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30화 (130/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30화>

130화. 낙향의선(3)

빛처럼 빠른 움직임.

놀라운 경공에 의선의 눈이 커졌다.

‘내 술법을 피했어? 내 눈으로도 따라갈 수가 없어. 참으로 놀라운 신법이로다.’

의선이 주춤하는 사이 공손무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초식을 전개했다.

그가 검을 허공 높이 치켜들었다.

‘일검철퇴(一劍鐵槌).’

쿠르릉-!

그러자 공기가 진동을 일으키더니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이건?’

심상치 않은 기운에 의선이 어두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지가 충만해지다 못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이 기운. 설마 저 녀석이 뿜어내는 것인가?’

이때 내공을 끌어 올리던 공손무가 이빨을 꽉 깨물며 검을 수직으로 그었다.

콰지지직-!

새하얀 벼락이 하늘에서 번쩍거리며 지면으로 내리쳤다.

거대한 기운을 느낀 의선은 재빨리 쥘부채를 펼치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쐐애애액-!

곧 날카로운 돌풍이 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건?’

무엇을 느꼈는지 공손무의 눈이 커졌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어?’

놀랍게도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의선 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게다가 평범한 바람이 아니었다.

마치 바람이 한 곳으로 응집된달까.

옆에 있던 학통이 백우선을 살랑거리며 말했다.

-풍술사는 바람을 모아 공격의 위력을 더한다. 녀석에게 더 시간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예, 어르신.’

공손무가 뿌린 뇌전과 의선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콰가가강-!

귀를 에는 듯한 굉음과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내 초식을 막았어?’

놀랍게도 형세는 백중지세.

구천멸풍검법의 초식에도 의선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는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크윽! 내가 밀린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놀랍게도 의선이 만들어 낸 바람의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더니 이내 주변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학통이 눈살을 찌푸리며 공손무에게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네가 위험하다. 어서 뒤로 물러나야 해!

공손무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가 물러나자마자 소용돌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주변에 있는 모든 지형지물을 부수었다.

지면과 낡은 모옥이 부서지고 나무들과 바위들이 두부처럼 뭉개졌다.

뿌연 먼지가 주변을 뒤덮고 나서야 소용돌이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풍술사의 힘!’

놀라운 위력에 공손무는 혀를 내둘렀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다.’

그는 자기 몸을 살펴보았다.

취룡보를 사용하여 큰 부상은 없었지만, 상의가 찢어졌고 몸 곳곳에 자질구레한 상처가 생긴 게 보였다.

‘일검철퇴를 막은 것도 놀라운데, 게다가 이런 강력한 반격까지 한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의원이 되어 유유자적하지 않았다면 능히 천하에 이름을 날렸을 실력이다. 하지만……!’

대단한 실력임에도 공손무는 멈출 수 없었다.

천회가 없으면 자신은 죽은 목숨.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눈앞에 있는 난관을 헤쳐 나가야 했다.

자신은 낙향의선을 이겨야 했으니까.

“이 정도로는 천회를 넘겨줄 수 없소.”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연기를 뚫고 나오는 율가복.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를 발견한 공손무는 땅을 박차고 앞으로 돌진했다.

이내 안광을 번뜩이며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일검백도(一劍白道).’

검을 세운 듯 하늘로 쭉 뻗은 백색의 검기가 지면을 가르며 나아갔다.

백색의 검기들이 몸을 찢어발길 기세로 율가복을 향해 날아갔다.

땅을 진동시킬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지만, 율가복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훗. 그런 공격으로는 날 잡을 수 없을 것이오.”

그가 쥘부채를 휘젓자 잔잔한 미풍이 불었다.

미풍은 곧 돌풍이 되었고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소용돌이가 되었다.

조금 전과 같은 소용돌이 같으면서도 뭔가가 달랐다.

아니, 자세히 보니 아주 달랐다.

‘저건?’

무엇을 본 것인지 공손무의 눈이 커졌다.

‘내 공력을 흡수하고 있어?’

백색의 검기들이 소용돌이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놀랍게도 소용돌이는 공손무의 공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허허. 이거 실망이구려.”

일검백도를 순식간에 파훼한 율가복이 쥘부채를 접더니 그대로 수직으로 내리쳤다.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바람의 칼날들이 허공을 가르며 앞으로 날아갔다.

지켜보던 학통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조심해라! 저 칼날에 맞으면 팔다리가 잘리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검풍룡(一劍風龍).’

공손무가 안광을 터뜨리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주변을 휩쓸더니 이내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구천멸풍검법의 방어초식이었다.

콰르릉-!

바람의 칼날들이 소용돌이를 때리자 굉음이 울려 퍼졌다.

눈부신 불똥들이 튀었지만, 소용돌이는 공격을 버텨 냈다.

바람의 칼날이 통하지 않자 율가복이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다.

공손무와 율가복이 거리를 둔 채 서로를 노려보았다.

지켜보던 학통이 백우선을 살랑거리며 공손무에게 말했다.

-이대로는 시간만 끌 뿐,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다.

‘예, 더 강한 초식을 사용하겠습니다.’

율가복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 했건만.

그는 공손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고수였다.

하위 초식만으로는 도저히 그를 무릎 꿇릴 수 없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공손무가 검을 고쳐 잡으며 수직으로 세웠다.

그러고는 나머지 한 손으로 칼날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구천백우(九天白雨).’

쏴아아아.

그러자 칼날이 눈부신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날 전체가 새하얗게 물들더니 새하얀 뇌전을 튀겼다.

