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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01화 (101/206)

<기적의 이혼대법 101화>

암흑천마공.

구백 년 전, 정마대전을 일으켰던 마교의 개파 조사 천마가 창안한 신공절학이다.

달리 천마신공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무공은 지금까지 고금삼대무공 중 하나로 불리고 있었다.

마교의 패망 후, 그 일맥을 이어받은 천마신교.

하나 천마신교에 이어진 암흑천마공은 진체가 빠진 불완전한 반쪽 무공이었다.

그럼에도 워낙 뛰어난 무공이었기에 그 사실을 아는 자는 거의 없었다.

하나 천마신교의 개파 조사인 흑마신은 말년에 이르러 그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한데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암흑천마공의 진체, 천령마기. 그것이 하오문을 통해 세상에 나타난 것이었다.

“으으으으.”

이마에 솟은 핏줄이 터질 듯 꿈틀거렸다.

무허는 진신내력을 개방해 저항했지만 굽혀진 무릎은 펴질 줄을 몰랐다.

“소용없어요. 마의 조종인 천마께서 창안하신 천령마기니 아무리 대사님이라도 이겨 낼 수 없을 겁니다. 그 몸에 담긴 광혈존의 마기가 얼마나 대단하든 말이에요.”

은소령은 한쪽 무릎을 꿇고 무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 쳐 죽일 계집년이…….”

무허는 진심으로 눈앞의 은소령을 때려죽이고 싶었다.

하나 마음과 달리 몸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소청, 그것을 다오.”

소청은 품 안에서 작은 병을 꺼내 건넸다.

은소령은 마개를 열어 무허에게 다가갔다.

무허는 마개가 열리고 새어 나오는 향기에 코를 씰룩였다.

“이…… 이 냄새는?”

“역시 취불. 술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으시네요. 호호호.”

은소령은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냄새만으로 반선주를 구별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주당이 아닐 수 없다.

“어찌 그것을! 설마?”

“맞아요. 저희가 이것을 금개의 손에 들어가도록 만들었고, 살협을 움직여 대사님께서 광혈존과 몸을 바꾸게끔 유도했지요.”

무허는 고작 하오문의 손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으나 이내 마음을 다스리고 물었다.

“엽…… 주평. 그놈과는 무슨 관계더냐?”

“서로 돕고 돕는 사이. 동맹 관계일 뿐, 그리 깊은 사이는 아니랍니다.”

“어쨌든 그 씹어 먹을 새끼가 본 좌를 배신했다는 뜻이로군.”

“뭐…… 그렇다고 봐야겠죠.”

수십 년을 함께 보낸 친우의 배신.

무허는 지독한 허탈감이 들었고 그 빈자리가 격렬한 복수심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지옥의 불구덩이를 들어가 중생을 이끄는 지장보살?

뜻을 품었던 마교행은 배신에 더럽혀졌고 지독한 살심만이 들끓었다.

‘역시 인간이라는 족속들은 모조리 죽여 부처님 곁으로 보내야 해.’

혈광을 흘리는 무허는 입을 비롯해 칠공에서 붉은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무…… 문주님, 물러나십시오.”

소청은 천령마기에 제압되었던 무허의 심령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속박이 점차 풀리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경고했다.

“소청아, 왜 그러느냐?”

“대…… 대사의 마기가…….”

소청은 진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제압이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결심을 내린 소청은 흘렸던 천령마기의 기운을 무허에게 집중시켰다.

도주할 시간을 벌기 위한 작업이었다.

검은 안개의 기운은 무허를 잠식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둠이 그를 삼킨 듯 보였다.

“헉. 헉. 문주님, 피하셔야 합니다.”

“뭐…… 뭐?”

소청은 은소령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녀를 안고 경공을 펼쳤다.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일까.

은소령은 들고 있던 병을 놓쳤고 깨진 병 사이로 반선주가 바닥을 적셨다.

쇄애액.

궁신탄영의 수법으로 전력 질주.

소청의 턱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무허와 연결되었을 때 그의 심령에서 전해진 느낌.

그 감각 때문에 전신에 오한이 들고 공포에 심장이 조여들었다.

“소청아, 왜 그러느냐?”

