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8화 (198/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8화>

198화. 마지막 싸움과 각성(3)

‘열사신공(熱蛇神功).’

그의 손이 기이하게 꺾이더니 이내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다.

꽈르르릉!

손의 움직임을 따라 불꽃이 일렁거리더니 이내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화염이 피어올랐다.

“죽어라!”

거대한 화염의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앞으로 날아갔다.

이를 본 공손무가 숨을 들이마시며 단전에 있는 내공을 끌어 올렸다.

‘자하대나이(紫霞大邏移).’

내력이 충만해지자 그의 두 팔이 자주색으로 물들었다.

화염의 뱀이 바로 앞까지 날아오자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기운을 발산했다.

놀랍게도 뱀의 움직임이 느려지더니 이내 방향을 틀었다.

공손무는 자연스럽게 몸을 회전시키며 화염의 뱀을 함비충에게 돌려주었다.

콰가가강!

화염이 터지며 연기가 지면을 뒤덮었다.

“제법이구나!”

하지만 함비충은 생채기도 입지 않은 채 화염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잔상을 일으키며 거리를 좁혔다.

내기를 가득 머금은 손바닥이 공손무의 가슴팍을 향했다.

“뭐?!”

매화질풍검(梅花疾風劍)으로 장력을 막으려고 했지만, 밀려오는 충격을 모두 막지는 못하였다.

가슴팍에 커다란 손바닥 모양이 찍히면서 강력한 충격이 공손무의 전신을 휘감았다.

“크윽!”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함비충의 공격이 이어졌다.

“제법 잘 버티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가지 못할 터!”

그가 안광을 번뜩이며 수평으로 손을 휘저었다.

백색의 광채가 땅을 가르며 공손무를 향해 날아갔다.

쩌어엉-!

공손무가 검을 내려치자 강기가 두 쪽으로 갈라지며 양쪽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공손무는 검을 잡은 두 손으로 전해지는 쩌릿함에 당황했다.

‘설마 이 정도의 고수였을 줄이야!’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에 공손무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파바밧!

이때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함비충이 측면을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선수를 양보하지 않겠다!’

함비충의 위치를 파악한 공손무가 허공으로 뛰어오르더니 그를 향해 진각을 날렸다.

‘됐다!’

하지만 다리가 함비충의 머리에 닿는 순간 그의 신형이 휘어지더니 한 줌의 불꽃으로 변해 버렸다.

‘환영? 언제 바꿔치기를 한 거지?’

순간 공손무는 등 뒤에서 오싹함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함비충이 안광을 번뜩이며 살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를 잡았다고 생각했느냐! 미안하지만, 너 같은 애송이에게 잡힐 내가 아니니라!”

그가 양손에 힘을 주자 근육이 부풀어 오르면서 손톱이 길어졌다.

“야수칠무금공(野獸七武禁攻)의 위력을 보여 주마!”

웃음소리와 함께 짐승과 같은 손톱이 허공을 세차게 휘저었다.

‘야수멸조(野獸滅爪).’

여러 갈래의 날카로운 기운이 뻗어져 나왔다.

닿는 것이 무엇이든 갈가리 찢어 놓을 것만 같았다.

“칫!”

거대한 강기들이 날아오자 공손무가 재빨리 몸을 회전시키며 두 손으로 땅을 짚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냈다.

“쥐새끼 같은 놈! 잘도 빠져나가는구나!”

함비충이 내공을 운용하며 양손으로 기운을 끌어모았다.

‘야수멸화구(野獸滅火球).’

백색의 구체가 그의 양손에서 피어올랐다.

지면이 요동치고 주변의 공기가 삽시간에 무거워졌다.

엄청난 양의 기운이 한 곳에 집약된 여파였다.

“네 녀석이 도망갈 곳은 없다! 모든 것과 함께 사라져라!”

백색의 기운이 커지면서 사방으로 뻗치기 시작했다.

