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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61화 (61/206)

<기적의 이혼대법 61화>

*   *   *

적사결은 십이월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가왜의 뒤에 어떤 놈들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보고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십이월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제금상단?”

“네, 강소성에서 제일가는 상단입니다. 무석에 본단을 둔 곳으로 주로 물류와 해운업에 종사하기에 자체적으로 표국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단주인 제문종은 강소 상인 연합의 수장도 겸하는 상계의 거물입니다.”

“배에 기름 꽤 낀 인물이겠군. 그만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텐데 참 욕심이 끝이 없어.”

제법 굵직한 놈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가장 큰 놈일 줄이야.

“증좌는 찾았느냐?”

“아직 물증은 없는 상황입니다. 주변을 뒤지고 있으니 조만간 보고 올리겠습니다.”

적사결이 고개를 끄덕이자 십이월은 다른 건을 입에 올렸다.

“그리고 주군, 보고드릴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무엇이냐?”

“아까 있었던 왜구의 공격에서 주의할 만한 놈들이 있었습니다. 알고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주의할 만한 놈들?”

“귀갑병대라고 이 년 전 남경에서 제법 큰 난리를 일으킨 놈들입니다. 놈들은 가왜가 아니라 진짜 왜구입니다.”

십이월의 말에 적사결은 왜구의 진지에서 만났던 그놈들을 떠올렸다.

“혹시 허리에 붉은 천을 두른 놈들이더냐?”

“그렇습니다. 야습 작전에서 만나셨습니까?”

“겁도 없이 덤비기에 모가질 따 주었지.”

“역시 지존이십니다. 하나 대장인 요신키라는 자는 조심하십시오. 당시 강동 십대고수의 일인인 고학신검을 죽인 놈입니다.

십이월의 주의에 적사결은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천하도 아니고 강동의 십대고수라는 수식어는 별 감흥 없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묘 선생이 안 보이던데 어디 있는지 아느냐?”

“저기…… 주군 그것이…….”

“왜? 선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아닙니다. 묘 선생께선 귀갑병대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떠났습니다.”

“뭐?”

“이 년 전에 선생께서 남경에 계셨었습니다. 좀…… 무서웠나 봅니다.”

“아이고…… 인간아…….”

적사결은 이마를 짚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긴 기관진식에 입문한 것도 호신용 진법개발이 목적인 겁돌이였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래 뭐…… 원래 신강에 보내려던 인간이니 없는 셈 치자…….’

*   *   *

금룡표국.

제금상단 산하 계열의 표국으로 소주성 표물의 오분지 일을 담당할 정도로 소주 경제에 미치는 범위가 컸다.

그러한 곳이었기에 소주 내의 거상들이 자주 들락거렸고 오늘도 상당한 수의 상인들이 방문한 상태였다.

쾅.

탁자가 부서져라 내려친 인물은 제궁명이었다.

제금상단의 후계자인 그는 소주성 약탈 작전에 관한 전권을 지닌 인물이었다.

“이런 병신 같은 놈들! 야습이 있다는 것도 알려 줬고 안에서 문도 열어 줬는데 점령을 못해!?”

제궁명을 상석으로 좌우로 나눠앉은 상인들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주성을 공격하는 이들은 모두 그들이 모은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왜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고 그리된다면 그 꼬리는 자신들에게 이어져 있었다.

하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갑작스레 삼천에 이르는 개방도들이 나타났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정하십시오.”

장천보의 말에 제궁명은 악다구니를 썼다.

“그만한 놈들이 오는데 몰랐다는 게 자랑이야!?”

“개방도지 않습니까. 상계의 정보망에 가장 동떨어진 자들이 거지입니다. 더구나 놈들은 대로가 아닌 산길과 소로만으로 다녔기에 파악이 늦었습니다.”

장천보의 설명에 상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행동으로나마 그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은 몸짓이었다.

“닥쳐!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뭐? 적귀? 그 왜구 새끼는 칼 좀 쓴다면서 고작 거지새끼들을 보고 후퇴해? 장난해?”

제궁명의 호통에 장천보는 고개를 숙였다.

귀갑병대가 대단하다 설명했었던 적이 있었고 그걸 꼬집듯 제궁명이 비꼬았기 때문이었다.

‘더럽고 치사한 새끼…….’

장천보는 이어지는 욕설을 한 귀로 흘리면서 속으로 제궁명을 욕했다.

그러길 일각이나 이어졌을까.

