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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7화 (197/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7화>

197화. 마지막 싸움과 각성(2)

흑사교 교주의 등장.

공손무는 그를 죽여 모든 일을 매듭짓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알아내야 할 게 있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소.”

“으음? 묻고 싶은 거라니?”

“현천빙검(玄天氷劍)을 알고 있소?”

순간, 채주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현천빙검? 설마 무림맹 청룡대의 대장 현천빙검 공손경승을 말하는 건가?”

“그렇소.”

“알고야 있지. 하지만 우리가 무림맹과 따로 인연이 있어 보이지는 않잖아. 서로 물어뜯지 않으면 다행이지.”

“현천빙검의 친모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공손무의 말에 채주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사라졌다.

“현천빙검의 친모라고 했나?”

“그렇소. 그녀가 여기에 머물렀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으러 여기까지 온 것이오.”

“호오.”

묘한 미소를 흘리는 채주.

그 미소를 지켜보던 공손무가 나직한 어조로 재차 물었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소?”

“알고 있다면……?”

“그녀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시오.”

채주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너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건 없어.”

“그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야. 그 정보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렸거든. 아주 비싸게 말이야.”

“나한테도 팔면 되는 것 아니오?”

“미안하지만 한 번 판 정보는 다시 팔지 않아. 그게 이 바닥의 법칙이니까.”

“그 무슨 억지란 말이오!”

채주가 공손무의 말을 무시하며 몸을 돌렸다.

“난 할 말 끝났어. 그래도 정보를 사러 온 손님이라 하니 내 부하의 뒤를 밟은 건 용서해 주지. 마음 변하기 전에 어서 내 앞에서 사라져.”

하지만 쉽게 물러설 공손무가 아니었다.

“그럴 수는 없소.”

“뭐?”

“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소. 눈앞에 정보가 있는데 되돌아갈 수는 없소이다.”

“끌끌.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지는군. 뭐,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무엇이든 좋으니 가르쳐 주시오.”

채주가 고개를 돌리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날 무릎 꿇려 봐. 그럼 가르쳐 줄게. 하지만 날 무릎 꿇리지 못하면 그냥 죽는 거야. 불만 없지?”

“좋소.”

“스르릅. 오랜만에 제대로 피를 볼 수 있겠군.”

따악-!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뭣하냐. 저놈을 내 앞에 데리고 와. 팔다리를 자른 채로.”

“존명!”

명령을 들은 채주의 부하들이 검을 치켜든 채 동시에 달려들었다.

‘어림없지.’

공손무가 내공을 운용하며 손바닥을 앞으로 세차게 뻗었다.

‘귀화살천장(鬼花殺天掌).’

손바닥에서 휘몰아치는 새빨간 소용돌이.

강력한 장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내뻗어지더니, 달려드는 무사들을 사방으로 튕겨 냈다.

“크아악!”

옷이 갈가리 찢긴 채, 무사들이 피를 흩뿌리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럴 수가!”

살아남은 무사 한 명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목에 걸고 있던 대나무 피리를 입에 물었다.

삐이익-! 삐이익-!

피리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자 산채를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떼거리로 몰려왔다.

“성가신 놈들.”

공손무는 일단 물러나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저놈이?”

그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자 채주가 허공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모두 뭣을 하는 것이냐! 놈이 도망치고 있다! 놈을 쫓아가라! 어서!!”

“존명!”

무사들이 공손무의 뒤를 추격했다.

“흐음…….”

앞서 나가던 공손무가 달빛이 잘 비치는 지점에서 멈추어 섰다.

“이쯤이면 되려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정십팔채의 무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던 공손무의 눈빛이 한차례 반짝였다.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훈련을 잘 받았다는 뜻이겠지.’

이윽고 무사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그를 향해 돌진했다.

쩌어엉!

몇 명의 무사들이 달려들어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역으로 금나수에 잡힌 뒤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제 일조가 당했다! 이조 앞으로! 삼조는 이조를 엄호해라!”

이번에는 죽립을 쓰고 쇠사슬을 든 무사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탈명귀풍(奪命鬼風).’

공손무를 향해 날아든 수많은 검이 일제히 뭔가에 부딪치면서 불똥을 일으켰다.

검들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내 밖으로 튕겨 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공손무는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상태.

무사들을 통솔하던 조장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공격이 막혔단 말인가? 녀석은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이때 그 답을 알려 주려는지 공손무가 무사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끼이잉! 피슈우욱!

연이어 들려오는 날카로운 바람의 파공성.

그가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무사들의 머리와 상체가 깔끔하게 분리되었다.

“크아악!”

잘린 머리는 힘없이 지면에 떨어졌고 곳곳에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공손무가 당황한 조장 무사에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뭔 줄 아나?”

“뭐라고?”

“그건 바로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의 초식 탈명귀풍(奪命鬼風)은 찰나의 순간에 죽음을 가져온다.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서라.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겠다.”

“크윽!”

조장 무사가 항복을 외치려는 순간이었다.

부우웅-!

그 순간 뒤쪽에서 들려오는 뿔 나팔소리.

백여 명이 넘는 무사들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채주가 본대를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칫! 끝도 없이 밀려오는군.”

공손무가 땅을 박차고 절벽 아래로 향했다.