지면이 뒤집히고 주변에 쓰러져 있던 동정십팔채의 무사들도 한 줌의 먼지가 되었다.

‘이 일대를 다 날려 버릴 심산인가?’

검을 잡은 공손무의 손에 힘이 가해졌다.

‘광풍홍련참(狂風紅聯斬).’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매화질풍검.

한차례 허공을 가르자 거센 돌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아귀의 이빨과도 같은 자홍빛의 날카로운 강기가 소용돌이치며 쏘아져 오는 백색의 기운과 충돌했다.

콰아앙!

귀를 에는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염과 함께 치솟아오르는 검은 연기.

“후우…….”

그 속에서 호흡을 고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공손무였다.

그가 안력을 돋우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직 놈의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어디에 있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 쪽에서 누군가가 바위 잔해들을 들어 올렸다.

“애송이 주제에 감히!”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자질구레한 상처가 보이긴 했지만, 함비충은 여전히 힘이 넘쳐 보였다.

그가 안광을 번뜩이며 공손무를 향해 일장을 날렸다.

‘야수멸뢰장(野獸滅雷掌).’

귀를 울리는 벽력음과 함께 거친 장력이 밀려오자 공손무도 손바닥을 내질렀다.

‘귀화살천장(鬼花殺天掌).’

쩌어엉-!

두 개의 장력이 중간에서 부딪치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보면 볼수록 대단하군.’

공손무는 화경의 경지에 이른 몸.

시간이 지날수록 함비충에 대한 그의 평가가 달라졌다.

‘도적의 우두머리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정도의 고수일 줄이야.’

이때 공손무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비추어졌다.

‘저건?’

연기 사이에서 나타난 함비충은 전과는 달리 양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편(鞭)?’

흔히 채찍으로 불리는 무기, 편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편이 아니라 맹수의 이빨과도 같은 가시가 박힌 편이었다.

함비충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흥! 내가 왜 독랑(毒狼)으로 불리는지 알려 주지.”

말을 끝낸 그가 팔을 휘둘러 편을 앞으로 날려 보냈다.

지면을 부수며 날아간 편이 공손무의 몸을 노렸다.

쉬리릭!

“아니?!”

양손에 공력을 피워 일격을 막아 냈지만, 나머지 하나의 편이 공손무의 다리를 휘감은 상황.

“죽어라!”

함비충의 일갈과 함께 편이 날을 세우며 공손무의 얼굴을 노렸다.

쩌어엉!

내력이 폭사하면서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윽!”

허공에서 흩날리는 핏방울.

공손무는 입에 피를 머금은 채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본 함비충이 폭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핫! 내 독편(毒鞭)의 맛을 보니 어떠냐! 죽을 만큼 아프더냐!”

공손무는 대답 대신 검을 잡은 채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호오? 독편을 맞고서도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함비충이 들고 있는 편에는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썩어 들어가는 극독이 발려 있다.

그런 독편의 일격을 먹고도 공손무는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순간 무언가가 함비충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만독불침(萬毒不侵)?’

세상의 어떠한 독도 들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경지인 만독불침.

‘정말 만독불침인 거야? 저딴 애송이 녀석이?’

그가 그렇게 의심하는 사이 공손무가 잔상을 일으키며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매화혈사(滅劫血絲), 죽음의 실뜨기.’

그의 손등에 있던 거미 모양의 흉터에서 거미줄이 뿜어져 나왔다.

날카로운 거미줄이 함비충의 전신을 휘감으려고 했다.

‘이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함비충이 재빨리 독편을 휘둘렀다.

촤자작!

강기를 머금은 독편이 사방으로 휘둘러지자, 매화혈사가 끊어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매화혈사를 단번에 끊어 버리다니. 저 독편이라는 것, 우습게 볼 물건이 아니군.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공손무가 숨을 들이쉬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귀화보(鬼花步).’

그가 잔상을 일으키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독편이 날아왔지만, 그가 남긴 매화꽃 모양의 잔상들만 부서질 뿐이었다.

