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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31화 (31/206)

<기적의 이혼대법 31화>

사무련.

정파에 의천맹이 있다면 사파에는 사무련이 있다.

두 집단은 장강을 경계로 나눠져 세인들은 북천맹과 남무련이라 칭하기도 했다.

즉, 새외 신강의 천마신교, 사천 정사지간 연합인 사천회와 함께 천하를 사 분하는 집단 중 하나였다.

슈욱.

백류혼의 신형이 주욱 늘어지며 동서쪽으로 사라졌다.

“쫓아!”

금령의 신호에 녹령도 움직였다.

두 사람은 검은 빛줄기가 되어 백류혼의 뒤를 쫓았다.

파파팡. 파팡.

백류혼은 얼마 가지 못하고 동쪽에서 대기 중이던 청령과 손을 섞고 있었다.

이어서 금령과 녹령도 합세했다.

“이익! 셋이서, 비겁하지도 않냐!”

백류혼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사령들의 합공을 받아 내고 있었다.

“도련님, 흑도에 비겁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이기면 장땡이지요.”

사파의 기치는 자유와 승리다.

자유가 사파를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면 승리는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갈구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개념이었다.

정파라는 거대 세력과 기나긴 싸움에서 늘 열세였던 사파는 암살부터 함정, 독과 암기 등 온갖 전투 방식을 가리지 않았고, 무기 역시 검과 도만 고집하는 정파와 달리 궁, 창, 겸, 편 등 다양하고 변칙적인 무구를 주로 사용했다.

즉,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바로 사파였다.

“비겁하지! 내가 적이냐? 니들 날 모셔 가려고 온 거 아냐?”

백류혼은 손을 어지럽게 놀리면서도 입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련주님께서 한두 군데 정도는 부러뜨려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

백류혼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렇게 말했다면 노친네가 화가 단단히 난 것이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시죠. 아무리 도련님이라도 오늘은 도망 못 가십니다.”

금령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의 좌우로 녹령과 청령도 실소를 머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자신들 셋뿐만 아니라 십 장 간격으로 다른 세 명의 사령들이 포위 중인 상황.

더구나 이들은 첩보와 암살을 수행하기에 경공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었다.

아무리 백류혼이라도 포위된 상태로 사령 여섯을 뿌리치고 달아날 순 없었다.

후우웅.

백류혼의 장심에서 폭발하듯 기공이 터져 나갔다.

사무련주에게 이어져 내려온다는 독문 무공 파황십결 중 파신결이었다.

푸화아아악.

하나 기공이 터져 나간 자리에 사령들은 한 명도 없었다.

초식을 미리 파악하고 거리를 벌린 이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백류혼은 이를 예상한 듯 씨익 웃고 있었다.

“삐이이이.”

백류혼이 불현듯 찢어지는 듯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하늘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삐애애애액!”

하늘의 구름을 뚫고 나타난 황금빛 거조.

그리고 그 입에서 여섯 개의 화염의 구가 쏟아졌다.

퍼퍼퍼퍼퍼펑.

순식간에 화염구에 직격당한 여섯 사령들은 화마에 휩싸였다.

하나 그들은 모두가 절정의 고수.

그들은 화마 속에서도 상처 하나 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호신강기를 두른 그들이 화염을 뚫고 나왔을 때 백류혼과 거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제길!”

금령은 발로 땅을 치며 분개했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백류혼을 쫓을 수는 없었다.

녹령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도련님께서 수호신조에게 선택된 것이었군요.”

어느 날부터인가 주인으로 모시던 백천악을 떠나 사라진 수호신조였다.

그 시기가 백류혼이 없어진 때와 일치했기에 설마 했는데 정말 백류혼과 함께 있던 것이었다.

“저 나이에 파황십결 중 육결을 체득한 분입니다. 당연하다고 해야겠지요.”

청령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사무련주 중 수호신조의 선택 없이 련주가 된 이들은 있었으나, 주인으로 선택받고 련주가 되지 않은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즉, 수호신조의 선택은 사파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후계자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이제 어찌할 것입니까?”

홍령이 금령에게 물었다.

십이사령은 동급이라 할 수 있으나 그가 가장 연장자이고 이번 임무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수호신조를 이용하는 도련님을 추적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이 이렇게 된 거 우리 방식대로 해야겠지.”

금령이 살기가 어린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우리 방식이라면?”

홍령의 물음에 금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이 탈선하게 된 원인. 금개의 암살.”

