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총무림연합
콰아아앙!
항연 분타의 정문이 부서졌다.
두두두두두두두-!
정문을 넘어 분타 안으로 수백 명이 몰려 들어왔다.
“어떤 놈이냐?”
우루루루-
개방도들이 밥을 먹다가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개방도들의 모습은 가지각색.
한 손에는 숟가락을, 다른 한 손에는 표주박으로 만든 밥그릇을 든 채, 몰려온 무리들을 노려보았다.
분타주 후청오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네놈들은 누구냐? 감히 천하제일대개방을 건드리다니?”
소리치는 가운데 입안에서 밥풀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왔다.
순중은 인상을 썼다.
‘더러운 놈들…….’
달려들어 당장 때려눕히고 싶지만 왠지 건드리기 싫었다.
“우린 창천에서 왔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크하하하! 창천이라고? 날마다 걸황님께 깨지는 놈들이 또 얻어맞고 싶어서 왔구나!”
“……뭣이! 거지 놈들이 미쳤군.”
순중은 화가 솟구쳤다.
“크크크크, 발끈하는구만.”
후청오는 뒤에 다가온 창천의 무리들을 훑어보았다.
휘이익!
손에 들고 있던 밥그릇을 내던졌다.
그리고 소리쳤다.
“튀라!”
당장에라도 싸울 것 같았던 후청오는 그대로 뒤를 돌아서며 줄행랑 쳤다.
휘익!
슈우우욱-
그와 동시에 개방도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먹고 있던 밥그릇을 던진 후 튀었다.
“……이게!”
순중은 어이가 없었다.
눈앞에 음식들이 사방으로 흩날리면서 날아왔다.
손을 내저으며 막는다고 했지만 사방으로 흩어진 밥알들이 온몸에 떨어졌다.
“이…… 개새끼들이…….”
단번에 욕이 튀어나왔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쿠우웅!
멀리서 바위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개방도의 뒤를 따르던 수하가 돌아왔다.
“대주님. 여기에 뒷문이 있었습니다. 거지 놈들이 도망간 뒤 바위로 입구를 막았습니다.”
“전부 도망갔다고?”
언제 뒤로 다가왔는지 영문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돌아선 순중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엉망이군.”
“저 거지 새끼들이…….”
순중은 분노에 차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온몸에 묻은 음식 찌꺼기들을 얼른 털어냈다.
“우리가 여기에 온다는 것이 들켰던 모양이지?”
“…….”
순중은 대답을 못했다.
상대가 개방이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중원에 나온 이상 개방의 눈을 피하기 어려웠다.
“먹던 밥도 던지고 도망갈 정도라면 사전에 말이 있었나 보군.”
영문자는 주위를 살폈다.
볼품없는 움막들과 목조로 지은 분타전이 전부라고 하나 천하제일대개방이 틀림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지 않는가. 개방의 거지도 무림인이거늘. 무림인의 긍지가 없어! 개방이 이러고 다닌다는 것을 알면 걸황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니겠나. 설마 걸황이 이렇게 하라고 시키지는 않았을 게 아닌가?”
영문자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몰랐다.
항연 분타가 도망을 간 이유.
보름 전, 걸황 남하림의 명이 전 무림의 개방도에게 전해졌다.
#NAME?
개방도들은 정확히 걸황의 뜻을 따랐다.
그들은 중원 무림에 어떤 소문이 나도 상관없었다.
이후, 영문자는 향연 분타에 이어 다음 목적지인 향저 분타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도 마찬가지.
이미 창천영문의 위치가 알려진 이상 개방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콰아아앙!!
창천영문의 무리들이 향저 분타의 정문이 부수고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분타 안으로 한 명의 개방도도 보이지 않았다.
“대주님, 거지 놈들이 아무도 없습니다.”
수하들이 움막과 목조 건물 안을 훑고 빠르게 나왔다.
“비겁한 놈들이 무슨 천하제일대개방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
순중은 이를 갈았다.
개방의 본진으로 올라가면서 분타와 총타를 부수고 가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영문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척.
순중은 바로 돌아섰다.
“이곳도 도망을 갔습니다.”
“명예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들이군.”
그는 텅 빈 분타를 보면서 결심했다.
“이런 대응을 하는 걸로 봐서 걸황이 명령을 내린 게 확실해. 여하튼 걸황이 알게 되었으니 반은 성공한 것 셈이야.”
“영문자님, 어떻게 하심이…….”
“개방의 본진으로 바로 갈 것이다. 그 녀석이 나오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개봉으로 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창천영문은 계획을 수정했다.
* * *
개봉으로 향하는 창천의 무리들.
그들의 소문은 신무맹으로 긴급하게 전해졌다.
“부장이 말했던 대로 신무맹이 아니라 개방을 치는데?”
“후후후, 아직 신무맹을 공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모양인가 보지. 아니면 개방은 미끼인 모양이든지.”
팽유도가 물었다.
“무슨 미끼인데요?”
