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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73화 (73/206)

<기적의 이혼대법 73화>

“사무련, 아니 정확히는 흑천백가와 하오문은 깊은 인연이 있소. 이거 대외비밀인데 금개님을 위해 특별히 말해 주는 것이니 어디 가서 흘리고 다니다간 흑야귀령대가 당신들을 찾을 수도 있으니 그리 아시오.”

백류혼이 경고하듯 말을 꺼내자 좌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문이 흑도와 관계가 깊다지만 인연이라는 말을 붙일 정도인 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정도의 비밀이었으니 호기심이 동할 만도 했다.

“사무련은 알다시피 사파의 연합체요. 그 전신은 흑천백가의 초대 가주인 투신 백강운, 그분이 세우신 흑천문과 여러 군소 흑도방파가 연합한 세력이지. 그리고 하오문은 그분의 형님께서 만드신 정보 집단이오.”

백류혼의 말에 매양옥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투신의 형님이라면 사신!? 그분께서 하오문을 만드셨다고요?”

“그래. 하오문은 밑바닥 인생들이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토대를 만들고 기둥을 세우신 건 그분이 맞아.”

“그럴 수가…….”

하오문도인 자신도 모르는 비사였다.

매양옥은 다시금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사신께선 공공연히 투신보다 강하다고 알려진 분이었잖아요. 한데 왜 그런 분의 진전이 끊어지고 하오문은 아직까지 변변찮은 타격대 하나 없는 거죠?”

당시 공식적인 천하제일인은 투신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 세인들은 사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전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당시 뇌제 남궁산과 함께 정파의 양대 축이었던 맹호신도 팽강호를 죽였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신은 뇌제를 죽이지 못했으나 사신은 신도를 패배시켰다는 풍문.

하북팽가가 팽강호의 죽음을 노환이라 공표하고 이를 부인했지만 세인들은 갑작스런 절대 고수의 사망을 자연사라 믿지 않았다.

사신은 그 때문에 비공식 천하제일인으로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그래. 사신께선 분명 투신에 못지않은 개세의 고수셨지. 하나 그분이 익힌 무공은 특이체질이 아니라면 익히지 못하는 빙공이었어. 염공의 고수셨지만 체질과 상관없이 파황십결이란 창안무공을 남기신 투신과 달리 그분께선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지 않으셨어. 더구나 가정도 이루지 않았고 제자도 두지 않았기에 진전이 끊긴 거야.”

백류혼의 설명에 매양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신은 평생 강호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대부분의 정보가 은막에 가려진 자였다.

무공은 물론 개인사까지 모든 것이.

한데 그 몰랐던 부분을 듣자 수긍이 간 것이다.

“이봐. 쓸데없는 데로 새지 말고 본론으로 돌아가.”

적사결이 팔을 까딱거리며 백류혼을 재촉했다.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다 필요한 설명이오. 여하튼 정리하자면 하오문은 투신의 형님이신 사신께서 동생을 음지에서 돕기 위해 만드신 집단이오. 흑천백가를 위해 온갖 힘들고 더러운 일을 마다않고 처리했다고 하지.”

“그래서 흑천백가를 위해 하오문이 반선주를 만들었다? 왜?”

“아마 나의 선조이신 투신 백강운, 그분 때문이었을 것이오. 그분께선 젊은 시절부터 사투로 점철된 삶을 사셨고 그 과정에서 수명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한계를 넘는 힘을 자주 사용하셨다하오. 사무련을 세운 뒤에도 오대세가, 특히 생사대적이라 불린 남궁가의 뇌제 남궁산과 셀 수도 없이 많은 싸움을 치르며 피가 마를 날이 없는 세월을 보냈다 했소. 그 때문에 그분께서는 불과 마흔에 생의 끝자락에 섰다고 하오.”

백류혼의 설명에 적사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신교의 전신인 마교 역시 투신이 관련된 싸움을 마지막으로 멸문했고, 이후 당시 마교의 부교주였던 흑마신이 새로운 교주가 되어 신강에서 천마신교를 개파했었다.

투신이라는 자는 별호 그대로 정과 마를 가리지 않고 사투를 벌였던 무인이었다.

“혹시 사신이 투신을 살리기 위해 반선주를 고안한 건가?”

“내 추측이지만 그렇소. 투신의 병세는 육신이 혹사당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었으니 새로운 육신을 가지게 되면 동생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을 것이오.”