“알아들었으면 가서 그 새끼들한테 내일까지 소주성 함락해야 한다고 전해! 처 떠먹여 줘도 못 먹어요. 배가 처부른 건지 능력이 없는 건지. 쯧쯧.”

장천보는 제궁명에게 읍한 후 회의장을 서둘러 나섰다.

더 있다간 또 무슨 개지랄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당신들도 가서 일해! 일! 식충이처럼 멍청하게 앉아 있지 말고!”

제궁명이 이번엔 자신들에게 짜증을 부리자 상인들은 헛기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 불편한 기색을 내비칠 수는 없었다.

그의 눈 밖에 나면 소주에서 장사치로 살 수 없었으니까.

“어후, 저 밥버러지들. 다 잘라 버릴 수도 없고.”

제궁명이 의자에 기대 앉으며 짜증 어린 말을 내뱉었다.

하여튼 제대로 하는 놈들이 없었다.

“참으십시오, 도련님. 아랫것들이야 원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금룡표국의 국주 황자기가 아부하듯 옆에서 제궁명을 다독여 주었다.

“능력 없는 것들 데리고 일을 도모하려니 몹시 피곤하구먼. 쯧. 아버지는 저런 놈들 뭘 믿고 쓰나 몰라.”

“그러니 어르신과 도련님이 빛을 발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르신이 명으로 제가 몇 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준비라니?”

제궁명의 물음에 황자기는 비릿하게 웃으며 자신이 취한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 내용에 대해들은 제궁명의 표정은 점점 환해졌다.

“큭큭큭. 역시 아버님이시군.”

“어르신의 선견지명은 정말 대단하시지요. 이럴 것이라 내다보셨음이 분명합니다.”

“덕분에 오늘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군. 하하하.”

“자자, 이럴 것이 아니라 내빈실로 가시지요.”

“갑자기 거긴 왜?”

“본디 과중한 업무를 보았으면 휴식도 취해야 일의 능률이 오르는 법입니다. 제가 한 상 거하게 준비했으니 한잔하시고 오늘은 푹 쉬십시오.”

“흠흠. 그래? 그럼 딱 한 잔만 할까?”

제궁명은 못 이기듯 의자에서 일어났다.

“근데 국주. 술만…… 준비했어?”

“하하하. 당연히 계집은 기본으로 준비해야지요. 계집 분내도 맡지 않고 제대로 쉴 수 있겠습니까?”

“역시 국주밖에 없어. 뭐든 기본이 중요한 건데 말이야. 다들 국주를 보고 좀 배워야 돼. 킥킥.”

“어서 가시지요. 계집도 달아올랐을 때 품어야 되는 법입니다. 껄껄.”

“하하하하, 그래. 가세. 식으면 안 돼지. 국주 참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제궁명은 금룡표국주의 어깨를 두드리곤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금룡표국주는 손으로 어깨를 살짝 털었다.

‘하여튼 발정난 개망종 새끼…… 언젠가 나락에 떨어질 날이 올 거다. 쯧.’

*   *   *

왜구의 진영 중 외로이 떨어진 막사.

그곳에서 왜어를 사용한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들이 다 죽었다는 말이냐? 고작 한 놈에게?”

요신키의 되물음에 신스케는 고개를 숙였다.

긍정의 뜻이었다.

“명국 놈들이 알려 준 정보에는 그만한 강자가 없다지 않았느냐?”

“아무래도 소주에 소재를 둔 자가 아닌 타지의 인물인 듯합니다.”

“이 나라가 넓기는 넓구나. 이 년 전 그 늙은이도 그렇고 그런 자가 또 나타나다니…….”

“본국보다 열 배 이상 큰 나라지 않습니까…….”

신스케의 대답에 요신키는 혀를 차며 따져 물었다.

“그래서 놈의 정체는 파악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자라고 확인되었습니다.”

“하면 전장에서 놈을 알아볼 만한 특징이 있느냐?”

“일반적인 명국의 무기가 아닌 이형의 도를 사용하니 금방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형의 도?”

“본국의 도검처럼 도폭이 좁지만 더욱 휘어져 있고 표면엔 물결무늬가 특이했습니다.”

“그만하면 바로 알아볼 수 있겠군.”

요신키가 말을 끝내자마자 그의 오른손이 흐릿해졌다.

촤앙.

눈 깜짝할 새에 뽑힌 요도는 열 걸음 밖에 있던 신스케의 목에 닿아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나게 빠른 발도와 이동술이었다.

“신스케, 여기가 본국이었다면 너는 죽었다.”

