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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읽는 막내 공자 152화 (152/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52화>

152화. 뱀의 이빨(1)

“정말 그래도 되나요?”

“뭘 망설이는 것이냐? 설마 겁이 나는 것이냐?”

“그럴 리가요! 지난 수련의 성과를 톡톡히 보여 드리죠.”

공손무가 앞으로 걸어가며 죽립을 쓴 사내를 노려보았다.

‘모처럼 인정받을 기회가 생겼어. 반드시 이겨야…… 응?’

이때 죽립 사내가 멀리서 공격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서 뭘 하겠다는 거지? 장법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수 장 내에는 다가와야 하지 않나?’

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죽립을 쓴 사내가 두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는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그러고는 두 손을 주먹 쥔 채, 자신의 허리에 갖다 댔다.

전형적인 정권 찌르기의 자세였다.

‘황당하구나. 저 거리에서 권격을 날리려 한다고? 아니면 저 자세로 날아오겠다는 건가?’

“후우…….”

이때 죽립 사내가 호흡을 고르더니 그대로 왼 주먹을 앞으로 세차게 뻗었다.

‘그 자리에서 주먹을 내지르다니. 무슨 이런 황당한…….’

어이가 없었던지 공손무는 고개를 내저었지만 이내 갑자기 느껴지는 날카로운 파공음에 신경이 곤두섰다.

“설마!”

불길한 느낌을 받은 그가 재빨리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콰아아앙!

아니나 다를까, 그가 있던 자리가 폭발하더니 지면이 움푹 파헤쳐졌다.

놀라운 광경에 공손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거리에서 한 정권 찌르기가 여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이런 놀라운 무공이 있었나?’

후우웅! 후우웅!

‘또 온다!’

죽립 사내가 연속으로 정권 찌르기를 날리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공체들이 공손무를 향해 날아왔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거였지만, 기공체가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고 특히 속도가 워낙 빨라서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되면 거리를 벌리고 있는 내가 불리하다. 무조건 가까이 붙어야 해!’

공손무가 자세를 낮춘 채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접근을 막으려는 듯 전방에서 기공체들이 수없이 날아왔다.

꽈아아앙!

기공체 하나가 커다란 바위 하나를 수십 조각으로 깨 버리자, 공손무가 혀를 내둘렀다.

‘속도도 속도지만 파괴력도 엄청나다. 단순한 정권 찌르기가 이 정도라니, 대체 저 사람의 정체가 뭐지?’

생각도 잠시, 그는 경공을 사용한 채 눈알을 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보다도 더 이상한 건 왜 저놈들은 덤비지 않는 거야?’

나뭇가지 위에 있는 검은 인영들은 공손무가 지나가는데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내 경공이 빨라서 대응하지 못하는 건가? 그게 아니면, 저 사내를 그 정도로 믿고 있다는 거야?’

후우웅!

‘어이쿠!’

생각하는 사이 바로 앞까지 기공체가 날아오자 공손무가 재빨리 허공을 밟고서 위로 도약해 공격을 피하였다.

‘기공체가 날아오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

그의 생각대로 죽립 사내는 이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공손무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사내는 여전히 자세를 풀지 않았다.

‘대단한 권법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를 쓰러트릴 수 없어!’

매화꽃 모양의 검은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가르던 그가 마침내 죽립 사내의 앞까지 도달했다.

‘아무 도움도 요청하지 않는다니, 너의 자만이 패배를 부른 것이다!’

공손무가 손바닥을 펴 장법을 내지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아니?’

죽립 사내가 갑자기 자세를 풀더니 자리를 박차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뭣? 허공을 찼다? 이 사람도 능공허도(凌空虛道)를 할 줄 아는 고수란 말인가?’

허공으로 날아오른 사내는 공손무와 똑같이 손바닥을 내질렀다.

쩌어어엉!

장법을 날리려고 내민 공손무의 손바닥과 죽립 사내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공력을 머금은 두 손바닥이 충돌하자 귀를 찌르는 충격음과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위력에 높게 뻗은 나무들이 비스듬하게 꺾이며 출렁거렸고, 나뭇가지들과 나뭇잎들은 미친 듯이 흩날리며 부서졌다.

“치잇!”

예상치 못한 충격에 공손무가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수차례 제비 돌기를 한 후 그가 지면에 착지했다.

“흐음!”

죽립 사내 또한 허공에서 제비 돌기를 한 뒤 공손무의 반대편에 착지했다.

그를 바라보는 공손무의 눈빛은 이전과는 다르게 착 가라앉아 있었다.

방금 그 한 번의 접촉으로 상대방의 힘을 알아차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죽립 사내를 바라보는 공손무의 시선도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고수다. 그것도 상당한 고수야. 화산파 무공을 익힌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정체가 뭐지?’

죽립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몇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목에는 큼직한 알로 연결된 묵주를 두르고 있었고 몸은 근육질에 다부졌으며 기이한 권격을 날린 두 주먹에는 잔 흉터가 많이 있었다.

‘일단 저 죽립을 벗겨야, 엇?’

