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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읽는 막내 공자 110화 (110/200)

<검을 읽는 막내 공자 110화>

110화. 남궁태산의 검능(5)

“반발작용? 흥! 이 정도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아앗!”

쿠구구구-!

지면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기운이 주변을 휘감았다.

‘마기? 아직도 이 정도의 마기가 남아 있었단 말인가?’

악목천이 피를 흘리며 마기를 발산하자, 공손무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공중에서 제비돌기를 한 후 지면에 착지한 공손무가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정말이지 괴물 같은 놈이군. 그렇게 타격을 입혔는데도 아직까지 움직일 수 있다니.’

이때 남궁태산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뭐야. 설마 벌써 지친 거냐?”

“그럴 리가.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다. 상대는 북마교의 주교. 지금까지는 우리가 승기를 잡고 있었지만, 조금만 실수를 해도 승부는 뒤집힐 테니까.”

이때 악목천이 마기를 끌어 올리며 손을 오므렸다.

나무뿌리가 지면에서 자라더니 허공에서 뭉치며 공 모양이 되었다.

나무뿌리로 만든 두 개의 공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놈들이 마음대로 위치를 바꾸지 못하게 해야겠어.’

나무 공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더니 그대로 회전하며 공손무에게 날아갔다.

나머지 하나는 남궁태산에게 날아갔다.

“어림없지!”

공손무가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나무뿌리 공을 베었다.

남궁태산 또한 검으로 날아오는 나무뿌리 공을 파괴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나무뿌리가 자라나며 허공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나무뿌리 공이 공손무와 남궁태산을 감쌌다.

“죽어라!”

악목천이 주먹을 꽉 쥐자 나무뿌리로 만든 공들이 일제히 날아갔다.

그 장면을 본 공손무와 남궁태산이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이윽고 남궁태산이 내공을 끌어 올리며 제왕검의 상위 초식을 전개했다.

공손무 또한 내공을 끌어 올리며 자세를 다잡았다.

‘일검광류(一劍光流).’

안광을 번뜩이며 검을 내지르자 공기가 진동하고 땅이 울렸다.

반대쪽에 있던 악목천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 몸에 떨릴 정도라니. 저 녀석, 대체 정체가 뭐란 말인가?’

이윽고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공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칼날이 거센 물결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가강-!

제왕검과 일검광류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귀를 찌르는 폭음과 함께 먼지 기둥이 피어올랐다.

나무뿌리로 만들어진 공은 모두 파괴했지만, 악목천은 여전히 마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하아앗!”

남궁태산이 검능을 사용하여 자신과 악목천의 위치를 바꾸었다.

‘피했어?’

기다렸다는 듯 공손무가 검을 찔러 넣었는데, 놀랍게도 악목천은 그 공격을 피해 버렸다.

당하기만 하던 그가 남궁태산의 검능에 적응을 시작한 것이다.

“네 녀석의 검능은 더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

지면에서 거대한 나무뿌리가 튀어나와 남궁태산을 위협했다.

그와 동시에 악목천은 코앞에 있는 공손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공손무는 취룡보로 주먹을 흘려보낸 뒤에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악목천은 권격을 맞고 튕겨 나갔지만, 미소를 지으며 마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온몸에 흐르는 이 전능감. 싸움이라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거였구나. 이 맛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강해질 수도 있었을 것을.’

쿠구구구-!

거대한 마기가 발산되자 지면이 울리며 땅속에서 뭔가가 솟아올랐다.

한 송이 꽃봉오리.

문제는 그 크기가 집채만 하다는 것이었다.

“내 마지막 비기를 보여 주지.”

악목천이 손뼉을 치자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그 속에는 숙주를 기다리고 있는 수백 송이의 식인 꽃들이 있었다.

악목천이 당황한 공손무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제아무리 너희들이라도 이 숫자를 모두 피할 수는 없겠지. 가라! 나의 아이들아!”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수백 송이의 식인 꽃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저마다 강대한 마기를 발산하고 있어 검으로 베기도 쉽지 않은 상황.

취룡보로도 이것을 다 피할 수는 없으니, 말 그대로 사면초가였다.

“죽어라!”

악목천이 앞으로 손을 뻗자 수백 개의 식인 꽃들이 공손무와 남궁태산을 향해 날아갔다.

“칫. 어쩔 수 없군.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으니.”

불길한 기분에 공손무가 고개를 돌려 남궁태산을 보았다.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뭘 하기는, 너라도 살리려는 거지. 한 가지 약속만 해라. 내가 없어도 혼자서 저 녀석을 꼭 죽이겠다고.”

“뭐?”

“믿고 맡기겠다.”

남궁태산이 내공을 끌어 올리며 검능을 사용했다.

그러자 공손무와 악목천의 위치가 바뀌었다.

자신 대신 공손무를 살린 것이다.

“남궁태산!”

퍼버버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식인꽃들이 온몸에 박히고, 남궁태산은 피를 뿌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크하하핫! 이것 참 눈물겨운 전우애구만. 자신 대신 너를 살릴 줄이야. 참으로 바보 같은 놈이야.”

악목천이 고개를 돌려 공손무를 보았다.

“남궁태산이 죽었다. 널 구해 주러 올 사람은 없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무릎을 꿇고 내게 항복해라.”

“닥쳐라! 더러운 마교도에게 내가 항복할 것 같으냐!”

“그럼 어쩔 수 없지. 네 녀석의 머리에다 뿌리를 박아 넣어 강제로 지배하는 수밖에.”

