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82화 (283/328)

282. 중앙상국에 들어서다

중원오대상국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상국은 하남성 상구에 위치한 중앙상국.

그리고 지금, 백색의 말이 이끄는 금장빛의 마차가 그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행렬.

황제의 어차도 이보다 화려하지 않을 것 같았다.

두두두두-

그 황금 마차의 앞과 뒤를 일천 명의 호위대가 따랐다.

신창강기군(神槍强騎軍).

선두에서 호위하는 사내의 등엔 무극신창의 날카로운 날이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신창강기군의 수장 준극남은 일천 명의 수하를 직접 뽑았다.

그리고 남하림은 무극창신공과 타구봉법, 연환삼창의 창법에서 극의를 뽑은 뒤 새로운 창법을 창안하고 이들에게 전수했다.

총 아홉 개의 창식으로 된 구룡창법과, 창법을 펼치는 데 필요한 네 개의 구결인 착봉도벽(戳捧挑劈).

이와 함께 일천 명의 신창강기군에게 끊임없는 소취구단을 복용시켰다.

유일한 단점은 신창강기군이 아직 무림에 나서본 적이 없다는 것.

이에 준극남은 거의 죽음에 이를 때까지 비무를 이어가며 극강의 수련을 시켰다.

준극남을 제외한 신창강기군은 흑천물소의 피혁으로 만든 황금색 갑의를 착용하고 있었다.

황금 마차와 신창강기군은 중원인들의 눈을 잡아놓기에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

네 사람을 태운 황금 마차는 상구로 가기 전에 먼저 정주로 향했다.

신무맹에 함께 있으면서도 신창강기군이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만통자와 신소소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더구나 준극남은 신무맹 감찰당의 수장도 겸하고 있지 않은가.

“언제 이런 것을 준비했습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했지요.”

“이건 하나씩 준비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소신이 보기에 이들만으로도 중원 무림의 웬만한 문파는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이던가요? 준 호위가 일을 잘 하는 모양입니다.”

“신창강기군을 창설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명색이 맹주인데 호위대는 필요할 것 같아서요.”

“신무맹에 있지 않습니까?”

맹주전 호위대를 말함이다.

“많으면 좋잖아요.”

“…….”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긴 없는 것보다 낫다.

“제법 멋있지 않는가요?”

“…….”

만통자는 어떻게 대답을 할지 몰랐다.

“네. 오빠. 보는 것만으로 상대방이 도망갈 것 같아요.”

“아하하, 소소가 그렇게 봤다면 사실이겠어.”

“정주로 가는 건, 형님을 보러 가시는 건가요?”

“가는 길이라서. 혹시나 시간이 되면 중앙상국에 같이 가자고 연락했더니 된다고 하네.”

“정말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거든요.”

신소소는 짧은 거리이지만 함께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 * *

정주성 은하궁.

하루 전, 유미령은 걸비의 방문을 받았다.

걸황 남하림에게서 온 서신.

상구로 가는 길에 함께 갈 수 있는지 묻는 서신이었다.

그리고 오늘, 유미령을 배웅하기 위해 십여 명의 인물들이 성문으로 나왔다.

“걸황이 갑자기 중앙상국에 가는 이유를 모르겠소이다.”

이처럼 긴박한 시기에 여유로운 외유는 아닐 것이었다.

은하궁의 인물들은 이미 남하림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개방도의 성격에 보기엔 아주 게으른 사람.

최대한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사람.

하지만 목표가 생기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나중에 더 귀찮은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번 일도 무작정 놀기 위해 중앙상국에 가는 길은 아닐 것이었다.

두두두두-

멀리서 기마 소리가 울렸다.

“흐으음…… 이 정도의 기마 소리라면…….”

은하기갑군 군장 여봉은 집중하고 귀를 기울였다.

“대략 일천 정도인데…… 신무맹에 기마부대가 없을 것이거늘.”

“여 군장, 걸황이 아니라는 것이오?”

“총군장님, 저도……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소이다.”

십여 명의 인물들이 웅성거렸다.

혹시 적이 쳐들어온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일 적이었다면 이미 연락이 왔을 겁니다.”

비선당 당주 부명욱이 확신했다.

“아…… 그렇군.”

순간, 그들은 그러한 사실도 잊을 만큼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쩍!

수백 기의 기마들.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실 만큼 번쩍거렸다.

“허어…… 대체 저게 뭔가?”

황금 갑의를 두른 기마군이 점점 가까워져 갔다.

“신무맹 소속의 기마군은 확실히 아닌 것 같소이다.”

땅을 울리던 황금기마군들이 양쪽으로 진영을 나누며 멈춰 섰다.

그 사이로 여섯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황금 마차가 은하궁의 성문으로 움직였다.

“하아…… 걸황이 아니고서야…….”