“하오문의 정보력을 이용해 이혼대법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걸 실현하려 한 것이로군.”

사자림에서 만났던 잠허자가 말했던 이혼대법.

그 정보를 당시의 사신이 천하를 뒤진 끝에 접한 것이 분명했다.

하나 백류혼은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

“당시 하오문은 신생 문파라 정보력이 썩 좋진 않았소. 한데 이혼대법이 무엇이오?”

“영혼을 옮기는 술법의 일종이라더군. 고문서에서 그런 주술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는 자를 만난 적이 있지.”

“흠. 역시 마도의 지존께서는 식견이 넓군. 한데 사신께서는 이혼대법을 안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이미 겪었기에 그걸 재현하려 한 것이라오.”

“겪었다? 어떻게? 당시 반선주가 있었던 건가?”

적사결의 호들갑에 백류혼은 손을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고 보패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으시오?”

“물론이다. 지금은 그 빛을 잃고 돌이 되었지만 몇 백 년 전만 해도 신의 무기라 불린 법보들이 아니더냐.”

보패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신병이기로 지금은 단 한 개의 무구도 병기로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 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본가에서 전해 내려오길 사신께서는 특별한 보패에 자신의 혼을 옮겨 담았다고 했소. 이전까지는 그저 전설과 같은 선조들이기에 그저 구전 설화 정도로 치부했는데 그것이 사실이었던 것 같소. 그리고 자신이 겪었기에 가능하다고 믿고 그것을 재현하기 위해 힘쓴 것이 아닌가 생각하오.”

“하나 투신은 알려진 대로 마흔에 사망했다 전해지지. 즉, 네 말에 따르면 사신은 반선주를 만들려 했으나 실패했고 그 비법을 이어받은 하오문주가 당대에 이르러 그것을 완성했다는 건가?”

“정확하오.”

“흠…….”

대부분 추측일 뿐이지만 그럴듯한 말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과거 목숨을 걸고 알아내었던 사무련과 하오문의 관계에 그 근거가 있었으니 더 믿음이 갔다.

“하나만 더 묻겠다. 혹시 사신의 영혼을 담았다는 그 보패가 뭔지 아나?”

그것을 찾아 분석해 보면 또 다른 단초가 될 수 있을 터.

또한 개인적인 흥미가 동하기도 했다.

“그것까진 나도 모르오. 워낙 비밀이 많은 인물이라…….”

소득이 없자 적사결은 이번엔 매양옥을 바라보았다.

“하오문은 그분이 보패에 영혼을 담았다는 것도 몰랐어요. 저에게 물으셔도 소용없어요.”

“하등 도움이 안 되는군, 쯧.”

적사결의 핀잔에 매양옥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벌게졌다.

하오문과 관련된 것에 하오문도인 자신이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백가 애송이, 너는 그만 가 봐. 가서 하오문주 그 개자식을 만날 방법을 반드시 알아 와라.”

“알겠소.”

백류혼은 자리를 털며 일어나 바깥에서 대기 중인 손강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금개님 잘 모시고 있어. 본단에 좀 다녀올 테니까. 악도겸과 매양옥도 잘 감시하고.”

백류혼의 말에 악도겸이 조심하며 물었다.

“소협, 노부는 그만 가도 되지 않겠소? 그대의 목적은 금개 저 친구를 되돌리는 것이지 않소?”

“안 돼.”

단호한 거절에 악도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소?”

“본가와 하오문이 인연이 깊다는 얘길 들었잖아. 저 여자는 하오문도야. 흑천백가의 후예로서 모른 척할 수는 없지.”

“……끄응.”

악도겸이 얼굴을 찌푸린 채 의자에 깊숙이 몸을 눕히자 매양옥이 백류혼의 팔짱을 끼며 꼬리쳤다.

“역시 우리 도련님. 의리가 있으시네요. 호호호.”

“좀 떨어질래? 노인네 얼굴로 배시시 거려 봤자 기분만 나쁜데.”

“……힝.”

매양옥이 입을 삐죽 내밀고 떨어지자 백류혼은 피식 웃었다.

‘하오문에 내 사람 하나 심어 놓으려면 빚을 지워 두는 것이 낫겠지.’

하오문은 다방면으로 쓸모가 많은 집단이다.

정보란 사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힘을 발휘하니까.

백류혼은 이 기회에 자신만의 연줄을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다.

“그럼 다녀오지. 손강, 수고해.”

