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무당산에 도착하다
창천궁에 들어섰다.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이곳에 발을 끊은 지도 몇 년이 되었다.
‘으으음. 떨리는군.’
신문자는 조경노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젊은 청년의 모습.
예전에 한 번 지나가다가 만났던 청년이다.
대혼술법을 통해 창천주가 용문자의 몸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용문자는…….’
마주한 창천주의 시선에 신문자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신문자, 우리 얼굴을 안 본 지 꽤 됐는 걸로 아네만.”
“천주님, 이 년 만입니다.”
“그동안 많이 바빴던 모양이지?”
“개벽단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를 했습니다.”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군. 혹시 예전에 만들어주었던 물건들은 쓸 만하던가?”
“네.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말하라.”
“아닙니다.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가? 난 또 경노와 같이 들어오기에 필요한 물건이 있는 줄 알았지 뭔가.”
“저어…….”
신문자는 쉽게 말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모양인가 보군.”
“네…… 에…… 그렇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송구하옵니다.”
신문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개벽단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황한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창천주의 입가에 피식 실소가 나왔다.
“이 년 만에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개벽단에 문제가 생겼다라…… 자네 이렇게 웃겼던 사람인가?”
“죄송합니다.”
신문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창천주의 호통이 쏟아지기를 기다렸다.
“이게 끝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내용은 보고할 게 없나?”
“무슨…… 말씀이신지?”
“개벽단이야 문제가 될 수도 있지. 다만 어떻게 문제가 되었는지 알아야 내가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자네를 봐줘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겠나. 차후 개선책을 준비했는지도 궁금하고.”
“송구합니다.”
신문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북방표국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빠지지 않고 보고했다.
창천주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또 그놈들이 연관이 되었다는 말이군. 하긴 북방이라면 나섰겠지.”
“죄송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마다 안 걸리는 일이 없군. 안 그런가?”
창천주의 시선은 조경노에게 향했다.
그도 이미 재정적으로 한 번 부딪친 경험이 있었다.
“주군, 당연한 일입니다. 그와는 필연적 악연입니다. 둘 중 하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적 악연이라……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창천주의 시선이 신문자에게 돌아섰다.
“현재 보유한 개벽단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휴우, 다행이다.’
조경노의 한마디에 큰 탈 없이 넘어갔다.
“재고량은 일 년 반 정도로 부족한 편이 아닙니다.”
“그래? 한소리 하려고 했는데…… 그동안 열심히 만들었던 모양이군.”
“감사합니다.”
“일 년 정도면 별문제도 없군. 그래도 환금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문자는 걱정이 해결이 되자 가슴이 놓였다.
“저어…… 그리고 천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또 있는가?”
“밖에 나갔다 오도록 하겠습니다.”
“무림에? 이유가 있는가?”
“독제를 상대하고 싶습니다.”
“이번 일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군.”
“그와 독을 다루고 싶습니다. 얼마나 독을 잘 사용하는지 한 번 보고 싶을 뿐입니다.”
“후후후. 한때 독광(毒狂)이었던 때가 생각이 났던 모양일세.”
이백 년 전 독의 광인이라 불렸던 인물이 있었다.
그가 지나가는 흔적 뒤로 독향만이 난무했다고 알려진 전설의 독인.
독광이 무림에 활동할 당시 신문자의 신분이었다.
“어허, 그런데…….”
창천주는 곧바로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가 나서게 된다면 곤란한 문제가 일어날 수가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자네가 없어도 개벽단을 맡아서 처리할 녀석은 있는가?”
“천주님께서는 소신이 질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창천주의 앞이지만 신문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하하하! 발끈하는군. 난 자네가 진다고 말하지 않았네. 확인이 필요했을 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하 중에 한 명이 개벽단을 완벽하게 제조할 수 있습니다.”
“안심이 되는군. 뒷문을 잘 처리했으면 나가봐도 되겠어.”
“감사합니다.”
“독제를 만나서 어떻게 할 텐가?”
“당장 무엇을 할 것이라 대답을 못하겠지만 만나게 되면 알 것 같습니다.”
“알겠네. 하긴 자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이왕이면 잘 처리했으면 좋겠구만.”
“감사합니다. 천주님의 뜻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신문자는 고개를 숙였다.
크게 노여움을 보여줄 것이라 여겼던 상황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로서는 다행이었지만…….
예전에 알던 창천주와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미세한 변화.
밖으로 나온 그는 걸음을 멈춘 뒤 뒤를 보았다.
‘차라리 우리들에게는 잘됐지.’
