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중앙상국 망하다
달각달각.
준극남은 말을 천천히 앞으로 몰았다.
쿵쿵쿵.
그의 뒤로 신창강기군이 움직이자 황금 물결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훗.’
준극남이 언덕 아래 신향상국의 군사들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황금 무인들의 존재에 당황한 군사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채애앵!
손을 뒤로 뻗어 등 뒤에서 무극신창을 꺼냈다.
“극북, 신창강기군의 첫 출전이다. 선봉을 맡겠나?”
“넵. 형님. 영광이옵니다.”
신창강기군 일군장 준극북.
준극남의 동생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일군장 준극북이 함성을 질렀다.
“일군은 적의 중앙을 뚫고 나간다!”
파아악!
준극북은 장극창을 하늘 위로 치켜 올렸다.
그리고 아래 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신창강기 일군은 적진을 통과한다!”
“와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
함성과 거친 말발굽 소리들이 울렸다.
삼백 명의 신창강기 일군이 언덕 아래를 향해 달렸다.
‘헉…….’
언덕 아래에서 대기하던 신향상국 무력군 수장 용단수는 심장이 떨리며 진정이 되지 않았다.
황금빛이 번쩍이며 아래로 내려오는 신창강기 일군의 모습.
마치 천상의 대군이 내려오는 듯했다.
“저…… 저…… 들을 막…… 아라.”
용단수가 소리를 질렀지만 신창강기 일군의 함성에 막혔다.
준극북은 장극창을 휘두르며 선두에서 달렸다.
파아아앗!
번쩍.
뇌전이 떨어지는 듯했다.
장극창의 날카로운 날이 양옆에서 달려오던 무사들을 쓸어냈다.
“커어억.”
한 번의 움직임에 대여섯 명의 무사들이 뒤로 날아갔다.
구룡창법의 위력은 무극창신공과 견주어도 낮지 않았다.
스걱.
스으으윽-
준극북은 쉬지 않고 장극창이 움직였다.
신창강기군의 수하들은 남하림이 전수해 준 구룡창법을 익힌 뒤 두려움이 없었다.
최고의 창법이 아닐 수 없었다.
신향상국의 무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적이 벌어졌다! 이군과 삼군은 적을 점멸하라!”
“옙!”
“적을 베라-!”
두두두두-
일군이 내려간 뒤 남은 신창강기군의 이군과 삼군이 곧바로 적진을 향해 달렸다.
“형님, 우리가 도와줄 것도 없어요.”
“너무 강해.”
신창강기군의 힘.
각자가 만인장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니.
유미령과 신소소는 신창강기군을 이번에 처음 보았다.
남하림은 여태까지 한 번도 이들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았었다.
그의 곁에 개방이 있긴 하지만, 신무맹의 맹주인 만큼 무장의 친군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을 해왔었다.
유미령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괜한 걱정을 했어. 누구 말대로 걸황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라 한 게 맞아.’
신소소는 전황을 보면서 궁금한 게 생겼다.
“형님, 저어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뭐가 궁금해?”
“중앙상국과 창천이 연관이 있는 게 확실했잖아요. 그럼 왜 신무맹의 군사들이나 개방을 데리고 오지 않았나요?”
“후후, 소소는 아직도 그분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후후후.”
유미령은 설명을 하기 전에 웃음이 나왔다.
남하림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니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흉을 보는 건지 칭찬인지 그녀도 헷갈리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분은 정말로 욕심이 많으시지. 다만 그 욕심이라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과는 달라.”
“어떻게요?”
“욕심이라는 게 왜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 능력이 안 되는 자가 무엇인가를 억지로 가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야. 근데 그분의 욕심은 그렇지 아니야. 세상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계시지. 뭐, 남들이 보기에는 좀 다를 거야.”
“아하…… 좀 다르긴 하네요.”
“내가 설명한 것과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중앙상국도 마찬가지야. 신무맹이나 개방이 아니라 직접 친군을 데리고 중앙상국을 가지겠다는 뜻이야.”
“아하. 형님, 알겠어요. 괜한 잡음을 없애겠다는 말씀인가 보네요. 신무맹의 무인들을 데리고 오면 오빠 말대로 지분을 줘야 하는 것이네요.”
“맞아. 그분은 신무맹을 나설 때부터 중앙상국을 손에 넣기로 결정을 내린 것 같아.”
“중앙상국까지 가지게 된다면 지금도 부자인데 앞으로 엄청 더 부자가 되겠네요. 형님, 우리 축하해요.”
“왜?”
“당연하잖아요. 우린 그분의 부인이잖아요. 중앙상국도 우리 집이 되는 거잖아요.”
싱글벙글 만족한 미소를 짓는 신소소의 표정.
‘음. 소소의 말이 맞긴 해.’
* * *
신창강기군은 신향상단의 무력군을 단번에 제압하는 데 반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하남상국의 무력단도 쉽게 쓸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낙양상국의 무장군이 남았다.
