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23화 (123/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23화>

123화. 금룡 반지(4)

“크아악!”

양손을 잃은 살수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순식간에 동료의 양 손목이 모두 잘리자 주변에 있던 살수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대주님, 막내가 당했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 어서 머리나 숙여!”

“예?”

적살대 대주의 말에 살수 한 명이 고개를 돌렸다.

쉬이익-!

바람의 파공성과 함께 뭔가가 날아오더니 살수의 머리를 두 쪽으로 쪼개 버렸다.

공손무가 날린 검기에 당한 것이다.

“이런 젠장! 모두 흩어져서 방어하라!”

“존명!”

부하들에게 흩어지라는 명령을 내리자마자 공손무의 공격이 퍼부어졌다.

매서운 예기를 품은 칼날이 돌풍을 일으키며 허공을 갈랐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잔상을 남겼고, 이내 서른두 개의 검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분영삼십이검(分影三十二劍) 오의(奧義) 분영난무(分影亂舞).’

하늘에서 잔상으로 만들어진 검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분영삼십이검의 마지막 초식인 분영난무였다.

“치잇!”

대주가 양손에 잔뜩 내력을 불어넣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양손을 앞으로 뻗어 장력을 뿜어냈다.

콰가가강-!

분영난무가 장력과 부딪치며 귀를 찌르는 굉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뿌연 연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크윽!”

분영난무는 막아 냈지만, 살수는 충격으로 온몸이 저릿했다.

뒤로 밀려난 그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으려고 했다.

“어딜!”

하지만 그 순간, 공손무가 연기를 뚫고 나타나 검을 뽑으려는 살수의 손을 걷어찼다.

그러고는 허공으로 날아 검으로 살수의 머리를 노렸다.

“웃기지 말아라! 그 정도에 내가 당할 것 같으냐!”

살수는 곧바로 검을 뽑아 쾌검의 초식을 사용하여 공손무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 모습을 본 학통이 옆에서 백우선을 살랑거리며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없겠구나. 천라지망은 요소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저들의 증원이 올 것이야. 그럼 정말 끝장이니라.

‘예, 저도 여기서 더 시간을 끌 생각은 없습니다.’

공손무는 검을 고쳐 잡으며 안광을 번뜩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집대성을 개방했다.

“이것으로 너는 끝이다.”

공손무의 말에 살수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허장성세도 그 정도면 병이니라. 네 녀석은 절대 천라지망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과연 그럴까? 두 눈 뜨고 똑똑히 보아라. 이것이 바로 갑 등급 검의 힘이다.”

우웅-!

검이 진동하고 땅이 울렸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다.

‘검능(劍能) 만형검기(萬形劍氣).’

공손무가 내공을 끌어 올리자 검의 칼날을 휘감고 있던 검기의 모양이 변했다.

크고 작은 나뭇가지를 뻗은 나무줄기의 모양이었다.

하지만 괴상한 검기에도 살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형 검기라 눈에 보이지 않으니 놀라지 않는 게 당연했다.

“어디 이것도 한번 피해 보시지!”

공손무가 무형 검기를 두른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매서운 공격이었지만, 살수는 보법을 이용하여 검격을 한 끗 차이로 피해 냈다.

“훗. 고작 이 정도로 이름 높은 적살대의 대주인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느냐!”

조소를 날린 살수는 곧바로 반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쉬이익-!

날카로운 바람의 파공성과 함께 뭔가가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이상한 느낌에 살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 아니?’

순간 무엇을 보았는지 살수의 눈이 커졌다.

‘상처가 났어?’

분명히 검격을 피했건만, 무슨 일인지 어깻죽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칼날에 베인 상처였다.

‘검을 피했었다. 그런데 왜 상처가 난 것인가?’

고민할 틈도 없이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또 상처가 생겼다고?’

이번에도 검격을 피했는데, 몸에 또 검에 베인 상처가 생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놈이 무슨 술수라도 부린 것인가?’

당황한 대주의 표정을 본 공손무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절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이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검기이니까.

위기를 느낀 적살대의 대주는 남아 있는 부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명령했다.

“젠장! 모두 뭣을 하느냐! 어서 저놈을 잡아라!”

“존명!”

남아 있던 살수들 전원이 공중에서 공손무를 덮쳤다.

위기의 순간, 공손무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들.”

공손무는 무형 검기를 두른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콰지지직-!

굉음과 함께 달려들던 살수들이 일제히 피를 흩뿌리며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뭣?!”

적살대 대주는 분명히 보았다.

칼날도 검기도 닿지 않았는데, 자신의 부하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을.

순식간에 남은 부하들의 절반이 죽어 버렸다.

‘뭔가 이상하다! 놈이 무슨 술수를 부리는 게 분명해!’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저 검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이때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이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머리를 굴려 봤자 이미 늦었다.’

공손무가 검을 고쳐 잡으며 수직으로 세웠다.

그러고는 나머지 한 손으로 칼날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구천백우(九天白雨).’

쏴아아아.

그러자 칼날이 눈부신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날 전체가 새하얗게 물들더니 새하얀 뇌전을 튀겼다.

