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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63화 (63/206)

<기적의 이혼대법 63화>

쩌저저저저정.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굉음이 주변에 퍼져 나갔다.

적사결의 사왕과 요신키의 요도 히토키리의 이빨이 맞물리며 발생시키는 소리였다.

내공이 가미되지 않은 날것의 금속음.

두 보도가 만들어 내는 소리는 화음과도 같이 청명했다.

카가가가각. 쩌엉.

서로를 물어뜯을 듯이 거칠게 도를 맞대던 순간 양측의 힘이 절묘하게 동수를 이루자 반발력이 일어났다.

요신키는 갑작스럽게 밀려 나가는 상황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상대에게 히토키리를 겨누었다.

‘신스케가 말한 그놈이로구나.’

긴죠를 비롯해 열 명에 이르는 수하들을 죽인 자.

과연 한 눈에도 알아볼 법한 기형도를 지니고 있었고 그 실력 또한 뛰어나 보였다.

‘히토키리를 상대하고도 이 하나 나가지 않는다라…….’

요신키는 물결무늬의 도를 주시했다.

히토키리에 견주는 명도를 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더구나 놈은 명국의 무사들이 사용하는 기묘한 힘도 사용하지도 않았다.

무기에 빛을 씌워 강화하는 행위도 없이 히토키리를 버텨냈다는 것이었다.

‘저만한 도를 전리품으로 얻게 되다니. 흐흐흐.’

요신키가 관심을 두는 것은 오직 두 가지였다.

피가 흐르는 전장과 뛰어난 도검.

전자는 평생을 아수라장에서 살아오다시피 하여 전장의 광기에 중독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고,

후자는 무사로서 지니고 있는 유일한 물욕이었다.

할짝.

요신키는 입술을 할짝대며 히토키리를 고쳐잡았다.

‘뱀 같은 새끼, 감히 본좌가 아니라 사왕을 쳐다봐?’

적사결은 요신키의 시선을 보며 짜증이 치밀었다.

놈은 노골적으로 사왕을 탐내는 시선을 내비친 것이었다.

“야! 이기면 이거 준다. 능력 있으면 와서 가져가봐라.”

적사결은 사왕을 까딱거리며 도발했다.

요신키의 결단은 빨랐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행동으로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것.

폭발적으로 튀어 나간 요신키가 나아가는 힘을 실어 횡 베기를 시도했다.

앞서 죽선개의 가슴에 일격을 먹였던 기술이었다.

하나 적사결은 가볍게 뛰어올라 피한 후 각법으로 벌레 밟듯 내려찍었다.

콰앙.

요신키는 이번에도 왼손의 보호대로 방어했고, 곧바로 적사결의 발목을 틀어쥐었다.

그러고는 발을 잘라 버릴 듯 젖혀진 오른손의 히토키리를 휘둘렀다.

카아앙.

하나 발은 잘리지 않았다.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경화시킨 것.

동시에 반대쪽 발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뻐어억.

둔탁한 소리가 나며 요신키의 고개가 젖혀지고, 적사결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다.

쉬이익.

뒤이어 사왕이 요신키의 명줄을 뜯을 듯 달려들었다.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의 지르기.

하나 요신키는 보지도 않고 반보를 이동해 공격을 피해 냈다.

그것은 예측이 아닌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쉬잇.

이어지는 히토키리의 일격.

최단거리로 뻗어 오는 지르기는 이전과 달랐다.

‘이럴 수가! 사기!?’

적사결은 히토키리를 둘러싼 기운을 단번에 알아챘다.

이건 신체를 경화시킨다하여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사기.

생명력, 진원지기, 생기라 불리는 기운의 반대되는 힘.

한 마디로 죽음의 기운이었다.

사기는 사람이 지닐 수 없다.

사기를 지닌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니 말이다.

고대 주술의 시대에서는 술법으로 죽음의 기운을 다루었다하나 신체를 기반으로 이능을 발휘하는 무공과 같은 류의 공부에서 사기는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기운이었다.

피핏.

적사결은 회피하며 옆구리를 스치자 그 즉시 경화된 손가락으로 상처를 잡아 뜯었다.

사기는 침투하자마자 상처를 썩게 만들어 시체처럼 되기 때문이었다.

마치 독과 같지만 해독제가 없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라 할 수 있었다.

꾸물꾸물.

재생력이 곧바로 발휘되었다.

이제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신체가 자동으로 수복되는 경지까지 이르러 있었다.

하나 완벽히 회복되려면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사기를 사용해? 이거 완전 미친놈 아냐. 쯧.”

적사결은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놈이 사기를 쓸 수 있는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사기의 근원이 놈에게 있는 것이 아닌 도검에서부터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요도 히토키리.