그런데 이때 죽립 사내가 턱 줄을 풀더니 쓰고 있던 죽립을 벗기 시작했다.

‘얼굴을 드러냈다?’

죽립이 사라지자 넙적한 인상에 수염이 잔뜩 난 중년 남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가 굳은 표정으로 공손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뭐지? 저 노인의 제자인가?”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가?”

“흥!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놈이 말본새가 고약하구나. 나이에 비해 쓸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살려 두려고 했더니 이거 안 되겠어. 저 노인을 손봐주기 전에 너부터 요절을 내 주마.”

말을 끝낸 중년 사내가 기마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그의 두 팔이 유려한 곡선을 일으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팔이 움직일 때마다 잔상을 남겼고, 마치 수십 개의 팔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 천천히 팔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는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느낌이 안 좋아. 무슨 짓을 하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쳐야겠어.’

공손무가 내공을 끌어 올리며 자세를 다잡았다.

이를 본 중년 사내의 두 눈에 금빛 기운이 출렁거리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만!”

간드러지면서도 단호함이 엿보이는 목소리가 공손무의 발을 붙잡았다.

“으음!”

중년 사내가 침음을 흘리더니 천천히 자세를 풀었다.

이를 본 공손무 또한 일단 기세를 거두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았다.

‘여인?’

그곳에는 묘령의 여인이 서 있었다.

머리를 뒤로 묶어 늘어뜨린 그녀는 공손무를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

이윽고 그녀를 바라보던 공손무의 얼굴에 이채가 띄기 시작했다.

‘와아. 뭐가 저렇게 예뻐?’

그녀의 얼굴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단아함과 수려한 미(美)가 가미되어 있었다.

몸매 또한 매력적으로 굴곡져 가히 폐월수화(閉月羞花)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총명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공손무와 그 뒤쪽의 용종찬을 바라보던 여인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부하들이 이런 일을 벌였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이에 옆에 서 있던 중년 사내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가씨!”

“청운은 가만히 있어. 내가 분명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했지, 이런 식으로 하랬나?”

“으음…….”

청운이라 불린 사내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머뭇거리는 사이 용종찬이 여인에게 다가왔다.

“보아하니 네가 이 집단의 수장인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이런 식의 만남을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어르신.”

용종찬의 말을 들은 청운이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아가씨한테 존칭을 쓰지 못할까!”

“청운!”

“예, 알겠습니다. 아가씨.”

청운이 입을 다물자 용종찬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이런 식의 만남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물론입니다.”

“호오? 세간에는 내가 죽은 거로 되어 있는데,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구나?”

“후훗.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사로잡혀 있을 때 저는 진실을 꿰뚫어 보지요. 그 차이일 뿐입니다.”

용종찬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그녀의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낄낄! 내 정체를 알고 있다면 내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인지도 알고 있을 텐데…… 그런데도 왜 나를 만나려 하는 거지?”

“그 이유는…….”

잠시 머뭇거리던 여인이 어딘가 이질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같은 먹이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뜻밖의 말에 용종찬의 미간이 좁혀졌다.

“같은 먹이라니. 그 무슨 소리냐?”

“남도 마을을 습격한 청랑단을 멋지게 물리치셨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역시 소문대로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갖추셨군요.”

“흐음. 설마…….”

뭔가 눈치챈 듯 그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너희들도 청랑단을 노렸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들의 목숨은 우리의 것이었지요.”

하지만 용종찬은 그 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남도 마을이 그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었다. 그들이 목표였다면 어째서 공격하지 않은 거지?”

“그곳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유씨 형제가 방심할 때 기습을 하여 암살하려 했지요. 실제로 그 계획이 이루어질 뻔하였으나 어르신이 소동을 일으킨 덕분에 무참히 깨져 버렸고요.”

“효율적?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 죽어 나가는데 그런 생각을 한다니, 그런 냉정한 판단을 보아 너희들은 의뢰를 받아 살인을 저지르는 살수 집단이겠구나?”

여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집단은 절대 아니니 틀에 갇힌 시각으로 보진 마십시오.”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죄 없는 사람이 눈앞에서 다 죽어 나가는 것은 상관 않겠다? 거참 기가 막힌 판단이로군.”

용종찬의 거친 입담에도 여인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반면에 청운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 무슨 망발……!”

청운은 분했지만, 여인의 주의가 있었기에 더 나서지는 못했다.

그와는 반대로 여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는 옅은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좋게 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섬화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날 아는 게 아니었나?”

“후훗. 안타깝게도 본명은 알지 못한답니다. 화산검마가 본명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차가운 표정으로 여인을 보던 용종찬이 낮은 어조로 답했다.

“……미안하지만 내 이름을 밝힐 기분은 아니라서 말이야.”

“아하. 그럼 편하게 어르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부르든지 말든지.”

“어르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청랑단을 몰아내 남도 마을을 구하셨으니 목적을 이루셨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 더는 청랑단을 쫓지 마십시오.”

이에 용종찬이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흥. 허튼소리 하지 말아라. 그 녀석을 쫓건 쫓지 않건 내 마음이다. 왜 내가 너희들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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