“크윽!”

구천백우는 구천멸풍검법의 중위 초식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초식.

속학을 가진 공손무에게도 버거운 것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완벽히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콰지지직-!

공손무가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진하고 강렬한 기운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더니 새하얀 뇌전의 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짙은 먹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온몸을 옥죄는 불길한 느낌에 적살대의 대주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런데 그 순간.

꾸르르릉-!

“크아악!”

귀를 찌르는 듯한 벽력음과 함께 하늘 위에서부터 거대한 압력이 지면을 강타했다.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자 대주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하늘에서 밀려 내려오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릎까지 꿇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공손무가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너희들이 보인 재주는 잘 봤다. 천라지망이 대단하다는 건 인정해 주지. 하지만 말이야.”

공손무가 안광을 번뜩이며 살수의 눈을 직시하였다.

“아무리 천라지망이 대단하다고 해도 내가 가진 검혼의 재능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너희들과 나 사이에는 평생을 공들여도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으니까.”

“네 이놈……!”

꾸르르릉-!

이때,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벽력음과 함께 먹구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붉은빛이 반짝였다.

초식이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하앗!”

공손무가 기합을 내지르자 하늘 위에서 뾰족한 무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의 칼날처럼 생긴 검기였다.

칼날들이 소나기처럼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졌다.

“크아악!”

사방에서 쏟아져 내리는 칼날에 살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살수들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후우…….”

공손무는 다소 지친 기색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놈들은 다 죽었겠지?’

그는 내공을 갈무리한 후 주변을 돌아보았다.

살수들은 모두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마침내 천라지망의 한쪽을 뚫은 것이다.

공손무는 곧바로 전음을 보냈다.

‘척 대주, 지금일세!’

‘예! 공자님!’

천라지망의 한축이 무너진 지금이 도망칠 절호의 기회였다.

언제 무너진 곳이 복구될지 모르니, 공손무와 척유불은 전력을 다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녀석들을 쫓아라!”

“저쪽으로 도망쳤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에서 살수들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천라지망을 뚫고 나간 것을 알아채고, 곧바로 추격대가 따라붙은 것이다.

하지만 천라지망 속이라면 모를까, 밖에서는 공손무와 척유불의 경공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한 차례 추격대를 따돌린 공손무는 근처 연못가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공자님, 아무래도 여기서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척유불의 말에 공손무가 조금 놀라며 물었다.

“여기서 말인가?”

“예, 이대로 가다가는 저희 둘 다 잡힐 겁니다. 놈들의 추격을 한 차례 따돌린 이때, 찢어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놈들을 유인할 테니 공자님은 이 길로 곧장 선산으로 가십시오.”

“정말 혼자서 괜찮겠는가?”

“저도 공손세가의 사람이며 초절정의 고수입니다. 저딴 살수들에게 당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잠시 고민하던 공손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척유불은 약하지 않고, 자신은 시간이 없었으니까.

“알겠네. 그럼 적왕찬을 데리고 어서 떠나시게.”

“예, 알겠습니다.”

점혈을 당해 움직이지 못한 적왕찬과 함께 척유불은 길을 나섰다.

“북마교 첩자와 관련된 일은 제가 알아서 다 해결할 테니, 공자님은 선산의 일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정말 고맙네. 본가에서 보지.”

“예, 그럼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공손무도 서둘러 길을 떠났다.

척유불이 추격대를 유인한 덕분에 그는 큰 어려움 없이 선산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도착인가.’

열흘 밤낮을 쉼 없이 달린 결과.

마침내 공손무는 공손세사의 선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들이 보이는구나.’

선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크고 작은 전각들이 세워져 있었다.

대 공손세가의 선산이니 아무나 올라갈 수 없을 터.

무사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버지의 암묵적인 허락을 받았을 뿐, 공식적으로 나는 이곳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다. 저들의 눈을 피해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데 이때 옆에서 지켜보던 학통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뭔가 이상하구나.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상하다니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옆에 있던 혈혼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할배 말이 맞아. 공손세가의 선산 정도면 경계가 삼엄해야 하는데,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고.

그들의 말에 공손무는 두 눈을 감으며 기감을 펼쳤다.

‘어라, 정말이네?’

검들의 말대로 선산의 입구에서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학통이 눈을 가늘게 뜨며 백우선을 살랑거렸다.

-어떻게 할 것이냐?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좀 수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학통이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확실히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 알겠다, 가서 확인해 보자꾸나.

‘예, 어르신.’

공손무는 조심스럽게 선산의 입구를 향해 이동했다.

이동 중간중간에도 눈과 기감으로 살폈지만, 사람의 그림자는커녕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선산의 입구에 도착했다.

‘정말 조용하구나.’

선산의 입구는 고요한 적막감만 감돌았다.

‘아무도 없는 건가?’

전각들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사람은 없었다.

‘으음?’

그런데 잠시 후.

‘이 기운은 뭐지?’

기감의 끝자락에서 이상한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학통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날카로운 안광을 번뜩였다.

‘어르신.’

-그래, 나도 느껴진다. 뭔가가 있구나. 아주 사악한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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