* * *
중원 최고의 도가의 성지, 무당산을 올려다보는 사내.
영문자는 호흡을 크게 했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기(氣).
맑은 기운 속에 흐르는 미세한 느낌에 눈꺼풀이 꿈틀거렸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군.”
“영문자님, 어떻게 하심이…….”
“어떻게 하다니. 무당에 온 김에 놀다가 가야 하지 않겠나.”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라. 미안할 것까지는 없으니깐. 상대가 무당파이니 물어볼 수도 있다.”
“감사합니다.”
창천영문은 하루에 한 번씩 중원의 소식을 확인했다.
신무맹이 있는 남양성에서 들려온 소식에는 큰 움직임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
큰일은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오히려 북방표국이 독제에게 걸려 완전히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방의 본진에서도 산동성으로 출진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중원 무림을 완벽하게 속였다고 자신했건만.
하나 상황은 오히려 반대였다.
‘멍청하게 우리가 속았어.’
다만 그들에게 속았다고 해서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좋아, 우리를 상대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싶군.”
제대로 붙어볼 수 있는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힘의 차이가 어떠한지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신무맹에서 우리가 온 사실을 안다면 분명 합공을 하겠지. 주위에 어떤 놈들이 있는지 찾아라. 몰래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존명.”
휘익.
순중은 빠르게 물러났다.
홀로 남은 영문자의 미소가 살소로 바뀌었다.
“제법이야. 우리가 무당파를 칠 것이라 정확히 예상했어.”
맹주 걸황은 여전히 신무맹에서 있다고 들었다.
‘음…… 걸황이 아니면 누가 왔을까?’
사제 중 한 명이 몰래 무당파에 왔을 게 확실했다.
‘검제일 수 있겠군.’
이들 중 누군가 무당파에 왔다면 검제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무당파 출신의 검제 이휘연.
“기대하마. 이번에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인물이기를. 큭큭.”
안휘성 세 가문의 가주들은 그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내일이다. 네놈들의 원군이 어디서 오던 상관없다. 우린 곧바로 무당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영문자는 자신했다.
무당파를 돕기 위해 분명 주위에 그들의 원군이 도착했을 것이다.
후방에서 다가오며 창천영문을 포위하려 할 터.
하나 두렵지 않았다.
“후후후, 포위를 당하기 전에 무당을 칠 테니깐. 멍청한 녀석들. 무당파 정도라면 원군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
창천영문의 목표는 오직 하나.
내일 날이 밝는 즉시 무당파를 단숨에 밀어붙일 것이다.
일만의 수하들과 함께 곧바로 무당산을 오른다면 무당파의 완전한 괴멸만이 기다릴 뿐이다.
‘검제가 왔다고 한들 혼자서는 일만의 숫자를 막지 못하지.’
* * *
휘이익!
창천영문의 진영이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한 인영이 내려섰다.
일만 무인들의 진영.
시끄러운 소리들은 들리지 않았다.
인영은 곰곰이 생각했다.
이유는 하나.
“내일 단번에 치고 올라올 기세군.”
큰일이었다.
창천영문의 힘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멍청하게…….’
위에서는 무당파, 아래로 은하궁과 검문에서 오르면서 그들을 포위한 뒤 상대할 계획이었다.
‘너무 안일했어. 큰일 날 뻔했다.’
이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창천이 후방에 원군이 올 것을 눈치챘다면…….
무당파를 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위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무당파를 칠 것이다.
무당파의 힘.
과연 단번에 밀어붙이는 창천영문의 힘을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창천영문의 진영에서 흐르는 기는 무당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흠…….’
휘이익.
인영은 빠르게 바위에서 사라졌다.
처억.
그와 동시에 인영이 사라진 바위로, 진영에 있어야 할 영문자가 내려섰다.
그는 내려앉은 동시에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내가 잘못 느꼈나?’
군막에서 느꼈던 수상한 기운.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
여태까지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주군 외에 내 기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인물은 없다.’
영문자는 크게 팔을 벌린 채 긴 숨을 내쉬었다.
찍.
‘오?’
파앗!
또 한 번 그가 움직였다.
뒤쪽에 있는 나무 위.
“여기가…… 아닌가?”
분명 미세한 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오면 아무 일도 아닌 듯 느낌이 사라졌다.
“며칠 동안 신경을 너무 썼나? 정말로 피곤한 모양이군.”
누군가 숨어 있었다면 연이어 두 번이나 놓칠 수 없었다.
꿈틀.
그의 귀가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빨리 움직이지 않았다.