“당연히 나에게 볼일이 있겠지. 개방으로 올라가고 있잖아.”
“그들이 어디에 간들 상관없다. 만나서 상대해 주면 될 뿐이다.”
이휘연이 바로 나섰다.
“휘연 형. 이번에는 끝장을 내죠.”
“끝장이라니?”
“살려서 보낼 생각이 없어요. 그를 잡게 된다면, 내 생각에는 창천주가 나올 것 같아요.”
“전면전을 한다는 뜻인가?”
“그렇게 된다면 전면전이 되지 않을까요?”
남하림의 대답에 주위는 조용해졌다.
예전과 다르게 전면전을 원하고 있었다.
창천주.
긴 세월 동안 수많은 무림의 사건들을 만들어냈던 인물.
창천주와 마지막으로 싸우게 된다고 하니 걱정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들이 숨게 된다면?”
당무독의 물음은 그동안 이들이 직접 창천과 싸우고자 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이러다가 시간만 갈 것 같아서.”
“그렇긴 해.”
당무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개방으로 올라가는 녀석들은 우리가 끝을 내도록 하죠.”
“우리야 예전부터 부장과 함께하잖아.”
“철각 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린 대형을 따르겠습니다.”
성철각과 황보궁은 당연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휘연이 물었다.
“본 방에는 모두 같이 가는 건가?”
“전부 같이 가야지 않겠어요? 천하제일대개방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바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알겠다. 그럼 이번 일은 신무맹이 끼어들 필요 없는 것이군.”
“신무맹까지 움직일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창천과 싸우기로 결정한 이상, 내원장님께 말씀을 드려서 임시적으로 총무림연합을 만들까 해요.”
“총무림연합이라면 어디까지 포함이 되는 거지?”
“당연히 말 그대로 무림 전체가 되어야지 않겠습니까.”
“……과연. 그들이 신무맹의 말을 따라줄까?”
“내 생각에는 서로 협조를 할 거라 예상하는데요? 죽기 싫으면.”
무림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창천의 최후 목적은 중원 무림에 많이 알려져 있었다.
#NAME?
어디라도 한 곳이 무너지게 된다면 결국 모두 같은 신세가 될 것임을 모두 잘 알았다.
“그리고 신무맹의 맹주인 내가 있는데 누가 거절하겠어요? 그들은 내가 뒤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거든요.”
“후후, 아마 그것 때문에 합류를 할 것 같군.”
“우린 내일 일찍 떠나기로 하죠.”
“알겠다. 준비를 하지.”
스윽.
개봉으로 가기 위해서 간단한 준비를 위해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맹주전에서 회의를 끝낸 후 남하림은 내원에 들렀다.
“진후도인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늦은 시간.
‘맹주가 이 시간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찾아오는 경우는 잘 없었다.
“맹주, 들어오시오.”
드륵.
남하림은 문을 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진후도인이 앞으로 나오며 남하림을 반겼다.
“늦은 시간에 무슨 일 때문에 오셨소이까?”
“의논드릴 일이 왔습니다.”
“다급한 일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제가 내일 일찍이 개봉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그 일 때문이군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신무맹은 창천영문에서 움직이는 정보를 걸비에 의해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본 방의 분타를 치려고 들어왔던 무리들이 무당파를 공격했던 무리들과 같더군요.”
“아…… 하…….”
“개방을 공격하는 건 단지 핑계일 뿐이고 그들의 목적은 저라고 봅니다.”
“맹주를?”
“아마 억울했겠지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당했다고 믿고 있을 거고요. 자존심이 상한 듯 보입니다.”
“무인이라면 이해가 됩니다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본래의 몸을 되찾았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본래의 몸으로 돌아간 뒤 자신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게 목적이라면 굳이 무리들을 이끌고 나오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도전을 한다면…….”
“아, 하하, 그가 내 성격을 잘 파악했더군요. 신무맹으로 찾아온다고 해서 내가 선뜻 받아주지 않은 것임을 알았겠지요.”
“…….”
“진후도인님, 전 귀찮은 일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아…… 네.”
진후도인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남하림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지만 여전히 적응하기에 어려운 성격이었다.
‘그렇군. 그의 뜻대로 만나주지 않을 것이었군.’
창천은 개방을 공격하는 건 남하림을 만나기 위함이며, 무당파에 당했던 결과에 대해 만회할 계획인 것이다.
“이번에 무독의 일도 있고 해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무슨 말을……?”
“지금까지 좋은 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다시금 무림의 어둠으로 숨어든다면 우리들이 한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될 것이라 봤지요. 그래서 창천이 숨지 못하도록 적당한 선에서 상대하고자 했습니다.”
“음…… 이제는 그 생각이 바뀌었단 말인지요?”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이 후세로 넘어간다고 해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개방으로 올라오는 저들을 상대해서 끝을 낼 것입니다.”
“맹주께서 그러한다면 본도도 따를 수밖에 없지요.”
진후도인은 남하림의 결심에 대해 이해했다.
