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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이혼대법-10화 (10/206)

<기적의 이혼대법 10화>

무공.

기를 발현하는 내공과 몸을 움직이는 초식을 통칭하는 중원식 무술 체계이다.

호사가들은 내공이 중하니 초식이 중하니 설전을 벌이지만 어느 한쪽이 중요하다 단정 지을 순 없었다.

비유하자면 내공이 배, 초식은 돛이었으니까.

돛이 작다면 아무리 큰 배라도 망망대해를 흘러가듯 떠다닐 수밖에 없었고,

배가 작다면 돛이 아무리 좋아도 거친 풍랑을 이겨 내며 대양으로 나갈 수 없었다.

즉, 무공에 있어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 내공심법과 초식의 궁합.

두 가지 요건의 상승 작용이 있어야 그 묘리를 십분 발휘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특정 혈도를 따라 내공을 도인하는 운기법으로 맞지 않는 초식을 끼워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공심법마다 특유의 토납법, 즉 호흡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궁합이 나쁜 초식은 그 위력을 절반도 발휘하기 어려웠다.

들숨에 근육을 이완시키고 날숨에 근육을 수축시키는 일련의 행위.

호흡과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은 세상의 이치나 마찬가지였다.

일다경 전.

적사결은 긴장 어린 얼굴로 위충의 검격을 피해 내고 있었다.

쉬쉬쉬쉭.

신묘하다 할 수 없으나 예상치 못한 경로에서 검로가 급격히 꺾이는 변화.

사혈만을 집요하게 노리는 잔혹함이 초수에 녹아 있었다.

검기에서 느껴지는 정광과는 사뭇 반대되는 성향인 것이다.

‘직접 대면하니 더 극명하구나. 한데도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는 걸. 무슨 방법을 쓴 거지?’

적사결은 위충의 내공과 초식이 극과 극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를 합쳐 놓았으니 허점이 있을 법한데 빈틈도 없었고 말이다.

파바바밧. 치잇.

‘헛.’

생각하는 와중에 허를 찌른 일검이 적사결의 왼쪽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지금의 그에게 위충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무인에게 있어 이상적인 배분이 외공이 삼 할, 내공이 칠 할이라면 적사결로서는 삼 할의 실력만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도 노인의 육체로 되돌려 놓았기에 상황은 더 심각했다.

“대사, 어째서 내공을 사용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혹여 제 무위가 낮아 걱정되시는 것이라면 무사에게 있어 그것이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니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위충은 이죽거리며 빈말을 내뱉고 있었다.

‘흐흐흐. 역시 약관도 안 된 애송이가 맞았구나. 이놈은 아직 기를 도인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게야.’

다시 한번 적사결의 정체를 지레짐작한 위충이었다.

‘한데 정말이지 정교한 인피면구로구나. 찢겨진 부분에서 피까지 흐르게 하다니. 그렇다면 아주 찢어발겨 주마.”

일단 난도질을 해 놓은 후 무허대사를 사칭하고 공주님께 무례를 저지른 흉적이라 말하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위충은 검 자루를 고쳐 잡고 살기 어린 검초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비무를 빙자해 죽일 셈이었구나. 하면 나도 슬슬 시작해 볼까.’

살기를 대면한 적사결은 쉴 새 없이 발을 놀리며 검격을 피해 다녔다.

천축유가신공으로 순간적인 근력을 강화한 그의 움직임은 내공이 없어도 간결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쉬이익.

일검을 피하는 동시에 적사결의 오른손 수도가 위충의 목을 노렸다.

‘바보 같은. 거리도 잴 줄 모르는 풋내기였나.’

위충은 절대로 닿지 않을 거리에서 손을 뻗는 적사결을 향해 비웃었다.

맨손인 만큼 일보를 더 내디뎌야 공격권에 들어갈 것이건만 다급히 내지른 것이 눈에 보였다.

‘실전에서는 작은 실수가 생사를 가르는…… 컥!’

마치 팔이 늘어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찾아온 고통.

목울대를 정확하게 가격당한 위충에게 적사결의 일권이 날아들었다.

위충은 다급히 일장을 뻗어 마주했다.

퍼펑.

‘으윽. 이 무슨.’

급작스러웠지만 내공을 실은 자신의 일장이 평범한 적사결의 주먹을 막지 못하고 튕겨나간 것이었다.

더구나 그 일권은 멈추지 않고 자신에게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저걸 맞으면 죽는다.’

생사의 경계에 섰기 때문일까.

위충은 죽을힘을 다해 내뻗었던 검을 회수하여 방어 할 수 있었다.