은소령은 소청의 백지장 같은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 그자…… 무허대사님이 아닙니다. 인세에 존재해선 안 되는 악마…… 악마가 분명합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더냐?”

“스스로의 힘으로 천령마기를 이겨 냈습니다. 더구나 그 흉포함과 지독한 살심.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희는 죽었을 겁니다.”

“마기를 지닌 자가 천령마기를 이겨 내? 그…… 그럴 리가…….”

이백 년 전, 하오문을 세운 사신 백강천.

그는 당시 마교와의 싸움에서 천령마기를 얻었고 말 한마디로 교주조차 무릎 꿇렸다고 했었다.

가장 어두운 마(魔)이자 가장 깊은 마(魔).

마의 근원에 가까운 천령마기는 모든 마가 숭앙하는 만마앙복 그 자체였다.

사신이 하오문에 남겨 준 유일한 무공인 천령마기.

불세출의 무인인 사신도 천령마기는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완전무결한 심공이라 그대로 후대에 전했었다.

“문주님,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 생각하십시오.”

“그…… 그래. 알겠다.”

소청은 더욱 발끝에 힘을 주며 속도를 높였다.

지금은 최대한 멀리 가야 하기에 발자국과 같은 흔적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한데 그 순간.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검은 기운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버…… 벌써.”

소청은 사색이 되어 눈을 잘게 떨었다.

“크으으으.”

붉은 마기를 두른 무허는 신음을 내뱉었다.

천령마기를 떨쳐 내는 데 막대한 심력과 내력을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심공이었다. 한데 이 정도로 나의 심혼을 뒤흔들고 육신을 억제하다니.’

정말 엄청나게 강력한 금제였다.

천운으로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천령마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정도로.

첫째, 신마결의 깨달음.

천령마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신마결을 익히지 못했다면 저항에 필요한 최소한의 힘도 발휘하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신마결이 비록 천령마기를 뛰어넘지 못했으나 그에 근접한 공능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둘째, 천령마기의 시전자.

만약 소청이라는 풋내기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신마결을 익혔어도 파도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무용했을 것이다.

같은 무공이라도 시전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지는 법이니까.

특히나 심공이라면 마음의 공부에 따라 그 성취가 달라지니 약관 남짓한 핏덩이가 아무리 뛰어나도 세수 팔십인 자신과는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그건 그렇고,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 해야 하는 건가, 큭큭.”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극복한 천령마기였다.

그 과정에서 무허는 그 체계를 본능적으로 분석하고 장점을 흡수하며 혈미륵신공 십성의 성취를 이룩했다.

십성이라 함은 무공이 지닌 틀을 완벽히 익혀 냈다는 의미.

그리고 십성을 넘어 십이성까지는 그 틀을 깨어 자신에게 맞게 재구성하여 대성이라는 말을 붙인다.

무허는 혈미륵신공의 대성을 눈앞에 둔 상태였다.

뿌드득.

주먹을 으스러져라 쥔 무허는 동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게 모욕감을 준 연놈들이 향한 방향이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흐흐흐.”

*   *   *

“흔적이 남아 있느냐?”

백천악의 물음에 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십이사령 중 추적술에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그였다.

그는 조그마한 단서만으로 추적 대상의 방향과 목적지를 추측하며 방향을 잡는다.

상대가 답설무흔이나 능공천상제의 신위를 지닌 자가 아닌 이상 묵령의 추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대략 일다경 전까지 이곳에 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여인입니다.”

술로 짐작되는 액체가 들어 있던 병이 깨지며 바닥에 흡수된 정도로 시간을 파악했고, 족적에서 여인으로 짐작되는 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흠…….”

백천악은 주변을 훑으며 생각했다.

무언가 터져 나간 듯한 얕은 구덩이.

이는 극도로 압축시킨 기공을 발산한 흔적이었다.

전투의 흔적이 아닌 상대에 가하는 압박, 혹은 반대로 압박을 떨치기 위한 행위.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나 서로 간에 대화가 틀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더냐?”

“동쪽입니다.”

“서두르자.”

백천악은 바람처럼 동쪽을 향해 쏘아져 갔다.

묵령도 그 뒤를 따르며 신법을 펼쳤다.

*   *   *

“끄아아악.”

뜯겨 나간 왼팔.

후두둑 떨어지는 핏물들이 바닥을 적셨다.

