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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77화 (77/206)

<기적의 이혼대법 77화>

“먼저 흑도를 다스리는 일. 간단합니다. 련의 이름으로 이런저런 나쁜 짓을 못하게 못을 박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기면 모조리 참하면 됩니다. 흑도의 지존이 하지 않으니 너희도 하지 말라 했거늘 이를 어긴다? 반역이고 역천이지요.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면 해결될 일입니다.”

백류혼의 대답에 노백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착한 거냐? 다 쳐 죽이는 공포정치이지 않느냐. 엄청난 폭군인 것 같은데?”

“무조건 죽이는 것이 아니니 폭군은 아니죠. 죽기 싫으면 저처럼 착하게 살면 됩니다. 히히.”

“이런 이기적인 새끼.”

“흑도는 이기적이잖아요.”

노백은 미소를 지은 채 곰방대를 탈탈 털며 물었다.

“하면 당대 하오문주와 관련된 이 일은?”

“좀 돌아가겠지만 노백님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모두 얻으면 당대 하오문주와 이어질 길이 있을 겁니다. 노백님도 모르는 그걸 알아내는 것은 제 능력에 달렸겠지요.”

“내 머릿속에 나도 모르는 단초가 있다?”

“분명합니다. 천리추견을 이용한 접선은 예의상 딱 한 번 힘을 보태 주겠다는 뜻. 그리고 전대 하오문주를 흑천백가의 가주 곁에 둔 것은 무슨 의미겠습니까. 그를 통해 자신을 찾아오면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뜻이 아닐까요?”

백류혼의 말에 노백은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 점점 네가 좋아지는구나. 맹탕 같던 놈이 매섭구나, 매서워. 하하하.”

“정답인 모양이죠?”

“맞다. 하나 현 하오문주 놈이 내 머릿속에 어떤 식으로 무슨 정보를 심어 놨을지는 노부도 모른다. 그것에 다가가는 것은 순전히 네 몫이지.”

노백은 끌끌거리며 말을 이었다.

“참고로 노부는 통각 신경을 끓었기에 육체적인 고문도 통하지 않고, 자백제는 물론 암시와 같은 정신 공격에도 방어기제가 심겨 있다. 잘못 건드리면 뇌가 녹아 버리니 쉽지 않을 게다.”

“그런 방법을 쓸 생각은 없습니다. 노백님께서 알고 계신 정보 중에 단초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요“

“그럼 뭐부터 알고 싶으냐?”

“반선주에 대한 것 먼저 말해 주십시오.”

“반선주라…….”

노백은 곰방대를 입에 물고 뻐끔거리며 뜸을 들였다.

그가 입을 연 것은 연초가 닳아 재가 되었을 즈음이었다.

“련주와 네가 알다시피 반선주는 초대 하오문주인 사신으로부터 파생된 것이 맞다.”

“역시 그랬군요.”

“그래. 몸소 그 술법을 겪으신 그분이 아니었다면 어찌 이혼대법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겠느냐.”

노백은 곰방대의 재를 털어 내고 새로운 연초를 채워 불을 붙였다.

연기가 하늘로 오르자 노백의 이야기도 다시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수명이 다한 투신을 살리기 위해 이혼대법을 재현하려 했던 사신.

하나 그것은 예상보다 더욱 난해하고 어려운 술법이었다.

당시 사무련과 하오문의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사신이 직접 강호를 주름잡는 유수의 집단을 뒤집어엎고도 소득을 얻지 못한 것이었다.

“사신께서는 중원 술사들 중 가장 명망이 높던 제갈세가의 초대 가주, 천기룡 제갈비를 반죽음으로 만들었으나 이혼대법이라는 술법이 고대에 존재했다는 기록만 얻었을 뿐이었지.”

“자신이 그걸 겪었으니 하등 쓸모없는 정보였군요. 한데 사신께서 영혼을 옮겼다는 그 보패는 무엇입니까? 이족이란 운남의 부족은 왜 그걸 회수해 갔고요?”

“그 보패의 이름은 영주. 이혼대법의 주술이 새겨져 있어 혼을 옮겨 담을 수 있고, 얻는 자는 보패로 된 육체를 얻는다는 기물이지. 구전에 따르면 그것을 만든 자가 이족의 선조였다고 한다.”

