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결전이 시작되다
휙.
역위천은 불사검을 앞으로 겨누었다.
“뭐라고 하는 거냐? 무시하지 말라고? 미친놈. 내가 누구인지 잊고 있군. 중원의 용병왕이자 호천의 전인이거늘.”
역위천은 어이없다는 듯 말을 내뱉고는 동시에 불사검을 펼쳤다.
파아앗!
불사검에서 뻗어 나온 검강이 소종열의 가슴으로 쏟아졌다.
그의 공격은 빠르고 강했다.
“우우욱.”
소종열은 전 내력을 끌어 올리며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했다.
부우우웅-
그러고는 양손으로 장혈장도를 잡은 뒤 돌리기 시작했다.
원형의 기가 점점 커지면서 불사검의 검강을 막아섰다.
콰콰콰콰아아아앙!
불사검의 검강과 부딪힌 장혈장도의 힘.
시간이 지나면서 내력의 차이가 커지자 소종열은 뒤로 밀려났다.
불사무혼에 대한 무수한 소문.
그가 왜 불사라고 불릴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좀 더 강하게 부딪칠 수 없느냐?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겠지?”
역위천의 목소리가 울렸다.
소종열은 이를 악물었다.
우우우웅-
장혈장도에서 붉은빛이 퍼져 나왔다.
“하하하! 이번에는 조금 낫군. 기대를 해 보겠다.”
“차아아아앗-!”
장도무창법의 최후초식.
천녹홍광무(千盝弘光武)가 펼쳐졌다.
전 내력을 끌어 올린 소종열의 마지막 한 수.
쏴아아아아-
장혈장도에서 뻗어 나온 수십 개의 홍광들이 날아올랐다.
휘릭!
역위천은 불사검을 수평으로 세웠다.
불사일천단무결(不死一天斷武結).
수평으로 세운 불사검에서 투명한 기가 아른하게 올라왔다.
“불사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삶과 검의 원천이다.”
파아아아앗!
수십 개의 홍광이 불사검의 검신 위에 또렷하게 보였다.
“불사영원 불사무혼.”
촤르르르르르-
수평으로 놓여 있던 불사검에서 백색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이어진 굉음이 두 사람의 신형으로 퍼져 나갔다.
콰아아아아앙!!
‘우욱.’
뒤로 밀려난 소종열의 신형.
그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몸속의 장기가 완전히 파괴된 듯했다.
내력과 함께 체력도 점점 떨어져 갔다.
“허…… 헉…….”
“벌써 끝이 난 모양이지?”
“…….”
역위천은 싸울 맛이 나지 않았다.
“최소한 일각은 싸워야 제대로 싸운 게 아닌가!”
“불…… 사무혼, 당신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
“네놈들이 너무 자신만만해서 이런 큰 실수를 한 게지.”
“…….”
“괜찮아. 어차피 나머지도 죽을 테니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종열은 억지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천궁문은 이미 적에 의해 포위된 채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궁문자님께서는…….’
* * *
채애애앵!
궁문자가 매섭게 다가오는 사내의 검을 쳐냈다.
검제 이휘연.
무당파 출신으로 태극혜검을 펼치는 인물.
그는 오래전, 이미 태극혜검에 대한 파훼법을 익힌 뒤였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일이 생사결 사이에서 일어났다.
‘이 녀석의 태극혜검은…… 다르다.’
그때, 검제 이휘연의 말이 들렸다.
무심하면서도 거만한 듯 낮은 목소리.
“이봐, 당신. 태극혜검을 알고 있나.”
“…….”
“멍청한 인물이군.”
“뭣이……! 건방진 놈이…… 함부로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니다.”
“적에게 존대를 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무공의 기본도 모르는 인간은 무당의 태극혜검을 논할 가치가 없지.”
“…….”
궁문자의 무공은 강했다.
지금까지 만나 싸웠던 무인들과 비교해서 절대로 아래의 인물이 아니었다.
특히 내력은 무한이라 느껴질 정도로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궁문자의 강권 또한 무극수신공도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강맹했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절대무적권이라 자신 있게 인정할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를 상대할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강권을 상대하는 데는 무당검이 가장 적합했다.
‘유도나 철각이 상대했으면 오히려 당했을 수도 있었겠어.’
궁문자가 펼친 강권에 무당의 검은 천적이었다.
이휘연은 공격을 태극혜검으로 흘려보내며 궁문자를 상대했다.
쿵! 쿵! 쿵!
강권을 펼칠 때마다 주위를 떨치는 소리들.
휘리리릭!
어마어마한 충격이었지만, 홍태극이 강권을 스치면서 이를 비켜나게 만들었다.
슈우우우웅-!