마차 위로 걸황이란 두 글자를 수놓은 황금 깃발이 펄럭거렸다.

“내 생전에 이렇게 화려한 마차는 처음 봅니다.”

“본인도 마찬가지외다.”

그저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걸황이기에 가능한 장관.

세상 누구도 욕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너무나 잘 어울렸다.

히이이잉!

황금 마차가 멈췄다.

덜컹.

“형님, 안녕하세요.”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며, 신소소가 빠르게 뛰어 내리면서 소리쳤다.

그 뒤로 남하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걸복 또한 화려할 것이라 예상했건만 무명을 걸치고 있었다.

“부인, 조금 늦었소이다.”

“……!”

뜬금없이 부인이라 불렀다.

유미령은 예전 생각이 났는지 피식 웃음을 뱉었다.

“부인, 타시지요.”

“고맙군요.”

그녀는 남하림의 손을 잡은 뒤 마차에 올라탔다.

스윽.

남하림은 한데 모여 있는 십여 명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들의 궁주님은 본인이 잘 모신 뒤 안전하게 데려다주겠소이다. 오늘은 바빠서 먼저 가겠소. 다음에 식사라도 대접하지요.”

남하림은 짧게 손을 흔든 뒤 마차에 올라탔다.

두두두두-

다시금 황금 마차를 호위하며, 신창강기군이 은하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린 볼일이나 봅시다. 궁주님을 안전하게 모신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맞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아내를 데리고 간 게 아닙니까.”

* * *

신창강기군은 황금마차를 호위하며 하남 상구에 들어섰다.

중앙상국은 다른 상국과 달리 네 개의 연합상국으로 되어 있었다.

그중 상구의 우성에 있는 곳이, 현재 상국주 주양진이 있는 중앙본국이었다.

이미 연락이 갔는지, 우성에 들어서자 중앙상국에서 나온 인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각다각.

준극남은 그들에게 다가섰다.

“걸황님께서 중앙본국에 들고자 하시오.”

척.

그들 사이에서 중년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환영하는 바이외다. 본인은 중앙본국에서 외유당을 맡은 주경이라 하오. 본인이 안내를 하겠소이다.”

“앞장을 서시오.”

“……죄송한 말씀이지만 함께 오신 기마 무인들은 상국에 들어갈 수 없소이다.”

“본인만 걸황님을 모실 것이외다.”

“알겠습니다.”

주경은 앞장을 서며 중앙본국으로 향했다.

주경은 일행을 죽군당으로 모셨다.

이름 그대로, 가는 길에 대나무들이 양옆으로 길게 뻗어나 있었다.

대나무 길은 길지 않았다.

길 끝으로 작은 정자가 나타났다.

주변 분위기는 고즈넉하고 좋았으나 최고의 귀빈을 모시기엔 빈약함이 있었다.

일행은 곧장 죽군당으로 별말 없이 들어섰다.

“괜찮군. 대나무도 곧게 잘 자랐어.”

“…….”

“안으로 들어갑시다.”

남하림의 말대로 일행이 죽군당 안으로 들어섰다.

주경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죽군당에서 잠시 쉬고 계시지요. 국주님께서 곧바로 연락이 올 것입니다.”

“알겠소이다.”

양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짧게 숙였다.

주경은 밖으로 나가기 전 미리 안으로 들어간 남하림을 슬쩍 곁눈으로 보았다.

자리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어려서 모르는 모양인데. 정말로 좋은 모양이군.’

그는 죽군당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죽군당에 앉은 여섯 명.

양삼의 표정은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굳어 있었다.

천하제일상국의 국주이며 신무맹의 맹주가 찾아왔으면 그에 걸맞은 인물이 나와야 했다.

중앙상국에서는 상국주 주양진이 직접 마중을 나와야 마땅했다.

“양삼, 얼굴을 펴. 누가 죽은 줄 알겠다.”

“죄송하지만 공자님을 완전히 어리다고 여겨 무시하고 있습니다.”

“바쁠 수도 있지. 안 그런가?”

“이보다 더 큰일은 없습니다.”

“그건 우리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야. 살다 보면 항상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법이거든.”

“알고 있습니다. 공자님께서는 이번 일을 넘어가자는 말씀이십니까?”

“글쎄, 중앙상국에서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면 한 번으로 끝날까? 내가 사람이 좋아서 한 번은 참아주지만 두 번은 못 참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알겠습니다.”

짝짝!

남하림은 박수를 쳤다.

“상국 사람들이 올 때까지 쉽시다. 부인과 소소는 안에 들어가서 쉬고 노인장과 우린 여기에서 쉬고 있죠.”

* * *

똑똑.

국주실 밖에 기척이 들렸다.

“국주님, 내상당 당주께서 오셨습니다.”

“알겠다.”

