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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25화 (25/206)

<기적의 이혼대법 25화>

이문정의 집을 떠나 거처로 돌아온 후 새끼 원숭이들을 살펴보았다.

뭘 먹인 건지 녀석들은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얘들한테 뭘 먹여야 하나…….”

새끼 원숭이들은 젖먹이 정도로 작았다.

“에이. 일단 깨어나면 생각해보지 뭐.”

팔자에도 없는 원숭이 보모라니.

적사결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심정으로 원숭이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시간도 남는데 응조방이나 다녀올까?’

응조방은 전서구와 전서응을 대여할 수 있는 곳으로 각 성에 연락망을 형성한 문파였다.

번거롭지만 어떤 놈들을 물 먹이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   *   *

다음 날.

객잔에서 아침을 먹은 직후 적사결은 낙양 분타로 향했다.

그의 등 뒤에는 수저가 가득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

“아직 아무도 안 온 건가.”

적사결은 도착하자마자 접수대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아직 신시가 되려면 한참이나 남았기에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자네 벌써 알아 온 것인가?”

여유만만한 적사결을 보며 붕산개가 물었다.

‘놈의 과제는 지부 대인 사가의 수저 개수였을 텐데…….’

세 심사관이 작정하고 최고 난이도를 배정했기에 가장 늦게 올 것이라 확신했었다.

한데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이었다.

“알아 왔으니 온 것이지요. 그냥 지금 제출하면 안 됩니까? 기다리기 지루한데.”

적사결의 물음에 진덕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될 말. 제출 시간은 지켜져야 하네. 알지 모르지만 만일 경쟁자가 답을 바꾼다면 자네의 답은 틀릴 수도 있네. 그래도 여기서 그렇게 기다릴 것인가?”

“바꿀 수 없을 테니 개의치 않습니다.”

이미 상황을 주도해 놓았기에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한 시진, 두 시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아직 적사결 외에는 누구도 접수대로 복귀하지 않고 있었다.

한데 그때 보란 듯이 촉새가 나타났다. 봉두였다.

“어이. 자네 일등으로 왔구먼.”

“…….”

“거, 친구 날 경쟁자로 생각하는 겐가?”

“…….”

정말 시끄러운 놈이다.

대꾸도 안 하는데 혼자서 잘도 조잘거리다니.

“내 과제는 사향루 기녀들이 간밤에 몇 번이나 밤 손님을 받는지 알아내는 거였네. 사향루 근처에 자네는 없었으니 우리 경쟁자는 아닌 듯한데. 그치?”

“허…….”

적사결은 말문이 막혔다.

기녀의 밤 손님 수라니…….

자신의 과제도 그렇고 그딴 걸 왜 알아 와야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그 표정을 보아하니 부러운가 보군, 흐흐. 말도 말게. 밤새 기녀들 엉덩이 들썩이는 것만 보았더니 아랫도리가 뻐근해.”

“…….”

적사결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봉두는 이후에도 옆에서 조잘거리며 방중술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댔다.

그러는 순간에 신시가 되었다.

“자, 지금부터 답안지를 접수받겠소.”

삼살개의 말에 적사결이 가장 먼저 봉서를 제출했다.

이어서 도착한 순서대로 스무 명의 지원자들이 답안지를 제출했고 심사관들은 그것들을 과제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분류가 끝나자 삼살개는 세 개의 봉서를 들고 개봉했다.

“가장 먼저 제출한 염장 지원자의 과제를 발표하고 합격자를 호명하겠소.”

세 가지 답안을 훑어 본 삼살개는 바로 발표를 했다.

“과제는 지부 대인 이문정의 사가에 있는 수저 개수였소. 제출된 답은 다음과 같소. 염장 지원자 1개, 이소 지원자 0개, 방진목 지원자 300개. 각자 정보를 얻은 방법에 대해 말해 보시오.”

삼살개는 방진목을 먼저 지명했다.

“저는 지부 대인 댁에 물건을 납품하는 진린상단에서 관련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곳 장부에 기입된 수저의 개수는 300개였습니다.”

“탈락. 그건 과거의 정보일 뿐 현재의 정보가 아니오. 지원자는 정보가 유동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어야 하오. 안타깝지만 지원자와 본 방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소.”

이어서 삼살개는 이소를 지목했다.

“저는 그 댁의 하인을 매수하여 정보를 알아내었습니다. 그가 말하길 간밤에 웬 노승이 마구니 얘길 하며 수저를 모두 가져갔다 했습니다. 해서 0개라 적어 낸 것입니다.”

“탈락. 거지가 어찌 매수라는 수단을 쓴단 말이오. 그대는 개방도로서 소양이 부족한 것 같군.”

“아니, 무력행사 외에 첩보 수단의 제한은 없지 않았습니까!”

“제한이 없다 하여 본분을 망각하는 것은 사파나 하는 짓! 본 방은 정파임을 진정 모르는 것이오?! 또한 그대의 답은 정답이 아니니 탈락을 받아들이시오.”

