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314화 (315/328)

314. 천하대전이 시작되다

남양성으로 다가오는 창천의 무리들.

그들의 수는 무려 오만이 넘었다.

중원은 숨을 죽였다.

창천의 소식이 전해진 뒤 총무림연합도 움직였다.

중원인들은 거대한 두 세력 중 결국 한 곳만이 남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우우우우웅-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총무림연합의 대열이 질서정연하게 신무맹을 떠났다.

반나절이 지난 후.

창천과 한판 대결을 펼칠 장소에 도착했다.

천하지(天下地).

이곳이야말로 천하를 두고 영웅을 가리는 장소에 가장 적합했다.

거대한 대평야가 끝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 * *

무림 최고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대사건.

일황사제를 비롯하여 역위천, 초강유, 기성, 그리고 정사마 구분 없이 각 문파의 수장들이 마지막으로 모였다.

“모두 무림을 위해 같은 자리에서 함께 싸우게 되었음을 감사드리는 바이외다.”

“걸황, 이번 창천의 일은 정사마에 대해 논할 일이 아니지요. 중원 무림의 일이니 당연히 함께 싸워야 하는 일이외다.”

신명항이 나서며 사파의 뜻을 밝혔다.

“후후후, 본신 교도 여러분의 뜻과 같소이다. 최대한 한 팔 거들겠소이다.”

“사무련과 마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남하림은 일어난 뒤 가볍게 두 사람을 향해 포권을 했다.

“이제 우리들은 중원 무림의 수호라는 한배에 승선을 했습니다. 좌초되지 않는 이상 오직 한 곳을 향해 가야 할 뿐이지요. 이번만큼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잊고 싸웠으면 합니다.”

내원장 진후도인이 일어났다.

“맹주이신 걸황의 말씀이 맞소이다. 신무맹 내원의 수장으로서 무림은 하나가 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한잔 올리겠소이다.”

스윽.

척.

군막에 모인 그들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진후도인이 선창을 했다.

“무림을 위하여.”

“무림을 위하여!”

* * *

‘허어어…… 대체 이건…….’

만통자는 점통을 내려놓았다.

지금까지 많은 점을 쳐보았지만 이번 경우처럼 괘가 나오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무괘(無卦)의 점.

결과를 알 수 없다.

이런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다.

상대의 운명이 하늘이 내린 명보다 강한 경우.

‘창천주가 하늘의 운명까지도 넘어섰다는 것인가?’

“…….”

만통자는 문득 다른 생각이 났는지 점통에서 재차 점을 뽑았다.

마음을 경건하게 한 뒤 뽑아낸 괘를 하나씩 살폈다.

“…….”

앞전의 괘와 같았다.

이번에도 무괘가 나왔다.

“천주님과 창천주가 동시에 무괘가 나오다니……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군.”

그들의 싸움에 무림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내일을 알 수 없어.’

스윽.

만통자는 점통을 한쪽으로 밀어 넣었다.

대신, 검을 잡았다.

“이 시간부터 믿을 건 검뿐이군.”

* * *

창천주는 전방에 정찰을 나간 수하에게 보고를 받았다.

중원의 총무림연합이 천하지에 집결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군막 양옆으로 선 창천십문의 수장들.

창천주는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적은 천하지에 모여 있다고 하는군. 저들이 펼친 진법은 무강삼천대진이다.”

무강삼천대진(武剛三天大陣).

수많은 인원으로 펼칠 수 있는 대형진으로, 중앙에 수뇌진을 두며, 세 방향으로 공격진과 방어진을 겸용할 수 있는 삼각진법의 최종 완성형이라 할 수 있었다.

“적의 진법을 깨기 위해서는 누가 나서겠는가?”

척.

궁문자가 앞으로 나섰다.

“소신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단호한 그의 목소리가 군막을 울렸다.

이번에는 또 다른 인물.

창천동문의 수장 동문자가 나왔다.

“창천주님, 선봉은 동문에서 맡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궁문에서 확실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창천주는 시선을 돌려 양옆으로 보았다.

“혹시 다른 자는 없는가?”

“…….”

“자신 있는 곳이 겨우 두 군데밖에 없다는 말이군. 나머지는 두려운 모양이야. 앞으로 참고하도록 하지.”

창천주의 한마디는 분명 경고가 분명했다.

“아닙니다.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잠문자. 드디어 자네가 나서는 것을 보게 되는군.”