드륵.

국주 주양진은 안으로 들어서는 내상당 당주를 맞이했다.

“그는 어떻게 하였는가?”

“주경의 말로는 다른 말없이 조용히 죽군당으로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본 상국에서 무시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정말로 모른다면 생각보다 뛰어난 인물은 아닌 것 같군. 아니면 알면서도 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나이가 어리지만 알았다면 지위로 봐서는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가?”

주양진은 아무리 봐도 일부러 넘어간 듯했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남하림은 뛰어난 아이였다.

북방상국을 몰아내고 천하제일상국이 그곳에 차지한 것을 보면 어느 누구보다 뛰어났다.

“구붕, 그가 무슨 일로 찾아온 것 같나?”

“미리 연락이 온 것을 보면 인사차 들렸다고 합니다만…… 정확한 의도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만나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그게 좋을 듯싶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가야 하지 않겠나?”

“아닙니다. 제가 여기에 데리고 오겠습니다.”

“으음. 실례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중에 다른 상국에서 안 좋게 볼 텐데…….”

“그때 제 핑계를 대시면 됩니다. 우선 강하게 나가셔야 합니다.”

“알겠네. 자네가 시키는 대로 하겠네.”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주구붕은 고개를 숙인 후 국주실을 나왔다.

‘보기 싫은 놈이 왔어.’

그는 남천상국을 싫어했다.

중원의 상계에서 남천상국과 여러 번 부딪힌 적이 있었다.

단 한 번도 그들과의 대결에서 이긴 적이 없었다.

나라의 공공물류운동건에 대해서도 남천상국에게 밀렸다.

남천상국이라는 이를 갈 정도로 싫어하던 그는 남하림이 하남성에 신무맹을 세운 것도 싫었다.

신무맹 때문인지 천하제일상국의 영향력이 하남성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남하림의 출신을 알기에 무시하고 싶었다.

정문에서 남하림을 맞이하려고 했던 주양진을 막은 사람도 바로 그였다.

주구봉은 죽군당으로 걸었다.

중앙상국에는 귀빈이나 객이 지낼, 매난국죽으로 이름을 붙인 네 개의 건물이 있었다.

그중 죽군당은 가장 낮은 등급이 낮았다.

‘멍청한 놈. 이것도 모르고 있겠지?’

주구붕은 정문에서부터 의도적으로 남하림을 무시하고 있었다.

‘후후후, 들어가 볼까?’

* * *

주구붕이 죽군당의 문을 들어섰다.

후다다닥.

관리 책임자인 향식이 주구붕을 보며 달려왔다.

“당주님, 오셨습니까?”

“그들은 안에 있는가?”

“네. 접객실에서 쉬고 있습니다.”

“알겠다.”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접객실 방문 앞에 서며 기척을 냈다.

“흐음…… 흠…….”

안에서는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좀 더 큰 소리로 문밖에 사람이 왔음을 알렸다.

“흐으으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이 자식들이.’

일부러 반응이 없음을 알았다.

주구붕의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나왔다.

“실례하겠소.”

그의 목소리가 제법 컸지만 여전히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무시하는 것을 알았다.

목소리를 올려 다시 소리쳤다.

“안에 없소이까?”

“무슨 일인가?”

“국주님께서 뵙기를 청하오.”

“주군께서는 피곤하시다. 나중에 오시오.”

“…….”

‘어이없는 놈들이 있나.’

그는 다시 물었다.

“본 상국의 국주께서…….”

“방금 분명히 말했다. 귀찮게 하지 말고 물러가라. 다치기 전에.”

주구붕은 노기 때문인지 얼굴이 붉어졌다.

‘이것들이…….’

그는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드륵.

문이 열리는 동시에 눈앞으로 번쩍이는 빛이 보였다.

‘헉…….’

주구붕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면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팟!

얼굴 옆 문틀에 손가락 길이 정도의 대나무 조각이 박혔다.

“……!”

씨익.

발을 탁자 위에 올린 채 앉아 있는 남하림을 발견했다.

그의 손에는 문틀에 박혀 있던 대나무 조각이 서너 개 더 있었다.

“방금 그건 얼마나 잘 꽂히는지 확인차 던진 겁니다.”

“걸…… 황…… 무슨 짓이오?”

스윽.

준극남이 살기를 일으키며 주구붕의 앞으로 바짝 붙었다.

‘허걱…….’

순간 몸이 움찔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했다.

“준 호위, 저자를 내 앞에 데리고 오게.”

“넵.”

퍽.

준극남은 대답과 동시에 주구붕의 배를 가격했다.

“커억.”

몸이 앞으로 구부려졌다.

터억!

준극남은 그의 목덜미 뒤를 잡고 남하림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꿇어.”

주구붕은 세상이 노래진다는 말의 의미를 처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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