끊임없이 솟구치는 듯한 내력으로 궁문자는 십 성의 공격을 계속해서 펼쳤다.
퍼어엉!
퍼어엉!
연이어 펼쳐진 궁문자의 굵고 짧은 단결한 공격.
이에 반해 이휘연의 보법은 개방의 절기 연화락(蓮華落)으로, 태극혜검과 함께 펼쳐지자 더욱더 화려하고 고아해졌다.
휘이이익-!
스르르륵.
시간이 갈수록 이휘연은 편해졌다.
그와 반대로 궁문자는 답답함이 커져만 갔다.
‘망할……! 상승 무공을 펼치면서도 내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어떻게 된 녀석이지?’
놀랍게도 이휘연의 내력은 단전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설마 이 녀석도 무한 내력이란 말인가?’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두우우우우우웅-
곧바로 유성멸해(流星滅海)를 펼쳤다.
공중에 나타난 거대한 권강이 마치 세상을 지울 듯했다.
‘한 번을 노리는군.’
이휘연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스으으으으-
태극흑검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한의 태극.
최근에 깨우친 무한태극의 무리(武理)였다.
‘태극생태극(太極生太極) 음생양(陰生陽) 양생음(陽生陰).’
궁문자는 아래에 생긴 붉은 태극을 보며 눈이 커졌다.
심해의 공간에 들어온 듯 끝이 보이지 않았다.
‘허어어억.’
심연.
태극 속에 빠져들면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물러날 수도 없었다.
뒤로 몸을 돌렸다가는 더 깊은 심해에 빠져 그대로 매몰될 터.
두두두두두-
강대한 기가 부딪히자 거친 소리가 울렸다.
“우우우욱.”
궁문자는 가슴을 짓누르는 기에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스르르륵.
태극흑검이 궁문자의 팔을 감으면서 지나갔다.
파앗!
궁문자의 팔뚝에서 피가 솟구쳤다.
“커어억.”
신음을 내며 뒤로 물러났지만,
뚝뚝.
오른팔은 이미 흘러내린 피에 붉게 변했다.
“제기랄…… 어이가 없군. 내가 당할 줄 몰랐다.”
“후후후. 우습군.”
“…….”
“당신들은 무림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어. 착각하지 마라. 창천도 무림의 일부분일 뿐.”
궁문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창천이…….’
이휘연의 말을 인정하기 싫었다.
창천은 그들 위에서, 무림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어야 했다.
“검제.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다. 창천주께서 움직이신다면 모두 죽는다.”
“과연 그럴까?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군.”
“그게…… 무슨 말이지?”
“주위를 똑바로 봐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게 될 것이다.”
휘익. 휙.
궁문자는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점점 그의 얼굴이 굳어져 갔다.
* * *
“카하하하하!”
창천동문의 무인들을 향해 사기(邪氣)가 하늘을 치솟았다.
사파의 무인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뒤에서 지옥명왕 신명항이 연이어 소리쳤다.
“사파의 명예를 걸고 싸워라!”
“와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앙!
사무련의 사파인들이 창천의 무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 녀석들은…….’
동문자는 한 청년이 뒷짐을 쥔 채 앞에 선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콰아아앙!!
옆에서는 다른 사내가 흑군장을 상대하고 있었다.
손에 들린 신창에서 공명음이 진동했다
흑군장뿐만 아니었다.
동문 사백군의 수장들이 점점 밀리고 있었다.
지옥명왕 신명항을 상대하는 청군장은 벌써 지친 듯 거친 호흡을 연신 내뿜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됐단 말인가?’
창천의 힘은 중원 무림 위에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어느 누구도 창천을 이기지 못할 것이며, 무림에 나간다면 당장에라도 모두 발아래 꿇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창천동문과 싸우는 사무련의 힘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딜 보시는지?”
입술을 깨물던 동문자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깨에 가방을 멘 청년.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무림에 떠도는 소문.
#NAME?
그가 화가 나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
독제 당무독이 틀림없었다.
“독제…….”
“보아하니 당신이 이들의 수장인 모양이군. 우리도 시작해 볼까요?”
동문자는 허리에 찬 애병 천병호신궁(天兵護身弓)을 꺼내 꽉 쥐었다.
천병호신궁에는 화살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력에 의해 펼치는 궁극지궁.
‘오, 저건!’
천병호신궁이 창천의 인물에게서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신화 속의 병기를 본 당무독의 눈이 커졌다.
“독제, 이게 뭔지 알겠지?”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엄청난 물건을 가지고 있군요.”
“엄청나지. 지금까지 천병호신궁으로 잡지 못한 게 없다.”
“그럴 수도 있겠소이다. 하지만 신병이라도 사용하는 자에 따라 위력을 발휘하지요.”
“크크크, 너무 자신만만하게 나오는군.”