서슬 퍼런 도는 조금만 움직여도 신스케의 목을 잘라 버릴 듯했다.

“주인을 잃은 닌자는 살아 있을 이유가 없지.”

“네. 긴조 님과 함께할 것입니다. 하나…….”

“……?”

“놈은 저 혼자 죽일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하여 요신키 님께 놈에 대한 것을 보고드리기 위해 온 것입니다.”

신스케는 이어서 귀갑병대 십 인과 적사결의 전투에 대해 추가 보고를 했다.

그저 그런 보고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보고 되짚어 본 후 약점을 파악해 올린 내용이었다.

“약점이라…… 하면 나에게 놈을 죽여 달라는 것이냐?”

“요신키 님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하나 놈이 실력을 더 숨기고 있다면 틈을 봐서 제가 놈과 함께 죽겠습니다.”

신스케는 품속에서 붉은 구슬을 들어 보였다.

“그런 각오라면 좋다. 내 손을 거들어 주지.”

“감사합니다, 요신키 님.”

*   *   *

백리세가의 군영.

적사결은 십이월과 헤어진 후 도착한 그곳에서 난감한 상황에 마주했다.

낙양 분타 삼당의 당주들.

그들이 적사결의 도, 사왕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

즉, 금의위에서 찾고 있는 용의자가 적사결인 것을 알게 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이미 얼굴을 자신의 과거 외모로 바꾸었기에 그들은 염상이었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적운 대협이라 하셨지요?”

“그렇소.”

삼살개가 조심히 적사결에게 물었다.

귀갑병대 열 명을 처리할 정도로 뛰어난 고수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현 상황에 적귀를 상대할 유일한 무인이었으니 말이다.

“그 도를 언제 어디서 얻으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거 말이오? 본문의 지보인데 그건 왜 물으시오?”

“워낙 독특해서 그렇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군요. 이런 기보를 지닌 분께서 무공까지 고강하시다니. 혹시 사문이 어딘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적검문이라 하오. 일인전승이라 잘 모르실 텐데.”

“적검문…… 평생 정보를 다루었는데도 처음 듣는군요. 한데 도를 쓰시는데 검문입니까?”

삼살개가 날카롭게 질문했다.

대충 둘러 댄 것이었는데 이렇게 찔러 들어오다니.

차앙.

적사결은 사왕을 빼 들고 보였다.

정확히는 도첨에서부터 시작해 도신 삼분지 일까지 양날인 부분이었다.

“어떻소? 형태만 도일뿐 양날이니 검이라 칭해도 되지 않겠소?”

적사결의 지적에 삼살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군요. 굉장히 독특합니다. 부분적인 양날검이라니.”

“이국의 것이니 그렇소. 정확히는 파사국의 도인데 본문의 선조께서 그곳을 방문해 얻은 것이라오.”

“대단한 분이셨나 보군요…….”

눈빛이 심상치 않다.

뭔가 꼬투리를 잡히진 않은 것 같으나 무엇 하나 명백히 밝혀진 것이 없으니 그런 듯했다.

‘고작 이국의 무구 하나만을 증좌로 어떻게 할 순 없겠지. 보아하니 요놈들 금의위 위사들의 의뢰를 받은 것 같은데…… 조만간 나타나겠군.’

사왕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 정황을 추측한 적사결이었다.

그렇게 새롭게 합류한 개방도와의 일면식이 있은 후 각 집단은 정보를 교환하고 휴식을 위해 거처로 돌아갔다.

“이보게. 그자가 위사들이 찾고 있는 용의가 맞겠지?”

붕산개가 삼살개에게 재촉하듯 말을 꺼내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을 듯하네. 신상 내역이 두리뭉실하니 말이야.”

“그렇지. 하나 역시 위사들이 도착하기 전까진 손을 대진 못하겠군.”

“맞네. 그러니 그때까지 잘 감시하도록 하세. 용의자라 하더라도 왜구들을 상대하는 데 당장의 도움은 될 터이니.”

추포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이유였다.

무엇보다 소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 같은 고수는 큰 힘이 되니 말이다.

“무엇보다 항주 인근에서 이곳으로 향하는 왜구들이 걱정이네. 지원군이 제때 당도해야 할 터인데…….”

삼살개는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런 마음을 비췄다.

이동 중에 알게 된 사실.

그 정보는 소주를 공격한 왜구 일만 외에 항주 근처에서부터 소주로 북상하는 왜구 일만이 더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정확한 목적지가 소주인지는 모른다.

하나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높았기에 당주들과 위사들은 인원을 나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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