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1화 (191/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91화>

191화. 사도련의 사람들 (2)

공손무의 말에 효란의 표정이 굳어졌다.

“제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봅니다.”

“아닙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효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비스듬히 돌렸다.

“안쪽으로 가시죠. 련주와 부총관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공손무 공을 서둘러 데려오라고 하였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공손무가 효란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이 층에 오르니 쌀쌀한 바람과 함께 탁 트인 전경이 보였다.

두 명의 사내가 전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도련주 양휘소와 부총관 묵번이었다.

효란이 그런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다.

“공손무 공을 모셔왔습니다.”

그녀의 말에 양휘소가 고개를 돌렸다.

“오, 고맙소. 부인.”

“별말씀을요. 그럼 편히들 말씀 나누시지요.”

효란이 자리를 비키자 공손무가 그들에게 다가가 예를 표했다.

“련주님을 뵙습니다.”

“사도련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네. 같은 배를 탔으니 잘 부탁함세.”

“성심성의껏 임하겠습니다.”

양휘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옮겼다.

그가 뒷짐을 진 채 전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묵번이 자네에게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아 봐 주기로 했다지?”

“예, 그렇습니다.”

“묵번이 말하기를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하는군.”

양휘소의 말에 놀랐는지 공손무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네. 그렇지, 부총관?”

옆에 서 있던 묵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공손무의 친부모를 알고 있는 공손경승의 친모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어디에 계신단 말입니까!”

공손무가 소리치자 묵번이 눈가를 찌푸렸다.

“흥분하지 말고 들어라. 확실한 위치는 알아낸 게 아니다. 단서를 잡았을 뿐.”

“그거라도 괜찮습니다.”

이때 양휘소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전에 자네에게 한 가지 임무를 주지. 자네가 임무를 승낙한다면 부총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야.”

“예?”

“하겠는가, 아니면 말겠는가.”

잠시 뜸을 들이던 공손무는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임무를 말씀해 주십시오.”

“좋네. 지금부터 잘 들으시게.”

양휘소가 마른침을 삼키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에게 절친한 벗 한 명이 있네.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랐기에 아주 가까운 사이이지.”

“그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공손무의 물음에 양휘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목숨이 위협받고 있어.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흑사교일세.”

“그럴 수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분을 노린다는 겁니까?”

양휘소가 고개를 휙 돌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도 그게 궁금하네. 왜 내 친우를 노릴까.”

이때 묵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련주님을 자극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야. 흑사교는 자기와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을 죽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야. 하지만 그 녀석은 흑사교를 위협할 힘이 없어. 오래전에 은퇴하여 은거하던 녀석인데 이제 와서 구태여 노릴 필요가 왜 있겠는가. 다만…….”

양휘소가 말을 흘리자 공손무와 묵번이 그를 주목했다.

“당사자는 그 이유를 얼핏 알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분명 알고 있는데, 나에게는 숨기는 느낌이었어.”

“그분이 무엇 때문에 그런 걸 숨긴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알아내야지. 그가 숨기는 게 무엇인지, 또 왜 흑사교의 관심을 끌었는지 말이야.”

양휘소가 고개를 돌려 공손무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공손무.”

“예, 련주님.”

“자네가 내 벗을 만나 보게. 그리고 녀석을 위협하고 있는 흑사교의 무리를 막아 주게. 또한, 흑사교가 왜 그를 노리고 있는지도 알아내 줘야겠네. 이것이 바로 내가 주는 첫 번째 임무일세. 어떤가? 할 수 있겠는가?”

잠시 고민하던 공손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고맙네. 그의 이름은 사마소. 이곳 광주 외곽 지역에 있는 허름한 공방에서 살고 있다네. 자세한 위치는 여기 적혀 있어.”

양휘소가 종이를 건네자 공손무가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내 벗을 잘 부탁하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 할 말은 끝났네. 공손경승의 친모에 대한 정보는 부총관에게 물으면 될 거야.”

“감사합니다.”

“그만 가 보시게.”

공손무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고 묵번이 그 뒤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오는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련주님의 임무를 잘 받아들였어. 어차피 너도 흑사교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지 않으냐.”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묵번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가 궁금한 거지?”

“예. 공손경승의 친모는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후우. 그것에 대해 긴히 말할 것이 있으니 날 따라오거라.”

공손무가 묵번을 따라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앉아라.”

공손무와 묵번이 서로를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묵번이 곱게 접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받아라.”

“이것이 무엇입니까?”

“공손경승의 친모에 대한 정보다.”

그의 말에 공손무가 재빨리 종이를 펼쳐 보았다.

“이건?”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 공손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도 의외라고 생각하느냐?”

“예, 왜 이런 곳에?”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그 사람은 도대체 그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그들과 함께 도적질을 일삼은 걸까?”