떠어어어엉.

“크…… 크억.”

엄청난 충격과 함께 위충은 오 장 가량을 날아 연무대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의 검면에는 선명한 주먹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장군검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야.’

위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호인들이 사용하는 검과 달리 군의 장군검은 그 두께와 검면의 넓이가 두 배가량 컸다.

전장에서 적군이 입은 갑옷을 베어야 하기 때문에 그 강도 역시 특별했다.

‘어쭈? 그걸 막아?’

적사결은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검을 회수하는 결단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풍부한 실전 경험 덕분이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몸을 비틀어 피하거나 맞더라도 힘을 흘리려 했을 터.

그랬다면 적사결의 주먹은 반드시 목숨을 빼앗았을 것이었다.

‘그래도 놈들의 비결을 알았어.’

지근거리에서의 짧은 공방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목울대를 쳐서 호흡을 흐트러지게 했지만 놈은 개의치 않고 내공을 실은 일장을 사용한 것.

더구나 검면으로 방어를 할 때까지 단 한 번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었다.

‘무호흡이라니. 허참…… 무슨 자라새끼도 아니고 사람 새끼가 숨을 안 쉬어?’

초식에 방해가 되기에 호흡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귀식대법을 유지하며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할 수 있었다.

즉, 상성이 좋지 않은 내공을 사용하면서 초식의 위력은 십분 발휘하는 방법이었다.

적사결은 금의위에 대해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고 있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다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황실의 무공 수준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군.’

변화를 꾀하는 자들은 발전되기 마련이다.

무림에서도 사파의 사무련은 정파의 의천맹이나 자신들 천마신교와 달리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강대한 무력을 갖췄으니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 온갖 잡다한 무공을 섭렵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남무림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끄응…….”

위충은 몸을 일으켜 연무대 위로 다시 올랐다.

실전 비무는 친선 비무와 달리 장외로 떨어진다 하여 패배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주께서는 더 해 볼 생각이시오? 허허.”

적사결의 너스레에 위충은 인상을 썼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아쉬움을 남긴 채 포기할 순 없지요.”

아직 인피면구에 감춰진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것.

위충은 진급을 위해 어떻게든 가면을 벗겨야 했다.

“그럼 한 번 더 어울려 봅시다.”

적사결은 반장을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위충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조금 전부터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긴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점점 아랫배가 뜨끈뜨끈해져 오고 있어.’

정확히는 단전부근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 정도 움직임을 보인다면 나도 운기가 가능하겠는 걸.’

그동안 보리연화공은 마치 면벽 수련 중인 달마처럼 무슨 짓을 해도 움직이지 않았었다.

마치 돌부처처럼 단전 깊숙이 뭉쳐 그 존재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적사결은 금의위와 같이 무호흡으로 내공을 도인해 마공의 초식을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

물론 초식에 마공의 티가 나지 않는 기본 장공으로 말이다.

‘귀면장이 좋겠다. 마기만 빼놓고 본다면 누구도 마공이라 생각지 못할 거야.’

결단을 내린 적사결은 운기에 집중했다.

점점 활성화 되는 보리연화공의 내공은 당장이라도 내뿜어달라는 듯 날뛰고 있었다.

‘거참 까탈스러운 녀석이네. 지금은 또 고삐 풀린 망아지 같잖아.’

적사결은 상대방이 공격권에 들어올 때까지 내공의 고삐를 죄고 있었다.

그리고 위충의 검이 넘지 말아야 할 권역을 넘은 그때였다.

콰과과과과과과광.

일장에 장군검이 부러진 위충의 신형이 허공을 돌며 날았다.

귀면장의 경력은 그러고도 모자라 연무대 절반을 날려 버렸고, 피떡이 된 위충이 바닥에 처박히고 있었다.

‘헉…… 뭐야 이건…….’

경력이 풀려 나가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단전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일, 이, 삼……. 사…… 오…… 오 갑자?’

적사결은 입을 떡 벌리고 아랫배를 쳐다보았다.

일 갑자는 육십 년, 즉 무허의 내공은 무려 삼백 년이었다.

‘어쩐지! 늙은이가 지치지도 않고 싸운다 했어!’

팔십에 가까운 나이에 내공 소모가 심한 절학을 남발하면서도 지구력이 남다른 무허였다.

이제 보니 정말 내공이 남아돌기에 그런 것이었다.

‘어? 이건 또 뭐야? 히이익.’

갑작스레 배 속이 울렁거리며 구역질이 치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온몸을 바퀴벌레와 쥐 떼가 기어가는 듯 소름 끼치는 기분은 덤이었다.