제작자는 물론 제작시기도 알려지지 않은 요도였다.

왜국 전란의 시대에 등장에 수십 수백만의 인명을 베었고, 어느새 죽음의 기운을 품게 된 것이었다.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주인까지 해하는 히토키리는 십여 년을 봉인되어 있다 요신키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이묘의 패망과 함께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던 요신키는 더욱 강한 힘을 갈망하며 히토키리의 봉인을 푼 것.

지금은 히토키리의 사기를 뜻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고학검문주와의 일전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대오각성을 이룬 덕분이었다.

욱씬.

요신키는 얼굴을 크게 가로지르는 십자흉터를 매만졌다.

사기를 꺼내 듦과 동시에 당시의 고통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힘까지 꺼내게 되다니.’

2년 전의 괴물 같은 늙은이를 상대할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신과 합을 겨루면 상대는 점차 약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드시 죽인다는 필살의 살기는 그런 힘이 있었다.

하나 눈앞의 상대는 그 힘이 무색하게 움직임에 활력이 넘쳤다.

히토키리의 힘을 꺼낸 이유였다.

사아아아.

살기와 사기가 뒤섞인 기운이 실타래를 풀어 놓은 듯 요신키의 등 뒤에서 넘실거렸다.

붉은색으로 유형화된 살기와 진묵색 사기가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적사결은 그 모습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저거…… 꼭 예전 내 모습 같잖아. 큭.”

검붉은 유형기를 발하는 외형은 혈마기와 무척이나 유사한 모습을 보여 준 것.

적사결은 점차 분노가 치밀었다.

‘내 몸…… 씨바알.’

무허에 대한 적개심이 불타오른 것이었다.

그런 상태로 요신키를 볼수록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거칠 것 없고 두려움을 모르던 패도의 지존.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오로지 무의 극을 향해 달리던 자신이었다.

하나 지금은 어떠한가.

지니고 있는 내공을 사용함에도 제한을 두었고, 금단이라 얻은 깨달음은 한 번 터졌다고 뒷전이었다.

‘한심하구나, 적사결.’

마치 눈앞의 요신키가 과거의 자신이 되어 질책하는 것만 같았다.

후우우웅.

적사결의 무복이 부풀어 오를 듯 펄럭였다.

전신의 내공을 남김없이 끌어올린 것.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은 금단이었다.

폭풍의 핵을 기준으로 보리연화공의 내공이 빨려 들며 천지간의 기운과 뒤섞였다.

객잔에서와 같이 일갑자만이 아닌 오갑자 전력을 쏟아부은 것이었다.

만약 지금 상태에서 터진다면 자신조차 온존하지 못하리라.

“네놈이 숨겨진 한 수를 보여 주었으니 본좌도 뭔가 보여 주야겠지.”

둥글게 뭉친 황금빛 금단이 적사결의 오른손에 안착했다.

무려 오갑자가 응축되었지만 그 크기는 이전보다 작았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단환의 크기였던 것.

의도한 바가 있어 일부러 극한으로 압축시킨 것이었다.

꿀꺽.

적사결은 망설이지 않고 그걸 삼켰다.

신체 외부에서 단을 만들고 그걸 다시 내부로 받아들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내부에 집어넣은 후 단전처럼 바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몸이 터지면 어쩌냐고?

전심 전력으로 안 터지게 만들면 된다.

내공은 양생을 목적으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기운이 그 바탕.

몸을 해하기 위한 기운이 아니니까.

물론 일종의 도박이지만 적사결은 승부를 걸 필요성을 느꼈고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과거의 자신을 잠깐 되짚어 본 것이지만 그 짧은 순간 적사결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콰아아아.

받아들인 금단으로부터 사지백해로 막대한 공력이 흐르고 전신에 기운이 충만함을 느꼈다.

온몸의 세포가 각성하는 듯한 감각에 희열했고,

‘무엇보다 더 이상 구역질이 나지 않는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보리연화공을 다룰 수 있음에 환희를 느꼈다.

금단이 자리 잡은 곳은 마음의 밭이라는 중단전.

불가기공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중단전의 공능으로 제거된 것이었다.

지이이잉.

사왕의 표면에 황금빛 강기가 씌워졌다.

“오호. 멋진데.”

그저 반투명의 강기공이 아니었다.

사왕의 물결무늬가 투영된 것인지 물결무늬가 일렁이는 듯한 도강이 형성된 것이었다.

휙휙.

적사결은 사왕을 흔들며 그 빛깔을 즐겼다.

한데 그때였다.

퍼퍼퍼퍼퍼펑.

황금빛 물결의 도파가 뻗어 나가며 주변을 휩쓸어 버렸다.