악목천이 다시 마기를 끌어 올리려 하자 공손무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걸 사용해야겠구나. 녀석을 이기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

공손무는 구천멸풍검법 중위 초식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완벽하게 익히지 못하여 불안한 점이 있었지만, 주교를 이기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콰지지직!

내공을 운용하자 붉은 뇌전이 전신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집중해야 한다. 거대한 기운에 정신을 잃어서는 안 돼.’

이윽고 온몸을 뒤덮었던 뇌전들이 한곳으로 모이더니 팔을 타고 손을 지나서 검에 이르렀다.

우우웅-!

응집된 뇌전이 전해지자 검에서 눈부신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격하게 진동했다.

‘조금만 더!’

엄청난 양의 뇌전을 흡수하자, 검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길이가 점점 늘어나더니 이내 검이 아닌 창 모양이 되었다.

‘거의 다 됐다!’

뇌전으로 만든 창을 든 공손무의 모습이 마치 신처럼 위대해 보였다.

“흐아아아!”

그사이 악목천은 마기를 발산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거대한 꽃봉오리가 다시 지면에서 솟아 나왔다.

마기가 커질수록 꽃봉우리의 크기가 커졌다.

공손무가 달라진 모습으로 벼락창을 만들고 있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기운을 모으는 데만 집중했다.

거대한 꽃봉오리가 완성되자 악목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크하하핫! 드디어 끝났다! 이것이 완성된 이상, 네놈이 무엇을 하든 이 승부의 승자는 내가 될 것이다!”

그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쩌어엉-!

귀청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매서운 기운이 그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강대한 마기를 품은 식인꽃들이 튀어 나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걸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기술.

그 앞에서 공손무가 홀로 벼락창을 든 채 서 있었다.

“후우…….”

잠시 호흡을 고르던 그가 이내 이빨을 꽉 깨물더니 들고 있던 벼락창을 앞으로 힘껏 던졌다.

‘구천멸풍검법(九天滅風劍法) 제팔식 구천신뢰(九天神雷).’

바람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벼락창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콰아앙-!

식인꽃들과 파천신뢰가 허공에서 부딪치자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울림이 일어났다.

눈부실 정도로 불똥이 튀며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크윽! 나는 북마교의 주교다! 주교인 내가 저딴 놈에게 질 리가 없어!’

악목천은 입술을 깨물며 선천진기를 끌어 올렸다.

이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것을 담아 배수진을 친 것이다.

형세는 백중지세.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내가 밀리는 거지?!”

놀랍게도 악목천의 기운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가 이빨을 깨물며 마기를 모두 쏟아부었지만, 한 번 기울어진 균형은 다시 복구되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다니!”

촤아악-!

벼락창이 식인꽃들을 모두 태워 버리더니 이내 중앙에 있는 악목천의 가슴팍에 꽂혔다.

“커헉!”

벼락창에 심장에 꿰뚫린 그는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공손무가 북마교의 주교를 쓰러트린 것이다.

“후우. 드디어 끝났구나.”

악목천이 죽은 것을 확인한 공손무는 곧바로 남궁태산에게 달려갔다.

온몸이 식인화로 덮여 있었지만, 악목천이 죽어서 그런지 식인화들은 모두 시들어 있는 상태였다.

공손무는 한쪽 무릎을 꿇고 남궁태산의 상태를 살폈다.

‘숨을 쉬고 있어?’

놀랍게도 남궁태산은 아직 죽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죽지 않았어. 그럼 희망이 있는 거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학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집대성으로 수집한 금강흑갑을 사용한다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장담은 못 하겠지만.

‘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공손무는 두 눈을 감으며 집중하였다.

우웅-!

집대성을 개방하자 검에서 무지개색의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이후 집대성으로 수집한 금강흑갑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칼날이 검게 물들더니 이내 한 줄기 물이 되어 남궁태산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맥박이 안정되고 있어!’

금강흑갑으로 외상과 내상을 치료한 결과, 남궁태산의 맥박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오라버니!”

이때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손무가 고개를 돌리나 남궁설류가 뛰어 오고 있는 게 보였다.

“꺄아악! 오라버니!”

남궁태산의 상태를 본 남궁설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손무가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진정하시오.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까.”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나를 살리고자 자신을 희생한 것이오.”

그 말에 남궁설류의 눈이 커졌다.

“그, 그런……! 그러고 보니 북마교의 주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공손무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가슴팍 정중앙이 까맣게 타 버린 채 뚫려 있는 악목천의 모습이 보였다.

“두 분이 북마교의 주교를 죽였다는 겁니까?”

“그렇소. 이 친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오.”

남궁설류가 남궁태산 옆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직 살아 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것이오. 그것보다, 다른 곳은 좀 어떻소?”

“공손세가의 가주님과 제 아버지는 북마교의 주교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남궁세가의 지부를 습격한 주교는 두 명.

공손무와 남궁태산이 힘을 합쳐 주교를 쓰러트린 것처럼, 공손호와 남궁헌앙이 힘을 합쳐 주교를 쓰러트린 것이다.

“남궁태산을 맡기겠소. 나는 아버지를 봬야 할 듯하오.”

“네. 그렇게 하세요.”

공손무는 남궁설류의 알려 준 대로 공손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저긴가?’

수 개의 전각이 반파된 곳.

거대한 구멍 중앙에 공손호가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북마교의 주교로 보이는 흑의인이 피를 흘린 채 누워 있었다.

“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공손무가 다가가 말을 걸자 굳게 닫혀 있던 공손호의 눈이 번쩍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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