“그럼 그 이족은 정말 만날 방법이 없습니까?”

“없다. 그들은 사신께서 사망하신 그날을 마지막으로 부족의 마을을 떠나 세상과 격리되었으니까. 본 문이 그 영원결계술을 확인했다 하니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야.”

백천악의 말대로였다.

백류혼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물었다.

“하면 어떻게 이혼대법을 완성한 것이죠?”

“당시 사신께서는 곤륜대선과 인연이 있으셨고 그를 만나셨지.”

“구파일방의 일좌인 곤륜파의 장문인 말입니까? 그들은 천 년 가까이 중원에 나타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아니, 이백 년 전 당대의 전승자인 곤륜대선께서 중원에 나오신 적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싸움이 있었고 그때 사신뿐만 아니라 투신께서도 그분을 만나셨지.”

도가의 원류인 선불의 천교를 이은 직계, 신비문파 곤륜.

일인 전승으로 이어지는 그들은 양지에 나오지 않고 그늘 속에서 존재감만으로 구파일방의 일좌를 얻은 무맥이었다.

“그리고 사신께서는 끝내 곤륜대선에게 이혼대법의 단초를 얻었다 한다. 하나 그분이 돌아왔을 때는 투신께서 사망하신 직후였지.”

후우우.

빨아들인 연기를 내뱉는 노백의 숨은 마치 한숨처럼 보였다.

“이후 실의에 빠진 사신께서도 몇 달을 살지 못하고 생을 내려놓으셨지. 어쩌면 영혼이 이어졌던 쌍둥이였기에 한쪽이 죽자 따라서 수명이 다했는지도 모르고…… 어쨌든 참 기구한 삶을 산 형제였다.”

백류혼은 선조에 관한 일화를 자세히 듣게 되자 감회가 남달랐다.

하나 지금 중요한 것은 옛날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단초였다.

“사신께서 남기신 단초가 무엇이었습니까? 그걸로 반선주를 만드신 거죠?”

“그렇다. 그 단초를 바탕으로 이백 년에 걸쳐 역대 하오문주들이 연구한 결과물이 반선주지. 내 대에서 구 할이 완성되었고 나머지 일 할을 채운 것은 당대 하오문주 그 녀석이다.”

“하면 노백님도 반선주를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는 말씀이군요?”

“안다. 하나 알고도 하늘의 도움 없이는 못 만든다. 그 일 할은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하니까. 당대 하오문주 녀석은 그걸 얻었기에 그 일 할을 채울 수 있었겠지.”

백류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하늘의 도움? 허락?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재료다. 그것도 천하를 뒤져도 얻을 수 없는 하늘의 선물 말이다.”

“하늘…… 재료…… 설마?”

백류혼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오직 하늘로부터 얻을 수 있는 희귀 재료가 그것이다.

“운철입니까?”

노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하늘에서 떨어질지도 모르고 떨어지더라도 웬만한 안목 없이는 운철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과거 역사 속에서 운철검이 등장한 적이 있었으나 모두 왕조의 패망과 함께 사라진 지 오래.

지금은 억만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것이 운철이었다.

“하면 당대의 하오문주가 운철을 조금이라도 남겨 뒀길 바라야겠군요. 운철만 있다면 노백님께서 반선주를 다시 만드실 수 있을 테니까요.”

“있다면 가능할 것이나 확인해봐야겠지. 운철은 운석에서만 얻을 수 있으니 그 크기가 천차만별이니까.”

노백은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내 머릿속에서 그놈에게 이어지는 길을 어찌 찾을 셈이냐?”

“일단 그자와 관련된 상세정보를 모두 들어야겠습니다.”

“끄응…… 말하자면 꽤 긴데.”

“괜찮습니다. 기꺼이 경청하죠.”

노백은 한숨을 쉬며 부지런히 입을 놀리기 시작했고, 백류혼은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며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백천악의 눈이 점점 커졌다.

*   *   *

소주가왜변란.

난(亂)이란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빠르게 진압되었으나 그 규모가 만 단위를 넘어 세인들에게는 그렇게 불렸다.

일만에 달하던 가왜 중 무려 육천 명이 사살되었고 삼천 명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 나머지 천 명은 강소성 곳곳으로 흩어지며 관의 수배 대상에 올랐다.

