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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읽는 막내 공자 132화 (132/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32화>

132화. 신검궁(1)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였다.

이내 그의 몸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갔지?’

율가복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공손무의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휘이잉-!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릴 정도의 미풍.

불길한 느낌에 율가복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헉!”

무엇을 보았는지 율가복은 숨을 급히 들이켰다.

공손무가 부리부리한 안광을 번뜩인 채 등 뒤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율가복은 그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을 휘감은 극심한 고통 때문이었다.

“크윽!”

허벅지와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상처 부위를 감싸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공손무가 쓰러진 그의 목에다 검을 겨누며 말했다.

“의선을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이쯤에서 항복하시지요.”

“내가 진 것인가…….”

고개를 떨군 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율가복이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혼의 재능이라는 건 참으로 대단하오.”

“예, 맞습니다. 전 이 대단한 재능으로 가문을 구하고 무림을 구할 것입니다.”

“북마교로부터 말이오?”

“그렇습니다.”

율가복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알겠소. 나 또한 사내대장부. 어찌 한 번 내뱉은 말을 어길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 주겠소.”

그제야 공손무는 검을 거두었다.

“신검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시지요.”

“그게…….”

율가복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어딘가 조금 난처해 보였다.

“왜 그러십니까?”

“그게 말이오. 사실, 나는 신검궁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오.”

“예?!”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

옆쪽에서 듣고 있던 혈혼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거짓말! 저 노인이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해!

공손무 또한 혈혼의 생각과 같았다.

뭔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혈혼과 달리 학통의 표정은 덤덤했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구나.

그의 말에 공손무가 놀라며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저 노인의 말에서 거짓말은 느껴지지 않아.

‘그럼 처음부터 저를 속였다는 겁니까?’

-신검궁의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그곳을 찾아낼 결정적인 단서를 알고 있다는 것 같은데.

학통의 말이 맞는지는 지금부터 물어보면 될 일.

공손무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율가복에게 물었다.

“저를 속인 겁니까?”

“속이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지, 신검궁의 위치를 알아낼 방도는 알고 있소.”

놀랍게도 학통의 말이 맞았다.

율가복은 신검궁의 정확한 위치는 몰랐지만, 그곳을 찾을 결정적인 단서를 알고 있었다.

“그 방도가 무엇입니까?”

“그건 생각보다 간단하오. 금룡 반지가 신검궁으로 가는 길을 인도해 줄 것이오.”

놀라운 사실에 공손무의 눈이 커졌다.

“금룡 반지요?”

“그렇소. 요녕상방의 신물인데…….”

순간 율가복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이 반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공손무가 품에서 금룡 반지를 꺼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그곳 후계자의 부탁을 들어 주는 조건으로 받은 겁니다.”

“후계자의 부탁? 요녕상방의 소방주를 만났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부탁을 들어 주는 조건으로 신물을 주다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글쎄요. 권력에 눈이 먼 대총관에게 빼앗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아닐까요?”

공손무는 금룡 반지가 어떻게 신검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백부님의 은신처를 왜 요녕상방의 신물이 가르쳐 준단 말입니까?”

“요녕상방의 방주와 공손 대인은 둘도 없는 친우 사이였소. 그것 외에 자세한 속사정은 나도 알지 못하오.”

공손무는 금룡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신검궁의 위치에 대한 단서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작은 반지가 어떻게 신검궁의 위치를 알려 준다는 겁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반지일 뿐이나, 조금만 달리 보면 될 게요.”

“달리 보다니요?”

율가복이 반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금룡 반지에다 내공을 불어넣어 보시오.”

“내공이요?”

“그렇소. 내공을 불어 넣으면 금룡 반지가 신검궁의 위치를 알려 줄 것이오.”

공손무는 반신반의하며 금룡 반지에다 내공을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우웅-!

공기가 떨리는 소리와 함께 금룡 반지가 공손무의 내공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반지에서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화살표 모양이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학통이 고개를 끄덕이며 백우선을 살랑거렸다.

-흐음. 설마 이 반지 안에 이런 비밀이 있었을 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신검궁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군요.’

-그렇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구나.

공손무는 확인차 율가복에게 물었다.

“금룡 반지가 나타내는 방향이 신검궁이 있는 곳입니까?”

“그렇소. 그 방향을 계속 따라가면 신검궁을 찾을 수 있을 것이요. 답이 좀 되었소?”

신검궁을 찾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다.

공손무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알려 주시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날 쓰러트리지 않았소. 내가 생각하기에 그대는 천회의 주인이 될 그릇으로 충분하오. 무사히 신검궁을 찾아 천회를 손에 넣기를 빌겠소.”

말을 끝낸 율가복은 몸을 돌렸다.

“곧바로 떠나시는 겁니까?”

“하늘 따라 구름 따라다니는 게 내 인생. 할 일을 마쳤으니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소?”

“여러모로 가르침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대도 잘 가시오.”

대화가 끝나자 율가복은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자, 그럼 나도 출발해 볼까?”

공손무는 금룡 반지에다 다시 한번 내공을 불어넣었다.

조금 전보다 더 선명한 화살표가 떠올랐다.

‘이 방향을 따라가면 신검궁이 나올 것이다.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선산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닐 것이야.’

