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311화 (312/328)

311. 무림결전

개봉평의 대승이 중원에 퍼져 나갔다.

중원인들은 환호했다.

어디에 간들 개봉평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객잔도 마찬가지였다.

사내들이 웅성거렸다.

“걸황께서 제대로 나선다면 창천도 별게 없구만.”

“그러게 말일세. 그분께서 제대로 하신다면 창천은 끝장이라고 봐야지.”

“자네, 당연한 말을 하는군. 내가 듣기로 그분께서 그동안 창천을 공격하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고 하던걸.”

“그게 뭔가?”

“걸황님을 두려워한다던데. 창천 놈들을 겨우 밖으로 끄집어냈는데 무서워서 다시 숨을 수 있으니 조심하셨다는 거야.”

“아하…….”

사내들은 객잔을 떠날 때까지 걸황과 개방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흐음.’

황보궁은 이 층 난간에 기댄 채 아래에서 들려온 손님들의 목소리에 기울였다.

일각 정도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곧바로 객실로 들어섰다.

“대형, 소문이 제대로 퍼진 것 같습니다.”

“잘됐네.”

개방과 창천이 맞붙었던 개봉평 대전.

수많은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창천에 대한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또한 널리 퍼졌다.

“정말로 싸우든지 사라지든지 둘 중 하나가 되겠군.”

“천주님, 그들이 다시 어둠에 숨어들어갈까 두렵습니다.”

만통자는 이 완벽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죽어서라도 후회가 될 것 같았다.

“방법이 없어요.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힘이 빠질 겁니다.”

“만통자님, 맞습니다. 우리들이야 괜찮지만 벌써 다른 곳에서는 불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무독이 중간에 거들었다.

몇몇 인물들이 신무맹의 힘을 믿고 창천 정도는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

“허어……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만통자는 탄식이 나왔다.

“어쩔 수 없어요.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게 사람이니깐.”

남하림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긴 싸움은 서로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들 때문에 창천을 치려고 하는 겁니까?”

“후후후, 노인장은 본인이 그런 말에 신경이라도 쓸 거라 보십니까?”

“그건…… 아니겠지요. 천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들이 몰라서 하는 소리일 겁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빼내실 거잖습니까.”

“아하하, 맞습니다.”

“그러하시다면…… 싸우려고 하시는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까?”

“훗날 나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요.”

“…….”

“내가 있을 때 끝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황당한 이유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하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

남하림보다 더 강한 인물이 나타나 창천과 싸워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만통자는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깨달았다.

‘천주님의 생각이 맞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이길 수 없을지도.’

“천주님, 잘 알겠습니다.

* * *

싸늘했다.

대전의 전체가 살기에 의해 얼어붙을 정도였다.

홀로 앉아 있는 사내.

창천주는 보고를 받은 뒤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영문자의 죽음.

개봉평에서 당한 친우의 죽음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가슴은 냉정하게 바뀌었다.

‘걸황. 존경스러울 정도로 대단하다.’

그들만의 승부에서 패배를 당했다.

영문자와 걸황 사이에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다.

명백한 무공의 실력으로 승리한 남하림에게 축하를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타악!

창천주는 팔걸이를 치면서 일어났다.

푸쉬이이이-

팔걸이에서 손을 떼자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남하림은 종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총무림연합에 대한 보고도 들었다.

“크큭, 나를 치겠다는 뜻이겠지.”

창천주는 창천의 전력이 삼 할 정도 사라졌음을 잘 알았다.

남아 있는 전력으로도 충분히 중원 무림을 상대하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중원 무림이 하나로 뭉친다고 해서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승패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두 곳 중 누군가 이긴들 모두 엄청난 피해를 받을 것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결심을 했다는 것은 이길 자신이 있다는 말이겠지.’

창천주는 이 부분에서 고민이 되었다.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혹시나.

만일…….

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걸황처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목 대주.”

사신호위대주 목옥창이 대전으로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다행이군. 예전의 기로 돌아오셨다.’

고개를 숙인 머리 위로 창천주의 목소리가 울렸다.

“영문자가 당할 줄은 몰랐다. 걸황이 그 정도의 인물이 맞던가?”

“소신이 보기에 절대로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니라면 왜 영문자가 당했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똑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또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후후후. 자네도 모르고 있지 않나. 이유는 간단하네. 걸황의 무공이 더 강했기 때문이지.”