“소신도 그들과 함께 선봉에 서겠습니다.”

“후후후, 잠문자가 함께 나선다면 충분하겠지.”

총무림연합을 치기 위한 창천의 선봉이 결정지어졌다.

‘음…… 대체…… 이 느낌은 뭐지?’

고개를 숙인 궁문자.

그는 창천을 떠난 이후부터 줄곧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용문자의 육체에 들어간 이후 창천주에게서 느껴지는 미세한 변화의 느낌.

정확히 말하기도 애매한 변화에 함부로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궁문자, 무슨 생각을 하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창천주의 시선을 받았다.

온몸의 폐부를 꿰뚫을 듯 예리한 눈빛에 순간 숨이 멎었다.

‘그, 그래. 이런 기는 그분만이 가질 수 있을 뿐이다.’

흉내 내고자 해도 절대로 낼 수 없는 창천주의 기운.

‘모르겠어. 분명 천주님이 맞으신데…… 가끔씩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다니. 내가 피곤해서 그럴지도.’

“그만들 나가서 완벽한 선봉을 펼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라.”

“넵, 명을 받들겠습니다.”

창천십문의 수장들과 각 단의 수장들이 군막을 빠져나갔다.

다만, 조경노만이 창천주와 함께 군막에 남은 채 탁자에 앉았다.

“저를 도와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창천주이지 않소이까?”

“…….”

조경노를 그를 보며 주군이라 부르지 않았다.

긴 세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두 사람.

그는 창천주에게 일어난 변화를 눈치챈 사람이었다.

창천주이기에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는 말의 의미가 궁금했다.

“창천주는 따로 있습니다.”

“아니지요. 현재 이곳에 창천주는 한 분밖에 없지요.”

휴우.

조경노는 손바닥을 펴며 바람을 불었다.

휘이이익-!

그의 손바닥에서부터 붉은 가루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창천주의 얼굴을 덮었다.

“……!”

그가 뿌린 붉은 가루가 창천주의 각막에 흐르며 기이한 눈빛을 지웠다.

“이게…… 뭡니까?”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는 눈을 지웠다네.”

“…….”

창천주는 용문자의 눈을 통해 조경노의 배신을 봤을 게 분명했다.

“괜찮겠습니까?”

“잘못되더라도 이번 기회에 죽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대단하시군요.”

“난 그대가 더 대단하다고 보네. 어떻게 그의 정신을 이겨냈는지 모르겠군.”

“그건…… 광문자와 빙문자께서 도움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광문자, 그 친구가 보고 싶군.”

조경노는 죽은 그를 그리워했다.

마음 편하게 술을 나눌 수 있는 친우가 사라진 후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근래 너무 힘들어서 그만 그의 곁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

“어르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끄덕.

조경노는 엷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움직였다.

* * *

“쿡, 크크, 큭, 크크크.”

괴소가 동굴을 울렸다.

“조경노. 네놈도 나를 배신하는구나! 어차피 전부 죽이려고 했지만 기분은 더럽군.”

창천십문을 모두 죽일 계획이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깨끗하게 정리를 하려고 했다.

“사주.”

스르르르-

백무가 동굴 바닥에서 피어올랐다.

“조경노, 저놈은 죽기 직전 필히 잡아오도록.”

“…….”

“다른 건 필요 없다. 그놈만 있으면 된다.”

스르르르-

백무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순간에 사라졌다.

‘크크크, 자! 이제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 * *

천하지로 들어서는 창천의 대군.

선봉은 계획대로 창천궁문, 창천동문, 창천잠문이 세 방향에서 동시에 움직이기로 했다.

그 뒤로 창천의 본진이 적을 치는 작전이었다.

승패의 관건은 선봉들이 얼마나 적의 진영에 파고들어가서 싸우느냐에 달려 있었다.

두우우우웅!

둥! 둥! 둥! 둥! 둥!

북소리에 맞춰 창천의 진영이 움직였다.

총무림연합은 무강삼천대진(武剛三天大陣)으로 진영을 펼쳤다.

무강삼천대진의 파훼법은 세 방향으로 동시에 치고 들어가야 했다.

세 방향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밀린다면 무강삼천대진을 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대진법이었다.

선봉에 나선 궁문자는 공격 신호를 기다렸다.

‘무강삼천대진의 핵심은 세 방향을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다음 본진의 공격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안으로 들어간 뒤 적에게 포위된다.’