절벽 아래에는 갈대들이 성인 남성의 키만큼 자라 있었다.

갈대밭으로 내려간 동정십팔채의 무사들이 병장기를 꺼내 들며 그와 신경전을 벌였다.

“흐음…….”

그 광경을 바라보던 채주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실력이 제법이군. 내 무릎을 꿇린다며 호언장담할 만해.”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보기에는 어떠냐?”

스으윽.

질문이 끝나자마자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나타났다.

훤칠한 키에 새의 깃털로 만든 가면을 쓴 사내였다.

그가 차가운 어조로 채주의 말에 답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군요. 그래도 교주님의 놀잇감으로는 부족하지 않아 보입니다.”

“호오. 네가 보기에도 그렇더냐?”

“예, 저 아이가 바로 제가 말한 그 아이이니까요.”

“천살성? 저 녀석이 천살성이라고?”

가면 사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천살성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줄이야.”

채주의 두 눈에서 형형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원형진을 만들어 일시에 공격하라!”

“채주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원형진을 전개하라!”

무사들이 양쪽으로 찢어지며 공손무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으음.”

무사들이 포위망을 형성하며 조여 왔지만, 공손무의 표정은 덤덤했다.

“놈을 잡아라!”

조장의 명령에 무사들이 쇠사슬을 허공에 회전시켰다.

후우웅!

쇠사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날아가 공손무의 몸을 감았다.

“됐다! 이제 당겨!”

조장 무사는 공손무가 끌려올 것으로 생각했다.

“응?”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진척이 없었다.

“뭣들 하는 거야! 어서 저놈을 끌어!”

수십 명이나 되는 장정들이 동시에 쇠사슬을 끌어당기는데도 공손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엇!”

이때 쇠사슬을 쥐고 있던 무사 한 명의 몸이 허공에 붕 뜨더니 역으로 공손무에게 끌려갔다.

“젠장! 제 이조는 그대로 대형을 유지하여 놈의 움직임을 막아라! 제 삼조는 나와 같이 놈을 공격한다!”

“존명!”

복면 무사들이 검을 든 채 공손무를 향해 쇄도했다.

공손무는 온몸이 쇠사슬로 꽁꽁 묶여 있는 상태.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에 찔려 죽을 것이었다.

‘적당히 하려 했건만, 어쩔 수 없군.’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이며 내공을 운용했다.

쿠구구구!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지고 지면이 세차게 요동쳤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조장 무사는 멈추지 않았다.

“또 이상한 기술을 쓰려고 한다! 막아라! 놈을 쓰러트려라!”

복면 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휘둘렀다.

검기들이 매섭게 파공성을 일으키며 공손무의 전신을 노렸다.

콰가가강!

검기들이 공손무와 충돌하면서 귀를 에는 듯한 굉음과 함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끌끌.”

폭발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자 채주가 볼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던 건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꾸르르릉-!

이때 천지가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화염과 연기가 바깥으로 밀려났다.

“후우…….”

그 가운데에는 굳은 표정으로 호흡을 고르는 공손무가 있었다.

그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검을 가볍게 움켜잡았다.

‘광풍홍아(狂風紅牙).’

거센 회오리바람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매화 꽃잎 모양의 검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렸다.

검기들이 일제히 흩어지더니 주변에 있던 무사들의 전신을 노렸다.

거대한 짐승의 이빨이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처럼 선홍빛의 검기들이 대원들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크아악!”

전신에 구멍이 숭숭 뚫려 벌집 신세가 된 무사들이 피를 흩뿌리며 땅바닥에 엎어졌다.

부하들이 모두 쓰러지자 위에서 지켜보던 채주의 눈빛도 달라졌다.

“크큭.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즐길 맛이 나지.”

파아앗!

그의 신형이 절벽 위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아래쪽의 갈대밭에서 나타났다.

공손무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채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야 나타나셨군.”

“제법이구나. 설마 이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천살성이라는 게 정말이었어.”

“뭐?!”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간파하자 공손무의 눈빛이 매섭게 반짝였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거요?”

“당연하지. 이 시점에서 공손경승의 어미를 찾는 자가 그리 흔하지는 않잖아.”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상대, 그게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소?”

“좀 전에 말했지. 답을 얻으려면 내 무릎을 꿇리라고. 그전에는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어.”

말을 끝낸 채주가 손을 세차게 휘저었다.

쩌저적!

땅이 갈라지면서 날카로운 강기가 공손무를 강타했다.

하지만 전신을 감싼 호신강기 덕분에 강기들은 살을 파고들지 못하고 튕겨 나가고 말았다.

공격은 막았지만, 그는 내심 놀랐다.

‘굉장한 내공이다. 호신강기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중상을 입었을 수도 있겠어.’

그의 표정을 본 채주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심하면 죽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야.”

“헛소리 하지 말고 어서 덤비기나 하시오.”

“크하핫! 싸우기 전에 서로 통성명이나 하지. 내 이름은 함비충. 세간에는 독랑(毒狼)이라 불리고 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잠시 머뭇거리던 공손무가 이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내 이름은 공손무이오.”

“잘 들었다. 네 묘비를 세울 때 그 이름만은 새겨 넣어 주지!”

함비충이 일갈을 날리며 내공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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