종이에 적혀 있는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 동정십팔채(洞庭十八寨), 최근까지 그곳의 채주와 긴밀한 관계를 맺음. ]

종이의 내용을 살피던 공손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정십팔채라니. 이거 정말입니까?”

“사도련의 정보통을 총동원해서 얻은 정보다. 확실해. 그녀는 최근까지 동정십팔채의 근거지에 있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지만.”

“흐음…….”

공손무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보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기가 찰 뿐이었다.

‘어떻게 이리 기구한 팔자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들이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청룡대의 대장이고 나머지 한 명은 흑사교의 집행자라. 그리고 본인은 동정십팔채라니.’

이때 묵번이 그에게 말했다.

“임무를 마치고 동정십팔채의 채주를 만나면 된다. 채주에 대한 정보도 같이 적어 두었으니 참고하거라.”

“예, 감사합니다.”

“그럼 나는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이만 가 봐야겠어. 너는 연회를 충분히 즐기다가 알아서 가면 된다.”

“알겠습니다.”

묵번이 떠나고 혼자 남은 공손무는 종이의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동정십팔채, 이곳으로 가야 한다. 이곳으로 가서 공손경승의 친모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해.’

굳게 다짐한 그가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저벅저벅.

그런데 이때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응?”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공손무가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린 소녀가 서 있었다.

“혹시 공손무 공이신가요?”

“내가 공손무가 맞다만. 넌 누구야?”

“아아…….”

공손무의 말에 무슨 일인지 소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울어?”

“흐윽! 저를 정말 모르시겠어요?”

“뭐?”

그제야 공손무는 소녀를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낯익은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나질 않아.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구지?’

공손무가 감을 못 잡자 소녀가 답답한 듯 소리를 질렀다.

“저예요! 저라고요! 저 아명이에요!”

“뭐? 지금 뭐라고 했어?”

“화음현 남도 마을에 살았던 아명이라고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아명! 네가 아명이라고?”

육 년 전 공손무는 화산검마의 은신처에서 나와 한 꼬마를 만났다.

그 꼬마의 이름은 아명.

화산 아래에 있는 남도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공손무는 아명과 함께 남도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가는 도중 마적단이 남도 마을을 습격한 것을 알게 된다.

공손무는 용종찬과 함께 남도 마을을 습격한 마적단을 해치우고 아명을 비롯하여 남도 마을 전체를 구하게 된다.

그때 만난 아명이 육 년이 지난 지금 공손무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아명? 정말 너니?”

“네! 저예요!”

아명이 부끄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공손무는 육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명이가 맞구나!”

아명이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달려가 공손무의 품에 안겼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육 오라버니!”

“나도 만나서 정말 반갑다. 참 많이 컸구나.”

이윽고 공손무가 아명을 품에서 살포시 떼며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남도 마을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공손무의 물음에 아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그러느냐? 설마 또 마적단이?”

“아,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이유가 뭐야.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하렴.”

아명이 훌쩍이며 입을 열었다.

“육 오라버니가 떠나고 나서 몇 년 뒤에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또 몇 년 뒤에는 오라비마저 사냥을 나갔다가 크게 다쳐 죽었어요. 이제 제 곁에 아무도 없어요. 저 혼자라고요.”

“그럴 수가…….”

아명의 말에 공손무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혼자서 힘들었겠구나.”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공손무도 그 지독한 고독함을 알기에 아명이 지금껏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어머니와 오라비가 죽었는데 어찌 이리 먼 곳까지 온 것이냐?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었어?”

“저희 마을에 신분이 높은 여인분께서 오셨는데 그분이 감사하게도 저를 시동으로 거두어 주셨습니다. 나이가 찬 지금은 하인으로 일하고 있고요.”

“다행이구나. 하지만 하인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힘들지는 않으냐?”

“전혀요. 말이 하인이지, 저를 자식처럼 예뻐해 주셨거든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공손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다행이다. 누군지 몰라도 참으로 좋으신 분이구나.”

“그럼요! 정말 아름답고 상냥하신 분이에요. 가끔 화나셨을 때만 빼면요.”

“후훗. 그래?”

“예. 그래서 말인데…….”

아명이 쭈뼛거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귀부인께서 육 오라버니를 만나고 싶다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나를?”

“예. 꼭 만나고 싶으시답니다. 저를 봐서라도 그분을 한 번만 만나 주시면 안 될까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공손무는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너를 거두어 준 분이니 한 번 만나보고는 싶구나.”

“와아! 정말 다행이다. 그분에게 이렇게라도 보답을 하고 싶었거든요. 오라버니가 만나지 않겠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앞장서거라. 지금 당장 만나러 가겠다.”

“네!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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