공손무는 미소를 지으며 길을 떠났다.

* * *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벌써 길을 떠난 지 보름이 되었구나. 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건지.”

길을 떠난 지 어느덧 보름.

오랫동안 걸었건만, 여전히 금룡 반지는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도 멀었다니.’

천회와 나눈 검의 맹세의 기운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는 상황.

이제 공손무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신검궁에 도착하기 전에 죽을 수는 없어.’

공손무는 더욱 속도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먹을 게 다 떨어졌구나. 마침 저기 객잔도 있으니 들려서 먹을 걸 사야겠다.’

그는 객잔에서 마른 육포와 물을 사기로 했다.

삼포 객잔.

공손무가 들어가기로 한 객잔의 이름이다.

객잔 안에는 많은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술잔을 내려놓더니 안주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자네 그거 아는가? 요녕상방의 대총관이 사람 하나를 잡겠다고 난리라더군.”

“아니, 대체 누가 요녕상방의 코털을 건드렸다는 말인가?”

“듣자 하니, 그자가 요녕상방의 신물을 훔쳤다고 해.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지.”

“그런데 그 신물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수염을 길게 기른 사내의 말에 중년인이 술을 마시려다 멈칫하며 답했다.

“무슨 반지라고 하던데, 아! 그래, 금룡 반지.”

“금룡 반지?”

“아, 그렇다니까. 그놈이 금룡 반지를 훔쳐서 달아났다고 했어. 그 녀석을 잡고 그 반지까지 가져다주는 자에게 거액을 줄 거라고 하더군.”

이때 옆쪽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중년인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내 오다가 이걸 보았는데. 자네들도 한 번 보게.”

품에서 꺼낸 건 누군가의 얼굴을 그린 용모파기였다.

“오다가 놈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 전단을 발견했네. 이렇게 생겼다나 봐.”

용모파기를 본 중년인들은 저마다 놀라워했다.

“아니, 요녕상방의 신물을 가져간 녀석이 이렇게 어린놈이라고?”

“그러게나 말일세. 참으로 어이가 없군.”

“그만큼 실력이 출중하다는 말 아니겠나?”

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손을 풀며 말했다.

“이런 놈이라면 내가 찾아서 잡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듣자 하니 이미 의뢰를 받은 살왕의 제자를 죽였다고 하네. 엄청난 실력자인 게 분명해. 그 녀석을 잡기 전에 자네 목이 먼저 달아날걸?”

하지만 친구의 만류에도 중년인은 콧방귀를 꼈다.

“흥! 소문이란 원래 과장되기 마련일세. 이렇게 어린놈이 살왕의 제자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때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객잔 문이 열렸다.

원래라면 객잔이 문이 열려도 손님들은 자기들끼리 술을 먹기 바쁠 테였다.

그런데 문 사이로 누군가가 들어오자 손님 중 한 사람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라?’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용모파기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림과 똑같이 생겼다.

그는 옆 사람에게 물었다.

“이보게. 저 사람 이 용모파기와 닮지 않았나?”

“에이. 그럴 리가. 잘못 본 거겠지.”

“자세히 좀 봐봐. 진짜 닮았다니까?”

친구의 말에 중년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객잔 안으로 들어온 사내를 보았다.

‘어? 정말 닮았네? 아니, 똑같잖아?’

객잔 안으로 들어온 사내, 그는 다름 아닌 공손무였다.

“야, 저기 좀 봐봐. 수배 전단의 그림이랑 똑같은 놈이 왔어.”

요녕상방의 목표물과 똑 닮았다는 말은 순식간에 객잔 전체로 퍼졌다.

일순간 객잔 안이 조용해지고 모두의 시선이 공손무에게로 집중되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공손무는 본능적으로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요녕 상방이 벌써 날 잡으려고 현상금을 건 모양이군. 참 빠르기도 하지.’

그는 서둘러 먹을 것을 사서 객잔을 떠나려고 했다.

“말린 육포와 물을 주시오.”

“아, 예. 알겠습니다.”

점소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말린 육포와 물을 가져왔다.

“돈은 여기 있소. 거스름돈은 주지 않아도 되오.”

“감사합니다.”

말을 끝낸 공손무는 그대로 몸을 돌려 객잔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잠깐!”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객잔의 손님들이 공손무의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공손무의 물음에 험상궂게 생긴 중년인이 용모파기를 내밀었다.

“여기에 그려진 사람, 너 맞지?”

용모파기에 그려진 인물, 누가 봐도 공손무였다.

하지만 공손무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나라고? 이렇게 못생긴 게?”

“시치미 떼지 말아라! 요녕 상방의 신물인 금룡 반지를 훔친 게 바로 너지?”

“훔쳤다고? 누가 그렇게 말하던가? 나는 금룡 반지를 훔친 게 아니야. 정당하게 받은 보상이라고.”

공손무의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방금 그 말은, 요녕 상방의 금룡 반지를 훔쳤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냐?”

“아, 글쎄. 훔친 게 아니라니까?”

순간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단 한 가지가 담겨 있었다.

눈앞에 있는 거액의 먹잇감을 잡자는 것.

그들의 생각을 읽은 공손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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