콰지지직-!

공손무가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진하고 강렬한 기운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더니 새하얀 뇌전의 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짙은 먹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호오. 이건……?’

온몸을 옥죄는 불길한 느낌이 들자 율가복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런데 그 순간.

꾸르르릉-!

“크윽!”

귀를 찌르는 듯한 벽력음과 함께 하늘 위에서부터 거대한 압력이 지면을 강타했다.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자 율가복의 몸이 흔들렸다.

‘대단한 공력이로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구나!’

그가 이빨을 꽉 깨물며 쥘부채를 휘둘렀다.

꾸르릉-!

그러자 율가복을 중심으로 거대한 공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돌풍과 함께 공력이 지면을 뒤흔들었다.

“이 정도로는 나를 무릎 꿇릴 수 없소!”

그의 일갈이 터짐과 동시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주변을 휩쓸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맞부딪치면서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와중, 힘이 균형이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쪽은 놀랍게도 율가복이었다.

공손무의 구천백우가 율가복의 풍술을 산산이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승기를 잡자 공손무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승기를 잡았다!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율가복도 나를 인정하겠지!’

구천백우가 율가복이 일으킨 거대한 소용돌이를 파괴했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검기가 율가복의 쥘부채를 파괴해 버렸다.

풍술사에게 부채가 사라졌으니, 공손무는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승부는 끝났습니다. 저에게 신검궁의 위치를 알려 주십시오.”

“어허허헛!”

한차례 파안대소를 터뜨린 율가복이 이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검혼의 재능을 가졌다더니 과연 대단한 검술이오.”

“어서 신검궁의 위치를 알려 주십시오. 저는 천회가 필요합니다.”

“미안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소.”

“어째서입니까?”

율가복이 부서진 쥘부채를 버리더니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더는 풍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지금부터는 검으로 상대해 주겠소. 검을 든 나까지 이긴다면 그때는 정말 신검궁의 위치를 알려 주리다.”

“이대로 가면 정말 크게 다칠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저와 검을 섞으시겠습니까?”

“허허.”

율가복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검에다 내력을 불어넣었다.

끼리릭-!

귀를 따갑게 하는 파공음이 울려 퍼지더니 날카로운 검기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쿠웅!

이윽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위에 있던 나무들이 수십 갈래로 쪼개지며 쓰러졌다.

‘말도 안 돼!’

엄청난 쾌검에 공손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엄청난 쾌검이다. 만약 율가복이 조금 전 나무가 아닌 내 몸을 노렸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구나.’

옆에 있던 학통이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한 쾌검이구나.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저 쾌검에 목이 달아날 것이다. 조심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이때 율가복이 자세를 다잡으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쾌검이오. 상대할 수 있겠소?”

“대단한 검법입니다만, 저는 공손세가의 막내아들이자 검혼의 재능을 가진 사람입니다. 절 얕보지 마십시오.”

“허헛. 그것이 허세가 아니었으면 좋겠소.”

율가복이 웃으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키더니 그대로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후우웅-!

매서운 칼날이 바람 소리를 내며 공손무의 머리를 노렸다.

‘온다!’

그것을 본 공손무가 내공을 끌어 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쩌어엉-!

귀를 찌르는 굉음과 함께 강력한 검압이 쏟아져 내렸다.

‘크윽! 엄청난 힘이로구나! 저 나이에 이 정도의 완력을 가질 수 있다니!’

얼마나 완력이 강한지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크윽! 버텨야 한다!’

휘이익-!

이때 율가복이 손에 힘을 살짝 뺐다.

갑자기 힘을 빼자 공손무의 몸이 한차례 휘청거렸다.

‘빈틈!’

빈틈을 포착한 율가복이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엄청난 쾌검.

말문이 막힐 정도로 빠른 연속 공격에 공손무는 이빨을 깨물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쩌어엉-!

굉음이 울리고 검이 부딪치는 파열음이 들렸다.

연격은 막아 냈지만, 공손무는 두 팔이 찌릿해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허허. 이 공격을 막다니. 그럼 어디 이것도 한번 막아 보시구려.”

율가복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찔러 넣었다.

옆에 있던 학통이 다급히 소리쳤다.

-조심해라! 평범한 찌르기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율가복의 찌르기는 보통의 것과 달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번의 찌르기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열댓 번의 찌르기가 동시에 행해지고 있었다.

쐐애애액-!

공손무는 재빨리 취룡보를 사용하여 찌르기를 피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공손무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의 움직임을 본 율가복의 눈빛이 깊어졌다.

‘호오. 저 움직임은 대체 뭐란 말인가. 마치 술에 취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움직임. 참으로 대단하구나.’

하지만 감탄도 잠시, 그의 눈빛이 일순간 사나워졌다.

“피하기만 해서는 날 이길 수 없소!”

율가복은 공손무의 앞으로 이동하였다.

내공을 운용하자 서늘한 기운이 칼날을 휘감았다.

‘빙검?’

검이 내뿜는 기운은 북해빙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갑고 매서웠다.

냉기에 휩싸인 검이 공손무의 옆구리를 노렸다.

하지만.

‘호오. 이번에도 피한 것인가.’

그야말로 간발의 차.

공손무는 잔상을 남기며 뒤쪽으로 몸을 날린 상태였다.

‘역시 검혼의 재능을 가진 자는 다르구만. 이 정도의 쾌검으로는 이길 수가 없겠어.’

율가복은 승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슬슬 마지막 힘을 짜내기 시작했다.

반대쪽에 있는 공손무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그 기술을 사용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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