두 번의 싸움으로 이미 소문을 들었는지 이들은 신창강기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준극남은 넓게 펼친 무장군의 진영을 보았다.
‘진법을 펼친 것 같군.’
함부로 들어가기에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신창강기군의 앞을 막을 수 없다. 금강창군은 앞으로 나서라.”
일백 명의 금강창군이 선두에 나섰다.
그들의 복장은 다른 신창강기군과 달랐다.
황금 투구와 황금빛 갑의가 상체를 가렸다.
“적진을 휩쓸어라!”
“존명!”
척척척척척.
금강창군은 정렬을 한 채 무장군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대체…… 이놈들은 어디에서 나타났지?’
무장군장 파진의 인상이 굳었다.
신향상국과 하남상국의 군사들이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제압을 당했다.
‘하나 우린 두 곳과는 다를 것이다.’
파진은 자신만만했다.
상대가 강하다고 하나 무장군은 창천의 소속이었다.
일백 명의 금강창군이 점점 가깝게 다가섰다.
금강창군 수장 한정은 적진의 입구 앞에서 소리쳤다.
“금강궁진을 펼쳐라!”
두두두두-
일렬로 다가섰던 금강창군이 궁형진을 만들었다.
‘헉……?’
갑자기 상대의 진영이 바뀌고 있었다.
‘이놈들은 돌격대가 아니다. 궁수대다!’
척척.
금강창군이 허리에 찬 소궁을 들었다.
“장전하라.”
허리에 묶여 있는 화살을 넣은 첩개에서 직경이 두 치 정도 되는 두꺼운 화살을 꺼냈다.
파진은 상대가 소궁을 꺼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적의 화살 공격이다!!”
팟팟팟-
뒤쪽에서 튀어나온 일단의 무리가 가지고 나온 방패를 이중 삼중으로 세워 앞을 막아설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한정은 그들이 어떻게 하든지 상관이 없었다.
“발사!”
핏핏핏핏핏-
앞을 겨눈 소궁의 각도를 올려 공중으로 향해 쐈다.
피우우우우웅-
동시에 일백 개의 화살이 괴음을 내며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저놈들이 어디로 쏘는 것이지?’
앞이 아닌 공중으로 날아오른 화살들.
“뭣들 하느냐? 머리 위다! 방패를 들어 막아라!”
그때,
퍼어어엉!
펑펑펑!
공중에서 날아오른 화살이 사방으로 터졌다.
‘커어억!’
파진의 눈이 커졌다.
공중에서 터진 화살 속에서 수천 개의 비침들이 떨어져 내렸다.
파진은 말문이 막혔다.
방패로 막아낸다고 했지만 작은 틈 사이로 비침들이 떨어졌다.
게다가 진영 전체를 방어할 수 없었다.
“아아악! 독이다!”
소궁독비시.
금강창군에게 당무독이 만들어준 무기.
퍼어엉!!
소궁독비시만 있는 게 아니었다.
화살이 터지면서 작은 환단이 방패 위로 떨어졌다.
퍼어어엉!!
그건 비침이 아니라 독탄이었다.
“캑캑…….”
겨우 반치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이지만 독탄의 위력은 강했다.
무장군은 숨을 헐떡이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두두두두-
신창강기군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 달려 나왔다.
“무공도 엄청난데…… 무독 오빠가 이상한 것도 만들어줬어요.”
“그러게. 그분이 작정을 했어. 설마 저것만 있겠어? 그분 성격에 아마 수십 가지가 더 있을지도 몰라.”
유미령의 말이 맞았다.
신창강기군은 허리와 허벅지에 황금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황금 주머니 안에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할 듯했다.
스걱.
준극남의 무극신창이 낙양상국의 무장군 사이에서 번쩍거렸다.
파진의 목이 공중으로 날아오른 건 일각도 지나지 않은 무렵.
툭.
주인을 잃은 목이 적진 한가운데 떨어졌다.
* * *
세 명의 국주.
주호덕과 주유형, 그리고 주당소는 믿기지 않았다.
신창강기군의 위력에 그들과 함께 중앙본국으로 왔던 수하들이 죽거나 제압당했다.
“걸황, 이놈이…….”
주당소는 이를 갈았다.
“형님, 당장 죽군당으로 가서 따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부릅뜬 눈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는 주양진을 재촉했다.
주양진은 귀찮았다.
남의 일이었다.
“그 문제는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
“형님, 지금 무슨 뜻입니까?”
“허어…… 이보게, 아우님들.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이젠 중앙상국은 중원에서 사라졌네. 알아서 각자도생(各自圖生)들 하시게나.”
“걸황에게 붙었소이까?”
“이봐. 당소. 네놈들이 창천에게 붙은 것과 같은 것 같은 것 같은데…….”
“크큭, 주양진, 이번 기회에 우리를 몰아내겠다는 뜻이군?”