소청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무허를 노려보며 왼쪽 어깨에 점혈을 짚었다.

쏟아지는 피는 곧바로 멎고 지혈이 되었다.

“풋내기가 점혈은 제법이구나. 이쪽이 아니라 의술에 뜻을 두었어야지, 이 미련한 것아. 쯧쯧쯧.”

무허는 혀를 차며 소청을 심드렁하게 내려다보았다.

“불가의 고승이 미치면 이렇게 되는구나. 흐흐흐. 아니 원래 천하사괴라는 미치광이였으니 본래 이런 모습인 건가.”

소청은 비릿하게 웃으며 독설을 내뱉었다.

“이놈이 그래도 혓바닥을 멋대로 굴리는구나. 오냐, 원한다면 내 단매에 너를 때려죽여 부처님 곁으로 보내 주마.”

무허는 소매를 걷으며 손바닥을 바로 세웠다.

소청은 마치 거대한 솥뚜껑이 자신에게 덮쳐 오는 듯했다.

“으아압!”

바닥까지 긁어 토해 낸 천령마기.

소청이 마지막까지 기댈 것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하나.

“같은 수에 두 번 당할 정도로 본 좌가 녹록해 보였더냐!”

붉은 마기가 흑색의 천령마기를 밀어내고 도리어 잡아먹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무허의 일장이 뻗어 나왔다.

쩌어어엉. 쿠직. 뿌직.

가슴뼈가 함몰되고 오장육부가 터지는 소리는 끔찍했다.

암경에 소청의 내부는 갈기갈기 찢어졌고 칠공에서는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말 그대로 일장에 즉살시킨 것이다.

“소청! 이…….”

은소령은 사색이 된 얼굴로 소청이 죽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허는 요악하게 웃으며 은소령에게 다가갔다.

“부인. 맹수는 우리에 가둬 놓고 키우는 법이 아니라오. 맹수가 우리를 벗어나니 도리어 잡아먹히게 생겼잖소. 흐흐.”

하나 은소령은 기죽지 않았다.

“그러네요. 대사님 같은 맹수는 세상에 해악을 끼칠 뿐이니 바로 죽였어야 했는데 본 녀의 생각이 짧았군요.”

“해악이라…… 만악의 근원은 인간들이지. 본 좌는 천하에 그득한 죄악을 멸하기 위해 현신한 미륵이라오.”

은소령은 광인이나 할 법한 소리에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그 말은 대사께서 강호인들을 모두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요?”

“구원이지. 본 좌는 피의 비를 내려 인세의 죄악을 씻어 내려는 것이라오. 흐흐흐.”

“이런…… 미치광이 같으니…….”

주화입마라도 당해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했다.

은소령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몸이 저절로 공포에 반응한 것이다.

“뒷공작이나 일삼는 버러지가 대붕의 마음을 어찌 알꼬. 내 부처님께 보내 줄 터이니 다음 생은 버러지가 아닌 다른 것으로 태어나거라.”

무허는 들어 올린 손을 번개처럼 내리쳤다.

한데 그때였다.

덥석.

갑자기 나타난 중년인.

그는 자신의 팔목을 잡아채 초수를 멈춰 버린 것이었다.

“이건 또 웬 똥막대…… 응?”

휘리리릭.

잡아챈 팔목이 살짝 비틀리자, 그 순간 더해진 경력에 몸이 핑그르르 돌았다.

무허는 하늘이 뒤집어지는 듯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이어진 경파에 속이 뒤집어지는 듯했다.

콰아아앙.

아랫배에 묵직하게 전해진 일격.

장정 서넛이 손을 잡아야 안을 수 있을 만한 거목을 뚫고 내동댕이쳐졌다.

하나 무허는 배를 부여잡은 채 곧바로 일어섰다.

“제법 강골이군. 단전을 박살 낼 요량으로 후려쳤는데 말이야.”

파황무존.

사파의 하늘이자 초거대 무림연합체 사무련의 주인.

사도제일인이자 천하제일인에 가장 근접한 무인.

셀 수도 없이 많은 수식어를 단 절대 고수가 손을 툭툭 털었다.

“들어와 봐, 취불. 실력 좀 보자.”

백천악이 무허를 도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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