“우웁.”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으나 식도까지 차오른 토사물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내공…… 존나 기분 나빠. 토할 것 같아!’

“우우웁.”

푸하악.

“으웨에에에엑.”

패자는 애검이 부러지고 온몸의 뼈가 절단나는 처참한 패배를 당하고, 승자는 한쪽 구석에서 토악질을 하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곳엔,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고 서로의 무를 추켜세우는 아름다운 장면 따윈 없었다.

*   *   *

“도대체 이게 무슨 꼴입니까!? 정말이지 조사님들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무산대사는 적사결을 보며 온갖 바가지를 긁어 대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하십시오. 어제 얼마나 마신 겁니까! 지금껏 한 번도 토한 적 없는 양반이 얼마나 마셨길래 그리 토하냔 말입니다! 그것도 그런 자리에서!”

적사결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마음대로 생각해. 어쩌겠어. 이미 토한걸.”

남일 대하듯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는 사형의 모습에 더 열불 터지는 무산대사였다.

“어휴우! 그런 자리에 사형을 내 보인 내가 미친놈이지요! 내가!”

무산대사는 단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고를 치는 사형의 모습에 학을 떼고 있었다.

그러고는 품에서 신분패와 봉서를 꺼내 적사결에게 건넸다.

“속가 문파 중 신현문에 속한 제자를 증명하는 신분팹니다. 봉서는 자륜사의 주지에게 전하시면 알아서 거처를 마련해 줄 겁니다. 오늘 밤 바로 떠나십시오.”

무산대사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적사결은 신분패와 봉서를 품에 넣고 다시금 팔을 내밀었다.

“뭡니까?”

적사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빈손으로 가라고? 노잣돈도 챙겨줘야 할 것 아냐.”

그 말에, 무산대사는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   *   *

적사결은 거처에서 짐을 꾸리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보리연화공의 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

비무 과정을 반추해 보니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째, 왜 그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뭉쳐 있던 내공이 갑자기 꿈틀거렸을까?’

일단 그 해답은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뜨끈하던 단전이 점차 차가워지는 느낌에 상의를 들어 아랫배를 보니 이전에 없던 현상이 있었던 것.

단전에는 연꽃 위에 좌선한 부처의 형상이 있었고 식어가는 느낌에 따라 연해지고 있었다.

적사결은 갑자기 몸을 부단히 움직였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역시…… 보리연화공은 행공의 공능까지 있는 거다. 내공이 일정 수준에 이르자 단전에 부처 형상이 떠오르고 운기를 가능케 했던 거야.’

당시 자신과의 일전으로 무허의 내공은 거의 바닥났을 터.

몸이 바뀐 후 운기조식으로 내공을 채우지 못했으니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내공이 채워져 갔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제한선을 비무 당시에 넘은 것이고 말이다.

대충 그 제한선은 어림잡아 1갑자, 그 이상은 되어야 운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적사결은 첫 번째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되자 두 번째 문제점을 상기했다.

‘둘째, 대체 왜 구역질이 날까?’

그것은 분명 내공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마공과 불가기공이 상극이기에 본능적으로 그런 것일까?’

그럴지도 몰랐다.

도가계열이나 사파의 무공과 달리 마공과 불가기공은 마음의 공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공이 살심, 분노, 절망 등 음차원적인 심상에 근원을 둔다면 불가기공은 그 대척점에 있었다.

‘어쨌든 내공을 쓸 수 있어도 쓰기 싫어진 상황이네…….’

삼백 년의 내공을 몸에 품고도 쓸지 말지 고민하게 되다니.

더럽게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게 된 적사결이었다.

‘일단 당분간은 천축유가신공에 매진하자.’

아직 3성 정도의 성취에 불과한 천축유가신공이었다.

대성한다면 분명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더구나 천축유가신공으로 극한까지 강화된 외공에 내공이 더해진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보자…… 대충 다 챙겼나.’

생필품 몇 가지와 칠십이 종 절예의 필사본을 확인한 적사결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산대사에게 받은 든든한 전낭이 있으니 특별히 더 챙길 것은 없어 보였다.

그러다 그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오른 것이 있었다.

“이런 급하게 떠나게 되다 보니 그걸 깜박했군.”

적사결은 봇짐을 내려놓고 거처를 나섰다.

소림에서 챙겨야 할 것 중 두 가지를 아직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정당하게 받기는 글렀고. 훔치지 뭐.”

적사결의 신형이 빠르게 약왕전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다려라, 대환단.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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