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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황무적-271화 (272/328)

271. 혼마신을 제거하다

강룡십팔장 감운뇌벽(監雲雷霹)!

퍼어어엉!

강대한 장력이 혼마신의 얼굴을 강타했다.

주르르륵-

뒤로 밀러난 혼마신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반면 공격을 날린 남하림의 표정이 오히려 한 방 맞은 듯 찡그려졌다.

‘이놈도 나처럼 금강불괴잖아? 그래도 난 통각을 느끼기라도 하지. 이놈은 전혀 고통이라는 게 전혀 없어 보이는데.’

신소소와 함께 만통자는 물러나 있었다.

만통자는 싸우는 광경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허어…… 천주님의 공격이 먹히지 않아.’

아무리 강한 공격을 한다고 해도 상대가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다면 지칠 수밖에 없다.

‘천주님의 내력이 강하다고 해도…….끝까지 버틸 수가…… 없다.’

퍼어어어어엉!

까아아앙-!

계속되는 남하림과 혼마신의 공방.

그때였다.

파아앗!

팽팽한 그들 사이에 변수가 생겼다.

마교를 한 번 휩쓸고 난 뒤, 또 다른 혼마신이 내력이 강한 남하림을 찾아 나타난 것!

‘뭐야, 또 있어?’

남하림은 처음으로 당황한 듯,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는 혼마신을 보았다.

콰아아앙!

두 구의 혼마신이 남하림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이놈들이……!’

휘리릭!

남하림이 취리건곤보를 극성을 펼치기 시작하자, 수십 명의 환영이 나타나듯 혼마신의 공격을 피했다.

퍼어어억-

까아아앙!

혼마신의 목을 향해 타구봉을 내리쳤지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황!

“참 나, 이런 놈들을 어떻게 만들어낸 거야.”

남하림은 살짝 질린 듯했다.

무단의 기도 혼마신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내력이란 자체가 없었으니까.

“좋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거지?”

오로지 강 대 강.

힘으로 싸워야 했다.

‘천주님을 도와야겠어.’

초조하게 이를 지켜보던 만통자가 남하림을 돕기 위해 움직이려는 순간,

우르르르-

일단의 마교도들이 초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초원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어 망설였지만, 마교를 쑥대밭으로 만든 혼마신을 따라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저, 저들은 누구지?”

하나도 아닌, 혼마신 둘과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는 젊은 사내.

이미 초원 밖에서 수백 명이 허무하게 당했건만.

천마수호위 복장을 한 저 사내는 혼마신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당장 급한 것은 혼마신을 제압하는 일이었다.

“저놈들을 죽여라!”

화존혈마가 소리치며 혼마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마교도들이 곧바로 합류를 하자 남하림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휴우, 이제 좀 살 것 같군.’

뿌드득.

남하림은 긴장을 풀기 위해 목을 풀었다.

‘이 새끼들…… 죽었어.’

내력을 다시 끌어 올렸다.

휘익!

남하림은 다가오는 혼마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다시 거대한 기운이 부딪혔다.

* * *

만통자는 문득 떠올랐다.

‘혼마신을 제어할 수 없으나 제압 할 수는 있다고 했다.’

제압하지 못하는 괴물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여기에 이 괴물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을 것이다.’

만통자는 신소소의 곁으로 다가서며 귓속말을 전했다.

“소소 님, 이놈들을 지켜보면서 조종하는 놈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찾아서 그놈을 잡아야 합니다.”

“알겠어요.”

만통자와 신소소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며 몸을 숨겼다.

* * *

초원을 노려보는 눈빛.

‘오호…… 제법인걸. 혼마신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밀리지 않다니.’

콰아앙!

혼마신과 거의 맨몸으로 싸우는 듯 부딪히는 장면.

‘무식한 놈…… 저놈도 금강불괴인가?’

혼마신의 공격을 손으로 막아내면서 반격까지 펼치고 있었다.

그는 신기했는지 눈을 떼지 못하고 남하림을 바라봤다.

혼마신존.

마뇌의 전각 아래 깊숙한 비밀 장소에서 만들어낸 두 구의 혼마신을 마교 내에 풀어놓았다.

원래 계획은 천마문을 부수기 위함이었지만, 천마문으로 가던 도중 한 구의 혼마신이 갑자기 먼저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나머지 한 구의 혼마신도 초원으로 달려왔다.

혼마신은 제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움직임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은 제혼마종뿐.

하지만 한창 싸우고 있는 지금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뿐이었다.

살금살금.

신소소는 주위를 조용히 살피면서 움직였다.

‘만통자 할아버지의 말씀대로라면…….’

그리 먼 곳에 숨어 있진 않을 것이다.

몸을 숨기기에 좋은 장소.

‘내가 숨는다면…….’

신소소는 한쪽 구석에 몸을 숨긴 채 초원 주위를 살폈다.

멀리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만통자가 보였다.