“당연히 붙어보기 전까지는 모르지 않겠소?”
“그대의 말이 맞군. 붙어보기 전까지는 모르지.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보겠다.”
찌이이이이잉-
그는 내력을 끌어 올리며 천병호신궁을 당겼다.
동시에,
타앗!
선풍걸신법이 극강으로 펼쳐졌다.
‘아무리 강한 병기라도 볼 수 없는 건 맞힐 수 없지!’
당무독의 신형이 마치 여러 개의 분신을 만들어낸 것처럼 갈라졌다.
동문자는 당황했다.
직선의 움직임이 아닌 원을 그리며 곡선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당무독의 신형을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어딜 보고 있소?”
“……!”
피이이잉-
당무독의 목소리에 그는 곧바로 손을 튕겼다.
천병호신궁에서 내기가 쏟아져 나갔다.
가공할 위력의 신궁기가 커다란 회전을 하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졌지만, 당무독의 신형은 이미 사라진 뒤.
휘이익!
이번에는 그의 뒤에 나타났다.
“이런, 너무 늦군. 제대로 펼칠 수 없는 게 아니외까? 아니면 내력으로 쏘는 게 늦는다거나?”
“……큿!”
“내 건 상당히 빠릅니다.”
핏핏핏핏-
당무독의 손에 들린 천살비통(千殺飛桶)에서 일천 개의 비침이 쏟아졌다.
휘리릭!
동문자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천병호신궁을 튕기며 궁막을 만들었다.
퍼어어엉!
퍼어어엉!
비침들이 궁막의 벽에 막혀 바닥에 우두두 떨어졌다.
‘위에서 잡는다!’
정면에서는 당무독의 신법을 따라잡을 수 없다.
타아아앙!
공중으로 폭뢰궁을 쏘아 올리자,
쑤우우우웅-
공중으로 떠오른 폭뢰궁기가 당무독의 머리 위에서부터 폭죽이 퍼지듯 터지면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요런 건 당문에서는 기본인데.”
두두두두-
당무독의 양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비천유성멸우의 승결.
펼친 양손 위에서 수천 개의 비기들이 공중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앙!
막혔던 공간이 단숨에 터져 나가는 소리.
가늘고 가는 수천 개의 비기들이 쏟아지는 폭뇌궁을 뚫고 솟구쳤다.
휘이익!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공중으로 오른 비기들이 이번에는 아래로 떨어지며 동문자를 향했다.
‘어…… 어…….’
하늘이 새까맣게 변했다.
피해야 한단는 생각만 날 뿐, 그의 몸은 움직이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원기마저 끌어낸 내력으로 호신강기를 펼치는 것.
핏핏핏핏핏핏-
호신강기와 부딪힌 비기들.
하나 동문자는 점점 당무독의 힘에 밀리기 시작했다.
‘안…… 돼. 여기서 밀리면 죽…… 는다.’
동문자는 마지막 힘까지 끌어 올리며 호신강기를 펼쳐 막아내고자 했지만.
“이래서 부장이 폭양공을 익히게 했구나.”
순간적으로 내력의 양을 세 배로 끌어 올리는 심공.
폭양공을 펼치면 이후 내력에 무리가 가지만, 급박할 때 필요할 거라며 익히도록 했다.
파아아앙!
당무독의 단전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퍽! 퍽! 퍽!
그리고 호신강기를 뚫고 비기들이 동문자의 몸을 통과했다.
털썩.
동문자는 주저앉았다.
한 번 더 공격을 해온다면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는 애원의 눈빛으로 본진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
분명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왔어야 했다.
‘왜…… 공격을 하지 않지?’
동문자는 의문이 들었다.
그가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원군을 보내지 않는다.
“후후후. 궁금하지요? 왜 구원군을 보내지 않는지?”
“……대체!”
“당신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소이까?”
휙! 휙!
동문자는 주위를 살폈다.
‘이런…… 진법의 중앙에 갇혔다.’
사무련 사파인들과 싸우면서 중앙으로 점점 몰아간 것이다.
함정에 빠진 게 틀림없었다.
‘당했어. 삼각진에서 중앙에 갇히다니…….’
동문자의 눈빛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 * *
“크하하하!!”
천마 초강유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가 펼친 천마신공에 창천잠문의 무인들이 그야말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초강유의 앞을 막아선 이들이 창천잠문 일월신인(日月神人).
“크크크, 제법 강한 놈들이군.”
초강유는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
“천마,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군.”
“천마가 우리 손에 죽고 싶은 모양이로다. 클클클.”
일월신인은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별 이상한 것들이 거슬리게 하는구나.”
초강유는 성큼 그들 앞으로 다가섰다.
“어린놈이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일월신인의 전신이 부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