“금개가 개방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모르십니까? 자칫 잘못하면 정사대전이 다시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홍령이 말리듯 의견을 말했다.

녹령의 의견 또한 다르지 않았다.

“도련님께서 더 삐뚤어지시면 어쩔 겁니까? 금개에 대한 동경을 넘어 의천맹에 투신이라도 하신다면요?”

청령은 골치 아픈 듯 고개를 저으며 하늘만 바라보았다.

자신은 중립이니 알아서 하란 뜻이었다.

그 모습에 과묵한 백령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금개만으로 안된다면 천하사괴 모두를 죽여야겠지. 그러고도 안 되면 의천맹도 모조리 없애면 되지 않겠나.”

백령의 말에 자령이 나서듯 말했다.

“후후, 거기까진 선을 넘지 말자고. 일단 나는 금령의 선택에 찬성. 도련님이 거지 따위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이로써 찬성 셋, 반대 둘, 중립 하나였다.

금령은 낙양 분타 쪽을 바라보며 스산한 말을 내뱉었다.

“가자. 쥐도 새도 모르게 금개를 죽인다.”

*   *   *

끼익.

적사결이 숙소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때였다.

“끽끽끽끽. 끼익. 끼끼끽.”

네 마리의 새끼 원숭이들이 달려들어 적사결의 얼굴과 어깨, 팔, 다리에 매달렸다.

“아이고. 이 녀석들아. 간지럽다.”

할짝. 할짝.

이두한백은 적사결이 주인이라는 것을 아는지 연신 핥아 대며 친밀감을 표현했다.

매일 소환단을 섭취한 덕분인지 백원들은 활기가 넘치고 덩치 또한 팔뚝 정도 크기로 자라 있었다.

손바닥만 했던 녀석들이 금세 그만큼 자란 것이다.

“오구오구. 그래, 그래. 배가 고픈 것이냐.”

적사결은 흐뭇하게 웃으며 품에서 목곽을 꺼냈다.

물론 그 안에는 소환단이 들어있었다.

적사결은 아낌없이 한 알씩 손에 들려 주었다.

이두한백은 한차례 애교를 떨고는 바닥에 내려와 소환단을 먹기 시작했다.

“오셨습니까.”

사월이 바닥에서 솟아나며 부복했다.

그간 원숭이 보모 노릇을 하느라 사월은 이곳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나 이두한백이 잘못될까 적사결이 신신당부를 한 탓이다.

“수고가 많구나, 사월아.”

“아닙니다. 속하는 지존의 명을 수행하는 것이 기쁨이옵니다.”

적사결은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너도 고생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느니라. 자, 받거라.”

적사결은 소환단 한 알을 사월에게 건넸다.

“지존의 은혜, 하해와 같사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오월과 칠월에게 명을 전해야겠구나.”

“하명하십시오.”

“산서와 안휘.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놈들이 발견되었다더구나. 찾아보라고 전하거라.”

“다른 명은 없으십니까?”

사월의 물음에 적사결은 금의위를 떠올렸다.

“금의위가 개방까지 찾아왔었다. 천리추종향을 없앤 것만으로는 따돌리기 힘들 것 같구나.”

“주군의 행보를 추적한 모양이군요.”

“여러 군데 향을 묻혔는데 하나하나 확인하며 따라온 것 같았다. 꽤나 꼼꼼한 놈들이야. 아마 청해성 쪽에 작업해 놓은 함정에도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추적이 느려지는 것을 감안하고 단서하나 허투루 흘리지 않았다는 것은 꽤나 사안을 무겁게 생각한다는 방증이었다.

더구나 백리황 녀석이 워낙 애송이라 거짓 정보를 간파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속하가 처리하겠습니다.”

“방법이 있겠느냐?”

“천리추종향이 소용없으니 놈들이 가진 단서는 주군의 도, 사왕일 겁니다. 사왕의 모조품을 만들어 추적에 혼선을 주겠습니다.”

사월의 말에 적사결은 사왕을 빼내 도신을 보여 주었다.

“이 녀석의 물결무늬는 재현하기 힘들다 들었다. 쉽지 않을 것이야.”

“야장이 아닌 위작가에게 의뢰할 것입니다. 그자에게 도신에 물결무늬를 넣어 달라 의뢰하겠습니다.”

“위작가? 그런 놈들과 접선할 방법이 있느냐?”

분명 뒷세계에는 그런 놈들이 있었다.

