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9화 (199/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9화>

199화. 마지막 싸움과 각성(4)

‘탈명귀풍(奪命鬼風).’

공손무가 즉시 검을 이용하여 강기들을 잘라 버렸다.

공격이 연이어 실패하자 함비충의 눈빛이 깊어졌다.

“제법이군. 이 상태에서도 나에게 밀리지 않다니 말이야. 하지만 이건 어떨까!”

그가 백색의 안광을 번뜩이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야수멸천사자후(野獸滅天獅子吼).’

그러곤 가슴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채로 소리를 질렀다.

입속에서 가공할 만한 충격파가 앞으로 뿜어져 나왔다.

콰가가강!

지면을 휩쓰는 강력한 소용돌이.

모든 것을 날려 버릴 것 같은 폭풍의 기운이 밀려오자 공손무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어쩔 수 없군. 공력이 많이 소비되더라도 쓸 수밖에.’

그가 안광을 번뜩이며 양손을 세차게 휘저었다.

‘귀화흑륜장(鬼花黑輪掌).’

허공을 물들이는 짙은 어둠.

그러자 양 손바닥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쏘아져 오던 폭풍의 기운이 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럴 수가!”

회심의 일격이 막히자 함비충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치잇!”

이윽고 그가 혀를 차더니 공손무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공손무의 전신에 바둑판 모양의 강기가 뒤덮어졌다.

“가짜?”

하지만 그것은 내공으로 만든 잔상.

진짜 공손무는 함비충의 뒤쪽에 있었다.

촤아악!

매화질풍검이 함비충의 등 뒤를 갈랐다.

하지만 깊이가 얕았는지 함비충이 금방 뒤를 돌아 반격에 나섰다.

매화 꽃잎을 흩날리는 공손무와 야수의 모습을 한 함비충이 허공에서 수십 합을 겨루며 치열한 혈전을 벌였다.

콰가가강!

한번 합을 겨룰 때마다 벽력탄이 터지기라도 한 듯 굉음이 울려 퍼지고 여기저기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탈골탄화(脫骨彈花).’

공손무의 권격을 맞은 함비충의 한쪽 팔이 비정상적으로 떨렸다.

그러고는 이내 팔 전체가 아래로 축 처져 버렸다.

욱신거리는 느낌에 함비충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팔이 빠진 건가?’

그의 표정을 본 공손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놀랐는가? 탈골탄화라는 거다. 상대방이 가한 힘을 반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돌려주는 거지. 상대방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한 충격을 되돌려줄 수 있어.”

팔이 빠져 극심한 통증이 있을 텐데도 함비충은 흥미롭다는 시선만 보낼 뿐,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고 있었다.

“잔재주는 끝난 거냐?”

내공을 끌어 올렸고 갈기처럼 생긴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고통을 선사해 주겠다!”

포악한 검은 기운으로 넘실거리는 양 손바닥.

그가 양 손바닥을 앞으로 세차게 뻗으며 소리쳤다.

“야수멸룡파(野獸滅龍波)!”

쿠구구구!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흑룡이 커다란 입을 벌리며 앞으로 뻗어져 나갔다.

이를 본 공손무가 양다리에 힘을 주어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잔상을 일으키며 공격을 피한 그는 곧바로 함비충의 뒤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함비충은 이미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외쳤다.

“내가 그런 속임수에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그가 팔꿈치로 뒤쪽에서 기습하려는 공손무의 머리를 찔렀다.

“크윽!”

강한 충격을 받은 공손무의 신형이 뒤쪽으로 날아갔다.

두 팔로 막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머리통이 깨져 즉사했을 것이다.

‘내 움직임을 간파한 건가?’

함비충이 일갈을 날리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나를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그가 이빨을 드러내더니 거침없이 양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나무와 바위 할 것 없이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오로지 공손무만이 신법을 사용하여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놈!”

분노한 함비충이 강기를 날리려고 하였다.

“아니?”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는 자신의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매화혈사(滅劫血絲). 죽음의 고치.’

공손무가 매화혈사로 함비충의 두 팔을 꽁꽁 묶어 버린 것이다.

“이까짓 거!”

함비충이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손톱이 아닌 완력으로는 매화혈사를 끊어 낼 수 없었다.

오히려 날카로운 절단면 때문에 상처가 생겨 피만 흘러나왔다.

‘지금이다.’

절호의 기회를 포착한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이며 앞으로 날아갔다.

‘귀화살천장(鬼花殺天掌).’

붉은 소용돌이를 휘감은 손바닥이 정확히 함비충의 복부를 강타했다.

“크어억!”

오장육부가 뒤틀리면서 함비충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광풍홍아(狂風紅牙).’

이어서 휘몰아치는 검기의 소용돌이.

매화 꽃잎 모양의 날카로운 검기들이 함비충의 전신을 베었다.

“크아악!”

중상을 입은 함비충이 피를 흩뿌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숨을 고르며 말없이 서 있던 공손무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가 검으로 함비충을 겨누며 말했다.

“그대가 졌소. 이제 그만 항복하시오.”

“크클. 내가 졌다고?”

“여기서 더 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소.”

공손무의 설득에도 함비충은 항복할 기미가 없어 보였다.

“흑사교의 교주인 내가 너 같은 애송이에게?”

쿠구구구!

그 순간 함비충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포기할 수 없어!”

“크읏! 미련한 짓 그만두시오!”

“이 세상을 집어삼킬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으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소.”