궁문자는 고개를 돌려 전장을 향해 바라보는 창천주를 보았다.

휙!

그의 손이 올라갔다.

* * *

무강삼천대진을 펼친 정사마의 무인들은 각각 한 방향씩을 맡고 섰다.

남하림은 진법의 가장 중앙에 서서 창천의 무리들을 노려보았다.

‘용문자…….’

전방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젯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운기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스윽.

남하림은 아직 운기행공을 마치지 않았지만 눈을 떴다.

“나를 찾고 있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신형을 날렸다.

어둠 속에 놓인 정자.

그 안에서 한 명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남하림은 천천히 정자에 올랐다.

스윽.

짙은 그림자 속에서 나오는 사내의 모습.

예전에 만났던 사내.

그가 분명했다.

“걸황, 오랜만이네.”

“용문자?”

“맞네.”

“……이렇게 보게 되다니 신기하군요. 누님께 들어서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압니다만.”

“맞네. 그녀는 어디에 있는가?”

“…….”

남하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창천에 간 것인가?”

“창천주가 정말로 그곳에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거라 했습니다.”

“그렇군. 하긴…… 내가 진짜인지 아닌지 믿기 어려웠을 테지. 당연한 일이야.”

기운이 빠진 듯한 그의 목소리.

남하림은 용문자를 자세히 살폈다.

창천주에게 세뇌를 당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창천주에게서 완전히 벗어났습니까?”

“그렇다. 그의 통제를 벗어났지.”

“잘됐군요. 이제 어떻게 할 계획이죠?”

“그를 죽여야지. 다른 계획이 있겠는가?”

“맞긴 합니다만 창천주를 죽일 수 있습니까?”

“아니…… 난 실력이 부족해서 그를 이기지 못하지. 하지만 죽일 수 있다.”

“…….”

“그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있지 않나.”

“결국은 내 차지이군요.”

“운명이다. 내가 할 능력이 된다면 직접 하겠지만…… 난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하하, 정말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하죠. 창천주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하겠지만 여기에 모인 나머지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남하림의 말처럼 당장 급한 것은 천하지에 모인 창천의 무인들이었다.

“그 문제 때문에 내가 찾아온 것이다.”

“계획이 있는 모양인가 봐요.”

“내일 정리를 할 것이다.”

용문자는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

남하림의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서로 좋은 일이죠.”

“걸황, 나를 믿는가?”

“손해 보는 건 없잖아요.”

“후후후. 그렇긴 하지. 그대를 다시 만나니 기분이 좋군. 이번 일이 끝나면 한잔할 수 있을까?”

“한잔만 하겠습니까? 서로 이번 일을 잘 마무리 짓도록 하죠.”

“다음에 보세.”

휘이이익!

용문자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둥둥둥둥!

짧고 굵은 북소리가 창천의 진영에서 울렸다.

공격 신호.

선봉으로 달리는 세 무리들.

창천궁문, 창천동문, 창천잠문의 무인들이 무강삼천대진을 향해 달렸다.

“와아아아-!”

“무림 놈들을 죽여라!!”

“죽여라!”

그들은 함성과 고함을 치며 살기를 내뿜었다.

창천궁문이 향하는 방향은 신무맹의 정파가 지키는 진영.

두두두두두두두두-

창천궁문의 창천궁기군이 가장 먼저 장창을 앞으로 겨누며 달렸다.

번쩍.

역위천이 검을 앞으로 겨누며 소리쳤다.

“저놈들은 우리가 맡는다!”

“와아!!!”

두두두두-

역위천과 함께 호천의 무인들이 창천궁기군을 향해 달려 나갔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터지면서 천하지의 대혈전이 시작되었다.

“으으악……!”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 * *

슈우우우욱!

공중에서 떨어지는 검강.

창천궁기군 소종열이 장혈장도를 들었다.

‘허어억!’

검을 내리친 인물은 거만한 눈빛을 지닌 사내.

“너어어언…….”

“말이 짧군. 무림에서 한때 나를 부르기를 용병왕이라 했지.”

“당신이…… 불사무혼 역위천……!”

“맞아. 이제 알았으니 그만 죽어줘야겠어.”

“크윽…… 불사무혼, 당신이 강한 줄은 알지만, 나를 무시하지 마라!”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소종열은 장혈장도에 내력을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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