“흥. 어림없다!”

함비충이 양손에 들고 있던 독편을 세차게 휘저었다.

짜우웅-!

독편들이 지면을 내려치면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해치운 건가?’

하지만 그의 기대는 얼마가지 않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혈화각(血花脚).’

잔상을 일으키며 날아온 공손무가 함비충을 향해 발차기를 날린 것이다.

“크윽!”

붉은 파문과 함께 함비충의 몸이 회전하며 뒤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피를 흘리며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났다.

“퉤!”

피가 섞인 침을 뱉더니 두 손에 들고 있던 독편을 땅바닥에 던져 버렸다.

“아무래도 이걸로는 결판이 나질 않겠군.”

“비장의 수를 버리다니. 설마 싸움을 포기하는 건가?”

공손무의 말을 들은 함비충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풋! 비장의 수? 네 녀석이 아직 뭘 모르나 본데…….”

꾸드드득!

말끝을 흐리는 그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근육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함비충의 뼈와 살이 뒤틀리면서 신체가 변형되고 있었다.

“크아아악!”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지 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몸부림을 쳤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자 입고 있던 의복이 찢겨 나갔다.

구릿빛이었던 피부 색깔이 회색빛으로 물들었고 얼굴색 또한 마찬가지로 변했다.

‘저런 걸 숨기고 있었다니.’

뻑뻑한 털로 덮인 손과 발.

사자의 갈기처럼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형형하게 번뜩이는 맹수의 눈동자.

그 모습은 짐승과 인간을 섞어 놓은 듯 심히 괴이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괴물의 등장에 공손무가 당황하며 혀를 내둘렀다.

“후우…….”

이윽고 함비충이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이 모습을 보인 건 정말 오랜만이야. 네 녀석의 실력을 인정하마. 지금부터 전력으로 상대해 주지.”

말을 끝낸 그가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온다!’

공손무가 긴장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함비충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짐승과 같이 네 발을 사용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돌풍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모습에 공손무가 혀를 내둘렀다.

‘엄청난 속도다. 내 눈으로도 쫓기 힘들어.’

이윽고 함비충이 잔상을 흩뿌리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쪽에서 나타났다.

“뭣?!”

짐승의 손아귀가 공손무의 목을 잡아챘다.

그러고는 곧바로 뒤쪽으로 밀어붙여 벽에 처박았다.

“크아악!”

강한 충격에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튀어나왔다.

“크하하핫! 어떠냐! 이게 바로 야수칠무금공(野獸七武禁攻)의 진정한 힘이다!”

함비충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공손무의 전신을 찢으려 했다.

“크윽!”

절체절명의 순간,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이며 손을 휘저었다.

‘매화혈사(梅花血絲), 죽음의 올가미’

함비충의 목 주위로 반투명한 무언가가 날아왔다.

거미줄로 만들어진 올가미가 그의 목을 낚아채어 밖으로 끌어당겼다.

“커억!”

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화혈사의 장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것 치우지 못해!”

한참을 끌려가던 그가 손톱을 세워 강기를 날렸다.

그제야 올가미가 끊기면서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이런 망할 놈이!”

함비충이 형형한 안광을 번뜩이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공손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쥐새끼 같은 놈!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그 순간 귓가를 울리는 나직한 한마디.

“여기다.”

“아니?!”

공손무는 함비충의 머리 위를 지나치고 있었다.

“애송이 주제에 나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지 말아라!”

화가 난 함비충이 허공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공손무 또한 지면을 향해 손바닥을 내질렀다.

서로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쩌어엉-!

귀를 에는 듯한 굉음과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읏!”

밀려오는 장력을 견디지 못한 함비충이 먼저 손을 떼며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다.

그가 손을 세차게 휘저으며 소리쳤다.

“이거나 먹어라!”

수십 개에 달하는 초승달 모양의 강기들이 허공을 가르며 공손무를 향해 날아갔다.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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