔을 흔들며 히죽거렸다.

마치 재밌어서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더 없나요?”

“있지 왜 없겠어? 널 패 줄 방법은 하늘의 별만큼 많아. 자고로 미친개는 매가 약이라 했거든.”

“기대할게요, 호호홍.”

“웃음소리도 가지가지다, 변태 새끼.”

적사결은 호기롭게 말했지만 내심 식은땀을 흘렸다.

놈은 아직 진짜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

자신 역시 적랑 의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나 중요한 것은 무공.

놈에게서는 아직 진신무공을 엿볼 만한 절초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일단 무슨 무공을 쓰는지 확인이 먼저다.’

어떤 종류의 기공인지, 무슨 묘리를 살린 것인지, 특징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좋으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상대의 무위에 대한 최소한의 감이라도 잡을 수 있다.

적사결이 느릿하게 사왕을 들어 올렸다.

두 손으로 부드럽게 도파를 쥔 상단세의 기수식.

일검무적의 초식인 극혈파천이었다.

‘이거라면 대략 파악이 되겠지.’

번쩍.

기광이 번쩍이며 햇살처럼 황금빛 궤적이 전면으로 뻗어 나갔다.

여공공과 장원 전부를 둘로 쪼개 놓을 듯 엄청난 경파가 몰아쳤다.

꽈아아아앙.

극혈파천의 적중과 함께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공공의 강해진 기세가 공기를 무겁게 내리눌렀기 때문이었다.

‘저건?’

넘실대는 푸른 기운과 붉은 기운.

여공공의 주변으로 두 개의 기운이 합쳐졌다 흩어졌다 반복하며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음양이기?”

태초의 기운인 혼원에서 최초로 나뉜 두 개의 기운.

양기와 음기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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