가짜 명화나 도자기를 만들어 파는 쓰레기들.

하나 놈들은 상류층 중에서도 몇몇 고객을 특정해 거래하면서 뒷배로 삼기에 꼬리를 잡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교주님, 신강과 달리 중원에는 그런 놈들이 흔하디흔합니다.”

적사결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흔하다라…… 정말 중원엔 치워야 할 쓰레기가 무척이나 많구나.”

적사결은 잠시 고민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명했다.

“사왕의 모조품 백 자루를 의뢰해라. 하면 그걸 만들 동안 위작의 생산이 줄어들겠지. 그리고 의뢰가 끝나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신강에서 그랬듯이 쓰레기는 모조리 처리하라는 뜻.

지존의 의중을 헤아린 사월은 고개를 숙이며 포권했다.

“존명. 속하가 반드시 뿌리를 뽑아 놓겠습니다.”

사월은 그대로 훅 꺼지듯 사라졌다.

“자, 그럼 나도 일 좀 해 볼까.”

적사결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 후 먼저 이백에게 다가갔다.

이백은 소환단을 다 먹은 후 뒹굴거리며 놀고 있었다.

탁. 타탁.

적사결은 이백의 마혈을 짚었다.

짐승이라지만 혈이 없을 수는 없다.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었다.

의원 중에는 동물을 돌보는 마의라는 의원도 있었다.

“이백아, 겁먹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인지 이백은 당황하고 있었다.

적사결은 이백을 달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이백을 돌려 앉혔다.

우우웅.

적사결의 단전에서 보리연화공의 내공이 풀려져 나왔다.

역시나 구역질이 치밀었지만 적사결은 꾹 참고 이백의 등에 장심을 갖다 대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구토가 나올 것 같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았다.

지금의 작업은 이백의 몸에 내공심법을 각인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소환단의 기운으로 단전을 만들고 운공요결에 따라 기를 도인해 주는 방법이었다.

더구나 점혈을 이용해 이백의 호흡까지 심법에 맞게 조절해 주어야 하기에 적사결 정도의 고수가 아니고서는 시도조차 못할 방법이었다.

‘이백, 너에게는 반야신공을 주마.’

반야신공은 소림칠십이종절예 중 손가락에 꼽히는 상승 절학.

마공을 익히게 할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짐승 특유의 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정종 무공을 선택한 것이었다.

뿌득. 뿌득.

이백은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고 온몸에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기운이 파도처럼 온몸을 휩쓸기에 그런 현상이 생긴 것.

하나 이백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하는 것을 아는지 참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잉? 내단?’

단전을 만드는 데 회오리치듯 둥글고 작게 뭉치더니 내단이 되어 버렸다.

진짜 신체 기관이라도 된 것처럼 형체를 가진 것이었다.

‘오호라. 영물들은 이런 식으로 내단을 만드는 것이구나.’

자신이 유도했지만 이를 내단으로 만든 것은 이백의 본능임을 알 수 있었다.

“휴우.”

손을 떼자 이백은 한계에 달했는지 그대로 쓰러져 잠에 빠져들었다.

그때 두보와 한백, 백거이가 이백에게 다가와 걱정된다는 듯 끽끽거렸다.

“걱정 말거라.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것이니.”

적사결은 땀을 훔치며 내기를 단전으로 갈무리했다.

더 이상 내공을 쓰다간 토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우, 이놈의 내공은 도무지 적응이란 게 안 되냐.”

적사결은 비틀거리며 탁자로 가서 차를 따라 마시고는 심호흡을 해 댔다.

어느 정도 속이 진정되니 다음 차례가 눈에 들어왔다.

“두보야. 네 차례니 이리 오거라.”

“우끼끼끼.”

“어딜 도망가!”

적사결은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두보를 붙잡아 강제로 앉히고는 점혈을 짚었다.

“다른 놈들은 너희들이 익힐 무공을 알게 되면 부러워 죽을 것이다. 하니 얌전히 대법을 받거라. 흐흐.”

두보의 등에 장심을 갖다 댄 후 다시금 내공도인을 시작했다.

두보에게 각인시키는 무공은 반야신공에 버금간다는 무학.

무려 소림 방장만이 익히도록 허락된 무공, 무상대능력이었다.

적사결은 이어서 한유에게는 금강나한기공을, 백거이에게는 아라한신공을 주입했다.

향후 적사결의 반려 영물이자 불가기공을 쓰는 악마 원숭이, 마불사원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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