‘어엉?’

그때, 뭔가를 본 듯 신소소의 눈이 반짝거렸다.

만통자 머리 위로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다.

신소소는 얼른 만통자에게 전음을 보냈다.

[다시 뒤를 돌아서 가보세요.]

만통자는 갑자기 들려온 그녀의 전음에 조용ㅎ; 돌아서 움직였다.

‘저기 있어.’

만통자의 움직임에 미세한 기척이 다시 보였다.

[가만히 그 자리에 계세요.]

신소소는 뒤를 돌아서 움직였다.

최대한 내력을 감추며 숨어 있는 인물을 향해 다가섰다.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인물.

‘혼마신과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어.’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소리를 죽였다.

나뭇잎 사이에서 최대한 몸을 숙인 채, 남하림과 혼마신의 싸움을 주시하고 있었다.

‘찾았다.’

신소소는 곧바로 만통자에게 전음을 다시 보냈다.

[할아버지 뒤에 있는 나무 위에 숨어 있어요.]

[알겠습니다.]

‘단번에 잡아야 한다. 도망가면 안 돼.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

타앗!

만통자는 전 내력을 올리는 동시에 위로 솟구쳤다.

쏴아아아-!

무한수력장(無限手力掌)이 십이 성 내력으로 뿜어졌다.

‘헉!’

혼마신존은 갑자기 눈앞에 솟아오른 장력을 그대로 받았다.

순간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만통자의 장력을 막아냈지만.

휘청!

장력과 부딪힌 호신강기의 충격에 의해 몸이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슈우우욱.

만통자는 연이어 장력을 펼치며 혼마신존을 잡고자 했다.

‘큭, 일단 여기를 벗어난다.’

혼마신존은 굳이 싸울 필요가 없었다.

혼마신을 가만히 두어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마교는 어지럽게 돌아갈 것이었다.

“멍청한 놈. 나를 잡고 싶으면 몰래 뒤에서 다가와야지.”

“나처럼요?”

“……!”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려는 찰나.

파아악!

신무극수가 뻗었다.

무극수신공의 위력과 비슷할 정도의 무공.

혼마신존은 등이 그대로 관통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아아악!”

그는 그대로 나무 위에서 떨어졌다.

신소소가 사람을 상대로 전력을 다한 채 신무극수를 펼친 것 처음이었다.

퍼억!

혼마신존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머리가 바위에 부딪쳤다.

이미 신소소에 의해 거의 죽음 직전이었다.

만통자는 피를 흘리며 죽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신소소가 아래로 내려왔다.

“만통자 할아버지, 혹시 죽었나요?”

“멍청한 놈이로다. 무인이라는 놈이 떨어지면서 머리가 찍혀 죽었소이다.”

“아, 난 또 내가 죽였을까 싶어서 좀 걱정했어요.”

신소소는 아직 어렸다.

만통자는 아직 사람을 죽이는 일에 거부감을 가지는 그녀를 위해 거짓말을 해주었다.

스슥.

만통자가 혼마신존의 몸을 뒤졌다.

‘음…….’

그의 품 안에서 손에 묵직한 것이 잡혔다.

혼마신을 제압할 수 있는 제혼마종이었다.

“소소 님, 이것 같습니다만…….”

만통자는 제혼마종을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할아버지, 흔들었나요? 안 들려요.”

휙! 휙!

만통자는 연이어 제혼마종을 흔들어보았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파아아앙!

퍼어어억!

남하림은 여전히 두 구의 혼마신을 상대하고 있었다.

‘천주님이라면…….’

파아앗!

만통자는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 * *

‘무식하네, 정말!’

마교도들과 함께 혼마신을 상대했지만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이놈들은 지치지 않아.’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싸우다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당할 수 있었다.

‘만통자?’

남하림은 뒤에서 다가온 기척을 느꼈다.

“천주님, 이것을 받으십시오.”

“이게 뭔가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이놈들과 연관된 놈에게서 빼앗은 것입니다.”

제혼마종을 잡자 범상치 않는 물건이 틀림없었다.

남하림은 제혼마종을 받은 뒤 빠르게 흔들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제혼마종을 뒤집자, 안에 방울이 보이지 않았다.

‘종을 직접 치는 것인가?’

딱딱.

타구봉으로 제혼마종을 두드렸다.

하지만 쇳소리만 날 뿐.

‘그렇다면…….’

남하림이 이번에는 내력을 밀어 넣는 사이, 혼마신이 달려왔다.

“쯧.”

휘익!

순식간에 무단의 기가 무형 방울을 만들었다.

제혼마종을 살짝 건드리자,

따아아앙!

맑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뚝.

남하림 앞으로 다가온 혼마신이 그 자리에 멈췄다.

‘오호?’

이번에는 두 번 흔들었다.

따아앙! 따아아앙!

스으으으-

혼마신이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이렇게 쓰는 거군.’

따아아앙!