“우리가 개봉으로 가는 사이에 진후도인님께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요?”
“총무림연합을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
“맹주, 총무림연합이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 중원 무림의 정사마가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안에 마교까지 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한 곳도 빠짐없이 총무림연합을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
진후도인은 황당한 요구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제 이름으로 각 문파에 연락을 보내시면 됩니다.”
“만일 거부를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소이까?”
“오지 않을 곳은 없을 겁니다. 창천을 상대하기 위해 일시적인 연합이라고 하면 됩니다.”
“알겠소이다. 그들에게 곧바로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제 대신에 부탁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본인이 해야 할 일이지 않겠소이까. 저어…… 그런데 그들이 정말로 신무맹과 함께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서로 자신들이 주도로 움직인다고 한다면 힘들지 않겠습니까?”
“할 수밖에 없지요. 총무림연합에 오지 않는 곳은 창천에게 당해도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
“그리고 그들은 신무맹의 명을 따라야지요. 맹주인 내가 있는데 안따르면 피곤할 테니깐요. 후후후.”
“아…… 네에. 알겠소이다.”
무림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던 대사건.
총무림연합이 탄생하기 위한 시작이었다.
* * *
중원에서 날아온 한 장의 서신.
마교주 초강유는 그동안 마교를 완벽하게 정리했다.
마뇌의 잔재들을 정리하는데 간단할 것이라 여겼지만 석 달이 넘어서야 거의 대부분이 정리되었다.
“총무림연합이라…… 좋군.”
“교주, 무엇이 좋다는 말인가?”
스윽.
초강유는 손에 든 서신을 공손하게 탈혼마제에게 건네주었다.
서신을 읽던 그의 얼굴에 피식 쓴웃음이 나왔다.
“걸황다운 말이다. 총무림연합이라…….”
“좋은 생각입니다. 드디어 결정을 내린 모양입니다.”
“창천을 쉽게 칠 것이라 보지 않았거늘. 갑자기 왜 마음이 바꿨는지 모르겠어.”
“사숙님, 아마도 최근에 창천에서 싸움을 걸었던 은하궁과 무당, 그리고 이번에는 개방을 건드린 탓이 아닌가 봅니다.”
“마교주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네. 유난히 가족애가 강한 녀석이라 충분히 생각이 바뀔 수도 있군.”
“창천에서도 잘못 생각한 게 아닌가 봅니다. 그를 건드리는 짓을 안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건 그들이 여전히 무림을 얕잡아 본 것이기 때문이네.”
탈혼마제가 정확히 파악했다.
창천의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무림 정도는 충분히 제압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수백 년 동안 창천에서 무림에 인물을 보냈다.
그들을 통해 중원 무림인들을 실험하면서 창천의 무공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하였다.
“마교주도 갈 생각인가?”
“서신 제일 아래 부분을 보십시오.”
“……약은 녀석이로군.”
“만일 참석하지 않는다면 창천에게 당해도 신무맹의 이름으로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적혀 있습니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무림에 공표하겠다고 하는군요. 신무맹은 다른 문파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허허허. 어쩔 수 없이 가야겠구만.”
“사숙님께서도 같이 가시지요.”
“오랜만에 그놈들 얼굴이나 볼까?”
탈혼마제의 주름진 얼굴에 진한 미소가 나타났다.
* * *
사무련.
기성과 신명항은 탁자 위에 놓인 한 장의 서신을 보았다.
봉투에 든 서신을 아직 펼쳐보지 않았다.
보낸 사람이 남하림이라 했지만 글씨는 그의 필체가 아니었다.
“부 련주, 신무맹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더군. 맞는가?”
“그렇소이다. 봉투 안 서신에 무슨 글이 적혀 있을지 요즘 같은 시기에 겁이 납니다. 서신 내용으로 또 창천에서 쳐들어올 것이라 적혀 있다면…… 우리도 준비는 했지만 상대하기에 여전히 두렵기는 합니다.”
“무엇이 적혀 있는지 한 번 보지.”
기성은 봉투에서 서신을 꺼냈다.
황금빛 인장.
서신 맨 앞에 찍혀 있었다.
‘세상에…… 인장이 황금가루로 되어 있어.’
맹주 걸황의 이름으로 공식적인 서신은 처음이었다.
“걸황 정도가 되니 욕도 못하겠군. 이 정도 금은 애들 장난이겠지. 안 그런가?”
“맞습니다.”
두 사람은 서신을 모두 읽었다.
“총무림연합이라…… 괜찮은 생각이지 않는가?”
“마교까지…… 포함이 되어 있소이다. 우리도 마교가 껄끄럽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정파 녀석들은 경기를 일으키지 않을까 싶군요.”
“후후후, 재미있겠어. 걸황이라면 충분히 모으는 게 가능하겠지?”
“아래 부분을 보면 협박까지 했소이다. 이건 무조건 오라는 말입니다.”
기성과 신명항도 당연히 가야만 했다.
현재 중원 무림에서 걸황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