그 충격파는 금룡표국의 가왜들이 밀집 대형으로 있던 곳.

두 번의 휘두름에 십수 명의 인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헉. 이거 설마 내공이 가미된 사왕의 능력인가?’

기공을 따로 발출하지 않고 유지한 채 휘두른 것만으로 기파가 뻗어 나가다니.

원거리로 기공을 날리는 것과 유지하는 것 어느 쪽이 어려운지는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알고 있다.

또한 방금의 한 수는 도기를 사용한 것과 맞먹는 위력이었다.

‘더구나 방금 느낌이 맞다면…….’

적사결은 도파가 뻗어 나갈 때의 느낌을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야 할 때.

사왕의 능력을 파헤치는 건 차후로 미뤄야 했다.

“큭큭큭큭. 일단 제대로 한 방 날려 볼까.”

적사결은 광혈수라공의 기수식을 취한 채 사악한 미소를 띠었다.

그 앞에선 요신키는 둘러친 죽음의 기운이 무색하게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수라천살검. 혈겁멸세.

광혈수라공 검공의 광역 초식 중 가장 강력한 일검이었다.

수백 가닥의 황금빛 강기 다발이 폭풍처럼 회전하며 뻗어 나갔다.

대상은 요신키만이 아닌 왜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강기가 터져 나가는 동시에 황금빛 물결이 2차적으로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사왕의 능력이 더해진 것이었다.

“휘유. 죽여주는구나, 죽여줘.”

일초에 약 천 명. 왜구의 절반에 이르는 인명이 살상된 상황.

기존의 혈겁멸세보다 세 배 이상 강한 위력이었다.

‘무지막지한 내공도 한몫한 것이지.’

아낌없이 내력을 쏟아부어도 넘치는 것이 오갑자의 내공.

적사결은 한계까지 초식을 발휘해 삼갑자에 달하는 공력을 한 번에 쏟아부은 것이었다.

그래도 이갑자가 남은 상황.

예전의 신체였다면 방금의 한 수로 내공이 고갈되었을 터였다.

적사결은 폐허가 된 주변을 훑었다.

난장판이 된 저곳 어딘가 폭발에 휘말린 요신키가 있기 때문이었다.

동작이 크고 광역공격이었기에 놈은 직격당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목숨을 건졌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불가능하다는 사기를 다루는 놈이었으니까.

“저…… 저…….”

개방도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엄청난 광경에 말문을 쉬이 열지 못했다.

그저 떠듬거리며 적사결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은 죽선개를 비롯해 삼당의 당주들도 마찬가지.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의 무인이었으니 말이다.

‘금의위 위사들이 와도 안 돼. 안 된다. 저자는 대적불가야…….’

삼살개는 타구봉을 꾹 쥐고 몸을 지탱했다.

두 다리가 덜덜 떨리며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의 한 수는 그의 상식을 송두리째 뒤짚어 엎을 정도로 엄청났다.

‘저런 자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의천오무제? 사마오대존? 그들 중 누구라도 저만한 위력의 초식을 쓸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만한 힘을 사용하고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여력을 남긴 것이 이 정도라면 상대는 천하제일인으로 불러야 마땅했다.

‘모든 계획을 다시 세워야겠구나. 처음부터 다시 말이야…….’

삼살개는 먼저 위사들이 나타나면 목숨을 걸고 그들을 제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을 위해서인 것도 있으나 적운 저자는 소주를 구한 영웅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소주의 영웅을 추포한다? 무슨 명분으로?

저자가 황제를 시해하려는 반역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

마치 새롭게 부상한 영웅을 시기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황실의 행태는 그만큼 바닥을 치고 있었다.

“쿠아아악.”

그때 갑작스런 괴성과 함께 바닥에서 검은 기운이 일어나 한곳으로 모였다.

쿠르릉.

무너진 바닥 잔해를 떠받치며 일어선 자는 피투성이가 된 요신키였다.

그리고 검은 기운들은 요도 히토키리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죽은 자들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주변에서 죽은 일천 명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주성 성벽.

전장에서 발생한 사기의 덩어리가 하늘을 배회하며 요신키에게 모여들었다.

“크아아아아.”

허연 흰자만 보이는 요신키는 검은 사기에 잠식된 채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꾸물. 꾸물.

요신키에게 달라붙은 사기의 덩어리가 형태를 갖추자.

꾸드드득. 뿌드득.

신체가 변형되며 기괴한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두 장의 검은 날개가 생기고 얼굴에는 부리가 생겨났다.

그 형태는 왜국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요괴, 가라스텐구를 닮아 있었고,

얼굴에는 십자흉터만 남아 그가 요신키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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