“당소, 말이 짧군. 네놈이 말을 꺼내니 나도 바로 말해주지. 넌 망했어. 낙양상국은 조만간 내 것이 된다.”
‘저…… 새끼가……!’
주당소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주양진을 노려보았다.
주양진이 방을 거의 빠져나가려는 순간.
스걱.
‘뭐지?’
차가운 느낌이 등 뒤로 느껴졌다.
“커억?!”
그는 비틀거리며 문 앞으로 넘어졌다.
주당소가 다가왔다.
뚝. 뚝.
주당소의 손에 들린 검 끝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이…… 이…… 노…… 미…….”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그동안의 정에 죽일 생각은 없었다.”
“……주…… 길…… 노오옴.”
“그만 죽어.”
주당소는 검을 내리치려고 했다.
타앗!
문밖에서 다급히 호위무사가 뛰어 들어오며 주당소의 목을 향해 검을 찔렀다.
채애애앵!
주당소는 뒤로 물러나며 검을 쳐냈다.
“제법이군.”
“…….”
호위당주 하음덕은 수하에게 재빨리 소리쳤다.
“부당주는 국주님을 모시고 죽군당으로 어서 가라!”
휘익!
부당주는 주양진을 업은 뒤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놈이 어딜 가느냐?”
파아아앗!
호위무사들이 주당소의 앞을 에워쌌다.
“네놈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소로운 놈들이군.”
우우우우-
주당소는 내력을 끌어 올렸다.
‘국주가 이 정도의 무공을……!’
절정 이상의 무력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하음덕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의 내력을 보면서 알았다.
부당주가 무사히 죽군당으로 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했다.
주당소는 인상을 썼다.
“시간이 모자라는군. 빨리 끝을 내야겠어.”
파아아앗!
주당소의 전신에서 무형기가 뻗어나갔다.
퍽퍽퍽퍽.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호위무사들의 전신으로 무형기가 뚫고 나갔다.
“커어억.”
“아아악!!”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덥석.
하음덕은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주당소의 옷깃을 잡았다.
“훗. 네놈들이 나를 묶어놓을 수 있다고 여겼나.”
“……!”
스걱.
주당소의 검이 빠르게 그의 목을 지나갔다.
투욱.
그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아직 멀리 가지도 못했군.”
죽군당으로 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것이라 보는데. 두 사람은 이곳을 정리하시오.”
“아…… 알겠소…… 이다.”
휘릭.
주당소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회의실에 남은 두 사람.
주호덕과 주유형은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침울한 표정의 두 사람.
“끝났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들어갔습니다.”
“유형, 아직 기회는 있다. 그들이 무림을 정복하면 우린 살 수 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큰 상국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형님은 모르십니다. 상대는 걸황입니다. 이번에 그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그들은 걸황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건 알 수 없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창천이 이기기를 바라는 수밖에…….”
* * *
호위 부당주 약오청은 오로지 앞을 보고 달릴 뿐이었다.
등에서 숨 쉬는 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번쩍.
‘뭐지……?’
약오청은 전방의 하늘에서 불빛을 봤다.
“아아아악!”
그리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헉.’
약오청은 순간 정신이 깨어났다.
‘국주님. 국주님은……?’
그는 상체가 벌떡 일어나면서 주위를 살폈다.
두 자 정도의 거리에 쓰러져 있는 주양진.
전혀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채애애앵.
까아아앙.
황금 걸복을 입은 사내.
걸황이 손에 든 타구봉으로 주당소를 향해 내리치고 있었다.
개봉의 타구봉법을 펼치며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저것이 정말로 타구봉법인가?’
하남성에 있으면서 일반 개방도의 타구봉법을 많이 봤다.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번쩍거리며 떨어지는 타구봉의 위력에는 만 근의 힘이 실려 있었다.
“우욱.”
주당소는 검을 들어 타구봉을 막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 타구봉을 피할 수 있는 틈이 없었던 것.
타구봉을 내리치는 남하림의 입가에서 미소를 보았다.
‘나를 비웃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당할 수밖에 없다.
무리를 하더라도 반격을 하지 않고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었다.
최소한 동귀어진을 노려야 한다.
슈우우욱!
타구봉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이다!’
타구봉을 내리치는 일정한 간격을 이용해서 남하림의 가슴에 검을 찌를 계획.
주당소는 내력을 끌어 올려 타구봉을 위로 쳐올리면서 약간의 틈을 만들고자 했다.
‘허억!’
힘을 주며 올렸던 검이 휘청거렸다.
떨어지던 타구봉이 순식산에 사라졌다.
퍼어억!
어느새 눈앞으로 날아온 타구봉이 얼굴을 그대로 강타했다.
주당소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콰아앙!
‘이…… 놈…… 기다리고…….’
주당소는 더 이상 생각을 하지 못했다.
퍼어억!
그의 얼굴에 다시 타구봉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