“그는 영문자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니…… 잘못 알고 있군. 걸황은 영문자를 넘어섰다. 어쩌면 현재의 나와 비슷할 정도의 무력을 지니고 있겠지.”

‘설마…….’

창천주와 무력이 비슷하다는 말에 그는 당황했다.

“지금부터서는 상황을 똑바로 주시해야 한다.”

“…….”

“걸황의 무공은 나와 똑같은 수준이라 생각하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넵, 알겠습니다.”

“창천십문에 알려라. 우리가 먼저 신무맹을 칠 것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척.

목옥창은 다시 한번 더 포권을 하며 대전을 빠져나갔다.

창천주는 다시 홀로 남았다.

“큭, 크크, 좋아. 네놈이 원하는 대로 싸워주겠다. 단…… 공격은 내가 할 것이다.”

선제공격을 할 계획이었다.

어쩌면 진작 쳐부숴야 했을 신무맹을 그대로 놓아둔 것은 아쉬운 판단이었다.

창천을 능가할 정도로 자랄 줄은 몰랐다.

‘영문자를 죽였다면 양천의 전인을 완벽하게 전수했다는 의미이지.’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수백 년 전에 그런 적이 한 번 있었다.

‘대단했지. 목이 잘려 나갈 뻔했어.’

그때 창천주는 운이 좋았다.

겨우 살아서 물러났었다.

그날 이후 양천주가 무림에서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숨어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난 후 세상에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죽은 뒤였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

그때와 비교를 했지만 똑같았다.

소낙비는 피하는 것이라 했다.

짧게 내린다고 해서 멍청하게 맞는 경우는 없다.

“후후후.”

창천주는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도 조용히 들어가서 세월을 기다린다면 어떻게 될까?”

누가 욕할 사람도 없고 굳이 그것을 가지고 욕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쉴 땐 쉬더라도 신무맹 하나 정도는 완전히 부수고 가야겠어.’

* * *

휘익!

창천주가 대혼술법을 펼쳤던 지하 동굴 앞으로 내려섰다.

구우우웅-

석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에게는 환하게 보였다.

동굴을 지나 깊은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 한 사내가 누워 있었다.

창천주는 가까이 다가섰다.

“…….”

번쩍!

눈을 뜬 사내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다.

처억.

창천주가 부복했다.

무덤덤한 목소리가 나왔다.

“창천의 전인을 뵙습니다.”

스으으윽-

사내가 상체를 일으키면서 바로 앉았다.

“잠깐 가까이 오게나.”

“…….”

창천주는 부복을 한 채 양쪽 무릎으로 사내의 앞으로 갔다.

처어어억.

사내는 오른손을 뻗어 창천주의 머리 위에 올렸다.

“용문자, 대단하다. 거의 의지만으로 빠져나오려고 하다니.

“…….”

현 창천주의 진정한 신분은 용문자였다.

대혼술법을 펼치는 날.

창천주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용문자의 육체에 대혼술법을 펼치지 않고, 다른 육체에 펼친 뒤 자신의 영혼을 옮겼다.

그리고 용문자를 세뇌시켜 자신의 복제로 만들 계획이었다.

용문자의 머릿속에 창천주의 모든 생각과 기억들을 그대로 옮겨 복제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이곳에서 용문자의 의지를 조종했다.

“후후후.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 여겼거늘. 확실히 의지가 강하군.”

“소신은 창천주입니다.”

“당연히 네놈은 나의 분신이 맞지. 다만 깊숙이 들어 있는 놈이 깨어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하다면 소신을 죽여주십시오.”

“굳이 죽일 것까지 있겠느냐. 네놈 안에 있는 놈도 이 상황도 듣고 있겠지. 난 네가 그 이후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 걸황, 그놈을 상대하라. 창천십문을 모두 이끌고 나가서 무림을 멸하라.”

스윽.

그는 용문자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용문자는 뒤로 물러나 동굴을 벗어났다.

밖으로 나가는 그의 눈동자가 흔들거렸다.

‘이번이…… 이번에야말로 마지막이다.’

* * *

동굴에 홀로 남은 사내.

진정한 창천주인 그는 누운 채 움직이지 않았다.

‘크크크. 멍청한 놈들.’

그는 절대로 무림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늘 같았다.

뒤에 앉아서 구경을 할 뿐, 무림에 나선 적은 없었다.

‘잘들 하고 있군.’

누워 있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창천십문. 한 번은 다시 정리할 때가 되었지. 그동안 너무 거대해졌어.’