이는 남경에서 출진한 지원군이 소주가왜변란의 잔당과 절강 왜구들의 합류시기에 맞춰 절묘하게 공격해 양쪽 모두 심대한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었다.

남방의 수도로 불리는 남경, 그곳의 방위군에서 차출된 지원군은 정예였고 가왜는 집단전에 있어서는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절강 왜구들 역시 일만 중 절반인 오천 명이 전멸하는 대패를 당하게 되었다.

이는 해적왕 왕직 이후 다시 준동한 가왜들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강력한 조치였다.

“하면 금의위와 지원군은 어디에 주둔해 있느냐?”

적사결의 물음에 십이월이 답했다.

“가흥입니다. 그곳에서 투항한 가왜들을 남경으로 이송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금의위 위사 왕욱과 진무백은 소주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출발했다 합니다.”

“금의위가 피해상황까지 챙길 리 없지. 본 좌를 잡으러 오는 게다. 꽤 끈기 있는 놈들이란 말이야. 큭큭.”

“명령만 하시만 소주에 도착하기 전에 속하가 처리하겠습니다.”

십이월은 은근한 살기를 흘렸다.

감히 천마신교의 지존을 잡으러 오는 날파리라니.

해충 박멸은 자신의 선에서 해야 할 일이다.

“흐흐, 처리하려면 진즉에 했을 놈들이다. 뺑뺑이 돌리는 것도 재밌으니 놔두거라. 이번 변란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

이리저리 가는 곳마다 본의 아니게 적사결의 뒤처리를 하는 금의위 위사들이었다.

“그건 그렇고, 전범들은 어찌 되었느냐?”

“제금상단주 제문종과 금룡표국, 그리고 해룡표국, 백경상단 외 스무개 상단과 표국의 관련자들이 추포되었습니다. 금의위가 움직인 덕분인지 생각보다 일 처리가 빠르더군요.”

“처벌은 어찌 된다더냐?”

“포정사와 도지휘사 등 관련 부처의 관계자들이 논의 중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계와 유착된 이들이 많다 보니 결정이 내려지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뒷돈은 이런 때를 대비해 뿌리는 거름.

전범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그 과실을 수확할 시기였다.

“쯧. 받아 처먹은 놈들이 어지간히 많은 모양이군.”

“강소성 상인연합의 삼분지 이가 연루되었으니 꽤 많을 겁니다.”

“십이월.”

“속하 십이월. 지존의 명을 받듭니다.”

십이월이 부복하며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전범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 시 네가 놈들의 목숨을 거둬라. 또한 놈들에게 뒷돈을 받아먹고 이번 변란을 덮으려는 개새끼들도 마찬가지. 세상에 해악을 끼칠 뿐이니 모조리 참해라.”

“충!”

짧은 한마디면 충분했다.

십이월은 지시가 없어도 응당 그리할 예정이었다.

“교주님, 그리고 한 시진 전 백리가주 일행이 소주에 도착했다는 첩보가 있었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네?”

도가 일맥, 천사도의 성지인 용호산으로 갔었던 백리검 일행이었다.

이혼대법에 대한 또 다른 단초를 얻었을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귀갑병대와 적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복귀를 서두른 것 아니겠습니까.”

전서구의 속도와 거리를 계산한 십이월의 판단이었다.

적사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거기까지 갔는데 빈손으로 오진 않았겠지. 다녀오마.”

*   *   *

백리세가에서는 가주 일행의 복귀와 함께 변란이 종식된 데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세가의 보호관할지인 주루와 객잔 등 주수입원의 피해 와 지원 방안, 그리고 변란에서 활약한 가솔들에 대한 논공행상 등이 주 논의 대상이었다.

이후에는 변란에서 사망한 검풍대원들의 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추모식을 준비하는 등 희생자들에 대한 처리도 잊지 않았다.

변란에 관한 논의가 마무리되자 모두의 시선은 백리검과 백리림에게 향했다.

두 형제가 용호산에서 이혼대법에 대한 단초를 얻은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혼대법에 대한 자료는 천사도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백리검의 말에 좌중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하나 이혼대법은 아니지만 비슷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백리림의 말에 백리황이 눈을 번쩍떴다.

“숙부님, 그것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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