삼살개의 말에 이소는 억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건 다 좋소! 한데 답이 아니라니? 분명 지부 대인의 식솔들 모두가 아침밥을 손으로 먹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그 대답은 염장 지원자에게 듣도록 하지. 염장 지원자.”

삼살개가 자신을 돌아보자 적사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오늘 아침. 그 노승이 몰래 뒷담을 넘어 매화나무 아래에 수저 하나를 묻어 두고 갔습니다. 해서 답은 1개입니다.”

물론 그 노승은 자신이었다.

전체 그림은 이러했다.

첫 번째, 모든 수저를 손에 넣는다.

경쟁자든 개방이든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있으니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였다.

두 번째, 수저를 하나 숨겨 놓는다.

같은 답을 제출할 경쟁자에 대비한 것이었다.

혹여 자신 외에 수저를 하나 더 갖다 놓을 수도 있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지부 대인 정도 되면 수저 하나에도 가문의 문장을 찍게 된다.

어떤 고관대작은 권세를 자랑하기 위해 금원보에 문장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즉, 수저를 더하려면 지부 대인 가문의 문장이 찍힌 수저를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한다.

신입 중에 그 정도까지 머리가 돌아가고 부지런한 놈은 있을 리 없었다.

“한데 자네는 노승이 수저를 가지고 나간 것을 어찌 알았는가?”

“사가를 감시 중에 수상해 보이는 노승을 발견했고 그 뒤를 쫓았는데 갑자기 강물에 상자를 버리더군요. 그것을 제가 주웠고 열어 보니 안에 수저가 가득했습니다. 이후 총관의 장부를 보고 답안지가 제 손에 들어왔음을 확신했지요.”

탕탕.

적사결은 깔고 앉은 상자가 그 상자임을 말해주 듯 손으로 쳤다.

“자네의 목적은 수저의 개수였을 텐데 왜 노승을 쫓은 거지?”

“처음엔 감이었습니다. 하나 굳이 이유를 달자면 개방에서 노승으로 위장한 채 그리할지도 모른다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 노승이 수저 하나를 묻는 걸 보고 확신했지요. 제 감이 맞다는 것을.”

신입이 너무 완벽하면 안 된다.

적사결은 자신의 행동을 개방의 그것으로 착각한 듯 빈틈을 보인 것이었다.

물론 결과물은 완벽했지만.

“하하하. 아쉽게도 자네의 감은 틀렸네. 그는 개방도가 아닌 취불 무허. 소림의 기인이었지. 워낙 이상한 짓을 많이 하고 다니니 자네가 그리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네. 하나 직감과 의심은 정보원에게 있어 중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지. 나로선 칭찬하지 않을 수 없군.”

“……음. 그렇습니까.”

적사결은 틀려서 아쉬운 듯 연기를 했다.

삼살개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또한 어쨌거나 배치해 놓은 수하들로부터 전달받은 답 역시 1개였으니 염장은 합격이었다.

“첫 번째 합격자는 염장. 개방도로 입문한 것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옆에서는 진덕개 역시 적사결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지난 밤 일은 무허, 그 노괴가 개방의 시험 과제에 장난질을 한 것이었겠지.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저 녀석이 합격되는 단초가 되다니. 후후, 운도 정보원의 자질인 걸 생각하면 괜찮은 녀석이 입문했군.’

그런 진덕개와 삼살개를 바라보는 붕산개의 표정은 애매했다.

‘나한테 발길질을 한 저딴 새끼가 뽑히다니……. 그렇다고 저 친구들 표정을 보니 딴죽을 걸지도 못하겠잖아.’

붕산개는 적사결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당주들이 마음에 들어 하니 안 그런 척할 수도 없었다.

다들 좋다는 데 자신만 싫다고 한다면 얻어맞아서 그랬다느니 하며 좀생이로 볼 테니까.

‘그래. 저놈 유일하게 답을 맞췄잖아. 훌륭한 새끼다. 뛰어난 새끼다. 멋진 새끼다.’

붕산개는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듯 계속해서 되뇌었다.

*   *   *

칠 인의 최종 합격자.

삼살개는 이 부대의 이름을 금칠대라 이름 붙였다.

금개 직속의 칠 인대라는 뜻이라 했다.

“자네들은 앞으로 분타주님 직속으로 활동할 것이네. 하여 앞으로 우리들 삼당의 당주를 비롯해 누구도 자네들에게는 명을 내리지 못할 것이야.”

“누구도라는 것에는 방주님도 포함됩니까?”

질문을 한 이는 봉두였다.

정보원과 어울리지 않는 촉새 같던 그가 놀랍게도 최종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러네. 방주님도 자네들에게 명을 내릴 수 없네. 분타주님께서 개방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그 정도지. 그대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금칠대가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삼살개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갔다.