하지만 이번에는 함비충이 한 발 더 빨랐다.

그가 피를 흩뿌리며 허공으로 도약했다.

한 바퀴 회전한 후 두 다리를 세차게 뻗었다.

‘야수쌍각(野獸雙刻).’

야수의 발바닥이 허공을 가르며 공손무의 얼굴을 노렸다.

“어림없다!”

발차기가 날아오자 공손무가 매화질풍검을 가볍게 휘저었다.

매화 꽃잎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날카로운 검기들이 함비충의 두 다리를 잘라 버렸다.

“크아악!”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함비충은 굴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회전의 반동을 이용해 공손무의 앞까지 날아갔다.

“죽어! 제발 죽으라고!”

그가 입을 크게 벌리며 마지막 남은 선천진기를 운용했다.

‘야수멸룡사자후(野獸滅龍獅子吼).’

거대한 흑룡의 기운이 깃든 사자후가 입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꽈르르릉!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지면이 뒤엎어졌다.

평범한 고수였다면 전신이 잘게 부서져 한 줌의 고깃덩어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손무는 완숙한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

그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내공을 운용했다.

‘자하대나이(紫霞大邏移).’

내력이 충만해지자 두 팔이 자주색으로 물들었다.

지면을 부수며 날아오던 사자후가 그의 손앞에서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하아앗!”

공손무가 내력을 집중시켜 사자후를 옆으로 흘려버렸다.

“이, 이럴 수가!”

모든 것을 짜낸 공격이 실패하자 사색이 된 함비충이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손무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

“끝을 맺겠소.”

공손무가 손가락 끝에 내력을 집중시켜 함비충의 몸 곳곳을 점혈했다.

“크어억!”

약해질 대로 약해진 함비충은 날아오는 점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후우…….”

함비충을 제압한 공손무가 호흡을 고르더니 이내 시선을 위쪽으로 옮겼다.

정체불명의 가면 사내는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아앗!

공손무가 땅을 박차고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검을 휘둘러 가면 사내의 허리를 베었다.

‘이 느낌은?’

공손무는 검의 끝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환영인가?’

아니나 다를까 두 동강이 난 가면 사내의 몸이 흐물흐물해지더니 이내 한 줌의 연기로 변했다.

“감히 교주님을 죽이다니!”

등 뒤에서 들려오는 분노 섞인 목소리.

공손무가 고개를 돌리자 가면 사내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게 보였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가면 사내가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나는 교주님의 충실한 심복이자 흑사교의 부교주다.”

“부교주?”

“그래. 천살성의 아이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나와 함께 검은 뱀을 숭배하지 않겠느냐?”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흑사교의 교주가 되고 네가 부교주가 되는 것이다.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면 천하를 얻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지!”

하지만 그런 회유에 넘어갈 공손무가 아니었다.

“거절한다.”

“뭐? 거절?”

공손무는 진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더러운 자리는 백 번 천 번 줘도 거절이다. 네 녀석을 이 자리에서 죽여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겠다.”

“크큭.”

가면 사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녀석, 이미 교주님과의 싸움으로 공력이 거의 바닥을 치고 있을 터. 그 몸 상태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네 녀석을 죽일 힘은 아직 남아 있다!”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이며 선공을 하려고 했다.

‘으음?’

하지만 그는 이내 무언가가 잘못된 것을 직감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째서?’

가면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크큭! 미안하지만 나와 눈을 마주친 순간 이미 네 녀석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 신세. 너는 시작부터 이미 진 것이다.”

그가 잔상을 일으키며 날아가 공손무의 가슴팍을 차 버렸다.

“크억!”

움직일 수 없었던 공손무는 발차기를 맞고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쉬이익!

귓가로 들려오는 날카로운 울음소리.

‘뱀? 독사들인가?’

공손무는 쓰러진 자신 주위로 수백 마리의 독사가 모여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는 전력을 다해 움직여 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크하하핫! 헛수고다. 내 환술에 걸린 이상 너는 몸을 움직일 수는 없어.”

“환술?”

“그래. 내 눈을 본 순간 넌 내 환술에 걸렸다. 그래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이야.”

가면 사내가 형형한 안광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선택해라. 순순히 내 지시에 따를 것인지, 아니면 독사들에게 온몸을 물려 죽을 것인지.”

“크윽!”

공손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가면 사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네 녀석을 죽이는 수밖에.”

가면 사내의 신호에 따라 독사들이 공손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쿠구구구!

갑자기 지축이 울리더니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천지가 세차게 요동치자 가면 사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건?!”

놀랍게도 공손무의 주위로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었다.

달려들던 뱀들은 회오리바람에 갈가리 찢겨 사방에 흩날리고 있었다.

꾸르르릉!

이윽고 회오리바람이 커지면서 절벽을 무너뜨렸다.

딛고 있던 땅이 내려앉자 가면 사내가 혀를 차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치잇!”

절벽 아래로 내려온 그가 공손무 쪽을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강기로 둘러싸인 회오리바람 속에는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이며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수백 마리나 되는 뱀들이 모두 죽자 그제야 회오리바람이 잦아들었다.

그 장면을 본 가면 사내가 내심 감탄하였다.

‘실로 엄청난 공력이다. 이게 바로 천살성의 힘이란 말인가.’

이윽고 공손무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방해했다.

“네가 자랑하는 환술은 깨져 버렸다. 순순히 항복해라.”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을 터인데,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심법을 이용해 내 몸을 지배하고 있던 너의 환술을 부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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