확실히 확인하려고 했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졌다.
‘역시…… 내가 민감했던 모양이군.’
기척일 것이라 생각했던 기가 아니었다.
“끝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군.”
영문자는 동쪽 하늘을 본 뒤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윽.
다시 인영이 바위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단한 인물이군.”
조금만 늦었어도 들킨 뻔했다.
창천의 많은 인물들을 만나보았지만 가장 특이한 느낌을 뿜어냈다.
‘얼마 남지 않았다라…….’
그가 동천을 보면서 내뱉은 말.
‘그렇군. 일출…… 내일 해가 뜨기 전에 저들은 공격할 예정인 거야.’
* * *
스윽.
장문전 호천대 현주도사는 심장이 덜컹거렸다.
‘허억.’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건드렸다.
“놀라지 마세요. 걸황입니다.”
“걸…… 황…….”
현주도사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은 채 돌아섰다.
‘진짜……?’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일반 무의를 입은 걸황이 확실했다.
‘아니…… 걸황이 왜……?’
신무맹에 있어야 할 맹주가 무당파에, 그것도 한밤에 도둑고양이처럼 나타났다.
“쉬이…….”
남하림은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시켰다.
현주도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안에 들어가도 되겠죠? 그리고 휘연 형을 조용히 불러다 주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남하림은 슬금 안으로 들어섰다.
* * *
흔들흔들.
“장문인님.”
잠결에 누군가 깨우는 소리.
‘사람……?’
인기척이 분명했다.
진무도인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짧은 순간에 정신을 차리며 침상 옆에 둔 검을 생각했다.
‘한순간에 움직인다.’
그가 손을 뻗으며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침상 옆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걸황입니다.”
스윽.
고개를 돌려 침상 옆에 선 남하림을 보았다.
“그대…… 아니, 걸황…… 맹주가 여기 무슨…… 일이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 *
일각이 지난 후.
“…….”
“…….”
진무도인과 이휘연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한 얼굴로 남하림을 뚫어져라 보았다.
“많이 놀라셨구나.”
이휘연이 사정을 물었다.
“당연히 놀라지. 부장, 어떻게 된 거야?”
“저들이 무당산으로 움직였다는 보고를 받은 뒤 바로 달려왔어요.”
“신무맹은 어떻게 하고?”
“유도가 대신 잘하고 있을 겁니다. 하북에 갔던 무독하고 철각도 돌아올 테니깐 걱정 안 해도 괜찮아요. 내가 무당파에 가겠다고 하니 진후도인께서도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라고 하던데요.”
“혹시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오는 것을 아나?”
“모를걸요. 조용히 왔어요.”
이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없었지만 좋긴 했다.
“얼굴을 보니 든든하긴 하군.”
“맞소이다. 맹주가 오니 한결 걱정이 사라진 듯하군요.”
걸황 남하림의 존재는 만 명의 대군보다 훨씬 안정감을 주었다.
“오는 길에 잠시 창천의 진영을 보고 왔어요. 우리 큰일 날 뻔했어요.”
“무슨 말이지?”
“우리의 계획은 중간에서 포위를 한 후 공격하는 거였잖아요.”
“그렇지. 무슨 문제라도?”
“창천에서는 내일 일출이 되는 즉시 단숨에 여기로 쳐들어올 겁니다. 원군이 후방에서 도착하기 전에…… 아마 그들이 쉽게 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고.”
“……!”
이휘연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우리를 칠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일만의 인원이 단번에 밀어붙인다면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남하림의 물음에 두 사람은 확신을 하지 못했다.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무당파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휘의 삼문이 쉽게 무너진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저들은 일만의 대군이지만 흩어지지 않고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데 최적화가 되어 있더군요.”
남하림은 신무맹에 있으면서 창천영문의 공격 방법을 확인했다.
안휘성의 세 곳 모두 같은 방법으로 공격을 한 뒤 단숨에 밀고 들어갔다.
이와 같은 공격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강한 무력과 대인원.
창천영문은 두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장문인 진무도인이 물었다.
“우린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바로 이곳에서 배수의 진으로 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 한 시진을 버터야 합니다. 후방에서 은하궁과 검문이 다가올 때까지 버틴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배수의 진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것이오?”
진무도인의 물음에 이휘연이 대답을 했다.
“장문인님. 배수진을 펼칠 수 있는 장소는 한 곳밖에 없습니다.”
“아…… 하…… 그렇구나.”
절후대.
한쪽은 산이며 다른 한 방향은 절벽.
무당파의 대광장으로 사용하는 넓은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