“자네들은 각자 두 가지 이름을 받게 되네.”

“걸명 말고 다른 이름이 또 있다는 말입니까?”

삼살개는 봉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 주었다.

“요원명이네. 사실 그대들은 걸명보다 요원명을 더 자주 쓰게 될 것이네. 개방도로 활동하기보다 분타주님의 밀명을 받고 움직일 일이 많다는 뜻이네.”

삼살개가 진덕개를 쳐다보자 그가 서류를 넘기며 걸명과 요원명을 말해 주었다.

“먼저 염장. 걸명은 금복개, 요원명은 일(一)이네.”

금복개. 누가 봐도 금개의 노복인 듯한 걸명이다.

일(一)은 첫 번째 합격자라 대충 지은 것인가.

헛웃음만 나오는 작명 감각이었다.

진덕개는 계속해서 요원들의 이름을 말해 주었고 이윽고 마지막 차례였다.

“마지막으로 봉두. 걸명은 발정개, 요원명은 칠(七)이네.”

뜻은 ‘정기를 발하는 거지’라는 좋은 의미이나.

뭐 누구나 알 것이다. 한데 봉두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자, 이상 금칠대의 창설을 축하하네. 앞으로 분타주님과 본방을 위해 힘써 주길 바라네.”

삼살개가 포권을 하자 양옆의 진덕개와 붕산개도 포권으로 합격자들을 예우해 주었다.

“일단 임시 대주는 금복개 자네이니 나를 따라오게. 분타주님을 뵈러 갈 것이네.”

삼살개의 말에 적사결은 반문했다.

“요원들은 함께 가지 않는 것입니까?”

“분타주님께서 일대일 대면을 원하시네. 아마 제각기 다른 임무를 맡길 요량인 듯하군.”

번호순으로 만나 보겠다는 건가.

적사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삼살개의 뒤를 따랐다.

그를 따라간 널찍한 공간에 집기는 아무것도 없었고 상석에 거적 하나만 깔려 있었다.

그 위에 금개로 짐작되는 늙은 거지가 잠을 자고 있었다.

“분타주님.”

“드르렁.”

“분타주님.”

“으음…… 음?”

삼살개가 흔들어 깨우자 그제야 금개는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입니까?”

“금칠대의 선발이 끝났습니다. 이쪽은 임시 대주인 금복개입니다.”

삼살개가 자신을 소개하자 적사결은 포권을 하며 인사 올렸다.

“금복개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금개입니다.”

금개는 포권을 하며 적사결을 존대해 주었다.

천하사괴의 일인이 이렇게 예의를 따지는 인물이었던가?

의문이 들었으나 초면이니 그러려니 하며 넘겼다.

“당주께서는 이만 자리를 피해 주시겠습니까? 이분과 단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하인 삼살개에게도 존대를 하는 금개였다.

삼살개가 나가자 적사결은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주변에 호위는 없다. 낙양 분타 심처라 방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독대를 위해 호위를 물려 놓은 건가?’

어느 쪽이든 적사결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 서 있지 말고 편히 앉으십시오.”

금개가 자신의 옆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적사결은 서두르지 않고 시키는 대로 거적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말씀 편히 하십시오. 저는 분타주님의 수하입니다.”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편합니다.”

손사래를 치는 금개를 보며 적사결은 이질감을 느꼈다.

‘무허, 그 노괴의 절친한 친우이니 분명 싸가지가 없을 텐데……. 왜 이렇게 예의 바르지? 무슨 꿍꿍이야?’

예로부터 친구는 닮는다 했었다.

한데 눈앞의 금개는 무허와 완전 딴판이었다.

“다른 분들도 뵈어야 하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제가 금칠대를 뽑은 것은 제 사적인 일 때문입니다. 이는 개방의 누구도 몰라야 하기에 그런 것이지요.”

이어지는 금개의 지시는 단순했다.

백리세가의 자제, 백리황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는지 등 하루 일과 전부를 세세히 말이다.

“그자에 대해 왜 조사해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나온 단어에 적사결은 기함했다.

“언제 어디서든 반선주라는 것을 보게 된다면 반드시 저에게 가져오십시오.”

쿵.

가슴에 돌덩어리가 떨어진 느낌이다.

적사결은 반선주라는 말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물었다.

“반선주가 무엇입니까?”

“술입니다. 그리고…… 술이긴 한데 무언가 다른 약물? 아니, 그냥 그런 것이 있으면 가져와 주십시오.”

적사결은 금개의 떨떠름한 태도에 직감했다.

반선주에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한데 금복개가 주저하며 잇는 말에 적사결은 이성이 끊어졌다.

“저기, 이런 말이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금복개께서는 사람의 영혼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반선주에 한차례 동요했기 때문일까. 적사결은 충혈된 눈으로 자신도 모르게 달려들어 금개의 목을 짓눌렀다.

“이 개씨발 좆같은 새끼들, 역시 네놈들 짓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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