백류혼은 손강의 어깨를 두드려 준 후 밖으로 나섰다.

적사결도 금개를 남겨 둔 채 백리황을 데리고 다루를 떠나 백리세가 쪽으로 향했다.

한참을 묵묵히 걷던 백리황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적…… 운 님이라 불러도 되겠죠?”

“내키는 대로 부르거라.”

“마교…… 아니 천마신교는 정확히 무엇을 하고자 하는 곳입니까?”

“무슨 뜻으로 묻는 것이냐?”

“가문의 어른들께 들은 마도인과 제가 겪은 적운님은 너무도 다르기에 묻는 것입니다.”

백리황을 빤히 보던 적사결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어찌 다르더냐?”

“…….”

백리황이 말이 없자 적사결은 그의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사내놈이 가볍게 입을 놀리지도 않고 많이 컸구나. 그래, 콕 집어 말할 수 없겠지. 누군가는 사무련과 함께 악의 축이라고도 말했을 것이고, 살육에 미친놈들이라느니 순리를 거스르고 역천을 행하는 마인이라는 말도 했겠지. 온갖 나쁜 미사여구는 다 달라붙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한데 네가 본 본좌는 그렇지 않았느냐? 본좌가 죽인 왜구들은 기백이 넘었고 오늘만 하더라도 야차혈전대 수십이 내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 전에도 낙양에서 사령 놈들을 죽였고, 네가 본 나는 줄곧 피에 젖은 길을 걸어왔지. 누가 보더라도 살육에 미친놈이 아니더냐?”

“그것은…….”

“이유가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으냐?”

“…….”

“그래. 이유 없는 살육을 행하는 살인마는 무림 공적으로 정과 사, 그리고 마. 모두에게 배척당하지. 우리들 신교의 교도들이 정파에 비해 과격하고 피를 흔히 보는 것은 사실이다. 이유가 없지 않지만 그것들이 정파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 것도 있기에 우리는 정파와 대립하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백리황의 물음에 적사결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네가 어떤 놈의 무공을 보고 호승심이 들었다 가정하자. 무인은 무릇 무로써 스스로를 증명하는 자들. 힘을 가지면 쓰고 싶고 무를 갈고닦는 데 비무만 한 것이 없지. 이때 정파는 보통 논검을 택하거나 초식명을 말하는 형식적인 비무를 택하지.”

“물론입니다. 아무리 호승심이 일었다 하지만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한데 너와 그가 백중세의 실력을 지니고 있고 상승의 영역에 진입해 있다면? 잘못된 칼부림 한 번에도 상대의 목숨이 날아갈 정도라면 어떻겠느냐?”

“…….”

“정파는 상대와의 관계라든지 명분이라든지 온갖 것을 재고 따질 것이고 죽일 만하면 죽이고 그렇지 않으면 형식적인 비무로 아쉬움을 달랠 것이다. 하나 본교는 다르다. 목숨과 목숨을 부딪치는 생사투. 그것이 패도이며 패도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우선하지. 간단히 말하면 싸우다 죽어도 좋다는 이들이 우리들 마도인이라 할 수 있단다.”

복잡한 표정의 백리황을 보며 적사결은 말을 이었다.

“물론 그것은 일반론적인 것.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상황과 암투와 이익이 혼재해 있지. 그런 것보다 너뿐만 아니라 다른 정파인들도 우리를 악으로 바라볼 정도로 반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과거에 있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당이라는 왕조의 시기, 그때 당시 천마신교의 전신인 초창기의 마교가 개파했었지.”

“천마…….”

“그래. 본교가 신으로 모시는 그분께서는 당시의 정파를 그야말로 풍비박산을 냈지.”

정마대전.

당시 흘린 무인들의 피가 내를 이루고 무림이 크게 퇴보하게 된 계기가 된 전쟁이었다.

이후 몇 번의 왕조를 거치고 세가 축적되어 명대에 이르러 회복할 정도로 큰 싸움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때의 원한이 아직까지 남았다는 말씀이군요.”

“그만큼 많은 피가 흘렀으니까.”

“그렇군요…….”

천 년이 흘러도 희석되지 않은 피의 원한이라니.

어린 백리황으로서는 쉬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거 보거라. 원한은 이렇게 또 찾아오지 않느냐.”

적사결은 골목 어귀에서 모습을 드러낸 네 사람을 보며 이죽거렸다.

그들은 십이사령, 청령과 홍령, 그리고 자령과 백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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