창천십문.

분명 그가 만든 세력이다.

하나 수백 년이 흐르면서, 십문은 광대한 힘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미완의 대혼술법을 전수했지만 어느덧 그들의 대혼술법 또한 거의 완성에 가까운 상태로 전해지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놈들이 전부 한편이 되어서 나를 배반한다면…….’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고, 십문의 무공 또한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특히 영문자의 경우 거의 근접할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른 놈들도 조만간 무공이 올라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우던 개가 주인을 물 수도 있는 법.

그날 이후, 그는 창천십문을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구천 중 창천의 유일한 적수가 될 곳은 단 한 곳뿐.

그래서 그는 양천을 이용하기로 했다.

구천의 조율자, 양천의 전인이라면 창천십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려면 우선 똑똑한 놈을 구해야 했다.

그는 천괴성의 기운이 호북의 땅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곳은 무림세가가 아닌 상가.

창천주는 먼저 그곳에 들어가 상가가 양천과 인연을 맺도록 만들었다.

그 후, 천괴성의 기운을 받은 아이가 태어났다.

‘기대 이상이었지. 탐이 날 정도로…….’

지금까지는 그가 예상한 대로 흘러왔다.

이제 마지막 싸움만이 남아 있을 뿐.

그동안 창천십문의 힘으로 신무맹을 얼마든지 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중원 무림이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창천십문이었기에, 오히려 신무맹이 강해지기를 기다렸다.

걸황 남하림은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왔다.

중원을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창천십문과 싸워 이겨내 주지 않았던가.

이제는 창천십문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둘 중 한 곳은 사라지게 되겠지. 그리고 남은 곳도 큰 피해를 당할 테고…….’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두 세력의 공멸.

“후후후, 그럼 세상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지.”

그는 미소를 띠며 눈을 감았다.

* * *

정사마의 최고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교주 천마 초강유,

사무련 기성.

신무맹 내원수장 진후도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맹주 걸황 남하림.

원형 탁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들이…… 중원 무림이다.’

진후도인은 세 명의 신형에서 흐르는 기운에 감탄했다.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여기까지 오셨군요. 안 오셔도 되었을 텐데…….”

“하하하! 걸황, 당연히 와야지 않겠는가. 무림의 일이지 않소.”

“천마께서 함께 도움을 주신다고 하니 고맙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기성이 끼어들었다.

“걸황, 당연히 와야지요. 서신에다 협박을 하는데 어찌 안 올 수 있겠소이까.”

“아하하! 그건 빈칸이 남아 있는데 할 말도 없고 해서.”

“오호, 그렇군요. 난 몰랐소이다. 빈칸이 남아 있다면 그런 말을 적어야 된다는 것이군요.”

“자자, 일단 한 잔들 마시지요. 따뜻하게 마셔야 향이 좋습니다.”

남하림은 능글맞은 웃음으로 차를 가리켰다.

“하핫, 잘 마시겠네.”

초강유는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남하림은 그들이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걸비에 의하면 창천에서도 모이는 모양인가 봅니다.”

“그런가? 우리들이 모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이군.”

“당연히 알고 있겠지요.”

“차라리 무림을 두고 싸운다면 기분 좋게 싸우겠지만…… 이건 뭐…….”

초강유는 투덜거렸다.

그의 말처럼 무림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니었다.

생존에 관한 싸움.

창천은 오로지 죽이기 위해 싸우려고 했다.

“우리가 창천에 먼저 쳐들어갈 것인가?”

“그럴 계획이었습니다만…… 창천에서 움직이는 속도를 봐선 그들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린 사무련은 이미 출발을 해서 여기로 오고 있을 것이네.”

“후후후,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천성을 지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두 분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기성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초강유도 마찬가지였다.

“크크크크, 마음에 없는 말을 잘하는구만.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신무맹에서 나중에 우릴 토사구팽 하는 건 아니겠지?”

“허어, 누가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지요.”

진후 도인이 얼른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면서 대답을 했다.

“내원장은 그런 생각을 안 하겠지만 저기 맹주인 걸황은 충분히 할 수 도 있지 않을까 듭니다.”

씨익.

남하림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쩝, 말이 안 나왔으면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크하하하하! 걸황다운 생각이었네. 내가 이래서 걸황을 좋아하는 모양이구려.”

“허허, 천마의 말에 본인에 동의하는 바이외다. 걸황은 우리 쪽 사람인 것 같소.”

초강유와 기성은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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