남하림은 제혼마종을 흔들며 혼마신을 멈추게 했다.

“휴우, 됐어.”

우우웅-

쿠아아아앙!

그러고는 강룡십팔장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뒤, 가만히 멈춰 있는 혼마신의 얼굴을 가격했다.

퍼어억!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금강불괴였던 혼마신의 목이 부러졌다.

“뭣들 하세요.”

남하림의 소리에 멍하게 이를 바라보면 화존혈마가 흠칫 움직이지 않는 혼마신을 보았다.

스걱.

“이놈…… 죽어라!”

전 내력으로 혼마신의 목을 잘라냈다.

절대로 잘리지 않을 것 같았던 혼마신의 목이 공중으로 떠오른 뒤 바닥에 떨어졌다.

툭툭.

“망할 놈…….”

그동안 당했던 게 화가 났는지, 화존혈마는 혼마신의 목을 찼다.

그리고 한숨을 놓으며 남하림의 곁으로 다가섰다.

천마수호위의 복장이었지만 그는 마교의 인물이 아니었다.

“누구시오?”

“남하림이라 합니다.”

“남하림?”

화존혈마는 무심코 이름을 따라 말하면서도 그때까지 상대가 누군지 몰랐다.

“……?”

‘어…… 남…… 하림? 아…… 남하림……?’

화존혈마의 두 눈이 커졌다.

“신무맹…… 맹주 걸황이란 말이오?”

“그렇소이다. 잠시 볼일이 있어 초원에서 지내게 되었소이다.”

처억.

화존혈마는 정중하게 포권을 하였다.

“반갑습니다. 화존혈마라 하외다. 걸황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건 나중에 따로 인사를 받도록 하죠. 천마님은 걱정하지 마시고, 창천에서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천마문을 지키세요.”

“아…… 넵, 알겠소이다.”

그는 빠르게 돌아섰다.

“천마문으로 간다!”

화존혈마는 다급히 수하들을 이끌고 천마문으로 향해 달려갔다.

남하림은 다가온 만통자와 신소소를 반겼다.

“노인장, 고생했군요. 이걸 어떻게 구했습니까?”

“천주님, 소신이 구한 게 아니라 소소 님께서 상대를 찾아낸 뒤 제압을 했습니다.”

“헛, 그래요? 정말 수고했어.”

남하림은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천마께 가봐야겠군요.”

“…….”

“혹시 이게 필요할지 모르니까.”

남하림은 제혼마종을 가리켰다.

* * *

천마는 걱정이 되었다.

‘혼마신이라면 제대로 막을 녀석이 없을 텐데.’

스윽.

마뇌는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천마, 언젠가는 한 번 싸워보고 싶었는데 오늘 때가 된 모양이군.”

우우우우웅-

마뇌는 그동안 숨겨놓았던 내력을 완전히 끌어 올렸다.

창천십문의 일인.

마뇌이기 이전에 창천천문의 수장인 그였다.

마뇌의 신형에서 흐르는 내기는 그동안 보아왔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원한다면 전초전으로 한번 싸워볼까?”

“그렇게 하지.”

“말이 짧아지더니 겁도 많이 사라졌군. 내가 누군지 잊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알지. 천마.”

“도전을 원한다면 받아줘야지.”

“그 자만심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초강유는 그의 도전을 받아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마신의 존재가 거슬렸다.

“천마, 일단 싸움에 집중하게.”

이를 보고 있던 탈혼마제가 한마디 했다.

그가 보기에도 마뇌는 가볍게 여길 인물이 아니었다.

“내가 가서 한 번 보겠네.”

“사숙님, 고맙습니다.”

탈혼마제가 간다면 약간 안심이 될 듯했다.

“크크크. 어딜 간다는 말이오? 탈혼마제, 당신이 강하다고 해도 혼마신을 막지 못하지.”

그때,

휘익!

고민하던 탈혼마제 곁으로 내려서는 세 명의 인영.

“걸황, 여긴…….”

초원에 있어야 하는 세 사람이 나타났다.

“편안하게 자는 중이었는데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방해를 하지 않겠습니까.”

“이상한 놈이라면……?”

“혼마신이라고 하더군요. 제법 강해서 두 놈을 상대하느라 애 먹었습니다.”

‘두 놈씩이나?’

“혼마신을 제거했다는 것이더냐?”

“소소하고 만통자의 도움으로 겨우 목을 베고 왔지요. 후후후.”

남하림은 함께 온 신소소와 만통자를 가리켰다.

“오호…… 소소, 네가…… 잘했구나.”

“별거 아니었는걸요.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아서 처리하니 하림 오빠가 쉽게 끝을 냈어요.”

초강유는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혼마신을 처리했다면 더 이상 걸릴 게 없었다.

“고맙다. 큰 도움이 됐다.”

“아니에요. 제가 도움이 됐다니 기분이 좋아요.”

마뇌는 그들을 보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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